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이계의 규율을 따르는 자(2)
초월의 영역.
별빛이 쏟아질 듯 찬란한 밤하늘 아래.
“······.”
이지한은 이계의 찬탈자를 마주했다.
그는 남자였다. 알 수 있는 정보는 그것 뿐이었다. 외모나, 체형 같은 신체적 특징이 노이즈가 낀 듯 흐릿했다.
『 초월자 이계의 찬탈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
【 드디어 만났군. 】
그러나 외형을 제외한 특징이 하나 있다면.
황금색의 문자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단 것이었다. 이계 규율이 발휘 될 때 종종 나왔던 바로 그 문자들이었다.
느껴지는 격 또한 이질적이었다.
이 세계와는 멀리 떨어진 격.
‘다르다.’
이지한은 눈 앞의 상대에게서 격의 성질을 읽어낼 수 있었다. 명백히 이질적인 기운이 이계의 찬탈자에게서 흐르고 있다.
‘마계왕의 것과도 달라.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기운이다.’
그런 정보가 자연스레 이지한에게로 스며들고 있었다. 스킬이 아니라 자연히 얻게 된 정보였다.
‘전지(全知)의 능력 덕분이다······.’
이 변화는 초월의 영역에 오면서 생긴 것이다. 지금 이지한은 초월자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 초월자 이지한이 스킬 ‘지고의 정신 Lv.12’를 발휘합니다. 』
‘이런 느낌이었던 건가.’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고민하지 않아도 이 차원을 흐르는 정보의 덩어리들이 이지한을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든다.
이 세계를 따라 흐르는 정보와 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기묘하다.
만물이 발 아래 있는 듯한 기분이다. 기존의 관념과 상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자신의 자아만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초월의 좌에 오른 존재들이 자신의 차원을 돌보는 일에 무관심해지는 이유를 알겠군.’
물론 이지한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최상위 정신계 스킬 덕이다.
그저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통찰할 수 있게 된 것 뿐.
달라진 건 없었다.
이지한을 바라보던 이계의 찬탈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이계 규율의 보상을 일부 활용해 잠시 네가 초월의 좌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그 편이 설명이 빠를테니까. 】
그 목소리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가 느껴지지 않는다. 목소리가 의미를 전하는 매개체로서 쓰일 뿐이었다.
이지한이 미간을 좁혔다.
‘초월자가 소유한 전지의 능력으로도 알 수 없다는 건······.’
이계의 찬탈자가 명백히 외차원의 존재란 뜻이었다. 이 세계에 포함되지 않기에, 시스템조차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셈.
“외차원의 존재.”
『 이계의 찬탈자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
【 그래, 네가 알고 있는대로 외차원의 존재다. 이계 규율을 가져 온 것도 나고. 】
“······.”
이계 규율.
막대한 힘과 보상을 부여해준 존재이자, 시스템과는 별개의 체제를 가지는 규칙.
지금 이지한의 손에 들린 별빛의 검.
마계와 다양한 필드에서 발휘되는 업적.
10만배였던 경험치를 50만배까지 끌어 올린 관련 칭호들까지.
전부 이계 규율로부터 나온 힘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이계 규율을 가질 일은 없었다.’
절대 유일급 아이템을 사용해서 회귀했다.
그 계기는 우연한 사고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래가 바뀌었다.
‘불사의 마족이 소유해야 할 이계 규율이 내게로 왔으니까.’
이계 규율은 계속해서 막대한 보상과 능력을 제공했다. 이계 규율이 있기에 지금의 성장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
그러나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계 규율은 이토록 막대한 힘을 제공해주는가?
그 목적에 대해서만큼은 끝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 궁금한게 많은 표정이군. 】
“그래, 영 수상쩍어서 말이지.”
이지한의 가라앉은 눈이 이계의 찬탈자를 향했다. 별빛 아래에서도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사도를 처치한 지금.
이지한은 마계왕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불안요소는 최대한 지우고 가야 한다.’
마계왕은 스스로 아카식 레코드에 있는 자신의 정보를 지웠다. 마족의 역사를 개변하고 신좌에 올랐다.
이계 규율도 그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관련된 정보가 완전히 제한되어 있다.
‘외차원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나······. 그것이 정체를 완전히 말해주는 건 아니다.’
그 기록은 아카식 레코드에서조차 찾기 힘들 정도.
‘설령, 이계 규율이 마계왕과 관계가 없더라도······.’
그들의 목적이 다르다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지한은 여기서 결정할 생각이었다.
이계 규율을 들고 마계왕에게 대항해야 할지.
아니면 이계 규율을 버리고서 앞으로 나아갈지.
