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48
방금 전까지 곳곳에 누워 있거나, 입김을 불며 잡담까지 하던 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들 모두가 일반적인 인간이 겨뤄볼 수조차 없는 강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 기척만 느껴보더라도 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올 상대는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강할 터였으니까.
[···춥지는 않은가.]입구로 쳐들어온 도리아인들의 왕이 첫 마디를 끝내고.
“즉시!! 산개하라!! 이길 수 없다!!!!”
철쇄대원들의 판단 역시 끝났다.
대원들은 곧장 들고 있던 모든 투창과 화살을 쏘아낸 다음 각자 전부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무언가 폭발이라도 한 듯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들 뒤로도 수많은 이들이 진지 바깥으로 화살과 투창을 쏘아내기를 멈추고 화력이 쏟아지는 방향을 입구 쪽으로 틀었다. 십수 명이 쏟아내는 수십 개의 투사체가 오직 하나의 목포물만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후우우우우···.]공기가 얼어붙는 속도는 그보다 빨랐다.
몇 번의 칼질 소리.
몇 번의 기합 소리.
몇 번의 발길질 소리.
그것이 한 요새 안에서 이어지다가 멎었다. 도리아인들의 왕은 요새에 들어갔을 때는 깨끗한 몸이었지만, 빠져나왔을 때는 뜨거운 피로 온통 몸이 젖어 있었다.
겨울날의 차가운 공기에 드러난 혈액은 모락모락 김을 뿜었다. 클레이다이오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혈액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얼어붙은 피는 가루가 되어 땅바닥에 흩어졌다.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나.]그의 질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관 하나가 그에게 망토를 둘러주며 말한다.
[왕이시여, 송구하오나···]부관의 시선이 뒤로 길게 이어진 진지와 참호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아우성치며 화살과 끓는 물을 쏟아내는 적 병사들까지 눈에 들어온다.
화살 다섯 대까지 맞고도 무사하던 어느 도리아인 동포가 성벽의 벽을 두들기다가 결국 끓는 물에 맞아 녹아내리듯 쓰러진다.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클레이다이오스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나온 진지를 둘러본다. 목책과 참호를 두르고 석궁병 수십과 그들을 보호할 정예한 병사들 몇몇이 모여있던 진지.
이런 괴이쩍은 것들이 곳곳에 박혀 있으니 켄타우로스들의 기동이 방해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것들을 무시하고 겨우겨우 전진한다 해도 방금 클레이다이오스가 그랬듯 하나하나 확실히 처리하지 않으면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세례에 쓰러질 뿐이다.
결국 의기양양하게 나서던 켄타우로스들이 고기처럼 갈려나갔고, 남은 것은 이런 너절하고 번거로운 싸움뿐이었다.
[왕이시여, 이제는 물러서야 하겠···] [전진시켜라.] [하오나···] [그만.]끓는 물이 또 한 번 어느 도리아인 병사의 머리 위로 쏟아지려 한다. 그는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며 목놓아 외친다.
그리고 클레이다이오스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편다.
“어···어어? 이게 뭔···”
그러자 그 물은 얼어붙었다.
그 물이 담긴 솥을 던져버리려던 남자까지도.
그 모습을 경악하며 지켜보던 부관이 클레이다이오스를 돌아본다. 그러자 아카이아의 정당한 왕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나아갔다.
[내가 나서겠다.]***
“이··· 시발. 근위대원들 얼마나 죽었나?”
트로이아의 근위대는 지난 수년 동안 그 수가 대폭 늘었다. 거의 몇 배 수준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는 아니었다. 그동안 분열되어 있던 에게 해 전역이 하나의 통치권 아래 포섭되어 왔으니 각지에 흩어져 있던 인재들도 한 곳으로 몰리는 게 당연했다.
그 점은 안탄드로스의 철쇄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뱃길과 운하, 철도를 타고 은근히 퍼져나가는 알렉산드로스교도들과 파리스 본인의 재산까지 생각하면 철쇄대가 근위대보다 더 커지는 건 필연이었다.
“지금까지 죽은 숫자만 생각해보면, 어, 100명쯤 되지 않겠습니까?”
“철쇄대는?”
“그 반 정도 되겠죠.”
그럼에도 이 정도 피해는 곤란했다.
트로이아인들은 이 땅에서 무수한 적들을 도살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그만큼 많은 수의 적들이 또 다시 튀어나와 아카이아인이든 트로이아인이든 닥치는 대로 아군을 죽였다.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아군은 차츰차츰 해안으로부터 밀려났다. 벌써 꽤 많은 도시가 함락되었고 그만큼 많은 이들이 북쪽으로 이어지는 피난길에 합류했다.
