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6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66)
나의 장례식
“정말 루미엘을 만났다고?”
“그래. 피는 못 속인다고 너처럼 초코바 엄청 좋아하더라.”
의심도 엄청 하고 자칫 싸울 뻔했다고도 말할까 하다 괜히 더 바가지를 긁을 것 같아 참았다.
어차피 잘 이야기해서… 잠깐. 이 녀석 거짓말을 했었지.
“루미엘이 무슨 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우리 언니는 거짓말쟁이니까 주의하라던데.”
“내, 내가 무슨 거짓말쟁이야. 루미엘 그 꼬맹이가 허튼소리 한 거야.”
말을 더듬는 걸 보면 찔리긴 하는 모양이다.
투명화 마법을 사용한 채로 지옥의 문을 나와 바로 워프 마법으로 한국에 왔다.
시간을 확인하니 루미엘의 말처럼 이틀이 지나 있었다.
사부와 루시엘이 있는 포탈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해 둔 세진이의 휴대폰으로 톡을 보내 돌아왔다고 이야기했다.
걱정을 엄청 했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부가 있는 포탈로 왔다.
세진이뿐만 아니라 사부랑 루시엘도 한 소리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크게 혼나진 않았다.
뭐, 말은 나를 믿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세진이가 중간 중간 보급을 해 줘서 그런 것 같다.
초코바나 라면이 떨어졌으면 난리가 났을 테니까.
“신혁, 신혁, 그럼 이제 앞으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야?”
“계속은 아니고 당분간은.”
“왜 당분간이야? 너 세상에서 죽은 거로 안다며.”
“내가 저렇게 살 순 없잖아.”
침대에 누운 채 감자칩을 먹으며 TV를 보는 사부를 가리켰다.
내 말에 루시엘이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사부에게 달려간다.
“사부! 신혁이가 사부 한심하다는데요?”
“야!”
“한심? 안 그래도 몸이 찌뿌둥했는데 대련이나 한번 해야겠구나.”
됐다고 말하며 빠르게 도망쳐 포탈을 나왔다.
내가 죽은 척 위장한 건 사부처럼 한량으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지내기 위함이 아니니까.
휴대폰 신호가 터지는 곳으로 가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내 사망 추정 기사로 완전히 난리가 났다.
사망 추정이지만 실제론 사망이나 다름 없지.
지옥의 문에서 여태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미련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른 S 랭크 헌터들처럼 빼지 않고 도전한 용기를 높게 산다는 사람들도 많다.
뭐, 특별히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
지금이야 떠들썩하지만 어차피 이미 난 죽었으니 관심은 곧 사그라들 테니까.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이다.
특히 우리 반 학생들이나, 검술반 학생들, 친했던 선생님들 다들 충격이 클 텐데….
뭐, 별수 없다.
누군가에게 알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쏟아지는 기사들 중에 헌터 협회에서 내 장례를 헌터장으로 치를지 논의 중이라는 기사도 있다.
고아라 장례를 치러 줄 사람이 없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내 변호사랑 컨택이 안 됐나?
유산을 다 물려받는 게 세진이다 보니 세진이가 도맡아 하기로 했다.
애초에 시체도 없어서 어떻게 할진 모르겠다.
그냥 사진이라도 걸어 두고 절하려나?
어차피 장례식에는 무조건 참석할 예정이다.
옛말에 정승 집은 개가 죽어도 조문객이 많이 오지만 막상 정승이 죽으면 조문객이 없다는 말이 있다.
딱히 그런 사람들을 거르려고 죽은 척 위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약 내가 죽었다고 손절한 사람들은 알아 두면 좋을 테니까.
옛말처럼 사람들이 많이 안 오려나?
그동안 내가 주변에 그리 못하고 살진 않았던 것 같은데….
계속 장례식에 있을 순 없을 테니 세진이에게 나중에 참석자 명단이라도 좀 따로 보여 달라고 해야겠다.
