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92
92화 귀환(2)
원형의 테이블을 중심에 둔 회의실.
백묵은 그 가운데에 앉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 하나가 왔다.
‘이지한이 다시 나타났다라······.’
그에겐 할 말이 많았다. 해외의 게이트에서 마주한 마족. 거기에 더해 귀환해서 그의 성장을 확인했을 때 백묵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일주일 동안 종적을 감춘 바람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지한을 꼭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듣자하니 수호 길드에서도 이지한을 노리는 것 같던데.
‘일단은 눈 앞의 목표에 집중할까.’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유명인들이 하나둘씩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대한민국 10대 길드를 대표하는 자들. 그 뿐이 아니라 헌터 협회의 중역, 영웅 협회의 영웅들도 모인 자리였다.
“뭔진 몰라도 슬슬 시작하시죠.”
“그래서 저희를 왜 부른 겁니까?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자자, 다들 바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손해 볼 일은 아니니 잘 들어 보시죠.”
그들을 모두 불러 모은 건 다름 아닌 백묵이었다.
길드 호라이즌의 수장이자, 대한민국의 정보 사냥꾼.
동시에 S급 헌터이기도 한 그의 영향력은 유명 길드 사이에선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약 1주일 전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의 S급 헌터인 그렉스와 게이트 공략도 하나 하고 왔고요.”
“뭐? 협회 허가도 없이 해외에서 게이트 공략을 했단 말입니까?”
자리에 앉아 있는 헌터 협회의 이사 언성을 높였다. 백묵이 귀찮은 듯이 손을 저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태평하고 안일하다는 말을 하려는 거죠.”
백묵이 손가락을 튕기자 뒤쪽으로 빔 프로젝트의 영상이 떠올랐다. 특수 장비로 찍은 게이트 내부의 영상과 사진이었다.
거기엔 분명하게 찍혀 있었다. 보랏빛 피부와 검은 뿔, 붉은 눈을 가진 존재가.
마족이라 불리는 존재.
그러나 그 외관을 알아 보는 이는 적었다.
“그냥 마수잖습니까. 지금 고작 신종 마수 하나 발견했다고 유세 부리는 겁니까?”
단단히 화가 난 협회 이사가 팔짱을 꼈다. 백묵이 허가 없이 해외의 게이트를 공략한 게 영 아니꼬운 모양.
백묵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게이트와 시스템. 초창기에는 멸망의 징조라는 말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잖아요. 근데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빠뜨렸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마성이 있었다. 화를 내던 사람도 일단은 듣게 만드는 짙은 호소력.
“이 넓은 세계에 왜 인류만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죠.”
그는 잠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이 세계를 노리는 인류가 아닌 다른 집단이 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말에 회의실이 술렁였다. 놀랍다는 것보단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허, 참나.”
백묵은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무심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믿던지 말던지는 자유입니다. 그들은 마족이라 불리며 게이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습니다. 일반 마수가 아니라는 말이죠. 대화도 가능하고요.”
그 말에 회의실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몇몇 길드는 들을 가치도 없다면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시스템과 게이트가 초창기에 등장했을 때만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질 나쁜 소문이거나 인터넷 상에 떠도는 괴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되자 그 감각은 무뎌졌다. 그런 상황에서 마족이라는 종족의 등장이라니.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것처럼 터무니 없게 들릴 뿐이었다. 그나마 정보 길드로서 영향력을 끼치는 백묵이 한 말이기에 이 정도였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다.
수호 길드의 길드장 사최헌.
그는 흥미롭다는 듯 영상 속의 마족을 바라봤다. 그는 백묵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백묵은 이런 정보를 아무 이득 없이 공유하는 남자가 아니란 걸.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지?”
그 말에 백묵이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단독으로 조사한 일이니, 적절한 대가를 치르신 분들께만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길드들의 허탈한 탄성이 쏟아졌다.
여기서부터는 유료였다.
* * *
“제 역작입니다.”
나는 김건으로부터 장비를 받아 들었다.
『 아룡종의 비늘 갑옷(유니크) 』
– 방어력 : 50
– 인챈트 스킬 : 착장 Lv.3 착용 Lv.3 가벼움 Lv.3 자동수복 Lv.4
– 특수 효과 : 독 저항이 5% 증가합니다.
비늘 한땀한땀을 이어 만든 갑옷. 비늘 사이로 흐르는 영롱함에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
스킬을 읽어나가는 내 눈이 커졌다. 대박, 아니 대박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붙은 스킬들의 가치를 하나하나 계산해보자면······.
