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52
52화 만월의 연금술사(2)
인류의 배신자 김상욱.
그의 임무는 마기의 원천을 지키는 것이었다.
간단한 일이었다.
프로젝트 마기의 실행 전까지 던전에 넣어두기만 하면 됐으니까. 마기의 원천이 존재하는 던전은 붕괴되지 않기도 하고.
근데 그걸 실패했다.
“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D급 던전에 숨겨져 있었을 마기의 원천. 던전은 공략 당하고, 마기의 원천의 행방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대체 거기에 있는 골렘을 어떻게 쓰러뜨린거야?’
D급 헌터만 입장 가능하는 제약이 무색하게 던전은 하루만에 클리어 되었다.
기껏 부하들까지 보냈건만, 전부 영웅 협회에 구속되었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비, 빌어먹을······.’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후회하면 뭐하나, 이미 김상욱은 팬티 한 장만 걸친채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의 윗선은 마족.
그들은 임무에 실패한 자신에게 가차 없었다. 빌런 조직 흑결의 길드장? 그런 지위조차 마족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기록의 마족이시여, 제발 용서를······!”
마족이 가진 힘은 강대했다. A급 헌터인 자신이 조금의 반항도 못할 정도로 죽도록 맞았으니까.
이 어두운 지하에서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용서······. 그 말을 쉽게 입에 담는구나.”
기록의 마족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권속들이 김상욱에게 칼날을 들이댔다.
“크, 크윽······.”
김상욱의 눈 앞에서 마력이 담긴 시퍼런 날붙이가 흔들렸다.
기록의 마족.
그간 그의 아래에서 일한 바. 대단하게 여겼던 기록의 마족이 겨우 하위 마족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자의 힘이 이토록 강력하니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족들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다가오는 미래, 세계의 승자는 그들이 될 터.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회도 물건너 갔다. 임무에 실패했으니까.
“형편 없는 놈.”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김상욱의 귓가에 한줄기 희망의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기회를 주지. 특별히 기회를 한 번 더 주마. 대신 이번일이 수틀리면 네 녀석이 의식의 제물이 되어야 할거야.”
“가, 감사합니다.”
권속들이 가지고 있던 포션을 김상욱의 머리에 뿌렸다. 퉁퉁 부었던 얼굴과 온 몸에 난 시퍼런 멍들이 원상복귀 되어갔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기록의 마족은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김상욱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마족의 권속이 게이트를 지키고 있을 거다. 놈에게 내 이름을 대고 회수만 해오면 되는 일이지. 잘만 한다면 네 놈의 직위도 돌려주고, 특별한 힘도 하사해주마.”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김상욱.
“그리고 게이트를 공략하려는 놈들은 전부 죽여라. 권속과 협력해도 되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지막 기회.
김상욱은 그 동앗줄을 붙잡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상욱은 용병으로 게이트 공략에 참가하게 되었다. 자신이 아는 인맥들을 총동원한 결과였다.
이로써 의심 없이 공략대에 숨어들 수 있었다.
* * *
나는 김상욱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현시점에서 김상욱은 빌런이 맞다.
빌런 조직 흑결의 수장이며 마족의 편에 붙은 배신자다. 동시에 A급 헌터이기도 했다.
‘근데 왜 김상욱이 직접 나온거지?’
미래의 김상욱에게 들었을 때, 그는 대부분의 일을 흑결의 부하들을 시켰었다고 했었다.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뭐, 대략 짐작은 간다.
‘지난번에 마기의 원천을 못 지킨 죄를 물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맞는다. 그의 위에는 기록의 마족이 존재한다. 놈의 명령으로 마지막 원천을 찾으러 온 거겠지.
‘김상욱이라.’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미래의 김상욱 덕분에 김상욱에 대한 건 꿰고 있거든. 이번 게이트에 있을 마기의 원천······. 그것과 지식을 결합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김상욱을 바라 보는 내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쳐졌다.
“그러면 모두 왔으니, 들어가시죠.”
연금술사 이철형이 패럿 길드의 실질적인 리더인 모양. 그가 게이트 안으로 먼저 발을 내딛었다.
창술사 권시웅, 신아람에 이어 김상욱까지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모두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윤서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김상욱을 조심하죠.”
“네? 왜요?”
“그냥 감입니다.”
현재 내 랭크는 C급 상위. 김상욱이 A급이란 걸 고려하면 방심은 금물이었다. 감시자가 두 명이 되면 더 편해진다.
“지한씨는 그 감이 너무 잘 들어 맞아서 문제인데······. 일단은 알았어요. 김상욱을 조심해라 이거죠.”
윤서현이 중얼거리면서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나도 마지막으로 게이트를 확인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시야가 잠시 일렁였다.
짙은 나무들이 펼쳐진 숲. 나뭇잎 하나하나가 은은한 빛을 내고 있어 꽤 장관이다.
‘제약이 없다. 범위가 넓지 않은 제약인가?’
마기의 원천이 있는 게이트이니 제약은 분명히 존재할 터. 지금은 없어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단 걸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스읍, 하.”
연금술사 이철형은 공기 좋은 시골에 온 것처럼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더니 품 안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마개를 열었다.
