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17)
무투 대회 예선
수련회와 더불어 늦더위도 함께 물러가고 어느덧 완연한 가을.
하긴 벌써 11월이니까.
축제까지도 이젠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기말고사가 있긴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무투 대회 예선 날이다.
작년 우승자가 1학교에서 나왔기에 올해도 예선 장소는 인천에 있는 2학교다.
그래도 작년과 약간 다르다.
내가 선생으로 있을 때는 선생들은 알아서 가야 했었는데 올해는 선생들까지 학교 측에서 대절한 버스를 같이 타고 가게 됐다.
진작 좀 이렇게 해 주지.
수련회만큼 좋은 버스는 아니더라도 운전만 안 해도 무척 편한 건 사실이니까.
무투 대회 나가는 애들은 대부분 우등생이니 버스 내에서 딱히 신경 쓸 것도 없고.
“어? 찬성아, 옆에 자리 비었어?”
“그렇긴 한데 여기 앉으시게요?”
“애 불편하게 왜 그래? 은서야, 다른 자리도 있는데 나랑 같이 앉자.”
“넌 진수랑 앉을 거 아니야?”
“진수보고 여기 앉고 내가 가운데, 네가 오른쪽에 앉으면 되지.”
“진수가 더 불편해할 것 같은데. 찬성아, 내가 불편해?”
“아… 아니에요.”
“아니라잖아.”
“그럼 후배가 선배한테 대놓고 불편하다 하겠어?”
좀 편하게 갈까 해서 약간 불편함을 감수하고 맨 뒤 구석으로 자리를 잡긴 했지만 말 많은 진수보다 은서가 낫긴 하지.
“거기 빨리 자리 앉고, 안 온 사람 없지? 다들 안전벨트 잘 매고.”
“네.”
“기사님, 출발하셔도 될 것 같아요.”
“네, 출발하겠습니다.”
은서가 자연스레 내 옆에 자리를 잡는다.
“컨디션 어때? 오늘 자신 있어?”
은서도 참, 짓궂은 질문이네.
“애들은 경험 삼아 나가는 걸 텐데. 떨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옆옆에 앉은 민희까지 한마디 거드는데 오히려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이다.
어차피 이번 대회 우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전 뭐, 그냥…. 선배님은요?”
“나도 뭐 하던 대로 해야지.”
“제발 나랑 만나지만 말자. 찬성이 너도 가면서 기도해. 상대로 은서 안 만나게 해 달라고.”
민희가 너스레를 떠는데 으음, 사실 아직도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예선 2차전에서 은서를 만나 떨어뜨리는 거였다.
방법도 생각해 두고 준비도 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공심법을 얻은 이지성의 실력은 원작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일반적인 수업시간에서 확실히 발전된 실력을 보여 주기도 했고 지난주 보강 시간에 있었던 대련에선 차민우도 꺾었다고 들었다.
내가 막 내공심법을 익혔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원작에서 녀석의 재능이 좋은 편이 아니라고 했으니 필시 산삼을 구해다 먹었겠지.
학생들은 외출은 안 되지만 택배 같은 건 얼마든지 받을 순 있으니까.
지금의 녀석이라면 은서랑 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내가 나서서 은서를 좌절시킬 필요가 있을까?
이지성을 극도로 싫어하는 은서가 녀석에게 패배하면 충격이 클 테니 대신 내가 떨어뜨리겠다는 것도 솔직히 내 편할 대로 합리화한 거니까.
그래도 은서가 이지성을 이겨 버리는 날에는 원작이 아예 틀어질 테니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내가 정리하는 게 맞지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인천에 있는 2학교에 도착했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강당에 위치한 마법 결투장이다.
“찬성아, 컨디션은 좀 어때?”
구석에 앉아 있는데 김도현이 이지성과 함께 다가온다.
“뭐, 그럭저럭. 넌 준비 많이 했어?”
“나름대로. 그런데 지성이 이 자식 무지하게 자만하던데. 막 나보고 자기 안 만나길 기도하래.”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지. 민찬성 너도 나 안 만나길 기도해라.”
“어차피 예선 1차전은 다른 학교랑 하거든?”
룰도 모르면서 그깟 심법 좀 배웠다고 기고만장한 게 살짝 눈꼴이 시리다.