‘얼마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20억, 내가 김건에게 준 돈은 4천만원이었다. 아이템 재료를 내가 전부 대주기는 했지만.
‘굉장한데······.’
나는 감격스런 표정으로 김건을 바라봤다.
“이거 받아도 되는 겁니까? 너무 잘 나왔는데요.”
“말씀드렸잖아요. 제 역작이라고요. 물론 이지한씨 드리려고 만든 거구요. 재료부터 시작해서 전부 제공해줬으니 저는 만족스럽습니다.”
나는 갑옷을 들어 몸으로 가져갔다. 착용 마법이 있어 번거롭게 입지 않아도 갑옷이 녹아들 듯 몸에 착용된다.
‘착장 기능을 사용하면······.’
평소에는 갑옷의 외관이 감춰진다. 굳이 감추지 않더라도 갑옷이 워낙 멋있게 디자인 되어 있어서 괜찮았다.
‘심지어 아직 성장할 여지가 남은 방어구라니.’
그야말로 미쳤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흡족해하자 김건은 만족스런 얼굴로 말했다.
“언제든지 재료가 생긴다면 제게 맡겨주세요, 지한씨를 위한 갑옷이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만사 제쳐두고요.”
“감사합니다.”
어차피 계약을 맺어놔서 내가 가장 먼저 아이템을 받을 수 있지만. 장인의 마음도 중요하니까.
그러고보니까 이게 있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무기 하나를 꺼냈다.
『 봉인된 역전의 검 』
– 등급 : 무성(無星)
– 효과 : 현재 해당 아이템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계규율의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이다. 무성 등급이라는 걸 보니, 굉장히 사기적인 효과가 감춰져 있을 게 뻔한데.
유니콘의 피를 써도 봉인 해제가 되지 않는다.
“이걸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대장장이인 김건이라면 뭔가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등급 체계가 다르다보니 알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이건 무기인가요······?”
김건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무기에 고개를 쳐박을 듯이 가져다대었다.
그러더니 잠시 눈을 감고 무기를 쓰다듬는다.
“흐음, 너는 어떤 아이니······.”
완전히 집중한 듯 나를 개의치않고 중얼거린다.
“뭐? 누가 널 먹으려고 해? 대체 누가 그런 짓을······.”
옆에 서 있던 직원이 내게 귓뜸을 해줬다.
“당황스럽죠? 저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익숙해지니까 괜찮아요. 아이템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네요.”
“그런거였군요.”
김건은 미래에서 또라이라고 불리며 기인 취급을 받는다. 그가 아이템만 보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 들던 것도 그래서였나.
근데, 아이템이 아니라 재료만 봐도 정신을 못 차렸는데. 그냥 사람이 그런건가.
“응응, 그렇구나.”
잠깐의 진단(?)이 끝난 뒤 김건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쩐지 황홀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멋진 검은 처음이에요. 본 적 없어요. 지금은 봉인 되어 있어 보기 흉한 모양새지만요. 어디서 구하신거에요?”
“그냥 던전에서 주웠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이런 검을 사람이 만들었을 리가 없죠. 아주 특별한 검이에요. 등급을 매기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요.”
“그래서 봉인 해제 조건은 뭡니까?”
“음.”
내 말에 김건이 입을 다물었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 봉인을 푸는 게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조건은 알아낸 겁니까?”
“네. 조건 자체는 간단해요. 막대한 양의 경험치. 에고 소드처럼 경험치를 흡수하는 녀석이거든요. 아, 이 검이 에고 소드라는 건 아니에요.”
그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볼펜을 하나 꺼내더니, 무언가 수식을 적기 시작했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어림잡아 S급 던전 60개 분량의 경험치가 필요해요. 모든 경험치를 혼자 먹었을 때니까······.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사최헌 헌터에게 가져다줘도 봉인을 해제하는 건 10년은 걸릴 거에요.”
나는 S급 헌터도 아니고, 현 시점 S급 게이트를 단독 공략하는 헌터는 미국의 그렉스가 유일하다.
사실상 봉인 해제가 불가능한 무기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근데 나한테는 아니지.’
특성 무재조정 10만배, 칭호 초성장 2배. 총합 20만배의 경험치. 봉인을 풀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큰 도움이 됐네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새로운 재료가 있으면 언제든지 또 방문해주세요. 저도 계속 성장중이거든요.”
