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보석 왕대
놀랍게도 여왕벌의 왕대는 나 자신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성스럽다고 느끼게 했던, 내 몸에 남아있던 신화급 성좌의 잔재를 모두 흡수해 갔다.
이제 손님들이 나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으려나? 하고 기뻤던 마음도 잠시,
쩌저적.
농구공만 한 사이즈로 커져 있던 왕대가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 균열이 일어났다.
드디어 여왕벌이 태어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기대를 품는 동시에 예전에 정부웅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벌들이 어떻게 고치를 짓는지 알아?’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꿀벌의 고치는 애벌레들이 만들어 낸 실로 지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여왕벌이 태어나는 왕대는 특별히 밀랍으로 지어지는데, 왕대 자체가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여왕벌의 체력을 아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던전 보석벌들은 더 특별해. 일벌들은 유리 섬유같이 아주 가느다란 보석 실을 뽑아내서 고치를 짓는단 말이지?’
‘대단하네요.’
‘그냥 대단한 게 아니야! 일벌이 태어난 뒤에 이 고치실을 뜯어내서 방탄복을 만들었더니 케블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방어구가 탄생했다고!’
그 양이 몹시 적어서 보석벌 고치로 만든 방어구는 매우 값이 비싸다고 하던가?
그러고 보니 연준이 녀석도 고치실로 만든 방어구 ‘천잠보의(天蠶寶衣)’를 하나 가지고 있긴 하더라.
‘그 천잠사 브랜드도 다 내 연구 덕분에 만들어졌단 말씀이지.’
그렇게 자신이 보석벌 고치 활용 방법을 발견해 냈다며 으스대던 정부웅이었지만, 곧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도 여왕벌의 왕대가 뭘로 만들어지는 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 분명 밀랍과 비슷한 물질일 거 같긴 한데 말이야······.’
그렇게 정부웅이 애타게 찾던 여왕벌의 왕대가 바로 내 눈앞에서 깨지고 있었다.
음,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겠네.
저건 말랑말랑한 밀랍 같은 게 아니었다.
쩌저적! 하고 금이 가는 걸 보니 엄청 튼튼한 보석임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단단한 보석이었기에 오히려 안에 있는 여왕벌이 왕대를 깨고 나오기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는 거였다.
부우웅, 부우웅.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 보석벌 일벌들이 왕대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 오랜 시간을 오로지 여왕벌의 탄생을 위해서 꿀을 모으고 노력했던 아이들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지금 순간을 기대했을 터였다.
쩌적!
하지만 그럼에도 여왕벌의 우화는 쉽지 않았다.
일반 꿀벌의 왕대였다면 밀랍으로 만들어져 집게 턱으로 자른 뒤 뚫고 나왔을 테지만, 이건 보석으로 만들어진 왕대.
여왕벌이 안에서 계속 보석 왕대를 뚫어내기 위해서 힘차게 몸통 박치기를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 길이 굉장히 험난하고 멀어 보였다.
“이러다 여왕벌이 다치는 거 아닐까?”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왕벌을 도와주기 위해 왕대로 손을 뻗었다.
내가 왕대를 조금 열어주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부우웅!
그러자 놀랍게도 일벌들이 무서운 기세로 내 손 앞에서 왕대를 막아섰다.
나를 공격하려는 적의는 없었지만, 절대로 비킬 수 없다는 기세로 필사적으로 날 막고 있었다.
“키잉! 키이잉!”
“어? 안 된다고?”
내가 일벌들의 설명을 잘 알아들은 게 맞다면 번데기에서 우화할 때 밖에서 억지로 도움을 주거나 충격을 주면 오히려 여왕벌에게 해롭다고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장수풍뎅이를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키울 때도 아버지께서 그랬었다.
우화할 때 절대 건들면 안 된다고.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 몸이 기형이 되거나 날개를 펼칠 힘도 없어지게 된다고.
“어쩔 수 없지. 응원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네.”
이건 스스로의 생존과 결부된 문제였기에, 신화급 성좌가 되었던 나도 일벌들처럼 열심히 응원해 주는 것 외엔 도와줄 수가 없었다.
