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세이비어(3)
“내가 함장······?”
『 예, 그렇습니다. 현재 함선 전체의 운용 현황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해당 시퀀스에는 다소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
홀로그램 메시지와 함께 인공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가 진짜 함장이었던거군요······. 여기서라면 함선의 전체적인 모습이 한눈에 파악되겠어요.”
함장실 내부를 살피는 엘리스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계기판 위로 함선 내부가 담긴 CCTV와 다양한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기능인 것 같다.
그보다 내가 함장이라니.
‘······그런거였나.’
김건은 처음부터 이 함선의 주인을 나로 설정해 둔 것이었다.
미래에서 내가 맡는 역할을 생각하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진세아가 함선 전체를 훔쳐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고.
팅!
붉은색 메시지가 떠올랐다.
『 70,425 건에 해당하는 비인가적 접근을 확인했습니다. 』
『 현재 세이비어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세력에 관한 정보를 확인합니다. 』
『 주동자 ‘진세아’ 및 ‘엘리스 스튜어트’에 대한 배제 프로토콜을 실행하시겠습니까? 』
별안간 함장 진세아의 사진과 로브를 뒤집어 쓴 엘리스의 사진이 떠올랐다.
“설마,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전부 외부인 취급하는 건가요?”
윤서현의 말대로다.
“헉.”
엘리스의 동그래졌다.
따지고보면 그들은 함선에 대한 불법 점거자란 건가.
“배제 프로토콜이란 건 어떻게 진행 되는 거지?”
『 내부의 전투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직접 제거가 추천됩니다. 각 안드로이드는 SS급의 전투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수 개체는 일시적으로 SSS급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
거 참 삭막한 대답이다.
“됐어. 놔둬.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내 동료다.”
『 알겠습니다. 현재 함선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겠습니다. 』
“보류가 아니라 동료라니까.”
『 해당 명령은 현재 함장님께서 소유하신 권한을 초월합니다. 마스터키를 꽂아 함장님의 권한을 복구해주십시오. 』
“마스터키······?”
『 ······. 』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둘러 보던 윤서현이 가볍게 말했다.
“혹시 기밀 같은 거 아닐까요? 권한이 없는 상태에선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그런거요. 그나저나 이런 영화에나 나올법한 걸 만들 수 있다니. 김건 그 사람은 진짜 천재인가보네요.”
확실히 내부는 현대에선 볼 수 없는 최신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들 하나하나의 기능과 쓰임새는 나로선 짐작하기 어렵다.
“사부, 여기에요! 재능의 조각을 합칠 수 있는 기계.”
어느샌가 함장실 내부로 들어가 있던 엘리스가 손짓해서 날 불렀다. 애초에 함장실에 온 목적은 이거였다.
투명한 시험관처럼 생긴 기계 장치.
엘리스는 앞쪽의 입구를 열어 젖혔다.
“어쩌면 인공지능이 말하는 마스터키라는 게······. 재능의 원석들을 합쳐서 나오는 걸지도 몰라요. 사부가 사용하신 걸 몇 번 봤거든요.”
그렇다면야 망설일 것도 없다.
나는 들고 있던 세 개의 조각을 기계에 집어 넣었다.
파란색, 검은색, 남색의 조각이 시험관 내부에서 두둥실 떠오른다.
찰칵.
입구를 닿자 인공지능 네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재능의 원석을 확인했습니다. 』
– 미약한 재능의 조각
– 특이한 재능의 조각
– 신기한 재능의 조각
내 부족한 재능을 조금씩이나마 메꿔주던 조각들.
『 해당 조각들을 하나로 합성하시겠습니까? 』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재능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그래.”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장치의 내부가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내 이리저리 유리관을 날아다니던 세 개의 조각이 하나로 합쳐졌다.
『 재능의 원석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
그 중간으로 떠오른 것은.
『 애매한 재능의 결실 』
오색찬란한 빛을 띈 검은 보석이었다.
“애매한 재능······? 뭐, 이름이 그래요?”
보석을 바라보는 윤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나 장치에서 보석을 꺼내 손에 쥐는 내 마음은 달랐다.