스으으······.
『 동료 이철형이 스킬 ‘특수 연금술 : 대기 조성 분석’을 발휘합니다. 』
다시금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뱉는다. 뭔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확실히 일반 게이트하고는 느낌이 다르군요. 마력 이외에도 특수한 기운이 섞여 있네요. 내부에 존재하는 마수들의 힘도 강해보이고요. 시웅아, 조심해야겠다.”
“하, 너나 조심해라. B급 게이트인데 뭘 쫄아.”
“그래도 변칙 게이트인데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벌써 앞의 두 길드가 실패했다잖아.”
“그 놈들이 실력이 없는 거겠지.”
권시웅이 앞으로 나서며 창을 붕붕 휘둘렀다. 내가 이전에 만났던 어중이 떠중이와는 다르게 권시웅의 자신감에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
“근처 정찰부터 하고 온다.”
창술 천재 권시웅.
후에 그런 별명이 붙는 창술사다.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건 당연했다. 그가 빠르게 숲 안으로 사라졌다.
이철형은 권시웅의 그런 태도가 익숙한지 근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보랏빛으로 부글부글 끓는 독샘. 오른쪽에는 기이한 형태의 형광 버섯들이 가득했다.
“크으, 여기 미쳤는데요? 역시 고등급 변칙 게이트일수록 마력 농도가 다르다니까. 자라나는 생물도 차원이 다른 게 맞네요. 오우.”
연금술사로서의 피가 끓어오른다는 말을 하더니, 근처에 있는 풀숲으로 다가간다.
“거기 용병분들 이리 좀 와보실래요?”
내가 다가가자 이철형이 씩 웃으며 말했다. 탐욕스런 미소였다.
“여기서 푸른색 띄는 꽃만 따주세요.”
“······.”
나중에 구두쇠, 짠돌이 같은 별명이 붙은 헌터답다.
“빨리 해주세요. 시간 없거든요. 저는 잠깐 다른 분들이랑 주변 정찰 좀 다녀오겠습니다.”
“저 혼자만 땁니까?”
“아, 물론 아니죠. 김상욱씨도요. 용병이면 돈 받는 값을 해야죠.”
이철형이 김상욱에게 손짓했다. 쳐다보고 있던 김상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이보쇼, 내가 전투하러 왔지 고작 풀떼기나 따려고 온 줄 압니까?”
“못 하겠으면 돌아가시던가요. 어차피 그쪽 없어도 협회 분 포함하면 공략 인수는 맞으니까요.”
대놓고 갑질이었다.
이철형이 눈을 찌푸리자, 어쩔 수 없이 김상욱이 수풀 위로 무릎을 꿇었다.
“씨발······.”
그리 중얼거리면서 푸른색 꽃을 찾는다. 나는 웃음이 튀어나오려는 걸 참았다. 마기의 원천 회수가 간절하기는 한 모양.
나한테 마기의 원천 회수는 2순위다. 프로젝트인 메이저 게이트의 단서를 잡는 게 우선이었다.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건 간단하다.
이 게이트에 있을 권속을 처리하면 된다.
놈이 마기의 원천이랑 다음 프로젝트 단서까지 전부 들고 있으니까. 일석이조, 일거양득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다.
‘근데 뭐, 이런 걸 시키나.’
나는 별 생각 없이 약초를 채취했다.
푸른색 꽃이라. 연금술에 사용되는 건가? 풀밭에 널린 게 푸른색 꽃이었다.
별 생각 없이 꽃을 집어드는데, 메시창이 떠올랐다.
‘오.’
『 일반 스킬 ‘채집 Lv.1’을 획득합니다. 』
『 일반 스킬 ‘채집 Lv.2’를 획득합니다. 』
『 일반 스킬 ‘채집 Lv.3’을 획득합니다. 』
···
..
.
확실히 일반 스킬을 습득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미래에 다녀오면서 받은 미약한 재능 파편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미세하게 재능이 올랐다지만, 10만배가 되니 체감이 바로 되네. 아니지 칭호 초성장까지 합치면 20만배일 거다.’
이제 일반 스킬은 가볍게 익힐 수 있다.
‘생각치도 못하게 스킬을 얻었다.’
채집 스킬 같은 경우는 활용도가 높다. 채집할 수 있는 대상은 음식 재료부터 연금술 재료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걸 위한 채집꾼이 따로 존재할 정도.
‘앞으로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게 좋으려나.’
그리 생각하며 꽃을 채집하는데.
“이 파란색 꽃이 중요한거죠? 그러면 저도 도울게요.”
“저, 저도요.”
윤서현과 신아람이 이쪽으로 가세했다.
“예? 아뇨, 여성분들은 그럴 필요 없는데······.”
이철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시 권시웅이 멀어진 장소와 여자들을 번갈아봤다.
“그, 그러면 같이 채집하면서 권시웅을 기다리죠. 그게 낫겠네요. 정찰은 그 녀석 전문이니까요.”
태세를 바꿔서는 꽃을 뽑으러 온다.
근데.
이미 다 뽑았다.
“뭐, 뭔 손이 그렇게 빨라요?”
