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0)
플렉스
뭐지? 누가 볼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제자야… 살아 있냐?”
“사부?”
“대답을 잘하는 걸 보니 살아 있었구나.”
아무래도 기절했던 모양인데… 어이가 없다.
“아니, 사부!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갑자기 참으라고 하고. 설마 막상 별것도 아닌데 일부러 고통 주려고 아프게 한 건 아니겠죠?”
“뭐? 이놈아!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도 하나 있는 제자 놈이라고 고생 고생, 개고생을 다 해서 도와줬는데, 일부러? 싸가지라곤 쥐뿔도 없는 걸 내 일찍이 알았지만 진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탄식을 내뱉으면서 꿀밤을 때리려는 것 같아 몸을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아니, 잠깐만. 피했다고?
여태껏 사부에게 맞은 꿀밤을 다 합치면 백 대는 넘어갈 것 같은데 그중에 단 한 번을 피하지 못했다.
애초에 때리려는 것도 못 느낄 정도니 당연히 맞기만 할 수밖에 없었는데, 뭐지?
어째 몸도 전보다 가벼워진 것 같다.
“자다 깨서 봉창 두드린다더니, 갑자기 뭐 하는 것이냐?”
“때리시려던 거 아니었습니까?”
착각인가 생각하다가 또 때리려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몸을 왼쪽으로 굴렸다.
“이 자식 봐라? 그래도 내가 헛수고한 건 아닌가 보구나.”
“때리시려던 거 맞잖아요. 아니, 사람 머리 좀 그만 때리세요. 꿀밤 한 번 맞을 때마다 얼마나 많은 뇌세포들이… 악!”
뭐야, 이번엔 왜 아무것도 안 느껴졌지?
“야. 건방진 제자 놈아, 네가 영약 좀 먹었다고 나랑 맞먹는 게 가능할 줄 알았느냐?”
“어찌 제자가 그런 불온한 생각을 하겠습니까? 단언컨대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이제 좀 꿀밤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좋다 말았다.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은데?”
“설명이나 해 주세요. 뭘 하신 겁니까?”
“산삼의 약효가 꽤 좋아서 내 내공을 보태 네놈의 임독양맥을 뚫었다.”
그게 뭔데, 이 ‘무틀딱’ 사부야, 하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무협 소설을 쓴 적은 없지만, 아예 안 본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뭐… 잘 아는 건 아니고, 작품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무협 소설에서 이 임독양맥이란 걸 뚫으면 무지하게 세진다.
“그럼 제가 화경의 고수가 된 겁니까?”
“북경도 아니고 남경도 아니고, 화경은 뭐냐? 먹는 거냐?”
화경은 많은 무협 소설에서 등장하는 무공 경지지만 사부네 세상 기준에는 없는 모양이다.
“잠깐 말이 헛나왔습니다. 그럼 초절정 고수가 된 겁니까?”
“내가 지난번에 일류라고 하지 않았냐? 왜 가운데 있는 절정은 쏙 빼먹고 일류에서 두 단계를 뛰어넘냐?”
“에이, 그래도 그 개고생을 했는… 악! 왜 또 때려요?”
“고생은 내가 했지. 네가 했냐? 그리고 네 녀석은 양심도 없냐! 겨우 100년 된 삼 두 뿌리 가지고 경지 하나를 날로 먹으려고 하네.”
“사부가 약효가 좋았다면서요!”
“좋았으니 임독양맥이라도 겨우 뚫은 거지. 두 단계를 뛰어넘으려면 최소 만년설삼이나 천 년 이상 묵은 이무기의 심장 정도는 있어야 할 거다.”
이 세상이 진짜 무협 소설인 줄 아나?
그런 걸 어디 가서 구해.
어휴, 그럼 절정이라는 소리다.
물론 일류 고수에서 바로 절정 고수가 된 것도 대단한 발전이긴 하다.
사부 말에 따르면 일류 고수는 무림에도 발에 차일 정도로 많지만, 절정 고수는 전 무림에 세외까지 합쳐도 1만 명이 안 될 거라고 했으니까.
솔직히 1만 명이라고 하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10억을 우습게 넘는 중국 인구수를 생각하면 대충 계산해도 상위 0.1%니 준수한 편 아닌가?