그래도 괜찮겠지?
세진이가 정말 고생이 많다.
아직 얼굴도 못 봤다.
새벽에 잠깐 포탈에 들러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오겠다고 하긴 했지만.
한국으로 와서 장례도 치러야 하고 유산 상속 절차도 진행해야 하고.
일은 내가 벌였는데 수습은 전부 세진이에게 떠넘긴 것 같아 살짝 미안하다.
* * *
죽은 척 위장한 지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중간에 세진이를 만났는데 등짝을 몇 대나 맞았는지…. 그사이 실력이 늘었는지 손이 상당히 매웠다.
바뀐 모습을 한 번 점검하고 안가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갈까요?”
“서울 의료원 강남 장례식장으로 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문상 가시나 보네요.”
“아, 네.”
20분 정도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강신혁의 장례가 진행된다.
첫날인데 차도 사람도 상당히 많아 겨우 택시에서 내렸다.
뭐, 전부 내 문상객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안에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검은 상복을 입은 세진이다.
세진이 저 녀석은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상당히 슬픈 표정이다.
울기까지 했는지 눈이 좀 부은 것 같기도 한데 연기가 참 대단하다.
저번에 봤을 땐 너무 안 슬퍼해서 들키면 어쩌지 하며 걱정하기에 내가 진짜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는데, 그게 좀 도움이 된 건가?
사실 그렇게 말하고 무슨 그런 말을 하냐며 등짝을 두 대는 더 맞았다.
뭐, 안약이라도 쓴 건지 어쨌든 연기가 참 대단하다.
순서가 꽤 밀려 있어 조의금부터 하려고 부조함을 찾는데… 어라?
“저기, 혹시 부조는 안 받나요?”
“네. 상주 역할을 하시는 세진 님께서 부조는 안 받겠다고 하셨거든요. 저기에서 방명록만 남겨 주시면 돼요.”
직접적인 가족도 아니고 괜히 돈 챙긴다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그런 것 같은데 약간 아쉽다.
돈이 아쉬운 게 아니라 누가 얼마나 했는지 보고 나중에 조금 더 챙겨 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래도 방명록은 적는다니 다행이다.
일단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거니까.
장례지도사가 가리킨 곳에 가서 방명록을 작성하는데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사부 이름을 적었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해야 하는데 줄이 꽤 있다.
이상한 건 내 장례식에 온 사람들인데 대부분 다 얼굴을 못 알아보겠다.
안면이 있는 학생들이 몇 명 보이긴 하지만 성인들은 대부분 다 모르겠다.
아, 혹시 그건가?
세진이가 복장만 갖추고 고인을 추모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올 수 있게 하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축제 때 도와줬던 내 SNS 팔로워들이겠구나.
나 꽤 인기 있었네.
아직 시간이 6시밖에 안 됐으니 직장인들은 퇴근하고 오겠지.
어느덧 내 차례가 되어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데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힘내세요.”
힘든 척 연기하는 세진이에게 한마디 하고 대충 구석에 자리를 잡으려는데 깜짝 놀랐다.
세진이 곁에 김대찬 부부도 함께였으니까.
어머님은 몰라도 김대찬까지 이렇게 상복을 입을 줄은 예상 못 했다.
세진이처럼 슬픈 표정은 짓지 않았지만 이렇게 있어 준다는 게 참….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구석에 앉아 사람들을 보는데 장례 음식이 마련되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그냥 조문만 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난다.
그래도 나처럼 자리에 앉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조용히 땅콩을 주워 먹으며 기다리다 보니 조금씩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아까 봤던 우리 학교 학생들도 있고 명예이사 비서실 직원들도 있다.
협회가 강남에 있어서 퇴근하고 바로 들른 것 같다.
서이경 이사도 왔고 조금 더 기다리니 박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왔다.
서 이사나 협회 직원들은 그냥 조문만 하고 바로 떠났지만 박 선생님을 비롯해 친했던 선생님들은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강 선생이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저도요.”