“손이 안 보였어요······.”
윤서현이 기가 막히단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신아람도 마찬가지였다. 스킬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그 많은 잡초들 사이에서 푸른꽃만 쏙쏙 뽑아드는 내 손놀림은 내가봐도 신기할 정도였으니까.
“하다보니까 되네요.”
내 손에는 푸른꽃 한아름이 들려 있었다. 모아놓고 보니 꽤 그럴듯 하다.
『 스킬 ‘채집 Lv.10’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채집한 약초의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
굉장한 추가효과는 덤이다. 참고로 추가 효과는 헌터마다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 채집 스킬이라도 있으셨던 겁니까?”
푸른 꽃을 확인하는 이철형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내 손에서 약초를 가져가더니, 군침 가득한 표정으로 약초를 살폈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보존하셨을 줄이야. 이거 재능 있는 거 아닙니까? 채집꾼이 딱 이네요.”
“······.”
채집꾼에 소질 있다는 소리는 신박하네. 전혀 기쁘지 않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였다.
콰아앙!
숲 너머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 * *
서둘러 달려간 장소에선 권시웅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상대는 도끼를 든 오크 두 마리였다.
콰앙! 콰아앙!
미래의 창술 천재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창술이었다. 오크 두 마리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그 화려함에 비해 결정력은 부족했다. 권시웅의 창날은 오크들의 도끼를 쉽사리 뚫고 들어가진 못했다.
그럴만했다.
‘마기의 영향을 받은 오크이니.’
이 게이트에 마기의 원천이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크는 B등급 일반 몬스터지만, 마기가 간섭한다면 B등급 상위까지 그 강력함이 치솟는다.
카앙!
오크 한 마리의 도끼질에 권시웅이 밀려났다. 이철형이 웃음기를 머금고 물었다.
“이야, 천하의 권시웅이 오크 상대로 고전을 다하십니다? 이거 내가 도와줘야 하나? 약화 포션이라도 던져줘?”
“꺼져, 도움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선 바로 오크들에게로 달려가는 권시웅. 그래도 전투는 권시웅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두 오크의 몸에 상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와준다니까.”
연금술사 이철형이 나이프를 들고 전투에 가세했다. 그의 나이프가 오른편에 서 있던 오크의 허벅지를 찔렀다.
취이익!
권시웅이 짜증난다는 듯 소리쳤다.
“도움 필요 없다니까!”
“그게 아니야, 오크 냄새가 짙어졌다니까. 다른 놈들도 여기로 다가오고 있어. 빨리 처리해야 해.”
맞는 말이다. 냄새로 알아챈 건 대단한데.
마찬가지로 내 통찰 스킬도 경각을 울리고 있었다. 숲 너머로 오크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고, 오크가 온다고요? 이거 진짜 큰일이네.”
배신자 김상욱이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인다. 간파 스킬을 안 써도 뻔하다.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느라 힘들어 보인다.
취익, 취익!
곧장 뒤편에서 오크 세 마리가 나타났다. 나는 대검을 꺼내 들었다.
“세, 세마리나.”
신아람이 흠칫 몸을 떨었다.
나는 김상욱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하십니까? 빨리 싸우죠.”
“윽, 그, 그래. 싸워야지.”
내가 뒤쪽에서 응시하고 있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단검을 들어 올린다.
전황이 불리해지면 본모습을 드러내려나. 그래도 우리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긴 버거울테니 섣불리 배신하진 않겠지.
“윤서현 헌터는 뒤에서 보조 부탁드립니다.”
“네, 물론이죠. 맡겨만 줘요.”
미래에서 배워 온 기술을 써먹어 볼 때가 되었다.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1’을 발휘합니다. 』
내 몸에 따스한 빛이 깃드는 순간, 나는 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뒤늦게 반응한 오크 하나가 도끼를 들어 올렸지만 한 발 늦었다.
『 스킬 ‘태양류 검술 Lv.11’을 발휘합니다. 』
서걱—.
내 대검이 오크의 목을 갈랐다. 발을 내딛는 것과 오크의 목을 베어내는 것이 거의 동시였다.
데굴.
‘응?’
단 한 번의 참격에 오크의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데몬헌트도, 일자베기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격이었는데.
취, 취익······.
그 모습에 당황한 오크 두 마리가 뒷걸음을 친다.
『 스킬 ‘위압 Lv.11’을 발휘합니다. 』
권시웅이 고전하길래 꽤 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죽을 줄이야. 심지어 아직 일자베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태양류 검술 대단하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오니 그 효과가 더 크게 체감된다.
아직 전투는 끝난 게 아니었다. 나는 대검을 거둬들이고 다른 오크에게로 달려들었다.
취익, 취익!
그 순간, 숲 속에서 오크 세 마리가 더 튀어나왔다. 이걸로 총 다섯 마리가 됐다.
방금 전 상황을 모르는 놈들은 바닥에 쓰러진 동료 하나를 보더니 씩씩거리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나야 좋다.
왠지 질 것 같은 기분이 안든다.
“좋아, 경험치 파티다.”
배낭에 넣어둔 오르티마 알이 기쁜 듯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