“힘내! 할 수 있어!”
“키이잉!”
“나오면 내가 맛있는 감뀰물 타 줄게!”
“키잉? 키, 키잉!”
감뀰물이라는 소리에 잠시 일벌들이 군침을 흘리는 일이 있었지만, 나와 일벌들의 응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여왕벌을 계속해서 보석 왕대에 몸을 부딪치며 깨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렇게 여왕벌의 눈물 나는 노력이 지속되길 수 분.
쿵! 쿵! 쩌저적!
“됐다!”
드디어 보석 왕대의 윗부분이 무너지며 여왕벌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틈이 생겼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안에서 무지갯빛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신화급의 기운?”
내 몸에 남아있던 신화급 성좌의 잔재를 흡수했던 탓일까, 여왕벌의 왕대 속에서 무지갯빛 신화급 성좌의 기운이 스르륵 흘러나왔다.
“설마 여왕벌이 신화급 성좌가 됐나?”
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다행히 무지갯빛 기운은 아주 잠시만 흘러나오고 그쳤고, 그 뒤로 빼꼼, 여왕벌의 얼굴이 솟아 나왔다.
“키잉?”
아, 귀엽다.
작은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왕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곤충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무심코 귀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새로 태어난 여왕벌은 깜찍한 모습이었다.
그 후,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여왕벌이 완전히 왕대에서 몸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신기하네. 왕대가 농구공만 해서 여왕벌도 클 줄 알았는데.”
예전 보석 벌들을 괴롭히던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경우에는 몸집이 거의 3m에 달하는 거대 괴물 벌이었다.
그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마력을 흡수했기에 당연히 보석 여왕벌도 몸집이 클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여왕벌의 몸집은 다른 보석 일벌과 비교해서 조금 큰 정도였다.
“하긴, 여왕벌이 농구공만 하면 너희가 힘들겠네.”
“키이잉······.”
당장 자신들의 수천 배나 큰 여왕벌이 살 집과 먹이를 제공하려면 일벌들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해야 할 터였다.
내 말에 극히 공감한다는 듯 일벌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키잉!”
잠시 후, 몸을 완전히 말린 여왕벌이 날개를 펼쳤다.
그러자 보석으로 만들어진 여왕벌의 날개에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이 부딪혀 아름다운 빛무리를 만들어 냈다.
놀랍게도 그 빛무리에는 진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의 신수, 네임드 몬스터 ‘크리스탈 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크기는 작았지만, 네임드 몬스터였던 자이언트 와스프 퀸의 힘을 흡수한 건 그대로였는지, 보석 여왕벌 ‘크리스탈 퀸’은 태어나면서부터 네임드 몬스터였다.
동시에 아우스테야의 신수로 인정받기까지.
그런 여왕벌의 탄생을 축하하는 듯 일벌들이 여왕벌 ‘크리스탈 퀸’의 주변을 붕붕 날아다녔다.
나도 축하를 안 해줄 수 없지.“
“여왕벌이 된 걸 축하해.”
내 축하 인사에 크리스탈 퀸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했다.
저러니까 진짜 여왕 같네.
나는 여왕벌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고생했던 일벌들에게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너희도 축하해. 그동안 꿀 따고 여왕벌 먹이느라 고생 많았지?”
언제까지고 왕대 속에서 자라고 있는 여왕벌을 위해 일벌들은 정말 몸이 부서져라 일해 왔었다.
일반 던전의 꽃꿀로는 마력이 부족해 반도원과 [도원향]에서 마력이 흘러넘치는 복사 꽃꿀을 모았고 그걸 또 자신들의 몸으로 흡수해 여왕벌을 위한 로열젤리를 만들어야 했다.
강력한 마력을 몸으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던전 보석벌들의 몸도 많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내가 중간중간 감뀰물로 회복을 시켜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모두 죽었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고생이 드디어 이렇게 결실을 맺었으니 저 아이들도 감개가 무량할 거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을 때였다.
“키이잉······.”
“응? 그동안 감사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키···이잉······.”
마치 봄날의 꽃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떨어지는 낙화가 되듯이,
“얘들아!”
