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89)
389화
야마타노오로치.
일본 신화에서 나오는 거대 뱀으로, 전 세계의 뱀 전승에서 비슷한 존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인도에서는 브리트라, 성경에서는 사탄, 이집트 신화에서는 아포피스.
즉, 놈은 레벨 1,000을 넘는 신들과 싸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대요괴였다.
보통 그런 요괴들은 자식이나 분령들을 둔다.
본체가 봉인되거나 세계 밖에 있어도, 그 분령들을 통해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야마타노오로치의 분령, 그러니까 놈의 혈통을 이은 뱀 요괴들은 일본 서버 남부의 고치 지방에 있었다.
“남쪽에 가려면 배를 타야겠군.”
파프닐은 근처에서 배를 수배하려 했다.
하지만 이 근처에서는 배는커녕 배를 만들 인간 마을도 찾을 수 없었다.
인간 마을이나 도시까지 나가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마키모토가 말을 걸었다.
“배를 구하신다면 저희 측의 배를 쓰시지요.”
“그래도 되나?”
“이 정도 도움은 괜찮습니다. 의뢰로 인간들을 태워 주기도 했고요.”
요괴들의 배는 어떻게 생겼을까?
파프닐은 약간 기대하며 제안을 수락했고, 곧 그것을 후회했다.
“제 등은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데스 드래곤 상.”
“어……. 음…… 괜찮군.”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의 등딱지 위.
파프닐은 철막으로 파도를 막으며 대답했다.
“쿠후후, 당연히 그렇겠죠! 저를 탈 수 있는 분들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테니까요!”
게 요괴의 등딱지가, 요괴 세계에서는 VIP급 크루즈선 같은 느낌인 모양.
직접 타 본 입장에선 원양어선이나 덜컹거리는 소형차 같은 느낌이었다.
더욱 끔찍한 건 게에게서 올라오는 비린내!
“근데 이거 꽤 맛있겠네.”
칠흑의 사신이 덧붙였다.
“잡아서 쪄 먹으면 먹을 만하겠는데?”
다음 순간 타고 있던 게 등딱지가 짧게 떨렸다.
‘역시 저 녀석도 정상은 아니야…….’
파프닐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도착한 일본 서버 남부의 어느 섬.
게 요괴와 작별의 시간을 가진 뒤.
섬 안으로 들어갈수록 눈에 띄게 독기가 진해졌다.
강을 따라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각종 요괴의 사체, 그리고 변종 요괴의 사체나 살점 조각들!
웹 사이트에서 고치현을 찾아본 칠흑의 사신이 말했다.
“와, 여기 금역 중 금역인데? 레벨 700대 사냥터라고 악명이 자자해.”
“레벨 700?”
“응.”
한국 서버에도 레벨 5~600대 사냥터는 금역이라는 이름으로 몇 곳이 존재한다.
그러나 레벨 700이라면 한국 서버에도 없는 역대급 사냥터다.
비교될 만한 곳은 드래곤 레어나, 일전에 폭업에 썼던 이벤트형 사냥터 정도?
텐구들이 토벌 의뢰를 맡기고, 다른 요괴들이 기겁하고 피하는 게 이해가 갔다.
-흑암 갈대밭에 입장했습니다.
-어둠의 마나가 가득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8 상승했습니다.
-어둠 속성 스킬의 공격 위력이 상승했습니다.
-HP, MP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둠 속성 사역마, 소환수들의 공격력과 HP가 35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맵에 가까워지면서 오르는 스테이터스 수치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컸다.
사냥할 맛 제대로 나는 장소인 셈.
목적지인 고치 지방, 고치 산이 가까워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워낙 강한 몬스터가 쓰러진 장소다 보니, 야마타노오로치의 자식들 외에도 여러 대요괴들이 이 땅 곳곳에 자리를 잡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심지어 기존 요괴 세력들과도 적 관계였기에, 그야말로 싸움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던 것.
심지어 고레벨 사냥터로 삼은 오다 클랜도 있다는 이야기도 커뮤니티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곳을 제압한 것은 반오다 노부나가파의 일반 플레이어들이었다고.
한 땀 한 땀 개척 중이던 플레이어들을, 오다 노부나가가 몰아내고 자신들의 사냥터로 삼은 것이다.
물론 유저들도 반발했지만, 일본 전체의 지원을 받는 오다 노부나가의 물량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아무튼 그런 곳이다 보니 계속 다양한 요괴들의 습격을 받았다.
특히 요괴가 많이 꼬인 건 칠흑의 사신 때문인데.
