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2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82)
김대찬과 아레스 헌터들의 인솔에 따라 아레스 길드 건물에 들어가 우리 가장 처음 간 곳은 아레스 길드의 체력 단련실.
깔끔한 헬스장 느낌으로 대충 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줄 알았지만,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하더니 각각 탈의실로 안내했다.
아레스 길드 로고가 박힌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하게 하고 기구가 없는 공터로 우리를 데려갔다.
바닥에 초록 매트가 깔려 있어 GX 같은 걸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GX를 우리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원래 기본적으로 체험 학습을 가면 길드 구경과 함께 홍보를 곁들인 적당한 설명이나 좀 듣다가 온다고 들었다.
하지만 김대찬은 그런 건 체험이 아니라며 진짜 체험을 시켜주겠다고 엄청나게 굴려 댔다.
몇몇 애들이 마법사반이라며 열외를 하려 하기에 나도 거기에 은근슬쩍 묻어서 빠져나가나 싶었지만 아레스에선 마법사들도 기본적인 체력 훈련을 한다며 기각.
생각보다 힘들었다.
물론 내 수준에 이런 훈련은 누워서 떡 먹기이지만 다른 마법사반 애들은 전부 빌빌대는데 나만 잘하면 또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니까.
힘든 척, 못하는 척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런 게 무슨 체험 학습이야.”
“아까 길드원이 되면 무조건 이걸 해야 한다고 했지? 아레스는 무조건 거른다.”
애들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조건은 아니고 체력 테스트에서 미달 나오면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떤 길드가 무식하게 마법사한테 이런 걸 시켜. 진짜 똥레스.”
그래도 세진이의 길드라서 실드를 쳐 봤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솔직히 나도 여기가 아레스인지 안티로이더인지 모르겠다.
교감이 명예 길드마스터로 있는 안티로이더는 원래 체력 훈련을 빡빡하게 시키기로 유명하지만 아레스는 딱히 그런 말이…. 잠깐, 설마?
세진이는 1년간 안티로이더 길드에 있었다.
거기서 지내다 좋아 보여서 아레스에도 도입한 것 같은데, 그래도 체험 학습 오는 예비 헌터들에게까지 시킬 필요는 없었을 텐데.
“똥레스.”
“아레스는 똥이야.”
이거 이미지 회복을 하려면 점심이라도 좀 잘 나와야 할 것 같다.
“자자, 정리 운동으로 요가 20분만 하고 점심 먹으러 갈 거니까 다들 마지막까지 파이팅 있게!”
“조금 전이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았어?”
“진짜 아레스는….”
“거기 뭐야? 지금 설명하는데 떠드는 건가?”
김대찬의 불호령에 다들 입을 꾹 다문다.
이내 앞에 있던 남녀 헌터 1명이 요가 동작 시범을 보인다.
그리 어려운 동작은 없었지만 은근히 신체 접촉이 많다.
설마 이걸 시범처럼 남녀가 같이 하진 않겠지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내 예상을 깨고 김대찬이 임의로 짝을 지정했다.
뭐, 대충 옆에 가까운 사람끼리 붙였는데 이지성은 유혜지와 짝이 되고 김도현은 그 옆에 있던 성지안과 그리고 나는 남지현이다.
다들 썩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고 몇몇 애들은 짝 바꾸면 안되냐고 이야기했지만 김대찬이 차가운 눈으로 한번 훑자 불만을 제기했던 녀석들은 슬며시 손을 내렸다.
“내가 이런 걸 왜 너 같은 애랑….”
“나도 별로거든. 너보다 가벼워 보이는 애랑… 억!”
남지현 이 자식이 말도 안 끝냈는데 옆구리를 툭 친다.
“누… 누가 무겁대!”
어휴, 저걸 팰 수도 없고 주먹이 운다.
시범으로 보여 줬던 자세 3가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점심이 없다는 말에 다들 빠르게 연습을 시작했다.
첫 번째 자세는 따로 연습할 것도 없이 한 번에 성공했다.
둘 다 같은 방향을 보고 서서 허리만 살짝 굽혀 팔을 안쪽으로 굽혀서 잡으면 되니까.
마치 드래곤✕의 퓨전 자세와 비슷하다.
두 번째부터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는데, 남자가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면 여학생이 반대 방향으로 올라타 발은 남자의 어깨에 걸치고 손으로는 남자의 발목을 잡고 버티는 건데.
“뭐 하냐?”
아까 설명 들을 때 딴짓이라도 했는지 지가 먼저 엎드리고 있다.
“내가 버틸 테니까 네가 올라가.”
그건 그냥 놀리려고 한 말이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남잔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마법반 비실이 주제에 꼴에 남자라고. 아까 운동할 때도 계속 낑낑댔으면서. 됐으니까 올라가. 네가 못 버티고 무너지면 다른 애들이 나 몸무게 많이 나간다고 생각할 게 뻔하잖아.”
결국, 자기 체면이 상할까 봐 이러는 거구나.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역시 안 된다.