물론 모든 중국인이 무림인은 아닐 테고 사부가 살던 시대의 인구는 더 적을 수도 있으니 실제로 0.1%는 아니겠지만.
하지만 아까 그 끔찍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좀 아쉽다.
“그래도 이제 검기는 마음껏 쓸 수 있겠네요.”
“검기가 대수냐?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조금 수련해서 감각만 익히면 약간 무리해서 검강도 쓸 수 있을 거다. 뭐, 초절정인 애들이 쓰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거… 검강이요? 그럼 강기를 쓸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강기(罡氣)는 판타지 소설에서는 주로 ‘오러블레이드’라고 표현되며 내가 한창 글을 쓸 때는 조금 시들했지만 그래도 한때 판타지 소설 단골 요소인 ‘소드마스터’를 판정하는 기준이었다.
물론 헌터물인 이 소설에 소드마스터는 없지만 S 랭크 헌터 중엔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인물이 있다.
산삼을 밥처럼 먹은 주인공도 2학년이 되고 주화입마를 해결하고 나서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난 조금만 수련하면 가능하다니.
“그럼 바로 수련에 들어가죠.”
일어나서 검을 들고 나가려는데 초유량이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다.
“뭘 보기만 하고 있어요? 같이 가서 해야죠.”
이 양반이 진짜… 라면 통제 한번 들어가야 정신을 차리려나?
“지금 수련은 좀 힘들 것 같은데.”
“왜요? 저 멀쩡해요. 오히려 몸에 힘이 넘치는데요.”
“그게 아니라… 제자야, 너 기절한 지 하루 지났어. 수련은 다음 주에 하고 일단 내려가 봐야 하지 않겠냐?”
“네? 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요! 얼마나 지났어요?”
난 몸 상태가 너무 좋기에 잠깐 기절한 건 줄 알았지, 하루를 꼬박 누워 있었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다.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다른 걸 물어봐서 깜빡했지. 그래도 평소에 네가 가는 시간보다 이각 정도밖에 안 늦은 것 같은데, 얼른 내려가 봐라. 그 버슨가 뭔가 놓치기 전에.”
일각이 15분이니 이각이면 30분이다.
무척 늦은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어차피 평소에도 혹시 몰라 막차가 아니라 전 타임 걸 타고 서울로 돌아가니 상관없다.
사부에게 다음 주에 오겠다고 하고 포탈을 빠져나왔다.
확실히 경지가 높아지니까 길도 더 잘 보이고 경공 속도도 빨라진 것 같지만 정말 간발의 차이로 원래 예약했던 버스는 놓치고 말았다.
한 시간 뒤 출발하는 막차가 남아 있어 표를 바꿨다.
다행이긴 한데 이걸 타면 오늘 학교는 못 들어간다.
돈도 많으니 택시를 탈까 생각했지만 너무 낭비 같다.
원래 살던 오피스텔도 주식 투자할 때 급매로 처분해서 잘 데도 없는데.
찜질방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검색을 하다 문득 허무해졌다.
산삼도 사고 이것저것 사느라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번돈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데 구질구질하게 찜질방은 좀 아니지 않나?
사부에게도 노트북이며 온갖 음식들을 사다 줬는데 막상 나에게는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그래. 나도 ‘플렉스’ 한번 해 보자.
오늘은 호텔이다.
* * *
“어? 강 선생, 주말에 나갔었나 봐?”
“아, 네.”
호텔에서 자고 막 출근하는 길인데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고 시설도 호텔이니 좋았지만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학교와 거리가 꽤 있다는 걸 깜빡했다.
덕분에 조식도 포함이었는데 못 먹고 급하게 출근해서 조금 아깝다.
나중에는 여유가 있을 때 가야겠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기말고사 시즌이고 그 이후엔 방학이니까.
교무실에 가서 출근 카드를 찍고 서류 작업을 하다 보니 교무 회의 시간이 됐다.
특별한 사항은 없어서 회의가 끝나고 곧장 검술 훈련장으로 향했다.
노트북으로 서류 업무를 마저 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수업 시작까지 5분밖에 안 남았다.
지난번에 다 왔다고 수업을 빨리 시작한 이후로는 이 녀석들 완전히 딱 맞춰 온다.
살짝 괘씸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내 잘못도 있다.