‘판단해야 한다.’
초월자의 자격과 초월체를 소유한 지금이라면, 초월력을 사용해 이계 규율을 끊어낼 수도 있었으므로.
그런 이지한을 향해 이계의 찬탈자가 손을 가로저었다.
【 그리 경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건 이해 한다. 하지만 나는 네 편이다. 】
이계의 찬탈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그리고 네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모든 시간선을 통틀어 너만이 사도를 처치할 수 있었으며, 너만이 마계왕과 대적할 수 있었다. 네가 아카식 레코드에서 확인했던 메시지는······. 】
이지한의 앞까지 다가 온 이계의 찬탈자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 사실상 네게 남긴 메시지였다. 】
어떻게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이미 이지한 자신도 시스템에 의해 다양한 시간선을 넘나들지 않았던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넘어가 기술을 배워오거나.
여러 시간선 중 하나에서 미래의 일행들을 만났다.
재능 획득의 물약, 인과 역전의 물약······.
그것들은 모두 명백히 인과를 거스르는 일.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개입할 수 있는 이계 규율이라면 시간선 하나에 자신의 메시지를 새기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렇다면 넌 이 세계에 마음대로 간섭할 수 있는 건가?”
【 그건 아니다. 】
이계의 찬탈자는 고개를 저었다.
【 다른 차원을 넘어선 존재가 억지력에 붙잡히듯, 외차원의 법도인 이계 규율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한정되어 있다. 】
“한정되어 있는 것치고는 그 효과가 대단하던데.”
【 네 업적이 뛰어났을 뿐이다. 네가 달성한 업적이 시스템에 균열을 만들었으니까. 】
『 이계의 찬탈자가 미소를 짓습니다. 』
【 네가 사도 넷을 전부 처치한만큼, 이 세계의 인과가 뒤틀렸다. 이계 규율은 그러한 균열을 힘으로 사용한다. 그 덕에 너와 내가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거고. 】
“얼굴을 맞댄다는 것 치고는 그쪽의 정보가 꽤 가려져 있는데.”
『 이계의 찬탈자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
지금까지 설명에 모순은 없다.
그러나 아직 그의 목적을 듣지 못했다.
이지한의 시선을 알아챈 이계의 찬탈자가 입을 열었다.
【 아직도 의심스럽단 눈빛이군. 내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딱 하나다. 너와 같다. 마계왕의 저지.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
파직, 파지직—!
그의 왼손에서 뻗어나온 푸른 스파크가 주변의 공간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 초월자 ‘이계의 찬탈자’가 초월력을 발휘합니다. 』
화아악!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황량한 대지.
하나의 대륙을 가득 메운 군대가 보인다. 마족들과 마수들로 이뤄진 군대는 이 세계를 침략하고 있었다.
“죽여라! 모든 종족을 짓밟고 마계에 복속 시켜라!”
“다시는 반항하지 못하도록 멸해라!”
“모두 없애 버려라, 그들의 영혼을 세계에서 지워내라!”
마족들의 함성이 대지를 울린다. 그들은 다른 종족을 무참하게 학살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죽음을 맞이한 동료들 사이에, 무릎을 꿇은 채 울부짖는 전사가 있었다.
“아아! 어째서······. 어째서 막을 수 없단 말인가! 이 세계는 어째서 이토록 불합리하단 말이냐!”
그의 부서진 방어구 틈새로 새빨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지한은 그의 왼손에 새겨진 문신을 보았다.
‘이계 규율의 소유자인가.’
【 모든 시간선을 통틀어도 이계 규율을 손에 넣은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
아득한 과거에 이계 규율을 손에 넣었던 한 영웅.
그는 마족들에게 패배하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니, 패배하지 않았다.
콰아아아—!
그의 검이 드넓은 대지를 가르고 수 만의 마족을 베어냈다. 마족의 군대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멸망했다.
언젠가 이지한이 보았던 세계처럼.
이제 이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가 사랑했던 국가도.
마족과 싸웠던 소중한 동료들도.
목숨바쳐 지키고자 했던 연인도.
무엇하나 남지 않았다.
푸욱—!
부패의 마족이 쏘아낸 뼈 창에 그의 심장이 꿰뚫렸다.
그러나 영웅은 죽지 않았다.
그의 몸이 빛처럼 변해 퍼져나갔다.
영웅이 안배해 놨던 초월의 좌가 그를 초월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멸망한 세상을 소유한 초월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누구도 그를 기리지 못하며,
누구도 그의 업적을 알리지 못한다.
신앙 받지 못하는 초월의 존재는 결국 초월의 좌에서 떨어져 내리기 마련.