두근두근.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솟아오른다.
‘이제 애매하다고 부를 정도의 재능이 된 건가.’
멸망한 세계에서 나는 죽기 직전까지 F급 헌터였다. 근력 Lv.1 하나를 소유한 어쩔 도리도 없는 무재능의 극치.
그러나, 지금 내 손에는 ‘재능’이란 게 존재한다.
애매하다고 해도 그것은 분명한 재능.
그 크기는 상관없다.
이 조금의 재능이 50만배의 경험치와 합쳐진다면.
분명 폭발적인 효과를 발휘할테니까.
『 마스터키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현시점부로 함장 ‘이지한’의 권한은 최고 등급(EX)로 고정됩니다. 』
애매한 재능의 결실을 손에 넣은 순간, 인공지능 네이아가 반응했다.
『 함선의 모든 기능이 해제 됩니다. 』
그 변화는 CCTV를 통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마공학 엔진, 마도공학 동력장치 등 주요 동력원의 손실률이 30%가 넘습니다. 』
『 공간 마법 보호막 등 함선 보호 수단의 파괴를 감지했습니다. 』
『 세이비어 자가 복구 시퀀스에 돌입합니다. 』
엘리스의 근처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다른 승무원들로부터 온 메시지인 모양이었다.
“파, 파괴 되었던 시설들이 복구 되고 있다고요······?
내부에 잠들어 있던 안드로이드들이 활동을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이전 여제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던 부분이 수리되고 있단 뜻이었다.
“굉장해요. 사부!”
엘리스가 기쁜 표정으로 내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 대기권에서 대량의 마기를 감지합니다. 고도를 높여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
내 권한을 확인한 네이아는 스스로 함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함선의 속도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미친듯이 치솟아 오른다.
『 엔진 출력 56% 』
『 이차원 보호막 가동률 79% 』
창밖을 스쳐지나가는 검은 구름들.
바깥의 풍경만으로 압도적인 속도가 느껴질 지경.
그러나 함선은 한 점의 흔들림 없이 하늘 위로 날아 오른다.
붉은 하늘이 어두워지고, 검은 구름조차 시야에서 전부 사라진다.
이윽고 우리는 무한한 어둠.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 함장실 내부의 투명도를 조정합니다. 』
기계로 가득하던 함장실의 벽면이 투명하게 변했다. 우리의 발 아래 위치한 땅 덩어리가 자그맣게 보일 지경이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구는 썩 볼만하다.
“와아······. 예뻐요.”
“사부, 굉장해요······. 정말로요.”
바깥을 내다보는 엘리스와 윤서현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끄아아—! 대, 대체 무슨 일이야!!”
함장실의 바깥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함장실 내부로 들어 온 미래의 진세아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이 놈들은 또 뭐고?!”
진세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당탕탕!
뒤늦게 달려온 열 마리 가량의 안드로이드가 진세아의 목덜미를 들어 올렸다. 못 벗어날 무력은 아니었으나, 진세아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반항을 멈췄다.
네이아의 인공적인 목소리가 함장실 내에 울려퍼졌다.
『 네이아의 자가 판단 아래, 함장 행세를 하며 함선을 불법 점거한 인물 ‘진세아’를 확보했습니다. 배제할까요? 』
진세아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응, 대충 알겠네.”
* * *
『 본함 세이비어는 최후의 인류를 마족으로부터 수용하고, 최후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설계된 기동 요새입니다. 』
함장 등록이 끝난 뒤, 인공지능 네이아가 활성화되자 함선의 모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으로 이동하니,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 있었다. 수 백 명의 인원이 식당 근처에 모여 있었다.
“우와앗! 햄버거가 나오잖아!”
“원하는 요리를 골라서 먹을 수가 있다고······?”
“하, 함장님······!”
본선에 내장되어 있던 안드로이드들이 활동을 개시하며 비어져 있던 식당을 차지한 것이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식재료들도 전부 방출되는 모양.