마법으로 겉모습을 바꿨어도 질량은 변하지 않으니까.
민찬성의 키는 170 초반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고 체격도 호리호리해서 만만해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180이 넘는 강신혁의 몸무게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아무리 궁술반이라고 하지만 165도 안 되는 남지현이 버티기는 힘들겠지.
만약 주변에서 남녀 역할을 바꿔서 하는 애들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애들도 없고.
“안 쓰러지고 버텨 볼 테니까 네가 올라가.”
“아, 그냥 하라니까. 너 진짜 못 버티고 쓰러지면 나한테 죽는 거야. 알았어?”
툴툴거리면서 일어나 말하는데, 참 말도 많다.
“이 악물고 버틸 테니 얼른 하자고.”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하니 남지현이 내 어깨에 발을 하나 올렸다.
“야, 괜찮아?”
“크으윽, 아기….”
“아기 같다고? 하여간 지도 남자라고 센 척하기는.”
“저기,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아기 코끼리인 줄 알았다고. 그래도 아직 버틸 수 있어.”
“아기 코끼리? 뒈진다, 너!”
“얼른 하기나 해.”
나머지 발까지 올리는데 은근히 무게감이 느껴진다.
보기엔 마른 편이었는데 안 보이는 쪽에 살이 좀 있나?
이내 녀석의 작은 손이 내 발목을 잡는 게 느껴진다.
“저기요. 저희 봐 주세요.”
“오, 자세가 완벽하군. 통과.”
통과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내려온다.
“어휴, 죽다 살아났네.”
“엄살은. 그리고 너 아까 뭐랬어? 아기 코끼리?”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아까 헌터들이 시범 보이며 설명할 땐 사이가 좋아지는 커플 요가라고 했는데, 사이가 좋아지긴 개뿔.
“쏘리. 마지막 하나 남았으니까 얼른 하자.”
마지막 자세는 마지막답게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남자는 기마 자세를 하고 여자가 남자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서서 타이타닉 자세를 하는 것.
기마 자세를 취하니 남지현이 내 허벅지를 밟고 올라서는데 아까도 느꼈지만 은근히 무겁다.
무조건 50 이상이다.
“빨리 올라가. 나 죽는다.”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마. 균형 잡기 힘들다고.”
입을 다무니 나머지 한 발도 올리고 자세를 잡는데 녀석이 오른 손을 뒤로 내민다.
“뭐야?”
“네가 날 지탱할 수 있겠어? 손 잡아.”
생각해 보니 시범에서는 남자가 팔로 여자의 무릎을 껴안아 지탱했지만 힘이 모자랄 수 있으니 여자가 팔을 뒤로 뻗어 서로 손을 잡아도 된다고 했다.
됐다고 하려다 얼른 잠자코 손을 잡고 나머지 손까지 잡고 통과.
남자가 잘 버텨도 여자가 균형 감각이 없으면 힘들었을 텐데 역시 궁술반 에이스라 그런가 생각보다 쉽게 끝냈다.
도현이랑 지안이는 아직 두 번째 자세 중인데 순조롭게 통과할 것 같고, 이지성도 마찬가지로 두 번째인데 저기는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유혜지가 올라타자 이지성의 팔이 부들부들 거리더니 얼마 못 가 쓰러진다.
그러자 유혜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지성이 운동을 최근에 열심히 했다고 해도 아직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상태에 유혜지도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 키도 크고 체격도 좀 큰 편이니 예정된 결과지.
“쟤는 완전히 하자네.”
남지현이 비아냥거리는데 안타깝다.
결국 저 둘은 남녀 역할을 바꿨다.
이지성이 통통해서 힘들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또 실패.
몇 번 더 시도했지만 결국 유혜지와 이지성은 마지막까지 통과를 하지 못했다.
“시간 관계상 오전 체험은 여기서 마무리. 샤워할 사람들은 간단하게 샤워하고 환복하고 12시 20분까지 이곳에 모일 수 있도록.”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모였다.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평범한 구내식당 느낌이다.
길드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에 있는 회사 사람들에게도 개방을 한다고 해서 그런지 사람이 꽤 많다.
헌터 학교처럼 한식, 양식… 오, 식단 조절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단백질과 야채, 과일 위주의 건강식까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아까 통과 못 한 학생 둘 있었지?”
인솔하는 헌터의 말에 이지성과 유혜지가 앞으로 나간다.
진짜 밥을 안 주려고 그러나?
이럴 거면 아예 데려오지를 말던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데 헌터 하나가 두 사람을 데리고 이동한다.
“두 사람은 진짜 밥 안 주는 거예요?”
“아까 그러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밥을 안 줄 수는 없지. 두 사람은 건강식으로 먹을 거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먹고 싶은 곳에 가서 먹도록.”
건강식이라…. 아까 들어올 때 메뉴를 보니 밥도 없고 닭가슴살과 단백질 쉐이크에 순 풀떼기뿐이던데.
