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69
이노는 헬리오스의 근엄한 표정을 흉내내면서 입을 연다.
아폴론과 나, 둘 중에 누가 태양 마차를 모는지 궁금하느냐?]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그래서, 어느 쪽이···”
[번갈아가면서.]“···.”
[하루는 내가 내 마차를 몰고, 다른 날에는 아폴론 그 아이가 자신의 마차를 몬다.]“···.”
“그렇게 말해주시던데?”
방금,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를 보고 자랐던 수많은 아이들의 의문이 하나 풀렸다.
내가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하고 있자니 이노와 헥토르가 날 이상한 놈 보듯 쳐다본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분명 헬리오스에서 아폴론으로 태양신의 세대 교체가 되었다고 쓰여 있었는데 헤라클레스의 일대기에서든 어디서든 간간히 얼굴 비추는 헬리오스의 존재는 모두에게 미스테리였다.
물론 신화학적으로는 각각의 지역신이 하나의 체계 안에 통합되고 어쩌고 신격이 동화되기도 하고 분리된 채로 남아있기도 하면서 저쩌고 하는 더럽게 재미없는 답이 나오겠지만 어린이들이 바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번갈아가면서.’
이 얼마나 아름답고 명쾌한 여섯 음절이란 말인가.
“크흠, 파리스, 오이노네.”
“예, 형님.”
“왜요?”
“그보다는 더 급한 게 있을 것 같은데.”
황홀해하는 나와 의아해하는 이노에게 헥토르가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가 손가락을 들어 저 바깥쪽을 가리키자 방금 헬리오스가 던진 황금 잔이 보인다.
분명 아까 헬리오스는 그 잔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던졌다. 그게 지금 우리 눈에 보인다.
“과연, 신물(神物)이구나.”
“엄청 신기하네!”
“···오.”
그러니까, 엄청 커졌다는 것이다.
바다 위에, 커다란 대야처럼 둥둥 떠있는 채로.
“파리스? 저것 타도 되는 것 맞니?”
헥토르가 황금 잔 쪽으로 움직이려는 내 팔을 잡고 내게 속삭인다.
그럴 만하다.
헥토르는 해상무역의 중심지인 트로이아의 왕자고, 어느 정도는 항해에 조예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금 헬리오스가 던진 황금 잔은 분명 한 쪽에 기다란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지금도 저 황금 잔은 그 손잡이 쪽으로 기울어 있고.
누가 봐도 무게 중심이 안 맞는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전번에도 얘기했지만 이미 선례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흐으음.”
“이미 헤라클레스가 시도한 방법입니다. 바로 이 황금 잔을 타고서 저 거대한 바다를 건너 게리온의 섬으로 갔습니다. 그 영웅이 말입니다.”
나는 해안가로 걸어간 다음 집채만 한 크기의 황금 잔에 올라탔다.
이노 역시 내 옆에서 폴짝 뛰어들었고 둘이서 온 사방이 반짝거린다고 이리저리 즐겁게 떠들었다. 아이네이아스는··· 뭐야, 언제 탔어?
잔의 한 구석에는 자루가 하나 있었는데, ‘섬을 떠나기 전까지 풀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 외에는 특기할 만한 것도, 살펴볼 만한 것도 없었다.
다만, 헥토르는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 만연하다. 씁, 생각만큼 헥토르가 용맹하지 않은 건가?
그럼 굳이 힘캐에게 사자 가죽 준다고 헥토르를 데려올 이유가 없었는데. 차라리 데이포보스를 데려올 걸 그랬나.
“음··· 일단 타기는 타겠는데, 이 배··· 비슷한 것 곳곳을 살펴보지. 혹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어차피 사람 하나를 잠시 기다려야 하니, 별 문제 없습니다. 한번 둘러보시죠?”
“파리스 님!!”
오, 타이밍은 좋다.
저 멀리서 뭔가 짐을 한 보따리 싸들고 뛰어오는 사람이 보인다.
“아노이토스!! 빨리 타게!!”
“옙! 탔습니다! 크흠. 아, 오이노네 님, 여정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분은··· 아이네이아스 님이십니까?”
“아, 나, 나는 신경 쓰지 말게···.”
“아··· ”
“여기, 이쪽이 내 형님이신 헥토르이시네. 인사하지.”
“아, 일전에 뵌 적은··· 있었지요···.”