-쿠콰콰콰쾅!!!!
“젠장!! 또 뭐야!!”
“시발. 이번에는 켄타우로스입니다!!!!”
“다들 창 들어올려!! 흔들리지 말고 쏴죽여라!!”
그 말에 성벽 가까이 있던 스파르타인들이 하나둘씩 투창과 석궁을 들어올린다. 그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스파르타의 여왕은 켄타우로스를 막아내기 위해 수많은 수단을 설계해 그 중 돈이 들지 않는 지식 등을 널리 뿌렸다. 보통은 알렉산드로스교도 사제들을 통해서 은밀하게.
거기다 시간을 벌어줄 미끼들에 투여할 자원을 돌려, 트로이아의 병사를 맞아들여 함께 싸울 도시들에 투자해 안탄드로스의 것보다는 단순한 석궁과 진지를 구축했다.
그것들은 켄타우로스에 대한 대책으로는 분명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그들의 적이 저 괴물들만 있는 게 아닌 이상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한계가 지금 들이닥쳤다.
[모두 죽여버려라!!!!] [우와아아아아아!!!!!!]북소리가 울리고 켄타우로스들이 달려들어와 나팔을 불어댄다. 수백의 말발굽 소리에 앞서 선두에 선 수십의 말발굽이 용맹하게 땅을 박차며 그들 등 뒤에 있는 보잘것없는 성벽을 부수러 온다.
“쏴라!!!!”
그러자 참호 뒤에 선 수많은 시민들이 각자 화살과 투창을 쏘아올린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켄타우로스들의 시신을 밟으며 또 다른 이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기도를 올린다.
제발, 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쉬이이이익!
그리고 공기를 찢어내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투창 하나가 선두에 서 있던 켄타우로스 하나의 머리를 터뜨린다.
그 다음에 선 켄타우로스는 목이 꿰뚫리고.
그 양옆에 켄타우로스들은 거기에 뒤엉켜 쓰러진다. 하나의 죽음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온다.
[거, 거리를 벌려라! 다시 거리를 벌려!!]켄타우로스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을 리가 없다. 보통은 서로 떨어져 질주하기 마련이던 그들이 합쳐지는 순간을 노린 것이다.
누군가가.
“근위대!!!! 그리고 철쇄대!!!!!!”
익숙한 목소리의 외침에 전사들이 희망에 찬 얼굴로 뒤돌아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그들과 함께 몇 번의 사선을 함께 넘은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들을 죽여라!!”
“우와아아아아아!!!!!!”
성벽에서 뛰어내려온 불사조 근위대장 테오가 칼을 뽑자 남은 철쇄대와 근위대 전원이 창칼을 뽑아들며 진격하기 시작한다.
또 한 번의 한바탕 싸움이었다.
“뒤, 뒤로! 성벽 안으로 들어가서 싸워라!”
“불사조 근위대장이 왔다! 사, 살았다! 우린 살았어!”
“일단은 도시 안에 도망칠 사람들부터 도망치게 해! 폐광이나 다른 곳으로!!”
화살을 쏘아내던 스파르타인들은 급히 뒤로 빠진다. 저 괴물들과 초인들의 대결에서 그들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걸 아는 탓이다. 그들은 대신 뒤쪽을 향해 사격하며 아군을 엄호할 따름이었다.
어느새 이 도시에 설치해둔 참호도, 진지도 모두 적들의 기세에 잃어버린 뒤였다. 모두가 전력을 다해 싸웠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누구도 몰랐다.
하지만 근위대장이 왔다.
그들이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도망쳐야 할 이들이 도망칠 시간은 벌어다 줄 것이다.
[죽여라!!!!]“죽여버려!!!!”
적과 아군의 함성이 뒤엉킨다. 켄타우로스가 앞발로 어느 근위대원의 가슴을 짓밟고, 그 틈에 철쇄대원이 켄타우로스의 모가지를 잘라버린다. 도리아인 병사가 내뿜는 연기에 눈이 얼어버린 철쇄대원은 결국 더듬거림만으로 그의 심장을 찾아내 단도를 박는다.
혼란과 살육이 이어진다.
그리고.
-쿵!!!!
그 사이에서 테오는 할버드 한 자루에 의지해 달린다.
[빌어먹을 반역자드···]-서걱.
“난 아카이아인도 아닌데 누가 반역자냐!!”
도끼날로 도리아인의 목을 베고.
[망할 애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