따지고 보면 애들 잘못도 아니고 주식 때문에 심란해서 괜한 화풀이를 한 거니까.
오늘 수업 중간에 간식이나 좀 사 줘야겠다.
선생님들 중에서 매점에 따로 주문해 과자나 아이스크림, 음료수 같은 걸 사 주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런 시시한 거 말고 배달 음식을 사 줄 생각이다.
학교 밥이 무척 잘 나오긴 하지만 좋은 것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이 나이대 애들치곤 배달 음식 싫어하는 애들은 없을 테니까.
피자나 사 줄까?
학교가 보안 때문에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적어도 20분 이상은 차를 타고 나가야 음식점들이 있지만 40명이 먹을 정도로 많이 시키면 당연히 배달은 해 주겠지.
물론 학교 안까진 배달이 안 되겠지만 정문에 가서 받아 오면 되니까.
애들이 구보 뛸 때 미리 주문을 해 둬야겠다.
“선생님, 다 왔어요.”
“그래. 스트레칭 하고 바로 구보 시작하자. 오늘은 모두 평소보다 다섯 바퀴 더 뛸거야.”
“다… 다섯 바퀴요?”
“샘, 저희 뭐 잘못했어요?”
“오늘 지각한 사람 없어요.”
“다들 말이 많네. 열 바퀴 할까?”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진짜 열 바퀴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수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간식을 먹고 애들이 점심을 많이 남기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애들이 구보를 뛰는 걸 지켜보며 배달 어플로 피자를 주문했다.
사부에게도 한 번 사다 준 적 있는 브랜드가 보여 거기서 제일 비싼 피자에 치즈크러스트로 42판을 주문했다.
2판은 정문 경비 서시는 분들께 드릴 예정이다.
안 된다고 했을 때를 대비한 뇌물인데, 교칙에 배달 금지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40판이 조금 많긴 해도 다들 몸 쓰는 녀석들이니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피자는 데워 먹을 수 있으니 남으면 친한 선생님들과 나눠 먹어도 되고.
콜라도 넉넉히 2인에 큰 병 하나씩 시키고 종이컵과 피클이랑 치즈 가루도 많이 달라고 적었다,
11시에 딱 맞춰서 학교 정문으로 와 달라고 했으니 수업 조금 일찍 마치고 애들 몇 명과 함께 가지러 가면 될 것 같다. 그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미세스피자 행복점입니다. 방금 프리미엄한우&쉬림프 라지 치즈크러스트로 42판 주문하신 고객님 맞으실까요?
음식점에서 갑자기 대량 주문이 들어와서 확인을 하려는 것 같다.
“네. 맞습니다.”
―정말 42판 시키신 건가요? 워낙 수량이 많고 배달 장소도 헌터 제1 학교 정문으로 되어 있던데, 그쪽에서 주문은 처음이라….
“학교 교원입니다. 학생들 간식으로 주문한 건데 혹시 어렵나요?”
42판은 너무 많나?
―네? 아닙니다. 바로도 아니고 11시까지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요청 사항도 전부 들어드릴 거고 계좌 하나 알려 주시면 단체 주문 해 주셨으니 음료값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음료도 적은 수량이 아니라 5만 원은 넘어갈 텐데 이 집 사장님 장사 좀 할 줄 아시네.
“괜찮습니다. 참, 오후에도 똑같이 주문 가능할까요?”
A 조 애들만 사 주고 B 조 애들은 안 사 주면 폭동이 일어날 테니까.
―네? 오후에도요?
“네. 오후는 4시까지 준비해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아, 오후 건 배달 어플 이용하면 수수료 드니까 이따 배달 오실 때 만나서 이체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더 뭐 필요한 거 없으신가요?
“괜찮습니다. 학생들 먹을 거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름 브랜드에 제일 비싼 메뉴다 보니 100만 원을 훌쩍 넘겼지만, 주식으로 번 돈에 비하면 이 정도는 껌값이나 다름없다.
어제 호텔에 간 것도 그렇고 아껴서 죽을 때 돈 싸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쓸 때는 써야지.
그래도 선생님이라고 처음부터 잘 따라 줬던 우리 학생들이니 아깝지 않다.
“선두!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지금부터 선생님에게 따라잡히는 녀석들은 한 바퀴씩 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