“믿기지가 않네요. 진짜….”
박 선생님도 그렇고 원래는 학생들 못지않게 장난기도 많고 활기 넘치는 사람들인데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
“개학하면 진짜 맛있는 꼼장어집 같이 가려고 했는데….”
…너무 박 선생님다운 말이라 웃기면서도 뭔가 슬프다.
나중에 다시 강신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원 없이 같이 마셔 드려야겠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일어났는데 절을 하는 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3학년 해 주셔야죠. 저 선생님 반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누군가 했더니 우리 반 녀석들이다.
우는 녀석도 있고 애써 눈물을 소매로 감추는 녀석도 있다.
늘 장난꾸러기였던 녀석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살짝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다.
짜식들….
점점 익숙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수와 민희도 와서 펑펑 눈물을 쏟아 내고 갔고.
서라 녀석도 멍한 표정으로 와선 대성통곡을 하고 갔다.
이런 모습들을 계속 지켜보니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갈까 하는데 은수와 은서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같이 오셨다.
부모님과 은수는 슬픈 표정으로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가는데 은서는 멍하니 계속 내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은서야, 이제 그만 일어나자.”
“믿을 수 없어요…. 어떻게 선생님이….”
“….”
“선생님, 아니죠? 이럴 리가 없잖아요. 선생님이 어떤 분인데…. 저랑 약속했잖아요. 한국 돌아와서 같이 놀러 가기로. 그런데 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다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내공을 귀에 보내 청력을 극대화시켜 부모님이 세진이랑 이야기하는 걸 옆에서 슬쩍 들어 보니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고부턴 밥도 안 먹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우승하면 같이 놀이공원 가자고 해서 알겠다고 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깜빡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다른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은서와는 죽음을 위장하기 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해서 그런지 더 마음이 아프다.
보강 때문이라곤 하지만 거의 매일같이 함께했고 미국도 같이 갔었고 보강뿐 아니라 교사 생활 2년을 함께한 녀석이니까.
녀석이 쓰러지자 주변에서 다들 난리를 쳤지만 다행히 식장에 마법사가 많아 조치를 취하자 의식은 금세 회복했다.
아버님이 은서를 부축해 자리를 뜨는데 너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례지도사도 내가 이른 시간부터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힐끔거리며 눈치를 주는 느낌이다.
솔직히 나도 더는 못 보겠고….
아직 못 본 사람들이 더 있긴 하지만 어차피 나중에 명단으로 확인하거나 세진이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니까.
내일은 아예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발을 내가 어디다… 어라?
교감과 김 선생이다.
못 보고 가는 건가 싶었는데….
교감은 평소의 교감 그대로지만 김 선생 쪽은 완전히 수척한 얼굴이다.
“들어가자.”
“저… 못 가겠어요.”
“여기까지 와서 왜 그래?”
“저 때문인데…. 제가 바보 같이 학교를 그만두지만 않았어도 강 선생님이 이런 무리한 도전 같은 건….”
통화했을 때 분명 자기 때문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강 선생도 이야기했다며, 선화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는데 나도 모르게 다가가 부축해 줄 뻔했다.
“선화야, 아니야. 강 선생은 항상 진취적이고 도전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어.”
내… 내가 그랬나?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는 안온주의자였던 것 같은데….
“강 선생은 네가 아니었어도 도전했을 거야. 강 선생도 그렇게 말했고. 그러니까 가자. 가서 인사하고 보내 줘야지.”
교감이 김 선생을 부축해 일으켰다.
다행히 일어나서 식장에 들어가는데 최서라 못지않게 펑펑 우는 것 같다.
보이진 않아도 소리는 전부 들리니까.
울음소리를 계속 들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식장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며 보니 여전히 차가 많이 들어오고 있고 익숙한 학생들과 부모님들도 많이 보인다.
내가 강신혁으로 지낸 건 딱 2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