“그래? 뭐, 상관없어. 어차피 본선 가려면 2차, 3차전은 해야 하잖아. 어쨌든 나중에 붙을 수 있는데.”
“그러다 예선 탈락하지 말고.”
이지성은 마음에 안 들지만 원작이 뒤틀리는 걸 막기 위해선 개입하는 게 맞겠지.
“어차피 우승은 서은서 선배가 할걸. 지난주에 대련해 봤는데 아예 차원이 다르더라.”
“오버하지 마.”
“오버 아니야…. 내가 제일 오래 버티긴 했지만 10분도 못 채우고 항복했으니까.”
도현이의 말에 이지성의 표정이 약간 심각해졌다.
기고만장하더니 도현이가 겁을 주니 불안한가 보다.
역시 개입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몸을 풀며 기다리다 보니 잠시 후 개회식이 시작됐다.
2학교 교장과 우리 학교 교감의 설교 이후 간단한 룰 설명 마지막으로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며 대진표가 나타났다.
[1학교 마법반 1학년 민찬성 VS 2학교 검술반 2학년 김호진]어이쿠, 내가 바로 첫 경기다.
“찬성아, 너 바로 첫 경기네.”
“그러네.”
“뭐가 그러네야. 긴장 안 돼?”
긴장은 무슨. 그저 저 2학교 학생에게 조금 미안할 뿐이다.
2차전에서 은서를 만나 떨어뜨리기 위해선 이기고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까.
“딱히?”
대충 대답해 주고 계속 전광판을 바라봤다.
도현이는 2학교 3학년 창술반 학생이랑 붙고 유혜지의 상대는 2학교 2학년 검술반, 남지현은 2학교 무투가반… 어?
성지안의 상대는 우리 1학교 학생이다.
그것도 검술반의 민희.
원래 첫 대진은 같은 학교끼리 안 붙이는 게 관례인데, 뭐지?
성지안뿐만 아니라 보다 보니까 1학교 학생들 중에선 1학교 학생끼리 붙여 놓은 대진이 더러 있다.
1학교 학생들이 참가를 많이 해서 그런 건가?
이건 생각 못 한 변수… 맙소사.
[1학교 검술반 3학년 서은서 VS 1학교 마법반 1학년 이지성]전광판의 맨 마지막에 둘의 이름이 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바로 선생을 찾아가 원래 관례상 1차전은 다른 학교랑 붙는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예상대로 우리 1학교 학생의 참가자가 월등히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찬성 학생?”
“찬성아, 너 찾잖아. 빨리 가.”
“잘하고 와.”
“민찬성 파이팅!”
…내가 너무 안일했다.
1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가하면 당연히 이런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아니, 사전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었겠지.
2차전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추첨을 하기에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1차전 대진은 컴퓨터 무작위 추첨이니까….
“찬성아?”
“아, 네.”
일단 첫 경기라 바로 결투장에 올라왔다.
체격이 좋은 2학년 학생이 검을 들고 있다.
심판이 우리를 가운데로 불러 모아 설명을 시작한다.
“다들 중지를 했을 땐….”
“저 기권하겠습니다.”
“엥? 뭐라고?”
은서와 이지성이 예선 1차전에서 만나 버린 이상 내가 무투 대회에 참가할 이유는 없다.
이미 내 계획은 다 일그러져 버렸으니까.
재차 기권하겠다고 말하고 경기장을 내려왔다.
주변에서 조금 놀리거나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두 사람의 대련 도중에 개입이라도 해야 하나?
경기중엔 당연히 배리어가 활성화되긴 하지만 배리어 안에 있는 사람에게도 절대영역이나 무형검을 이용하면 얼마든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지성의 승리를 위해선 은서를 공격해야 하는데 그건 또 다른 문제지.
절대영역이나 무형검 모두 손대중을 할 수 없는 기술이니까.
복잡하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릴 수가 있는 건지.
“민찬성, 뭐야? 너 왜 기권했어?”
“찬성아?”
“저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요. 죄송합니다.”
다가온 김 선생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생각을 더 하려는데 은서가 다가온다.
“선생님, 왜 그러신 거예요? 본선까지는 올라가신다면서….”
“아, 생각을 다시 해 보니까 내가 여기 참가해서 올라가려면 다른 학생들을 떨어뜨려야 하잖아. 애들 대회인데 그러기엔 너무 미안해서.”