【 ······이계 규율만으로는 부족했던 거겠지. 】
『 이계의 찬탈자가 씁쓸한 표정을 짓습니다. 』
새로운 환영이 주위를 뒤덮었다.
거기엔 익숙한 인물이 있었다.
붉게 변한 하늘.
마기가 넘쳐 흐르는 문명계.
불사의 마족이었다.
“마계왕, 그 거짓된 왕좌에서 널 끌어 내리겠다.’
이계 규율을 손에 넣은 불사의 마족은 마계왕에 닿았다.
잊혀진 마계의 역사를 되찾고,
태초의 마족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그러나 압도적인 힘 앞에 불사의 마족은 유린 당했다. 그가 준비해 온 금제는 무의미하게 사그라졌다.
“넌······. 뭐냐······.”
마계왕에겐 제약이 통하지 않았다.
이계 규율도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불사의 마족이 일으킨 반란은 그렇게 끝났다.
몇 개의 환영이 더 스쳐 지나갔으나 내용은 비슷했다. 종족을 구하려던 그들은 마계왕에게 쓰러졌다.
이계 규율의 힘은 파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계 규율을 가진 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파장은 이 세계를 바꾸기엔 너무나 미미했다.
마계왕이라는 거대한 마(魔)의 해일이 존재하기에.
결국 그 파도에 휩쓸려 씻겨 나가고 마는 것이다.
【 보았던대로, 이계 규율은 마계왕에게 대적할 힘이 되어왔다. 결과는 아쉽게 되었지만. 】
『 이계의 찬탈자가 깊은 탄식을 내뱉습니다. 』
【 내가 이계 규율을 이곳에 가져 온 이유는 하나다.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왜지?”
외차원이란, 이지한이 속한 차원과는 닿을 일 없는 바깥.
【 이 차원이 붕괴하든, 마계왕에 의해 지배되든 상관 없지 않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건가. 】
그리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씁쓸했다.
【 차원의 붕괴를 보는 건 끔찍하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게 되니까. 가능하면 그들을 구하고 싶다. 】
초월자 치고는 감상적인 이야기였다.
“······.”
이지한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 대답으로는 부족하다.
지고의 영역에 오른 초월자가, 그것도 외차원의 초월자가 차원의 붕괴를 안타깝게 여겨 이계 규율을 가져왔다라.
그것만큼 믿음이 안가는 일도 없기에.
이지한 표정을 읽어낸 건지, 이계의 찬탈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이지한, 네가 납득할만한 이유도 있다. 】
그가 앞으로 손을 내밀자, 허공에서 빛의 줄기가 뻗어나기 시작했다.
【 빛을 머금은 가닥은 살아 있는 시간선을 의미한다. 】
먼저 하나의 큰 줄기가 이어진다.
한 줄의 털실이 수없이 많은 작은 실들로 이루어지듯.
줄기는 무수히 많은 선들의 집합체였다.
츠즈즈······
그러나, 나아가던 선들은 도중부터 검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재가 되어 사라졌다.
【 닫힌 시간선들이다. 네가 없는 시간선은 전부 마계왕에 의해 닫힌 시간선이 되었다. 】
유일하게 하나의 줄기만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전진한다.
【 이 마지막 남은 선은······. 이지한, 네가 회귀하며 새롭게 생겨난 선. 】
살아남은 선은 무수한 가지를 만들어내며 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무수하게 뻗어나간 가지들이 점차 생기를 잃은 채 시들어 간다.
【 네가 있었음에도 마계왕을 쓰러뜨리지 못한 시간선. 】
무수히 많은 시간선들이 닫혀간다. 이지한은 그러한 시간선을 직접 경험했었다.
황량한 세계에 떠오른 마지막 게이트.
그 시간대의 ‘나’는 동료들과 함께 그곳으로 나아갔다. 멸망한 세계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꿈꾸며.
츠즈즈······.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 마계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하여, 시간은 닫혀만 간다.
살아 있는 나무처럼 자라나던 빛은 이제 단 한줄기의 선만을 남겨두고 있다.
너무나 얇고 가늘어서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애처로운 선 하나.
그러한 선이 외로이 허공을 나아간다.
【 이 연약한 선 하나가 너의 시간선. 】
이제 남은 시간선은 하나였다.
이계의 찬탈자의 눈 앞에 있는 바로 그 이지한이 존재하는 시간선.
그건 지금의 이지한이 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이란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마지막 시간선마저 닫혔을 때, 마계왕은 진정한 의미의 초월자가 된다. 】
“진정한 의미의 초월자?”
【 시스템이 형성한 법칙을 벗어난 존재.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초월신(超越神)이 되겠지. 】
이어지는 설명은 이러했다.
