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49
-콰직!!!!
창끝으로 켄타우로스의 이마를 꿰어버린다.
부리로 누군가의 옷깃을 잡아당겨 넘어뜨린 뒤 두개골을 밟아 으스러뜨리고, 창대로 두들겨패서 죽이고, 도끼날로 수많은 이들을 뼈째 베고 뭉개버렸다.
포다르케이아의 테오는 죽음이란 악기를 연주하는 시인처럼 능숙하게 전진했다. 그의 합류에 전장의 흐름이 다시 뒤바뀌고 있었다. 아군의 사기가 크게 높아지고, 철쇄대원들이 파리스를 향한 기도문을 외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우우웅.
···순식간에 그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는다.
갑자기 들려온 묵직한 공명음. 그 소리에 싸우던 이들조차, 목이 반쯤 잘린 이들조차 시선을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살핀다.
그러자 한 남자가 켄타우로스의 시체들 사이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테오는 왜 이 잘 방비된 도시가 이 꼬라지가 됐는지 깨닫는다.
“···하아, 시발. 웬만하면 정리가 빠르게 될 곳으로 먼저 오고 싶었는데.”
[걱정 마라. 정리 자체는 빠르게 이뤄질 터이니.]클레이다이오스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주위에 흩날리던 눈발들이 갑자기 얼음으로 단단히 굳어 길다랗게 뭉친다.
투명한 얼음 낫의 형태로.
[너는 이곳에서 죽어 묻힐 것이다.]도리아인들의 왕이 테오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후우우우우우욱!!!!!
그것은, 힘 자체가 되어 근위대장에게 날아들었다.
-쾅!!!!!!
그 순전한 충격에 테오는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는다. 단 일격만에 그의 갈빗대 중 어딘가가 상처입었음을 느낀다.
심지어 제대로 몸을 틀어 창대로 그의 공격을 막아냈는데도 이렇다.
[막아내다니··· 훌륭하구나.]그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이 주위에 퍼진 냉기의 ‘농도’가 짙어지는 듯하다. 동시에 아군의 기세는 줄고 적군의 기세는 등등해진다.
아.
‘저것’ 덕분에 이 전투가 뒤집혔군.
테오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본다. 클레이다이오스의 투명한 낫날이 다시금 번뜩이며 그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저 얼음으로 된 날이 어떻게 강철 할버드를 이겨내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단지 자신이 할버드를 내질렀고.
그 할버드가 도끼날부터 창대까지 통째로 잘려나갔으며.
그 스스로가 죽음을 느꼈다는 사실밖에, 테오는 알지 못했···
-쾅!!!!!!
[···뭐지?] [무엇···이겠느냐.]-딸랑.
기억 저편에서부터 들려오는 방울소리.
테오는 일순간 주저앉아버릴 뻔한다.
할버드가, 파리스가 직접 만들어준 할버드가 쪼개졌다. 분명 그는 죽기 직전이었다. 낫날이 그의 목에 살짝 스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살았고.
그와 도리아인들의 왕 사이에는 반쯤 해골이 된 병사 하나가 서 있을 뿐이었고.
[누가··· 감히 나의 앞에 서느냐.]그 병사의 입에서는 푸른 빛의 숨결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이손의 아들, 이올코스의 왕자이거늘···.]그 목소리는 하도 나지막해서 클레이다이오스와 테오밖에 듣지 못했다.
“이아손···”
그리고 테오가 아이손의 아들이자 이올코스의 왕자였던 이가 누구였는지 떠올리자마자 등 뒤에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건드린다.
테오가 뒤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의 ‘상인’이 보였다.
파리스 납치범.
“다, 당신은···”
[신들께서 오지 못하시니 내가 왔다.근위대장이여, 너는 병사들을 이끌고 몸을 피하라. 시간을 끌라]
‘상인’의 등 뒤로 시체 같은 얼굴이 여럿 나타난다.
모두, 시체 병사들이다.
라케다이몬 (5)
“하··· 젠장, 여기서 더 가면 스파르타의 영토가 나오는 게 맞나?”
“물론입니다! 제가 수십 번도 더 넘게 오간 길입니다!”
“파리스, 들으셨소? 곧 있으면 나온다 하는데!!”
“···들었소.”
스파르타에서 결국 예견되었던 싸움이 터졌다.
그 소식을 듣고 아카이아의 왕들이 가만 있을 수는 없다.
처음에야 파리스가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철쇄대 일부와 근위대, 테오와 헥토르만 보냈지만 이제 위협이 확인된 만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도 아마 북쪽에서 미케네의 왕 오레스테스와 아르카디아의 왕 아가페노르가 함께 스파르타로 지원군을 보내고 있을 테고, 서쪽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네스토르와 오디세우스가 함께 진격 중일 터였다.
동쪽에서는 이렇게, 디오메데스와 파리스가 함께 진군하고 있었다.
“적들은··· 아마 기동력으로 곧장 스파르타, 아르고스, 미케네 순으로 정복하려 했던 게 분명하오. 이렇게 스파르타가 시간을 끌어준 이상 주위의 지원군을 모두 모아 들이치면 그대로 승리요.”
“확실한 거 맞소, 파리스?”
“확실한 거 맞으니 불평 말고 걷기나 하시오.”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 대체 왜 하필 남쪽으로···.”
그들은 몇 개나 되는 고개를 넘었고, 몇 개나 되는 개울을 넘었다.
곧 있으면 그들은 스파르타에 도착할 것이었다.
곧 있으면.
***
[도리아인들의 왕이여, 너는 신들이 너를 위해 점지한 운명을 벗어났다.너는 반역자이자 신성모독자다. 너를 징치하기 위하여 우리는 왔다.]
상인이 외치며 손을 내젓자 반쯤 넝마 같은 갑옷을 걸친 시체 병사들이 하나둘씩 창칼을 들어 그에게 맞선다.
[아무리 너라 하여도 이들을 이길 수는 없겠지.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 안다면 말이다.] [···하. 신들이라.]클레이다이오스가 ‘상인’의 말에 이를 갈았다.
[나를 위해 점지된 운명이라 말했던가.] [그래. 넌 이탈리아 땅으로 가서 위대해질 운명이었···] [아니다.나의 운명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클레이다이오스가 상인의 말을 끊어내자 ‘상인’은 비웃듯 입꼬리를 길게 들어올리며 말한다.
[필멸자가 감히 운명을 논하느냐? 네가 운명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너보다는 잘 알지. 헤르메스의 수하야.] [···뭐?] [나에게 점지된 운명은.로마 따위가 아니었#$%#^$.] [···뭐라고?]
슬며시 몸을 피하면서도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테오는, 그 순간 공간이 구부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공기가 무슨 오래된 우유처럼 끈적해진다.
[···세계제국이라고? 로마의 평화(PAX ROMANA)라고? 나는 그런 것 따위 바라지 않는다. 본래 아프로디테의 가엾은 아들 따위에게 할당되어 있던 운명이 얼마나 위대하든 나는 바라지 않는다.]이해할 수 없다.
아니, 들을 수 없다.
그 혼란은 ‘상인’ 역시 느끼는지 차분하던 그의 얼굴이 일순간 사납게 일그러진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를···.] [‘운명’이다. 그게 운명이다. 이 어리석은 것들아.]이번에는 클레이다이오스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린다.
[이게!! 운명이다!!!!내가 운명을 어겨? 아니! 나는 운명의 집행자다! 모든 것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려놓고 있을 뿐!!
이 모순은 끝날 것이다!!] [네놈의 말은 여전히 모르겠군. 그 해괴한 소리가 훗날의 영광을 포기할 만큼 중요하더냐?]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