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24)
워프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법을 준비하다 어머님이 화장실로 오실 것 같아 급하게 나뭇잎을 찢었다.
마계수 나뭇잎으로 이동하는 위치는 랜덤인데 이번엔 바로 마계수 옆이다.
―어? 뭐야, 한 달 뒤에 온다더니 일찍 왔네.
기타를 치던 루시엘이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 그게 사정이 좀 생겨서. 이번엔 오래 있을 건 아니고 그냥 잠깐 들른 거야.”
―그럼 얼마나 있을… 그건 뭐야?
루시엘이 가리키는 건 세진이가 내게 맡겨 둔 초커와 고양이 귀 머리띠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바로 아공간 마법을 써서 넣어 두려 했지만 루시엘이 다가와 휙 채 간다.
―아니긴, 내 선물… 응?
“네 거 아니니까 줘.”
다가가서 빼앗으려 했지만 블링크 마법을 써서 녀석이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헛손질만 했다.
내공을 흩뿌려 보니 위쪽이다.
땅을 박차고 녀석의 기운이 느껴지는 마계수 가지로 올라왔는데 어째 녀석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네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너 말고 다른 인간의 냄새가 나.
“냄새는 무슨 네가 개… 엇?”
갑자기 휙 던져 버리는데 다행히 받는 데 성공했다.
―너 똑바로 말해. 뭐 하다 온 거야?
“네가 알 거 없잖아. 내려가면 초코바 줄 테니까 초코바나 먹어.”
―내가 무슨 초코바에 환장한 줄 알아? 안 먹어!
환장하는 거 맞지 않나?
왜 그러냐고 하려 했지만 녀석이 또다시 사라졌다.
블링크를 또 쓴 것 같은데 흩뿌려 둔 내공에 걸리는 위치가 조금 멀다.
따라갈까 하다 그냥 캠핑카로 돌아왔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조금 지나면 알아서 풀리겠지.
일단 아공간 마법을 써서 머리띠와 초커를 넣어 두려고 하는데 캠핑카 옆에 웅크리고 있는 카이나칸이 보인다.
―언제 왔냐?
“조금 전에. 육포 좀 먹을래?”
―육포? 좋지.
카이나칸 녀석 눈을 빛낸다.
머리띠와 초커를 집어넣고 육포를 몇 봉지 꺼내 줬다.
작은 크기로 변신해 익숙하게 물어뜯는다.
꿀떡꿀떡 삼키는 녀석을 보다 캠핑카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한숨 잘까 해서 눈을 감는데 아까 세진이 모습이 떠오른다.
녀석이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학교에 있을 땐 진짜 우등생의 표본 그 자체였는데.
뭐, 아무튼 나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김 선생님도 그렇고 세진이 녀석도….
물론 세진이는 직접적으로 고백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녀석이 내게 한 행동을 보면 안 봐도 비디오다.
어머님만 오시지 않았다면 바로 고백했겠지.
지난번에 결투 끝나고 런던에 있는 호텔에서 김칫국을 마신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김칫국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인생에 한 번쯤은 급격히 여자가 많아지는 시기가 온다고 하던데 아마 지금이 그 순간인가 보다.
인기 있다는 건 좋지만 조금 당혹스럽다.
김 선생이야 동료라고 해도 세진이랑은 사제 관계니까….
그동안 언론이나 지인들이 진짜 연인 아니냐고 의심할 때 매번 아니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만나는 건 좀….
무엇보다 세진이를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다.
거절하면 어색해지겠지….
아까 마신 와인이 이제 올라오는지 머리가 아프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하려는데 푸른 빛과 함께 루시엘이 나타났다.
그대로 침대로 와 다이빙을 한다.
“뭐 해? 스프링 망가져.”
―무슨 일 하다 온 건지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뭘? 별거 아니야. 나 좀 피곤하니까 자고 이야기하자.”
―뭐가 별거 아닌데? 아니, 별거 아니니까 말 좀 해 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칭얼대는지….
“나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황이 좀 복잡해.”
―뭐?
“뭐냐, 그 표정은?”
내가 무슨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혐오하는 표정이다.
―너처럼 못생긴 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또 그러네. 초코바 한 달 금지 할까?”
―치사하게 먹는 거로.
“네 눈이 턱없이 높아서 그렇지. 나 꽤 인기 많아.”
―뭐…. 인간 기준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서 뭐가 복잡한 건데. 자세히 좀 말해 봐.
