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존스 박사가 안내한 폭포는 30m가 넘는 넓이였다.
나이아가라폭포 수준은 아니지만.
동네 계곡의 폭포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
“대단하군…….”
드래곤 헌터에서도 이런 배경은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폴리곤이 튀거나 인조 그래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호라이즌은 완벽한 현실 그 이상.
폭포는 물론, 물가의 조약돌 하나조차도 현실과 똑같았다.
‘드래곤 헌터에서도 비슷한 풍경은 봤지만……. 이렇게 압도적이진 않았지.’
살짝 가슴이 먹먹해졌다.
현실로 돌아가도 이것만큼은 아쉬울지도?
-폭포를 본 적 없나? 이 녀석 은근히 촌티를 낸다니깐.
“카라미트 님, 혹시 독서 좋아하십니까? 같이 사흘 동안 탐독의 시간을 가질까 하는데…….”
-…….
단숨에 카라미트의 입을 닫은 뒤 존스 박사를 따라 샛길로 향했다.
콰콰콰! 폭포가 쏟아지는 옆으로 잠입.
“잠시 기다리게나. 자네 말대로 유적이 있다면 어딘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을 텐데…….”
존스 박사가 길을 찾기 시작했다.
흠, 그런데 이곳 원작 소설 묘사대로라면…….
“잠시만요.”
구석을 보던 나는 푸른 이끼가 보이는 벽에 몸을 세게 부딪쳤다.
원작 묘사대로라면 이 근처에서 플러시가 넘어지면서 벽에 부딪혔고, 그다음에…….
쿠르릉! 우묵한 벽을 친 순간, 틈 한쪽의 바위가 열리며 매끈한 복도가 나타났다.
“……어떻게?”
존스 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원작을 보고 알아낸 거라 할 수도 없고.
“퀘스트 내용 덕이죠. 자세한 건 비밀이 달려 있어서…….”
“아아, 알겠네.”
다행히 존스 박사는 별달리 추궁하지 않고 믿었다.
호라이즌의 세계는 온갖 콘텐츠가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 그 전에…….”
험험, 존스 박사가 헛기침을 했다.
“혹시 퀘스트를 다 한 다음에도 시간을 조금 내줄 수 있겠나?”
“네?”
“지난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미처 못 했지만, 이곳의 유적들도 꽤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 기록으로 조사해 두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네만.”
“아하.”
탐험가에게 있어 유적의 기록들은 엄청난 영예.
어차피 실제 이득은 얼마 없고, 금방 부술 곳이니 그 정도쯤이야 양보할 수 있지.
“알겠습니다. 전 사냥 하면 되니 그동안 원 없이 조사하시지요.”
“고맙네!”
그렇게 던전 안쪽 탐험을 시작했다.
깔끔하고 길게 이어진 복도.
모퉁이를 돌 때마다 괴성과 함께 인기척이 쇄도해 왔다.
크라락!
키에엑!
출몰하는 놈들은 비취 좀비와 비취 자이언트 고블린들!
“음, 몬스터군.”
막 해골병들을 움직이려는데 존스 박사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하지.”
촤라락, 멋들어지게 채찍을 꺼내 휘두르는 박사.
그 순간 채찍에서 일어난 금빛 강기가 뱀처럼 움직이며 비취 고블린들을 감쌌다.
“골든로즈 임페일 휩!”
크아아악!
스킬에 휩싸인 비취 고블린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채찍 스킬도 화려한데?
권총과 저격 총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채찍 스킬도 수준급이다.
하긴 탐험가에게 어느 정도의 무력은 필수.
톱급인 존스 박사이니 저 정도 실력을 갖출 만도 하리라.
“으라차. 자, 어떤가. 내 실력이?”
한바탕 무위를 선보인 존스 박사가 으쓱거렸다.
음, 그렇긴 한데…….
“박사님.”
“그래.”
“저 녀석들 안 죽었는데요?”
키아아아악!
채찍을 맞은 비취 고블린들이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몸 겉표면에 약간 상처가 있긴 한데, 그뿐이었다.
“아, 이 스킬의 유일한 약점이 저거라네. 시전 시간이 길고 대미지도 약한데, 마나가 좀 많이 드는 것뿐이지.”
-세 가진데?
“세 가진데요?”
아무튼 존스 박사의 전투력을 확인했으니 이제 대처할 차례.
달려오는 몬스터들 앞으로 스켈레톤 블랙 나이트들이 일렬로 늘어섰다.
“처리해.”
지상에서 사냥을 하며 강해진 덕분일까.