“하지만 이렇게 기권해 버리시면 주변에서 안 좋게….”
“상관없어. 애초에 교감 때문에 억지로 참가하게 된 건데.”
“진짜 선생님답네요.”
적당히 핑계를 댄 건데 은서 녀석 감동한 표정이다.
사람 속도 모르고.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혹시 은서의 컨디션이 좀 별로면 이지성에게 가능성이 있을지도….
“최상이죠. 안 좋다고 해도 예선 정도는 문제없어요.”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큰일이다.
“그… 그래?”
“마침 상대도 마음에 안 들던 녀석이라서…. 아, 선생님이랑 조금 친했죠?”
“그… 글쎄. 그렇게 친한 건 아닌데.”
“그럼 마음 놓고 두들겨 패도 되겠네요.”
“아니, 그래도 후배인데 조금 봐주면서…. 그리고 그 녀석 요새 실력이 좀 올라온 것 같던데.”
“그래도 제겐 안 될걸요? 전 선생님의 2호 제자 서은서잖아요.”
생긋 웃고 가 버리는데 진짜 돌아 버리겠다.
* * *
하늘이 나를 돕는 건지 운 좋게 예선 1차전에서 내가 꼭 만나고 싶던 상대를 만났다.
그래도 이왕이면 결승… 아니, 최소한 본선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결승이나 본선 무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1차전에서 만난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년도 우승자, 그것도 WHCU까지 우승했지만 이번엔 예선 1차전도 통과하지 못하고 광탈?
이것도 꽤나 큰 망신일 테니까.
선생이나 학생이나 할 거 없이 나보고 안 됐다며 불쌍하다고 수군거리지만 상관없다.
경기가 끝난 뒤엔 모두가 바뀔 테니까.
마법들이나 메모라이즈 해 두려고 눈을 감았는데 주변이 소란스럽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뜨고 알아보니 민찬성 저 녀석 기권을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다는데, 저 녀석 도대체 뭐지?
“쟤 마법반 에이스 아니었어?”
“그렇다고 들었는데 막상 경기할 때 되니까 겁 먹었나 봐.”
“쯧쯧, 저런 타입이 꼭 있지.”
“연습 땐 잘하다 실전에선 죽 쑤는 녀석들?”
“뭘 그리 복잡하게 말해. 그냥 멍청한 거지.”
주변에서 다들 민찬성을 매도하지만 공감도 이해도 안 된다.
민찬성의 상대가 그리 강해 보이진 않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거지?
서은서만큼은 아닐지라도 민찬성은 강하다.
전투 센스도 좋고 마법 발동 속도도 무척 빨라 만약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초반에는 고생 좀 할 거라고 걱정까지 했었는데.
기권을 하고 구석에 처박혀 있는데 서은서가 녀석에게 다가간다.
둘이 친했나?
서은서 저년은 기본적으로 제 친구들 아니면 무조건 벽을 치던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진 모르겠지만 둘이 이야기를 하다 서은서가 먼저 일어나는데 저년은 웃고 있다.
반면에 찬성이 표정은 무척 안 좋다.
진짜 컨디션이 안 좋은… 잠깐, 서은서 저년 설마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놀리러 간 건가?
그럼 조금 전 웃음은 비웃음?
그래도 같은 학교에 학생회까지 같이 하는데 애가 기권을 했으면 위로와 격려를 해 줘야지.
놀리고 비웃다니 진짜 못돼 처먹었다.
굳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민찬성에게 다가갔다.
“야, 민찬성.”
“어?”
“형이 복수해 줄 테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라.”
“응? 복수라니?”
“조금 전에 서은서가 너 조롱하고 갔지? 갈 때도 표정 보니까 웃고 있더라. 너 비웃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또, 또 착한 척한다. 선배라고 실드 치지 마. 네 맘 다 아니까.”
그렇게 조롱당하고도 선배라고 감싸다니.
하여간 민찬성 이 자식은 너무 고지식하고 착해서 탈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지성 학생, 이지성 학생? 다음 차례니까 결투장 밑에 와서 대기하세요.”
“됐고, 형 경기나 잘 봐 둬라. 이 형은 선배라고 봐주는 거 없으니까. 제대로 참교육시키고 올게.”
왠지 민찬성의 표정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지만 뭐, 기분 탓이겠지.
민찬성의 어깨를 툭툭 쳐 격려하고 경기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