뭘 말하냐고, 귀찮다고 가라고 했지만 루시엘이 끈질기게 치근대는 바람에 간단하게 사정을 이야기해 줬다.
―그러니까 네 동료라는 여자랑 네가 가르친 제자가 널 좋아한다는 거네?
“잘 이해했네. 됐지? 이제 나 잘 거니까 좀 가라.”
―아직 결론 이야기 안 했잖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이야기해야 하지?”
―뭐?
혹시 이 녀석도 날 좋아하나?
“너 나 좋아하냐?”
―무, 무슨 개소리야! 못생긴 게 주제도 모르고.
아무래도 내가 착각한 모양이다.
하긴 루시엘은 지독한 얼빠.
맨날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이 녀석이 날 좋아하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럼 그만 귀찮게 하고 좀 나가 줄래?”
―초코바나 내놔.
아까는 안 먹겠다더니.
한마디 할까 했지만 귀찮아서 마법을 써 초코바를 두 박스 꺼내 주자 초코바 상자를 챙겨선 쿵쿵거리며 나간다.
저 자식 저거, 일부러 저러는 것 같은데 또 뭐가 마음에 안 든 건지….
하여간 루시엘 녀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8시간 정도 됐다.
잠깐 눈만 붙이려고 했는데 아주 푹 자 버렸다.
루시엘 녀석은 아직도 기분이 안 풀렸나?
평소에 이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열에 여덟, 아홉은 루시엘이 옆에 있었다.
원래는 심심하다며 놀자고 건드리는데 없는 걸 보면 여전히 기분이 저기압인 것 같다.
내공을 일으켜 약간 남아있던 숙취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잘 잤나?
“어. 카칸, 계속 여기 있었냐? 육포 좀 더 줄까?”
―좋지.
마법을 써서 육포를 꺼내 줬다.
“루시엘은?”
―주인님이라면 마계수 앞에 계신다. 새로운 마법 연구하신다고 방해하지 말라던데.
삐져서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연구라….
궁금해서 마계수 쪽에 가 보니 루시엘 녀석 심각한 표정으로 바닥에 뭘 그리고 있다.
알 수 없는 문자와 도형이 잔뜩 쓰여 있다. 몇 개는 룬문자 같은데 이렇게 봐선 모르겠다.
상당히 집중을 한 건지 내가 옆에 온 것도 모르는 눈치고.
“무슨 마법 연구해?”
―바쁘니까 말 시키지 마.
태도가 상당히 쌀쌀맞다.
마법 연구한다길래 기분은 다 풀린 줄 알았는데.
“에이, 왜 그래? 나도 좀 알려 줘.”
―아, 계산 헷갈리니까 말 시키지 말라고!
“아… 알았어.”
녀석답지 않게 버럭 화까지 낸다.
예민해 보여 더 있어도 좋은 소린 못 들을 것 같아 다시 캠핑카로 돌아왔다.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곳에 온 지 아직 9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 바깥 시간으로는 20분도 안 지났을 테니 바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일단 아공간 마법으로 도시락을 하나 꺼내 허기를 달랬다.
이제 숙취도 없는데 여전히 어제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그나마 김 선생은 바로 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세진이는 다르다.
어제 행동을 봐선 바로 답을 달라고 할 것 같은데….
―표정이 안 좋군. 무슨 고민 있나?
“카이나칸, 넌 연애해 본 적 있냐?”
―연애? 혹시 짝짓기를 말하는 건가? 나는 주인님이 만드신 생명체라 그런 열등한 방식으로는….
“됐으니까 저리 가.”
하도 답답해서 혹시 하고 물어본 건데 짝짓기는 무슨 놈의….
어휴, 내가 괜한 말을 했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릴 겸 심법 수련이나 좀 할까 했지만,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고양이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전생에 연애했을 때 여자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이벤트를 해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도대체 그런 요망한 걸 어디서 배워 온 건지.
으음, 내가 그동안 여자로 생각을 안 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세진이만 한 애가 없다.
우리 검술반 애들 중에도 녀석을 좋아하는 애들이 더러 있었을 정도로 미인이다.
본인이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전부 찼다고 하지만 고백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했고.
지난번 대회로 받은 상금에 나중에 김대찬이 물려받을 유산까지 생각하면 재력은 말할 것도 없다.
김 선생과 달리 요리도 정말 잘하고.