명령을 받은 해골병들은 어렵지 않게 몬스터들을 잡았다.
“박사님. 대체 그 스킬은 왜 쓰시는 겁니까?”
“크흠, 아무튼 멋있지 않나. 그거면 됐지.”
“…….”
존스 박사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헛기침을 했다.
그 후로도 계속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잡으며 탐사를 진행해 갔다.
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난관은 몬스터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통로를 넘던 중.
파앗, 갑자기 눈앞으로 공중에 뜬 길들이 나타났다.
“구조를 보니 다섯 길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 같은데,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구조일세.”
존스 박사가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공중부양 마법이나 도구를 써서 건너가는 것도 막혀 있는 것 같고…….이 를 어떻게 한담.”
턱을 괴고 고민하는 모습.
그런데 내가 볼 땐 굳이 저렇게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
“박사님.”
“음? 왜 그러나.”
“그냥 이렇게 한번 해 보죠. 해골병들, 나다 싶으면 전진.”
“딸그락!”
해골병들을 각각의 길로 전진시키자, 잘못된 길을 밟은 해골병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결국 한 구의 해골병이 출구에 다다랐다.
“네 번째 길이군요. 가시죠.”
“어? 어어.”
존스 박사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따라왔다.
다른 일반 유저들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
네크로맨서 클래스이기에 가능한 공략이었다.
‘한데 어째서 인간 시체가 있지?’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혹은 함정 주변을 볼 때 가끔씩 연식이 얼마 안 된 해골들이 보였다.
굳이 몬스터를 잡지 않아도 되는 건 좋긴 한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시체가 있단 건 저 시체들이 침입자로 있었다는 건데…….’
즉 이 던전 안에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는 뜻.
그리고 대개 그런 놈들과 마주쳤을 때 백 중 구십은 전투로 이어졌다.
‘활빈당이나 아크, 어쩌면 파이브스타 길드가 있을 수도 있겠군.’
어느 쪽이건 니케 성소의 물건들을 쓸어내고 신전을 부수는 건 힘들어질 거란 불길한 전망!
‘이시우 직속이 아니면 질 것 같진 않은데…….그래도 일단 대비는 해 둬야겠군.’
***
구어어억! 구어억!
비취 홉고블린 로드.
일반 홉고블린의 모습에 비취와 금속으로 표면을 덮은 이 몬스터는 던전 상층부의 보스라 할 수 있었다.
무려 레벨 350의 고레벨.
급으로 치면 중간 보스인 이놈의 온몸에는 창칼 수십 자루가 박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척추를 약간 비켜 맞은 커다란 창.
홉고블린 로드가 움직일 때마다, 그 창 때문에 하반신과 상반신 사이의 균열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멍! 멍!”
“저쪽이군.”
도망치는 홉고블린 로드를 발견한 복돌이가 짖었다.
중간 보스답게 저항이 거셌고, 그 때문에 벨이나 페넬로페, 블랙 나이트들도 피해를 꽤 받았다.
그래도 그 덕에 놈을 코너로 몰아넣은 상황.
이제 잡기만 하면 된다.
“뭐야!”
“적이다!”
그때였다.
막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홉고블린 로드 맞은편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설마 저곳에 사람이 있나?
“가 보죠.”
“알겠네!”
“멍멍!”
해골병들과 함께 전진하자 곧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안에는 여러 개의 천막이 있었는데, 그 앞으론 십수 명의 사람이 스킬을 쓰고 있었다.
대상은 다름 아닌 홉고블린 로드.
잠깐만, 저거 내 건데?
캐애액!
거의 다 죽어 가던 홉고블린 로드는 공격을 받자마자 쓰러졌다.
그렇게 놈을 쓰러뜨린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적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공격해!”
다짜고짜 선제공격을 해 오는 플레이어들!
동시에 포위진을 형성하며 화살과 마법을 내쏜다.
“선제 공격 PK라…….”
해골병들이 방패를 내세우고 방어 진영으로 들어갔다.
꽤 본격적인 놈들 같은데.
던전에서 플레이어를 만나면 싸우게 될 것 같더니만, 확실히 예상대로다.
“뭐, 나야 환영이지만.”
플레이어는 잡으면 경험치도 더 주고, 악명이나 스테이터스 상승 폭도 높다.
그래도 무턱대고 학살하는 건 빌런이나 하는 짓거리기에 자제해 왔는데. 이 경우는 얘기가 다르지.
“복돌아, 물…….”
막 공격 지시를 내리려는 순간.