젊은 여인, 그것도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 움직이자 요괴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 거기 네년, 고기가 야들야들하게 생겼구나!”
“굉장한 미녀로구나. 너, 내 수청을 들거라!”
특히 가장 주목받은 건 칠흑의 사신이 가진 효과.
수많은 강자를 암살하며 냄새가 몸에 깃들다 보니, 요괴들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진미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다들 왜 저러는 건지…….’
칠흑의 사신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하면, 파프닐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쪽에 가까웠다.
실력 하나는 정말 확실하긴 한데.
솔직히 대부분의 일은 악튜러스에게 맡겨도 충분했다.
‘몸에 군살이 너무 많아서 암살자에 최적인 것도 아니고……. 성격이나 그런 기질도 약간 4차원적이어서, 의뢰를 맡기기도 힘들어.’
칠흑의 사신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알았다면 어처구니없어했을 것이다.
몸에 착 달라붙은 타이즈를 입은 칠흑의 사신은, 어지간한 미모의 유명 플레이어나 연예인들을 따위로 만들어 버릴 만큼 미친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그런 문제 때문에 파프닐은 미리 해골병들을 풀며 전진했다.
칠흑의 사신에게는 24시간 은신술을 써서 다니라고 지시하는 것은 덤.
그렇게 움직이자 다행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뱀의 산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과도하게 몬스터의 레벨이 높은 지역입니다!
-어둠의 마나가 가득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12 상승했습니다.
-어둠 속성 스킬의 공격 위력이 상승했습니다.
-HP, MP의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둠 속성 사역마, 소환수들의 공격력과 HP가 60 상승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파프닐은 주변을 살폈다.
“음, 확실히 잘 온 게 맞군.”
산등성이나 바위, 골짜기 곳곳에 길쭉한 자국이 남아 있다.
모두 뱀이 지나간 흔적들이다.
“칠흑의 사신, 네가 일할 차례다.”
“오자마자 일이야?”
“뭐, 너도 좋아할 거다.”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자료를 조사한 다음에, 일본 서버에 있는 히든 피스와 보물들의 정보를 돌아다니면서 찾아 줄 수 있겠어?”
“일본 서버에 있는 것이라면……. 설마 서버 전체를?”
말 그대로 일본 서버 전역에 있는 모든 귀중한 히든 피스나 고급 아이템을 쓸어 가려는 속셈!
“와, 그럼 그걸 다 쓸어 가겠다고?”
“그래, 네가 조사하는 동안 나도 사냥이 끝났을 테니, 그걸 마치고 전부 가져가야지.”
어차피 내버려 두면 오다 클랜의 힘이 될 뿐.
그렇다면 그 녀석들이 먼저 하던 짓을 똑같이 하면 된다.
마침 칠흑의 사신도 노가다보다는 암살과 첩보전 특화이니 딱 맞는 역할.
“흐음…… 난 싸우는 게 좋은데.”
칠흑의 사신은 눈매를 날카롭게 하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거 허드렛일 같아서 좀 싫단 말이야.”
“그래?”
파프닐은 머리를 긁적였다.
시키면 무조건 따르는 해골병들과 있다 보니, 칠흑의 사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하는 수 없지.’
이럴 때는 역시 보상이다.
파프닐이 말했다.
“찾은 히든 피스 절반은 네가 가져라.”
평소 10%, 20%만 배분해 주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
“뭣, 절반?”
“그래, 고르는 것도 너 우선으로 하게 해 줄 테니까.”
“그건 좀 끌리는데……. 음……. 하나만 더.”
“하나 더?”
여기에 더 얹는다고?
“네 일주일을 내게 줘.”
“뭔 소리야.”
“일주일 동안 반드시 죽일 테니까. 그럼 100% 암살률을 맞출 수 있겠지.”
“……!”
칠흑의 사신이 작정하고 노리는 암살을 일주일 동안 피하기.
파프닐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허락을 맡는다는 건, 배신은 안 하겠다는 거군.’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칠흑의 사신이 작정하고 파프닐을 적대한다면, 게임 난이도가 최소 두 배는 뛰어오를 테니까.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도전하겠다면 받아 주지 뭐. 한국 서버로 돌아가서 말해.”
“좋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찾아올 테니까.”
재빨리 출발하려던 칠흑의 사신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런데 너 혼자서 가능하겠어? 해골병들로 되려나.”
“그 점은 걱정하지 마라.”
파프닐은 태연히 대답했다.
“생각해 둔 녀석이 있어.”
***
뮤 대륙 심층부로 가는 길목에 있는 최후의 요새.