본디, 초월자라고 해도 시스템에서 벗어날 순 없다.
그들이 발휘하는 초월력도 결국 시스템의 일부. 제한된 구조 안에서 허락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월신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차원을 재구성하는 것도, 시스템 자체를 다시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 마계왕이 나와 같은 존재가 되는 건 곤란하다. 차라리 네가 초월신이 된다면 모를까. 】
이계의 찬탈자는 그리 말하며 별빛으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전부 진심이었다.
이계 규율은 모든 규칙으로부터 벗어나는 법칙. 이 세계가 멸망으로 향하지 않게 하기 위한 이계 찬탈자의 바람이었다.
문제는 이지한 이 자가 타인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는 것.
하기사, 멸망한 세계를 오랜 시간 살아온 그였다. 그리고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황.
자신 또한 그러한 시기가 있었고.
따라서 이계의 찬탈자는 조용히 이지한의 답을 기다렸다.
“결국······.”
생각을 정리한 이지한이 입을 열었다.
“마계왕이 초월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게 네 진짜 목적인 건가.”
【 그래. 나는 그런 자가 초월신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의 야욕이 외차원마저 집어 삼킬지 모르는 일이니까. 】
이계의 찬탈자는 마계왕이 초월신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마계왕에게 대항할 희망 ‘이계 규율’을 남겨둔 것이다.
문제는 여태껏 이계 규율을 손에 쥔 영웅들조차 마계의 업화에 쓸려나갔다는 것.
지금에 이르러 이지한만이 유일하게 마계왕과 대적할 수 있었다.
【 네가 고민하는 동안, 나는 이계 규율의 업적을 정산해 주겠다. 】
이지한은 사도 넷을 모두 처치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균열 덕에 이계 규율은 한층 더 깊이 이 세계에 관여할 수 있었다.
일시적으로 초월자의 반열에 올린 것은 보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 우선은 별빛의 검부터. 】
이계의 찬탈자가 왼손으로 금빛 문자를 훔쳐냈다. 그의 손에 뭉쳐진 금빛 문자들이 이지한이 들고 있는 검을 향해 흘러갔다.
『 이계 규율의 보상 ‘3★ 부여 두루마리’가 사용됩니다 』
– 15% 확률로 2성 아이템을 3성으로 강화합니다. 』
파직, 파지직—!
검은 스파크가 별빛의 검 위로 치솟았다.
이내, 강렬한 빛이 검에서 뻗어나갔다.
『 3★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별의 힘이 최대치로 깃들었습니다. 별의 등위가 상승합니다. 』
『 해당 아이템의 등급이 ‘☆(白)’으로 올라갑니다. 』
『 ‘진(眞) 역전의 별(☆) – 오르티시아’를 획득합니다. 』
『 해당 아이템은 현재 차원의 초월급과 동일합니다. 』
파지지직—!
완성된 검의 색깔은 순백.
안개처럼 흘러나오는 기운에는 별빛이 섞여 있다. 검 자체가 별로서 승화한 것이었다.
【 운이 좋군. 】
『 이계의 찬탈자가 뿌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립니다. 』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이지한이 입을 열었다.
“······이계 규율은 네가 가지고 있는 힘인 건가?”
【 아니, 이계 규율에 주인은 없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이계 규율을 가져 온 건 나지만, 이계 규율을 선택한 건 이지한 너다. 】
그런가.
그리 중얼거린 이지한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결정했다.”
이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이계의 찬탈자도 마계왕의 저지를 원하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선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렇다면 할 말은 하나 뿐이었다.
이지한은 별빛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며 말했다.
“마계왕을 쓰러뜨려주지.”
단순히 눈 앞의 이계의 찬탈자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은 어렵다.”
듣고 있을 거다.
“가지고 있는 전부를 내놔라.”
이 드넓은 초월의 영역에 이지한 자신과 이계의 찬탈자만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가려져 있던 장막이 걷혀지며, 밤하늘에 있던 별들이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 초월자 잊혀진 영웅이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
『 초월자 쇠락한 신궁이 마지못해 수긍합니다. 』
『 초월자 기계장치의 신이 복수를 원합니다. 』
···
『 절대 다수의 초월자가 당신의 말에 동의합니다. 』
쏟아지는 메시지.
초월자들은 이계 규율을 통해 저마다 답하고 있었다.
그들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
『 초월자 이계의 찬탈자가 당신의 결정에 미소짓습니다. 』
이지한의 가라앉은 눈이 구름 아래의 대륙을 향했다.
마계왕 그가 가진 힘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절대로 지지 않는 싸움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