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여왕의 귀환
“역시 주점은 루프탑 바지.”
나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멋진 인테리어의 루프탑 바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1층은 식당 ‘연성이네’, 2층은 미야의 ‘마녀의 과자집’, 그리고 마지막으로 3층이자 옥상에는 루프탑 바 ‘연성 주점’을 설치했다.
사실 설치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3층 ‘연성 주점’에는 주방 시설이나 바텐더 시설은 일절 없었고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분위기 있게 술을 즐길 수 있는 인테리어만 설치해 두었다.
내가 술을 만들 줄은 알아도 칵테일은 못 만들거든.
사실 바텐더, 즉 조주사도 엄연히 주방의 일원이고 조주 역시 요리의 일환이었지만,
“칵테일에는 음식 페어링을 잘 안 하니까.”
요리에 미친 내게 음식을 활용하기 힘든 술은 영 손이 가지 않더라고.
물론 칵테일도 종종 음식과 페어링을 하긴 하지만, 단일 술이 아니라 여러 술을 섞어 맛과 향을 복잡하게 끌어내는 칵테일에는 음식을 맞추기가 몹시 힘든 게 현실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3층 옥탑에는 술과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바를 설치하고 1층 ‘연성이네’에서 음식과 술을 올려보낼 생각이었다.
운영하는 시간은 ‘신야식당’이 열리지 않는 날의 저녁에만.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성 주점’은 서빙을 담당하는 에녹이 앞으로 맡을 예정이었고.
“에녹 씨 일이 늘어나게 됐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에 비하면 저만 항상 도와드릴 일이 적어서 오히려 마음이 더 가볍습니다.”
에녹은 오히려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기다 최근엔 아버지도 사정이 좀 괜찮아지셨는지 제가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곧 봉인을 풀고 나오실 것 같습니다.”
“정말요? 기쁜 소식이네요.”
나에게 무리하게 도움을 주느라 성좌력을 많이 소모했던 탓에 자신의 영역에 스스로를 봉인해 한동안 타의적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던 카인이었다.
그런 카인의 사정이 나아졌다니,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것도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제 덕분이라뇨?”
“사장님의 명성이 올라가면서 아버지의 인지도도 함께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아니, 보통은 반대 아니야?
성경에 나오는 그 ‘카인’ 때문에 내 인지도가 올라가는 일은 있겠지만, 나 때문에 ‘카인’의 인지도가 올라간다니?
“인간으로 태어나 죽기도 전에 일시적이라지만 신화급 성좌가 된 자, 그리고 외신들의 간첩을 알아채고 직접 잡아내기까지 한 자.”
“그 부끄러운 소리는 그만 좀 하고 이유나 설명해 주세요.”
듣기만 해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내 업적이 에녹의 입에서 흘러나오니까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
그런 나를 보며 에녹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의 명성이 올라갈수록 사장님을 처음으로 발견한 아버지의 명성이 같이 올라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네?”
“숨겨진 인재를 발굴해 낸 선각자라고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카인은 내가 처음으로 마력이 깃든 요리, 코카트리스 삼계탕을 만들었을 때 내게 접촉을 해온 첫 번째 성좌였으니까.
하지만 풀 향이 나는 고기를 먹고 싶었을 뿐인 카인과 어떻게든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어줄 존재를 찾던 그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선각자나 인재니, 나에겐 낯부끄러운 소리였다.
“그런 걸로 풀려나다니 카인 님도 어이없어하시겠네요.”
“뭐, 사실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하자, 에녹이 표정을 굳혔다.
“성좌들의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전쟁이요? 설마 성좌들끼리 전쟁이라도 벌이는 건가요?”
“아닙니다. 외신과의 전쟁입니다.”
디오니소스가 외신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발각되자 성좌들의 여론도 발칵 뒤집힌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의심 가는 성좌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꽤 많은 수의 성좌가 간첩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성좌들 사이에 숨어있던 타락한 성좌들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에녹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좌들의 관계가 항상 좋은 건 아니라 해묵은 원한들이 계기가 된 모양입니다.”
“아.”
하긴, 신화를 보면 항상 대립하는 신들이 나오게 마련.
토르와 로키, 아누비스와 세트 등등 성좌들끼리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건 흔한 일이었다.
당장 디오니소스, 아니 자그레우스도 최고신의 자리를 제우스에게 빼앗긴 원한을 속으로 품고 있다 타락하게 된 거였으니까.
“덕분에 외신들과 싸울 성좌들의 전력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참전이 절실히 필요한 다른 성좌들이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최초의 살해자]라는 타이틀은 꽤 강력할 테니까요.”
카인은 최초로 사람을 죽인 타이틀을 가진 성좌.