요새를 함락시키려는 펼치려는 악마교단과, 이를 막으려는 플레이어들의 전투가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소 60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만 입장 가능하며, 1인분 이상의 몫을 하려면 650레벨은 넘어야 하는 상황.
“악마교단의 힘을 떨쳐라!”
“우오오오!”
-악마교단의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거대 공성형 몬스터, ‘자이언트’가 소환되었습니다.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멀리서 아파트 한 채만 한 거인이 나타났다.
“젠장, 온다!”
720레벨대 초대형 몬스터인 놈을 잡으려면 수백 명이 공격을 집중해야 한다.
만약 잡지 못한다면, 성벽을 무너뜨리고 주변 유저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어스퀘이크’ 스킬을 사용!
“막아!”
“공격!”
랭킹 6위, 실버윙 길드의 길드장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였다.
“컹컹!”
흰 빛살 한 줄기가 자이언트에게로 달려들더니, 하체부터 옆구리, 배, 가슴 부분까지 거세게 공격했다.
크어어어!
끝내는 자이언트의 거체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어어, 어어어어!”
끼에에엑!
뒤에서 전진하던 악마교단의 악마병 수백 명까지 깔아뭉개진 것은 덤.
“지금이다!”
“발사!”
기세를 올린 유저들이 나머지 병사들을 처치했다.
그사이 활약한 주인공이 성벽 위에 나타났다.
“멍!”
흰색 털과 잘 빠진 근육의 백구 한 마리.
꽤 멋있는 광경이지만, 온몸에 낀 괴상망측한 장비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성벽의 유저 중 이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전투의 MVP는 이 강아지였으니까.
“멍멍아! 이리 와!”
“왈왈!”
강아지를 부른 사람들이 여러 먹이를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강아지, 복돌이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헥헥, 고맙다 멍!”
“잘했어, 잘했어.”
“이분 주인은 어디 계신 거지? 진짜 대단한 견공인데.”
유저들은 복돌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 의문이 풀릴 일은 없었다.
복돌이의 주인, 파프닐은 지금 일본 서버에 있었으니까.
“멍! 내일도 잘 부탁한다, 멍!”
파프닐이 일본 서버에 간 후.
복돌이는 자유 시간 동안 요새에서 고레벨 몬스터를 상대하며 레벨 업을 했다.
경험치도 나쁘지 않고, 매일 다양한 전투가 벌어지기에 몸이 녹슬지도 않는 최고급 사냥터.
게다가…….
“멍……!”
복돌이의 눈이 빛났다.
유저들 사이로 보이는 보드라운 털의 진돗개 한 마리.
녀석을 볼 때마다 왠지 가슴이 번개라도 맞은 듯 찌릿거렸다.
“……헥헥……!”
좀 더 저 녀석에 대해 알아 가고 싶다.
주인은 누굴까? 좋아하는 먹이는? 오줌 쌀 땐 어느 쪽 다리를 들까?
그때였다.
갑자기 복돌이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멍? 멍!”
기겁하며 발버둥 치는 복돌이였지만, 빛은 자비 없이 그런 복돌이의 몸을 전부 다 집어삼켰다.
그렇게 빛에 휩싸였던 복돌이가 튀어나오자, 눈앞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잘 왔다, 복돌아.”
“월월! 주인님! 돌려달라, 멍!”
“응?”
“아직 그녀에게 못 한 말이 있다, 멍……!”
이를 드러내며 덤벼 오는 복돌이.
현실이라면 스펙 차이로 당했겠지만.
파프닐은 가볍게 몸을 피하며 지팡이를 내리쳤다.
“깨갱!”
“이 녀석이 부르자마자 덤비네, 뭔데?”
“끼잉낑……. 알 필요 없다, 멍.”
“뭐래.”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저 녀석, 마음에 드는 강아지라도 만났나 보군.’
주인으로 1년 넘게 지내며 여러 반응을 보아 온 파프닐.
이제는 척 보면 착이었다.
“화났냐?”
“크릉!”
“나중에 네가 있던 곳에 가 줄 테니까, 기분 풀어라.”
“……컹!”
“거기다 민트 초코도 좀 더 얹어서 줄게.”
“왈왈! 주인님 사랑한다, 멍!”
1분 만에 복돌이의 화를 푼 파프닐이 전방을 보았다.
어느새 몰려든 검은 뱀들이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로 사냥 시간이군.’
파프닐은 가볍게 창을 들었다. 그 옆으로 선 복돌이도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다음 순간, 뱀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고 덤벼 오기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