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1)
정의로운 범죄단체는 없다
“당장 그렇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가능성이 보이더라고. 굳이 안타스가 아니더라도 나 혼자서 조금씩 노력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리고 뭐요?”
“안타스는 너무 과격하잖아. 테러도 그렇고, 사람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고.”
“처음에 내가 말했잖아요. 모든 테러를 우리가 벌인 게 아니라 정부에서 뒤집어씌운 거라고.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전부 죽을 만한 사람들이었어요.”
“서라야….”
“선배가 그런 임무를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 강신혁은 호구처럼 돈만 뜯겼을 뿐이지 임무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내게 그런 임무가 내려진 적은 없다고 해도, 언제 그런 임무가 주어질지 모르는 거잖아.”
“안타스에서도 아무에게나…. 그런 임무가 두려우세요?”
당연히 두렵지.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고 무시당하는 것만 빼면 나름대로 만족하는 내 일상이 안타스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끝장날 테니까.
“솔직히 두려워.”
“겁쟁이.”
이제는 슬픈 표정을 짓는데, 기분이 좀 그렇다.
“미안. 탈퇴는 가능한 거지?”
사실 준비한 건 더 있지만 분위기를 보니 자연스럽게 나가면 될 것 같다.
해방인가?
최서라에겐 좀 미안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잘 처리해 주겠지.
오늘부터는 두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선배가 고백하셨을 때 거절했던 이유, 알려 드릴게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고백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또다시 기억이 떠오른다.
하하…. 강신혁 이 자식, 최서라를 좋아했다.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호구처럼 돈도 갖다바친 거겠지.
다시 생각해도 호구 중의 호구. 완전 상 호구다.
“아니, 저기… 이제는 별로….”
“아무 말 말고 들어 주세요!”
“그, 그래.”
너무 박력 넘치게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어휴, 어째 발목 잡히는 기분이다.
“15년 전에 벌어진 대규모 포탈 해방 사건 아시죠? 저희 부모님 두 분 다 어릴 때 그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어렴풋이 강신혁의 기억이 떠오르지만, 소설에서 언급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뭐, 어쨌든 포탈 해방이라면 포탈에 있던 몬스터가 밖으로 나왔다는 거겠지.
그런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니 참 딱하다.
하지만 강신혁도 고아다.
공감해 주는 척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 사연으로는 내게 감성팔이 하는 건 무리지.
그리고 그게 강신혁의 고백을 거절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설마 자기도 고아면서 같은 고아는 싫다는 건가?
“헌터들이 빨리 왔다면 두 분 다 살 수 있었어요. 사건 당시 헌터들이 대부분 권력 있고 부자인 사람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 파견되지만 않았더라면요.”
아, 이건 좀….
“우리 동네에서 해방된 포탈은 D 랭크 4개, C 랭크 2개로 가장 많았어요…. 그런데 온 건 고작 중소 길드 헌터 한 팀뿐이었죠. 반면에 F 랭크 던전 3개가 해방된 부자 동네에는 거대 길드 헌터 팀이 수십 팀이나 출동했고요.”
전형적인 ‘헬조선’이 헬조선 한 일이구나.
소설 속 세계지만 어쨌든 이곳도 헬조선이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사회적으로 꽤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 강신혁의 기억엔 그런 일이….
잠깐, 설마?
“나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듣거나 본 기억이 없어.”
“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죠. 그런 지시를 내린 자들이 힘을 써서 전부 덮어 버렸으니까요.”
예상이 맞았다.
“다른 유족들은 몰라요. 그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보상금도 우리 동네 사람들에겐 꽤 큰 금액이었으니까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지 않았다면 저도 몰랐을 거예요.”
“그래. 그랬겠지. 많이 힘들었겠네.”
이번에는 아까처럼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다.
그래서 안타스에 들어온 거구나.
강신혁처럼 비 헌터 학교 출신도 아닌데 왜 안타스에 들어온 건지 의문이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
강신혁의 고백을 거절한 것도 그럼….
“이상하죠? 고백을 왜 거절했는지 말해 준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부모님 이야기나 하고.”