아마 신격의 특성상 전투는 둘째치더라도 상대를 죽이는 것에는 매우 특화되어 있을 터였다.
본인은 그걸 잘 원하지 않지만.
“네. 그래서 미카엘 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대천사 미카엘이요?”
나는 에녹의 말에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대천사 미카엘.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이르는 4대 천사 중 하나이며,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천사로 손꼽히는, 그리고 가장 유명한 천사가 바로 미카엘이었다.
미카엘의 가장 유명한 신화는 그가 기독교의 신 ‘야훼’의 대행자로서 직접 악을 물리치는 전사라는 것이었다.
천사 중에 반란을 일으켰던 사탄을 쓰러뜨린 천사도 미카엘이었고 악마의 계책에 맞서 교회와 신도들을 보호하는 것도 미카엘이었다.
오죽하면 하느님과 예수, 그리고 성모 마리아 외의 대상 중에선 유일하게 미카엘에게 바쳐지는 기도문이 있을 정도.
이른바 ‘신의 대전사’ 미카엘이 카인의 참전을 원해서 나설 정도라니.
생각보다 성좌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탓에 아버지께서 풀려나셔도 당분간은 식당으로 오시진 못할 것 같습니다. 바로 전쟁 준비에 들어가셔야 해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건 좀 아쉽네요. 다른 성좌 분들도 발길이 뜸해지겠어요.”
나는 ‘연성 주점’을 만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내 고객들의 사정이 힘들어졌다는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카인뿐만 아니라 나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성좌들도 전장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달래주는 건 오히려 아버지가 전장에 나가게 된 에녹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지는, 그리고 성좌들은 강하니까요.”
이미 외신들의 공격을 2천 년이 넘게 막아내고 있다며, 나를 안심시킨 에녹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다 사장님께는 성좌들만 손님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평범한 인간 손님들도 계시죠.”
에녹의 말대로 ‘신야식당’의 손님인 성좌들만 내 손님인 게 아니었다.
낮에는 낮대로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해야지.
“자, 그러면 성좌들이 주신 술과 음식으로 장사를 시작해 볼까요?”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스페셜 메뉴가 있으니까 서둘러야지.
치맥보다 더 맛있는 조합, 피맥이 바로 이번의 신메뉴였다.
* * *
“여기 ‘더 보스’ 하나요!”
저녁이 되자 안 그래도 분주했던 ‘연성이네’가 평소의 몇 배는 될 정도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당연히 이번에 새로 출시한 세트 메뉴, ‘더 보스’ 때문.
무려 라구티스가 만든 에일과 양미리의 치즈로 만든 마르게리타 화덕 피자로 구성된 세트였다.
이탈리아 하면 역시 마피아 아니겠어?
마피아 보스의 저녁이라는 느낌으로 구성해 본 세트였다.
“라구티스 에일 두 잔 더 주세요!”
처음에는 원래 술을 안 팔던 ‘연성이네’가 갑자기 술을, 그것도 수제 에일 맥주를 판다고 하니 다들 신기해서 시키는 정도였다.
“이게 무슨 맛이야? 난 맥주는 다 밍밍하고 탄산만 강한 건 줄 알았는데, 너무 맛있어!”
“그건 라거라서 그런 거고. 이건 에일이야.”
손님들은 라거와는 다른 에일의 향과 맛에 감탄을 터뜨렸다.
후후, 저럴 때는 내가 가서 설명해 드려야겠네.
에일과 라거의 차이는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 그리고 발효 온도와 효모의 차이가 있는데 말이죠, 그것보다도 홉의 양과 맛이······,
“마스터, 지금 주문 밀린 거 보이시죠?”
“······설명은 에녹 씨한테 맡길게요.”
손님이 갑자기 밀려오는 바람에 빵집에서 피자를 구워서 계속 나르고 있는 미야의 서늘한 눈빛에 나는 설명의 재미를 포기하고 에녹에게 배턴을 넘겼다.
그래, 에녹처럼 잘생긴 꽃미남이 설명해 주는 게 손님들도 더 좋아하겠지.
“자, 여기 피자요. 가서 구워주세요.”
“금방 구워서 가지고 올게요.”
‘연성이네’ 주방에는 화덕이 없었기에 이렇게 파트를 나눠서 피자를 구울 수밖에 없었다.
주방에서 내가 피자 반죽에 토마토소스와 신선한 모차렐라 치즈, 마감람유와 던전 바질을 올려 완성하면 미야가 2층 빵집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서 다시 가지고 내려왔다.
그리고 아직 뜨거울 때, 내가 마력을 태우고 컷팅을 해서 손님들에게 나간다.
“와, 피자 폼 미쳤다.”
“야, 찍지 마.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란 말이야.”