순간 아노이토스의 머리가 멍해진 듯하더니 헥토르를 향해 또각또각 걸어가서.
무릎 꿇는다.
“헥토르 님에 대한 말씀은 정말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희 주군과 함께 인어를 무찌르신 무용담은 항상 기억하고 새기고 있습니다. 펜테실레이아와 무를 겨루셨다 들었는데 그에 대한 질문도 참 많지만, 무엇보다도 전차에 대해 여쭙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두 말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신마(神馬)의 혈통을 이어받은 말들의 신장은 어떻게 되는지, 차축을 안탄드로스제 강철로 새로 만든 뒤에 승차감은 어떻게 다른지, 여태껏 펜테실레이아 말고도 마주한 영웅이 또 있었는지 같은···”
“···이번에, 텔라몬 님께 단검을 건네드리기로 한 것이 자네의 공로가 컸다 들었네.”
“아닙니다. 모두 제 주군께서 영명하신 덕분이지요.”
“질문에 대해서는··· 이 배의 상태만 점검한 뒤에 다시 살피도록 하지.”
헥토르는 아노이토스의 귀기 어린 눈을 애써 피하며 내게 시선을 돌린다. 나는 헥토르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형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별 문제 없을 겁니다. 보십시오? 저기 아래로 기울어서 불안하던 손잡이 부분도 이제 배의 선수처럼 위로 자연스럽게 치솟지 않습니까? 바닥도 수평해지고···”
···
이상하다.
손잡이 쪽으로 기울어 있던 황금 잔이 이제는 거꾸로 손잡이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급히 손잡이 쪽을 돌아보자 아주, 아주 가느다란 실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은 황금 잔의 손잡이에 묶여있고 나머지 하나는 저기, 위, 쪽에···
···.
[다들 탔다면.]태양 쪽에, 연결돼있다.
[출발하지.]“예?”
급작스레 울려퍼지는 헬리오스의 목소리에 나는 그렇게 한 마디 대답을 내놓았고.
헬리오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출발했다.
그러니까.
“어어··· 어어어···.”
태양마차가 지구를 공전하는 그 속도대로.
“어어어어어어!!!!”
“끄아아악!!!!”
“다들 난간 붙잡아!!”
방금의 생각은 수정하겠다.
헥토르 형님은 겁이 많았던 게 아니라, 신중했던 거다.
나는 헤라클레스가 아니다. 아마 헤라클레스라면 여기서 아주, 아주 안락한 여행을 즐겼겠지만 힘이라면 모자라지 않는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도 겨우 난간을 붙들고 몸의 균형을 유지했고.
“끄아아아악!!!!”
“붙잡아!! 여길 붙잡아!!!!”
이노와 나는 관성에 따라 황금 잔 뒤쪽 벽에 붙어, 압도적인 가속도를 느끼며 뒹굴었다.
“으, 으하하하하!! 헤라클레스가 탔던 황금 잔이다!!!! 나, 나는 죽어도 좋다!!!!!!”
···저 미친 새끼.
나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아노이토스의 광소 외에는 시간도, 공간도, 그 무엇도 제대로 감지할 수가 없었다.
몸을 감싸는 감각은 오직 속도감, 압도적인 속도감뿐. 이런 기분은 부산에서 택시를 탔을 때 이외에는 느껴본 적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한참이나 내달린 뒤에야 황금 잔은 감속을 시작했다.
“끄악!”
“파리스! 니 가슴에 머리 부딪혔어!”
“헤라클레스 님께서 나를 보우하신다!!”
물론 감속할 때도 승선감은 시원찮았다.
분명, 뭔가 메시나 해협과 지브롤터 해협 같은 걸 지나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더럽게 빨랐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이 분명하다.
···어어, 아니다. 한 가지 더 있다.
“우엑.”
“이노, 등 두드려줄게.”
“개, 갠찬아, 나오는 건 없으니가.”
“우엑.”
“드, 등 두드러 져? 너 짐가방에 물병 있던데 그거 줘?”
“···아니. 너도 그 물은 마실 생각도 하지마.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더럽게 어지러웠다. 마치 콩코드 여객기를 오픈카로 만들어 타고 다닌 기분이다.
그렇게 이노와 내가 몇 번씩이나 헛구역질을 하고, 보다 못한 헥토르가 우리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우리 세 사람은 천천히 눈앞의 해안에 내렸다.