여왕벌을 키우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보석 일벌들은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 * *
원래 일벌의 수명은 그렇게 길지 않다.
태어나서 애벌레들을 돌보고 여왕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나이가 차면 밖으로 나가서 꿀을 따온다.
더 나이가 들면 벌집을 지키는 경비병이 되어서 외부의 적과 싸우면서 목숨을 바친다.
운 좋게 살아남아 수명이 다한다고 해도 일벌의 수명은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6개월.
일을 많이 하는 여름에는 45일 만에 죽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겨울이어야 6개월을 살 수 있었다.
던전 보석벌들은 몬스터라고는 해도 양봉벌들이 마력을 받아 진화한 존재들.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던전 보석벌 일벌의 수명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런 짧은 수명을 오로지 여왕벌의 탄생을 위해 소모하고 억지로 버텨왔던 일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오랜 소망이 달성되는 순간, 일벌들은 그 작은 생명의 불꽃을 모두 소진하고야 말았다.
“키잉······.”
갓 태어난 여왕벌이 바닥에 떨어진 보석 일벌들에게 다가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녀도 아는 것이었다.
자신이 왕대 속에서 자라던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주고 먹여줬던 것이 바로 이 일벌들이라는 것을.
유전적으로는 자매였지만, 여왕벌에게 이 일벌들은 부모나 마찬가지라는 소리.
“······씁쓸하네.”
슬픈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왕벌이 태어나는 게 일벌들의 소망이었고 또 그것이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와스프를 물리치고 이 아이들을 구해오면서, [서천 꽃밭]에 새집을 마련해준 그 순간부터 이 아이들은 내 직원,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식당에 맛있는 보석 벌꿀을 제공해 주었으니까.
그런 아이들의 죽음이 서글프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슬픈 심정으로 내가 무덤이라도 만들어 주고자 죽은 보석 일벌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키잉!”
여왕벌 ‘크리스탈 퀸’이 고개를 홱홱 저었다.
안타깝지만 일벌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제 보내줘야지.”
“키잉, 키잉, 키이잉!”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살릴 수 있다고?”
크리스탈 퀸은 내게 일벌들을 살릴 방법이 있다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부우웅 하늘로 날아올라 자신의 고치였던 보석 왕대 안으로 들어갔다.
깡! 깡!
무슨 이유인가 싶어서 왕대 안을 들여다보니 열심히 작은 발을 내리쳐 보석 왕대를 부수려는 크리스탈 퀸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내가 의아해서 크리스탈 퀸이 깨어날 때 부서진 왕대 조각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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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퀸의 왕대 조각(전설급)]– ‘시간이 없는 꿀벌의 여주인’의 신수이자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의 잔재를 흡수한 여왕벌 ‘크리스탈 퀸’의 왕대 조각.
– 영원히 썩지 않는 꿀을 만들어 내는 여신의 신격과 먹는 이들을 치유하는 요리사 신의 신격이 섞여 특별한 효과를 발휘한다.
–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존재를 [부활]시킬 수 있는 약의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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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실화냐.
부활이라고?
내가 놀란 눈으로 왕대 조각을 내려다보고 있자, 크리스탈 퀸이 왕대 조각 몇 개를 더 들고 와서 내 손 위에 올려놓았다.
“키잉!”
그러곤 이 왕대 조각을 이용해서 일벌들을 살려달라고 부탁해 왔다.
“내가 연금술사가 아니라서 약은 만들 수가 없어. 미안해.”
“키잉······.”
내 말에 슬퍼하며 더듬이를 축 늘어뜨리는 크리스탈 퀸.
하지만 벌써 실망하기엔 이르지.
“왜냐면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라 요리사잖아? 대신 [부활] 효과가 붙은 요리는 만들어 줄게.”
“키잉! 키이잉!”
그제야 기뻐서 머리를 내 손에 부벼대는 크리스탈 퀸.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리스탈 퀸의 행동과 마음씨가 예뻐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도 이 일벌들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게 기뻤거든.
“이럴 시간이 없어. 얼른 친구들을 되살리러 가자고.”
나는 행복을 먹게 하는 요리사니까.
젤리와 양갱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