“아니, 그래도 이걸 어떻게 안 찍어? 예술 작품 수준으로 예쁘게 나왔는데.”
마르게리타 피자가 보기 예쁘긴 하지.
한국이나 미국식 피자처럼 재료가 잔뜩 들어가서 푸짐해 보이는 것과 달리 정통 나폴리 피자의 대표인 마르게리타 피자는 녹색과 적색, 흰색이 선명하게 두드러져서 보기 예쁜 음식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들 하지만, 마르게리타 피자는 진짜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켜 주는 피자였다.
이런 마르게리타 피자의 유래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왕비가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나폴리 사람들이 왕비에게 바치기 위해 녹색의 바질, 백색의 치즈, 적색의 토마토소스를 사용해 이탈리아 국기처럼 피자를 만들어 바쳤다고 한다.
모양뿐만 아니라 맛도 훌륭해서 왕비가 이 피자를 제일 좋아했었고 그 덕분에 왕비의 이름을 따와서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불렸다고 한다.
······는 나중에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 낸 허구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건 사실이니까.
“전 맥주에 당연히 치킨인 줄 알았는데 피자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어요.”
“에일 맥주라 그렇습니다. 에일 맥주는 라거와 다르게 쌉싸름한 홉의 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짭짤한 치즈와 함께 먹으면 좋은 페어링이 되죠.”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에녹의 설명대로 마르게리타 피자에는 홉의 향이 강하게 나는 에일이 잘 어울린다.
홉이 많이 들어간 라거도 괜찮고.
“······나도 잘 설명할 수 있는데.”
요리하면서 손님과 소통하는 걸 즐기는 나로서는 주방에서 피자만 만들어야 하는 지금 상황에 입을 삐죽였다.
바쁜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지금 내가 손님을 맞아선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음? 이건 ‘연성 주점’으로 가는 거네. 에녹 씨······, 바쁘구나.”
홀에서 손님들을 접객하느라 바쁜 에녹을 대신해서 내가 ‘더 보스’ 세트를 들고 3층 루프탑 바로 갔다.
가을밤의 선선한 날씨와 아름다운 야경, 그리고 감성 넘치는 인테리어에 반한 손님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그 앞으로 가서 웃으며 ‘더 보스’ 세트를 내려놓았다.
“기다리셨습니다.”
“아, 사, 사장님. 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윽. 역시나 이렇네.
잠깐이지만 성좌가, 그것도 신화급 성좌가 된 여파가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최소 권속들인 우리 직원들이나 S급이 넘는 헌터들은 괜찮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나를 보면 마치 ‘성자’를 대하듯이 어려워했었다.
그게 성좌들을 대하는 평범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태도라고는 하지만, 손님들과 대화하길 즐기고 장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네? 아, 네······.”
결국, 나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게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 * *
“다들 고생했어요.”
나는 오랜만에 미어터질 정도로 많았던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진 직원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도원향]으로 돌아가는 직원들과 달리 발걸음을 옮겼다.
“마스터, 집에 안 가고 어디로 가세요?”
“아, [서천 꽃밭]에 가서 벌들 좀 보고 가려고요.”
내 말에 직원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손님들과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상심한 걸 저들은 알겠지.
나는 그들을 먼저 보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서천 꽃밭]으로 들어갔다.
“······그런 일이 있었어. 너희는 내가 안 무섭니?”
내가 들어가자 부웅부웅 날며 반겨주는 던전 보석 벌들을 보니 이 친구들은 날 무서워하진 않는 모양이었다.
“고맙다. 너희마저 날 피했으면 솔직히 상처 입었을 거 같아. 설기 녀석이 예전만큼 달려들지 않거든.”
설기 본인은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춘기가 온 것도 아니니 내 몸에 남아있는 기운이 설기에게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키이잉!”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그동안 내가 술 만드느라 바빠서 신경도 못 써줬는데, 너희는 날 위로해 주는구나.”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성좌가 되어 벽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을 잠시 엿보고 왔던 경험 때문일까, 이상하게 던전 보석 벌들의 울음소리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더 위로가 되었다.
“그나저나 여왕벌은 잘 자라고 있나?”
그동안 신경 못써준 대신 지금이라도 챙겨줘야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왕벌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왕대를 톡 건들었을 때였다.
[‘행복을 먹게 하는 주방의 지배자’의 잔재가 여왕벌의 왕대에 흡수됩니다.] [여왕벌 ‘크리스털 퀸’이 신화급 성좌의 잔재에 반응해 깨어납니다.]내 몸에 남아있던 성좌의 잔재를 모조리 흡수한 여왕벌의 왕대가 무지갯빛 기운을 내뿜으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여왕의 귀환이었다.
보석 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