게다가 예전에야 학생이었지만 내가 세진이 담임을 했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젠 어엿한 성인이다.
스캔들이 제기됐을 때 아니라고 했던 게 조금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것도 알고 지내다 보니 호감이 생겼다고 하면 그만이지….
―강신혁, 잠깐 나 좀 봐.
어느새 루시엘이 옆에 와 있다.
“응? 아까는 방해하지 말라더니, 그새 연구 끝났냐?”
―아직 완벽하진 않은데 일단 한번 해 보려고. 나 따라와서 조금 도와줘.
“도와달라고?”
―혼자 시전하기에는 마나가 부족해.
“네 마나가 부족하다고?”
루시엘은 마계수의 수호자라 마계수의 마나를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다.
거의 무한과 다를 바 없을 텐데.
―동시에 마력을 주입해야 해서 그래.
“무슨 마법인데?”
―그… 그냥 좀 도와주라고!
이 자식 봐라?
어제부터 계속 까칠하더니 아주 명령조다.
안 그래도 나도 심란해 죽겠는데….
“그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야? 어제랑 아까 성질낸 거 사과하고 공손하게 부탁합니다, 해 봐.”
―흥! 도와주기 싫으면 말아!
발끈 성질을 내더니 카이나칸을 안아 들고 사라져 버린다.
그냥 도와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너무 오냐오냐해 주면 애 버릇 나빠진다.
물론 루시엘이 애는 아니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애가 따로 없다.
콰앙!
아무튼 다시 생각이나 하려 했는데 마계수 쪽에서 폭음이 들린다.
콰앙― 콰앙― 콰앙―!
처음엔 무시하려 했지만 연속적으로 폭음이 울려 자리에서 일어나 마계수 쪽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여러 도형과 빽빽한 룬 문자로 이루어진 커다란 마법진이다.
구석엔 까맣게 타 버린 카이나칸이 쓰러져 있다.
마법 실패 부작용인 것 같은데 카이나칸만큼은 아니지만 루시엘도 안색이 창백하다.
일단 카이나칸에게 회복 마법을 사용하며 루시엘에게 무슨 마법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
―안 도와줄 거라며. 신경 꺼.
“어떻게 그래. 애가 이 꼴이 되고 너도 상태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럼 도와줄 거야?
“일단 무슨 마법인지 설명부터 해 봐.”
―나,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일단 도와줘.
뭔가 수상한데….
―도와주면 네가 지난번에 말했던 외형 바꾸는 마법 알려 줄게.
“정말?”
수차례 부탁해도 불순한 의도로 배우는 건 안 된다며 깐깐하게 굴던 녀석이 웬일이지?
―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수상했지만 루시엘의 상태가 안 좋아 보여 걱정되기도 하고 폴리모프 마법도 알려 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대답했다.
* * *
“사부, 치킨 드세요.”
바삭바삭한 치킨을 한 입 베어 물려 했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환가 싶어 볼을 꼬집으니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꿈이었구나.
여동빈과 싸우고 돌아온 지 어느덧 2주란 시간이 흘렀다.
캠핑카를 비롯해 녀석이 가져다줬던 모든 물건이 사라졌고 내 이름이 새겨진 비석까지 있었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동빈 그 자식이 선계의 시간대가 이곳과 다르다고 해서 처음엔 너무 늦게 돌아온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다.
동굴 주변의 나무와 풀이 큰 변화가 없으니까.
신혁이 그 녀석이 약간 뺀질거리긴 해도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툭하면 라면 안 사 온다고 협박하긴 했지만, 말로만 그렇지 실제로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근래 들어 일이 바쁘다고 부탁했던 음식들을 안 사 오긴 했지만, 그것도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녀석을 믿었다.
내가 등선했다고 생각하더라도 비석까지 만든 걸 보면 추모를 하기 위해 한 번쯤은 찾아올 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 멍청한 제자 놈은 비석만 세우면 끝이라고 생각했는지 지난 2주간 이곳에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못 먹은 지 벌써 2주.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국물에 오동통한 면발을 가진 라면이 먹고 싶다.
바삭바삭한 치킨에 양념을 듬뿍 찍어 한 입 베어 물고 싶다.
육즙이 팡팡 터지는 만두도….
제기랄, 도저히 안 되겠다.
멍청한 제자 녀석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는 수밖에.
여동빈, 그 자식이 어떻게 했더라?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가며 검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