“아니, 뭐…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때는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선배가 싫어서 거절한 게 아니었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친구들 만나고 제 삶만 살다 보면 부모님의 일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복수할 때까진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 전후 사정을 들어 보니 이럴 것 같았다.
“도와주세요. 복수가 끝나면 저도 안타스에서 나올 거예요.”
서라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서라의 부모가 자기 자식이 테러 단체에 들어가 복수하는 길을 바랄까?
전생의 내 부모는 부모 같지 않은 사람들이라 확실히 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부모라면 자기 자식이 그런 삶을 사는 걸 바라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강신혁이었다면 당연히 최서라를 도와주겠다고 했겠지.
하지만 나는 최서라에게 별 감정이 없다.
사정이 딱하고 최서라가 나름 예쁘장한 편이긴 해도 이 세상에 여자가 최서라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최서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눈 딱 감고 한 번 더 미안하다고 하면 내 삶은 훨씬 더 자유로워지겠지.
소설을 읽었으니 미래도 알고 있고 주인공의 기연에 숟가락도 성공적으로 얹었으니, 여기서 최서라를 손절하고 안타스만 빠져나오면 앞으로 내 인생은 탄탄대로 그 자체다.
“복수할 대상은 알고 있어?”
미안하다고 하려 했는데 생각과는 다른 말이 나왔다.
어휴,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호구가 따로 없네.
그렇게 강신혁보고 호구라고 욕했는데.
어쩌면 내가 썼던 소설의 주인공이 전부 호구 기질이 다분했던 건 내가 호구라 그랬던 걸지도….
“선배?”
“일단 질문에 대답부터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당시 헌터관리국 국장은 김인학이었어요. 하지만 김인학 단독으로 그런 지시를 내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의외였다.
난 서라가 부자 동네에 출동했던 헌터까지 전부 복수 대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서라네 동네가 아닌 부자 동네를 갔던 헌터들까지 전부 원수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그들이야 위에서 지시한 명령대로 움직였을 뿐이니까.
당시 그런 명령을 내렸던 사람이 서라의 원수라고 보는 게 맞을 거고, 헌터들의 출동에 직접 관여할 정도면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자일 테니까.
그래서 헌터관리국 국장인가?
서라 말대로 그자도 다른 사람들에게 압력을 받았을 수도 있으니 복수할 대상을 특정하는 것부터 좀 힘들어 보인다.
일단 김인학을 잡아서 물어봐야 할 텐데 10년 전에 헌터관리국 국장이었으면 지금은 훨씬 더 거물이 되어 있을….
잠깐, 김인학?
어디서 들어 본… 아, 이제 생각났다.
주인공이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그룹 문제로 정치권과 갈등을 겪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부 쪽에서 무슨 재단 같은 걸 만든다는 핑계로 기업에 삥을 뜯는데, 그중에 주인공이 속한 화신그룹도 있다.
주인공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당연한 결과지만 삥을 뜯으려 했던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그 떨거지들까지 전부 싹 쓸려 나간다.
그때 쓸려 나가는 떨거지 중 하나가 김인학이다.
서라의 말에 따르면 김인학은 현재 여당 3선 국회의원이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당 대표와도 꽤 친한 사이라고 한다.
“선배, 아까 그만두신다는 이야기 없던 거로 하는 거죠?”
내가 제대로 표현을 안 해서 불안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니, 역시 안타스는 그만둬야겠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도와줄게.”
준비를 해 두길 잘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가 무슨 수로요? 국회의원 경호가 얼마나 철저한데… 안타스에서도 힘들다고 했어요. 그러지 말고….”
“말 잘했네. 안타스에서도 힘들다고 했다며. 그런데 안타스에서 네가 바라는 대로 김인학을 잡아서 대령해 줄까?”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엔 꼭 해 주겠다고….”
“나중에 언제? 그들이 네게 정말로 확답을 했어?”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김인학은 주인공이 건드리기 전까지 승승장구한다.
반면에 최서라는 3년 후 주인공에 의해 안타스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법정에 서게 된다.
테러를 일으키기 전에 주인공이 밝혀내고 저지해서 사형은 아니지만 내 기억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을 거다.
즉 지금 눈앞에 이 녀석은 앞으로 3년 뒤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된다.