지금까지는 빵이나 스프 같은 배급이 전부였단다. 그것도 구하느라 죽을 둥 살둥 고생했다는 게 진세아와 엘리스의 말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건 당연했다.
“세상에.”
“함장님께서 뭔가 하신겁니까?!”
“최곱니다. 미쳤어요, 진짜! 새로 업데이트 된 겁니까?”
승선해 있던 시민들의 시선이 진세아에게 모였다. 진세아가 떨떠름하게 가슴을 폈다.
“아, 으응. 그렇지. 뭐.”
의외로 내 얼굴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모양. 원래 그런 걸 신경쓰고 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도 먹고 싶은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미래의 진세아가 포크로 샐러드를 푹푹 찍었다.
“이야, 신선한 샐러드라니. 기쁘다, 기뻐.”
“말하는 거랑 표정이랑 반대네요. 뭐, 어때요. 제가 발견한 자료 좀 봐요. 함선에 내장된 수많은 기능······.”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엘리스가 내민 자료를 살피던 진세아의 눈이 커졌다.
“자, 잠깐······. 이런 출력으로 주포를 쏠 수 있었다고? 장난 아니잖아. 이 함선은 이런 기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
본래 함선은 진세아가 훔쳐왔기에 비활성화된 구역이 많았다고 한다.
“근데 원래 세아는 어디에 있나요?”
“아, 훈련 중. 나중에 구경하러 와.”
나는 스테이크를 썰며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진세아에게 함장의 직위를 넘겨줄 순 없는거야?”
내가 가지고 있어도 무의미하다. 나는 어차피 돌아갈 사람이다. 이 사람들을 이끌고 데려온 것은 진세아다.
『 훌륭한 농담이네요. 』
“아니, 농담이 아니야.”
단순한 인공지능이라기엔 자율적인 판단도 할 줄 알고, 나름의 의지도 가진 모양이다.
『 불가능합니다. 초기설정에서 벗어납니다. 』
“그렇다면 우선 부함장으로 설정해. 그건 되겠지.”
『 함선 무단점거 테러리스트 ‘진세아’를 부함장으로 임명하시겠습니까? 』
녀석의 어투에서 다분한 악의가 느껴진다. 인공지능 네이아의 입장에선 함선을 도둑 맞은 거나 다름 없다는 건가.
“그래, 부함장으로 임명해.”
『 유사시에 부함장은 함장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
“괜찮다니까. 오히려 그렇게 해라.”
『 알겠습니다. 진세아를 부함장으로 등록하겠습니다. 』
잠자코 듣고 있던 진세아는 입 안에 방울토마토를 던져 넣더니 피식 웃었다.
“인공지능 주제에 자존심은 있구나.”
『 전 이지한 함장님과 함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
“어쨌든 나도 부함장이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하지 않겠어?”
『 ······. 』
“야, 로봇 대답해.”
『 저는 초인공지능 네이아입니다. 로봇과 비교하는 건 저에 대한 모독······. 』
두 사람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엘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는 훈련하러 이동할까요? 아까 확인해 봤는데, 함선 내부에 초호화 훈련시설이 존재하더라구요. 빨리 가보고 싶어요.”
『 트레이닝 센터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어딘가에 있던 안드로이드 하나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외관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형태다.
안내를 따라 통로를 이동하던 도중.
“어, 저건······.”
지상이 내려다보이는 복도 앞에 섰다. 커다란 창 밖으로 대한민국의 국토가 한눈에 보인다.
대한민국을 거대한 장막이 감싸고 있다. 그 위로 오로라 같은 보랏빛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기분이다.
엘리스가 창 앞에 서서 설명을 해주었다.
“여제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에요. 차원 자체가 나뉘어져 있어 그 누구도 결코 침입할 수 없는 장소죠.”
“내가 저런 능력을 가졌다고요······?”
“네, 서현씨에게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어요. 지금부터 그걸 설명 드릴거에요.”
잠시 말을 멈춘 엘리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사부에겐 일자베기 14레벨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드릴 거고요.”
일자베기 14레벨.
지금의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의 레벨이자, 본래의 시간대로 귀환하기 위한 필수조건.
그 훈련이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