존스 박사가 후방에서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휴우, 겨우 따라잡았구먼! 너무 빠르단 말일세!”
“어?”
존스 박사를 본 포위진 인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맞은편의 사람 중 한 명,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쪽을 보고 외쳤다.
“존스 님? 님이 왜 여기에?”
“으엉? 누구…….”
“저 이성봉인입니다! 박사님이 어째서 여기에…….”
“존스님? 존스 님도 탐사대 멤버셨어?”
“아니, 우리랑 따로 오신 거 같은데.”
아무래도 존스 박사와 이 사람들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쩝, 제대로 PVP 한번 해 보나 했더니 김이 샜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헉……. 적인 줄 알았습니다.”
“이 친구는 내 동료일세! 어서 무기를 내리고 사과드려.”
“아……. 이런, 정말 죄송합니다. 다친 덴 없으신지요?”
곧바로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이성봉인이라는 남자.
올렸던 손을 내리고 보자 인원들의 복색이 보였다.
흠, 지금까지 만났던 고레벨 플레이어들관 조금 다른걸.
화려한 장비 세트로 도배했던 대형 길드의 고수들과 달리.
이 사람들은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면서도 뿔이 나거나 약간 특이하게 생긴, 특색이 있는 장비들을 한두 개씩 착용하고 있었다.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덤.
그러고 보니 현실의 드래곤 헌터에서 랭커나 단체 사냥 파티원들이 딱 저랬지.
실력으로 1위를 찍긴 했지만, 작정하고 여러 명이서 잡으라고 만든 녀석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과 파티를 해서 사냥.
그때 골랐던 파티원들이 딱 저런 느낌이었다.
-숙련된 용병대로구먼. 저런 용병대가 다섯 개만 있다면, 일만 명의 병사를 상대로도 승부를 해 볼 만하지.
뭐 잘 싸우기만 하면 저 말대로 못 할 건 없긴 했다.
그만큼 저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상당한 실력자들이니까.
철혈이나 파이브스타 소속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이런 사람들이 남아 있다니, 역시 호라이즌의 세계는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잠깐만, 알 것 같습니다.”
존스 박사와 인사하던 이성봉인이 흠칫 놀랐다.
“아까는 눈치 못 챘는데……. 설마 저 녀석들 혹시 1호랑 2호입니까?”
1호랑 2호를 알고 있나?
이성봉인은 흘긋흘긋 이쪽을 보더니, 곧이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당신은……. 설마 네크로맨서 파프닐 님?”
“저를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파프닐 님이 얼마나 유명한데.”
이성봉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지금 한섭에서 파프닐 님 모르면 간첩……. 아니, 간첩도 파프닐 님은 알 겁니다.”
“뭐? 정말로?”
존스 박사가 흘긋 이쪽을 보았다.
그 정도로 유명했었는진 몰랐는데?
“파이브스타랑 철혈 둘 다 엿 먹이고, NPC를 도와서 단신으로 대형 길드들에게 맞서 퀘스트를 완료. 심지어 망캐인 네크로맨서로 프로 랭커들도 압도하고……. 아무나 못 하는 일입니다. 그거.”
떠벌떠벌, 남자의 입에서 지금까지 했던 활약이나 캡처된 화면 이야기 등이 나왔다.
놀랄 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존스 박사님. 혹시 안쪽으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그렇긴 하네만……. 순서가 있으니 조금 기다려도 괜찮네.”
“아뇨, 뭐……. 괜찮습니다. 먼저 들어가시죠.”
“오……. 그래도 되나? 자네들도 탐험하고 있었을 텐데.”
“물론이죠. 박사님도 저희 멤버고, 파프닐 님도 여기서 퀘스트 하고 계실 텐데요.”
“잘됐구먼, 파프닐 군.”
존스 박사가 이쪽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나저나 자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거물이었네그래. 음?”
“저도 사실 조금 놀랍습니다.”
“으허허허, 나중에 사인이나 하나 해 주게. 혹시 모르지, 자네 사인이 고가에 팔릴지도.”
그게 되나?
원작에서 플러시나 몇몇 유명인들이 나중에 그런 스캔들에 휘말리는 걸 보긴 했는데.
아마 프로게이머 굿즈나 개인 방송 후원 등을 보는 것 같은데.
장르가 좀 다르다 보니 잘 팔릴지는 모르겠다.
“아, 참.”
저 사람들이 누군지 듣는 거나, 여기에 왜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었다.
나는 이성봉인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 홉고블린 로드, 시체 좀 챙겨도 되겠습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