“그건 아니지만 제가 맡은 임무를 잘 해내면 안타스에서도 분명히….”
“안타스는 그러지 않을 거야.”
“선배가 뭘 알아요?”
뭘 알긴 미래를 다 알지.
이런 말을 하는 최서라가 불쌍하다.
안타스가 일개 조직원인 서라의 요구를 들어줄 정도로 정이 있고 의리가 넘치는 단체가 아니라는 걸 난 안다.
반헌터주의. 권력을 가진 헌터들의 횡포를 규탄한다는 대외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안타스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으니까.
“그럼 이번 주말에 시간 내. 직접 보여 줄 테니까.”
애초에 말이 안 되지 않나?
정의로운 국제 범죄단체에 착한 테러 집단이라니.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 * *
오늘은 토요일. 서라에게 안타스의 어두운 면을 보여 주기로 한 날이다.
나는 아침에 밥만 먹고 일찌감치 학교를 나왔다.
학교 앞에서 같이 만나 이동하는 쪽이 더 편하지만, 학교 근처에서 괜히 서라랑 같이 있는 모습을 다른 선생님들이 보고 오해라도 하면 좀 곤란하니까.
그런데 최서라 이 녀석은 도대체 언제 올 생각인지 모르겠다.
약속 시각이 벌써 10분 넘게 지나서 전화를 한번 해 보려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양반은 못 되는 모양이다.
“선배, 오래 기다렸어요?”
“그래, 아주 오래 기다렸다.”
“미안해요…라고 할 줄 알았어요? 어휴, 그럴 때는 나도 방금 왔다고 하는 거예요.”
이 녀석 봐라?
황금 같은 주말에 누구 때문에 시간을 냈는데.
그냥 확 안타스에 그대로 둬서 감옥 가게 할까 싶지만… 어휴, 착한 내가 참는다.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시간 없다, 얼른 움직이자.”
“어디 가는 건데요?”
“일단 강북.”
“강북? 강북 어디요?”
가면서 설명한다고 말하고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빛샘추모공원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추모 공원이면 납골당이잖아요. 거긴 왜 가는 거예요?”
“가 보면 알아.”
변두리다 보니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납골당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있다.
로비에 있는 꽃집에서 납골당 안에 넣을 수 있는 미니 화분을 하나 구입했다.
“이제 다 왔으니까 알려 줘요. 안타스의 진실을 알려 준다면서 여기엔 왜 온 건데요?”
“만날 사람이 있어.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원래는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문의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잠깐 봤는데도 사슴같이 예쁜 눈, 무엇보다 소설에서 묘사된 나비가 그려진 노란 머리끈까지, 내가 찾던 그 녀석이 확실하다.
슬픈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아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빠, 나 왔어.”
여긴가 보다.
서라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나가려는데… 깜짝이야! 뒤에 서라 녀석이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기다리라고 했을 때부터요. 뭐 하는 거예요?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웬 애를 따라가고. 아는 애예요?”
알다마다.
저 아이의 이름은 이서아.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1년 후 제1 헌터 학교에 입학하고 주인공의 2년 후배가 된다.
초반에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그저 그런 여캐 중 하나인 줄 알았지만, 자질은 무려 원래 주인공인 김도현과 같은 최상이다.
학교에서는 이지성과 김도현의 관심을 양쪽에서 받으며 살짝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후반에도 맹활약하며 비중이 꽤 크다.
읽으면서 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했고 히로인 인기투표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작가의 말도 봤었다.
“일단 좀 떨어지자.”
혹시 들릴지 몰라 서라와 함께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2년 전에 안타스에서 암살당한 민영석이라고 알아?”
“헌터관리국 2차장이었던 쓰레기를 말하는 거라면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 기억한다니 설명이 쉽겠네.”
“잠깐만요. 저 아이가 민영석 딸이라도 돼요? 민영석은 충분히 죽어도 싼 쓰레기였어요. 횡령한 예산만 해도 수십억에 여러 길드에서 돈을 받아먹고 좋은 포탈을 배정해 주고… 갑질은 또 얼마나 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아는 모양이라 다행이다.
물론 녀석의 예상은 완전히 틀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