그러자 황금 잔은 다시 손잡이 쪽으로 기운, 평범한(?) 황금으로 된 배가 되었다. 배 한 구석에 놓인 자루는 무사했고, 손잡이 부분을 보니 아까까지 태양 마차와 연결되어 있던 실은 끊어져 있었다.
그제야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문제가 떠오른다.
“···어떻게 돌아가지?”
“···.”
“···.”
“···.”
“···.”
여기는, 아마도 헤라클레스가 때려부순 지브롤터 해협 너머.
대서양 어드메.
한 이름 없는 섬이었다.
“이름 없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는데.”
헥토르는 조심스럽게 해안 한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이노가 그쪽을 바라보니···
거대한 개의 해골이 보였다.
머리가, 두 개인.
게리온의 섬, 에리테이아 섬에 도착했다.
세상의 끝 (2)
언제나 그렇듯 아카이아는 영웅들의 땅이다.
그들은 약 3,000년 뒤 어느 문필가가 이야기했듯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다.
별자리 위에 수놓아진 영웅의 흔적들은 그들에게 불멸의 영광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익숙하고도 모험으로 가득 찬 그 길 위를 걸으며 자신 또한 영웅이 되는 꿈을 꾸었다.
이아손이, 헤라클레스가, 테세우스와 다른 모든 영웅들이 그러했듯 그들은 바다로 나아갔다.
무용으로써 쟁취하고, 지혜로써 지켜냈으며, 고결한 영혼으로써 그 이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즉, 칼로 약탈하고, 튈 수 있을 때 잘 튀었으며, 그렇게 목숨이 간당간당한 속에서도 야수의 심장을 간직한 채 다시 제 버릇 못 버리고 바다로 나갔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연 없는 범죄자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아카이아인들도 그렇다.
그들의 땅은 물론 별처럼 수많은 도시국가들을 존속시킬 만큼은 풍요롭다.
그러나 평야는 산과 계곡으로 조각조각 나 있고, 저기 아이깁토스나 메소포타미아 같은 ‘문명세계’에 비하자면 이 땅의 비옥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의외로 쉽게 만족한다. 편의점 도시락과 방 한 칸으로 삶을 살아가며, 자전거로 통근하면서도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인스타에서 누군가 파인 다이닝을 즐기고, 펜트하우스의 널찍한 공간을 향유하며, 벤틀리로 출퇴근하는 꼴을 보기 전까지.
아카이아는 자고로 최초의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의 원칙을 꽃피운 땅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한 것도 없으면서 자기보다 잘 사는 인간들이 있을 때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대나무가 없는 고로 그들은 죽창 대신 목창을 들고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인스타에서 플렉스하던 아이깁토스 놈들과 메소포타미아 놈들을 죄다 죽였다.
그 중 기가 막히게 잘 죽이는 놈들을 올림포스의 신들은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전쟁과 약탈과 ‘무역’은 그들의 사명이 되었다.
개중에서도 일인자는 역시···
“끄아아아아아아악!!!!”
“파리스으으으으!!!!!!”
“으, 으히긱! 히히기긱!!!! 나를 헤라클레스께서 보우하신다아아아!!!!”
알크메네의 아들.
“맙소사, 자네들 방금 보았나?”
“포세이돈께 맹세코 내가 본 황금 배를 자네들도 못봤으면 내가 미쳐버린 걸세.”
“축하하네. 자네는 미치지 않았으니···.”
헤라클레스.
하루치 ‘무역’을 마치고 에게 해를 여우로이 떠돌던 아카이아인 선원들은, 괴성을 지르며 스쳐지나간 ‘무언가’를 보고 서로들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황금 잔.
그것도, 서쪽을 향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황금 잔.
모든 아카이아인들은 어릴 적부터 위대한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난다.
그가 행한 모든 위업들, 해수구제사업, 약탈과 학살, 임금체불에 대한 단호한 연대와 응징 등등은 이제 모든 아카이아인들이 그대로 뒤따라야 할 하나의 ‘이상’이었다.
당연히 그 위업 중에는 가만히 잘 살던 목축업자 게리온을 쳐죽이고 양떼를 훔쳐온 그의 열번째 과업 역시 포함된다.