최근 백묵에게 재료들을 팔아 넘기긴 했는데, 앞으로 쓸만한 재료가 있다면 김건에게 넘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는 장인거리에서 마력 소나무 진액을 구매해 집으로 향했다. 내가 걸친 장비를 성장형 아이템으로 만드려면 거쳐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레벨업인가.’
검과 장비의 레벨업.
사냥과 중위 마족의 부하를 한 번에 처리할 계획이었다.
* * *
다음날.
허름한 시골 폐가의 앞.
“이번에도 마족이라는 거죠?”
윤서현이 팔짱을 낀 채 게이트를 노려봤다. 나는 그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소는 여기가 맞다.’
김상욱이 알려준 하위 마족의 은신처가 있는 장소.
지력의 마족.
놈은 전투의 마족의 부하였다. 놈을 죽이고, 전투의 마족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야했다.
“이번에는 일로 온 거니까요. 빨리 끝내보죠.”
윤서현은 손가락을 두두둑 풀었다. 이번에는 협회 사람인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게이트 공략 도중에 난입하는 거였다. 일반적으로는 금지되는 일이다. 특수 게이트라는 명목 하에 벌이는 일.
윤서현이 가볍게 설명을 했다.
“이 게이트는 A+ 등급의 특수 게이트에요. 내부는 평원이고, 클리어 방식은 몰살이에요.”
“내부에서 공략하는 건 누굽니까?”
“대한민국 8위 ‘하루’ 길드에요. 전에 만나본 적 있는데 다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게이트에 마족이 있다면, 벌써 위험에 빠져있을 수도 있겠네요.”
바깥에 있던 하루 길드의 사람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대기조다.
게이트로 누군가가 침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
“심각한 일인가요?”
하위 게이트야 협회가 개입하는 일이 많다지만, 상위 게이트쯤 되면 길드들도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개입은 없는 편.
윤서현이 대답했다.
“네, 심각합니다.”
그 말에 하루 길드의 대기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마족의 출현은 심각한 문제가 맞기는 하다.
우리는 그들을 두고서 게이트 내부로 발을 옮겼다.
화아악!
시야가 뒤바뀌며 넓게 펼쳐진 평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노을이 인상적이다.
『 게이트 클리어 조건 』
– 목표 : 마수 처치 ( 125 / 1000 )
– 분류 : 몰살
이제 125마리를 처치했으니 공략이 막 시작된 찰나였다.
“일단 하루 길드원들의 상황부터 살피러가죠. 설명을 해야하니까요. 문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건데······.”
평원이었지만, 중간 중간 바위나 큰 나무 같은 구조물이 많아 찾기가 어려웠다.
주변을 살피는 그때였다.
취익! 취익!
스무 마리의 검은 오크들이 우리를 발견하곤 달려오고 있었다. 다크 오크들의 손에 들린 건 날카로운 철제 무기였다.
이 정도 등급의 게이트가 되면 마수들의 무기도 원시적인 수준에서 벗어난다.
더 이상 투박한 도끼나 몽둥이는 없다. 검과 검의 진검승부만이 있을 뿐.
나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달려오는 놈들은 사냥해도 법적으로 괜찮은 거 맞죠?”
“그거야, 물론이죠.”
“오르티마, 쓸어버려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쿠구구구!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목룡(木龍). 윤서현이 기겁을 했다.
“조, 조심해요!”
나를 붙잡고 순간이동을 하려는 걸 간신히 말렸다.
“진정해요. 마수가 아닙니다. 제 펫입니다.”
“네······?”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피는 윤서현.
콰아아앙!
목룡으로 변한 오르티마가 다크 오크들을 덮쳤다.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오크들이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손에 든 검이 애들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크 오크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나갔다.
연이어 땅을 훑고 지나가는 진동.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촤르르륵!
『 아룡종의 비늘 갑옷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아룡종의 비늘 갑옷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아룡종의 비늘 갑옷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
『 아룡종의 비늘 갑옷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순식간에 내 눈 앞을 가득 채우는 메시지.
‘이거지.’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서현에게 말했다.
“그러면 달려드는 마수들을 잡으면서 계속 가보죠.”
이렇게 소란을 피웠는데, 마수의 특성상 잔뜩 몰려 올 거다.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사냥하는 수밖에 없다.
그냥 당할 수는 없으니까.
자, 레벨업의 시간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