뭐, 그래도 아예 안 주는 것보단 낫지.
“민찬성, 뭐 먹을 거야?”
“난 양식.”
“넌 맨날 양식이네.”
남이사라고 대답하려는데 성지안이 김도현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까 요가하면서 좀 친해졌는지 같이 먹자기에 나야 당연히 환영이라 오케이했다.
도현이와 지안이는 한식을 먹는대서 음식을 받아 만나기로 하고 남지현과 함께 양식 줄로 왔다.
한식 메뉴도 보쌈에 갈치구이, 설렁탕으로 나름 괜찮았지만 양식은 빠에야와 감바스, 닭튀김이니까.
빠에야, 감바스 같은 건 학교에서는 잘 안 나오는 메뉴고 치킨은 못 참지.
애초에 세진이에게 구내식당이 양식을 훨씬 잘한다고 들었다.
“민찬성 너 긴장 좀 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지안이가 도현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은데. 괜찮아?”
이게 또 시작이네.
그러는 넌 이지성이 약혼자 생겨서 실망했지 하고 받아칠까 하다 말았다.
밥 먹기전에 괜히 힘 빼기 싫다.
“딱히 신경 안 쓰는데. 다 친하면 좋지.”
“쿨한 척하기는. 속으로는 걱정하는 거 다 알거든. 도현이 쟤 엄청 잘생겼잖아. 인기도 많다던데.”
보이긴 뭐가 보인다는 건지.
아주 궁예 납셨다.
적당히 무시하고 음식을 받아 주변을 둘러보니 성지안과 김도현이 먼저 앉아 있는 곳이 보인다.
“지현아, 찬성아, 여기야.”
이지성과 유혜지도 같이 있다.
“지안이 쟤는 왜 하필 자리를 잡아도 저쪽으로 잡았대.”
글쎄, 내 생각으론 아마 지안이보다는 도현이 녀석이 일부러 유혜지 쪽으로 간 것 같은데….
“뭐 어때? 너 좋아하는 지성이 있잖아.”
“민찬성, 너 진짜 뒈진다.”
발끈하는 남지현을 가뿐히 무시하고 성지안 맞은 편에 자리를 잡았다.
“찬성아, 저기 두 사람 식판 좀 봐. 완전 풀밖에 없네.”
“그러게. 딱하네.”
“혜지야, 우리 바꿔 먹을래?”
“아, 아니, 괜찮아.”
“그럼 보쌈이라도 좀 줄게. 나 아직 젓가락 안 썼어.”
도현이가 유혜지에게 보쌈을 덜어 준다.
녀석, 스윗하기도 하지.
“나도 입 있는데.”
도현이가 유혜지를 챙기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지성이 비아냥거린다.
“이지성, 빵이라도 좀 먹을래?”
“어… 어?”
내가 말을 걸 줄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이다.
딱해 보이고 친분도 좀 쌓을 겸 감바스 찍어 먹는 용도로 가져온 구운 빵 2개를 이지성 식판에 넘겼다.
“샐러드에 드레싱은 있네. 빵에다 닭가슴살 넣고 샌드위치라도 해 먹어.”
“어… 고맙다.”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데, 그도 그럴 게 기억이 없다고 해도 자기가 무지하게 괴롭혔던 민찬성이 챙겨 주니 이상하겠지.
“야, 쟤를 뭐 하러 챙겨.”
옆에 있던 남지현이 작게 타박을 한다.
“왜? 아, 내가 안 줬으면 네가 챙겨 주려고 했는데 내가 실수했… 아악!”
남지현 이 자식, 아주 발을 꾹 눌러 밟았다.
“찬성아,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상도덕이 없네.
남을 놀렸으면 자기도 당할 걸 각오했어야지.
다음부터는 그냥 따로 먹든가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성지안이 내 식판에 보쌈을 덜어 준다.
“찬성아, 나 새우 하나만 줄 수 있어?”
지안이처럼 먼저 선의를 베풀면 나도 당연히 콜이다.
가져가라고 말하자 딱 하나를 가져가는데 왼쪽에서도 숟가락이 들어오더니 새우를 무려 3마리나 떠 간다.
“남지현, 동작 그만.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너 빵 없잖아. 이것만 먹으면 느끼해. 대신 내 빵 하나 줄게.”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빵 한 쪼가리와 껍질까지 다 손질되어 먹기 편한 큼지막한 새우 3마리?
전생에 했던 게임 중에서 옥수수를 줄 테니 다이아몬드를 내놓으라던 할아버지가 생각나네.
이 녀석은 양심을 아까 GX장에 버리고 온 건가?
“누가 코끼리 아니랄까 봐. 그래,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커서 어른 코끼리 돼야지.”
“코끼리? 너 밥 먹고 한판 붙어.”
그동안 많이 참았으니 참교육을 시켜 주려 알겠다고 하려는데 한기가 느껴진다.
남지현 쪽은 아니고 뒤쪽인데….
“우리 후배님들인가? 옆에 자리 없죠?”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
세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