그들 모두가 헬리오스를 협박해 황금 잔을 타고 서쪽으로 떠나 게리온의 섬에 도착한 헤라클레스의 모험을 알았다. 모든 아카이아인들이 그때 그가 지녔던 기개와 용기를 지니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완전히 똑같은 짓을 해낸 사람은 없었다.
방금 전까지는.
여기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고향으로 돌아가 나누지 않는다면 그는 심장이 뛰는 아카이아인이 아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입다물 수 있다면 그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까 황금 잔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뭔가 괴성을 지르는 사내와 나머지 사람들을 싣고 갔다니까!!”
그러니 이오니아 해부터 에게 해까지. 동쪽의 에우보이아에서 서쪽의 엘리스까지, 북쪽의 포키스부터 남쪽의 메세니아까지.
“헤라클레스의 영광이 재현되었다!!!!”
이 소문이 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 아카이아의 저잣거리에서 쑥덕거리는 사람들 절반은 황금 잔에 대해 말하게 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헤라클레스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애초에 이 시기의 왕이란 21세기의 동네 읍장과 위상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다. 저잣거리에서의 소문은 곧장 왕궁으로 직행한다.
그리고 이 시대의 왕들이란 사방으로 돌아다녀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이들이다. 테세우스가 아테네의 왕으로서 온갖 곳을 돌아다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소문에 대해 해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찾아갔다.
그들은 헤라클레스의 가장 지친했던 벗에게 찾아갔다.
그는 바로···
“텔라몬 님?”
“이 사태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만약 헤라클레스 님께서 드높은 천상에서 내려오셔서 무언가를 역사(役事)하시는 것이라면···”
“그런 건 아닐세.”
살라미스의 왕 텔라몬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자제력을 쏟아부으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누르고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트로이아의 어떤 미친 놈과, 그의 군주.
그 미친 놈이 건네준 단검을 군주가 다시 건네주어서 받게 된 텔라몬.
단검과 함께 이어진 감동적인 연설, 그리하여 그가 부탁한 선물이자 과업.
그 모든 과정을 들으며 아카이아인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아니할 수 없었다.
아! 올림포스의 신들께서 불의한 인간들을 버리셨단 말은 모두 거짓이다!
세상에는 저렇게 위대한 사내가, 저렇게 아름다운 사내가 있다!
그는 새로운 별자리를 썼고, 이제 새로운 영웅 전설을 써내려 간다! 그것도 트로이아인인데!
그렇다면.
“아카이아인으로서 어찌 가만 있겠습니까!”
“위대하신 분의 벗이시여, 트로이아의 정복자시여! 부디 저희에게도, 저희에게도 과업을 주소서!”
“신들을 기쁘게 하고 인간들을 영광되게 할 과업을 부디 저희에게도 나눠주십시오!!”
이때쯤 되었을 때는 이미 텔라몬의 자제력이 한계에 다다라있었다.
그래서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 약탈, 아니 정복되어야 할 땅은 아직도 많다네.”
그렇게 온 아카이아의 명예로운 군웅들이 텔라몬의 왕궁을 향해 순례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들아, 오레스테스야. 우리가 어디의 왕족이지?”
“미케네요!”
“우리 딸, 엘렉트라야. 헤라클레스 님께서 어디에서 과업을 받으셨지?”
“미케네요!”
“그러면 새롭게 모험에 대한 열풍이 부는데, 텔라몬 님 말고도 과업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지?”
“아버지요!!”
“아버지예요!!”
“그렇지! 내 아들딸들! 아주 똑똑해!!”
당연히 그 기회를 놓칠 아가멤논이 아니었다.
후발주자면서도 ‘원조’ 소리를 간판에 달아 이득 보는 음식점 사장처럼 아가멤논은 ‘진정한 과업의 땅 미케네’라는 한 구절을 아카이아 전역에 흩뿌렸고.
“미케네의 왕이시여! 저희에게 영광을 주십시오!”
“저희는 어디로 가야하겠습니까? 이 팔뚝의 힘으로 어떤 괴물을 잡고 어떤 강대한 적을 꺾어야 하겠습니까!!”
역시, 성공했다.
이것이 수완이었다.
***
멜리보이아는 에게 해에 접한 아카이아의 항구도시다.
그렇게 크지도 않고, 그렇게 강하지도 않다.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질 세계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도 않는다.
허나 이곳의 왕은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