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6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16)
처음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다.
분명 비서실 직원 말로는 가장 성능이 좋고 국내 대형 길드에서도 사용하는 레이더라고 했는데 반응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아니면 원작의 억지력이라도 있는 건지 김도현이 낙오했다.
레이더만 믿지 않고 녀석을 주시하길 잘했다 생각하며 그대로 놈을 뒤쫓았지만 갑작스럽게 내린 비와 안개로 인해 녀석을 놓쳤다.
다행히 이내 수풀이 움직이는 걸 보고 녀석을 뒤쫓다가 하얀색 원을 발견했다.
분명 원작에 나왔던 기연이 잠들어 있는 공간이다.
도현이 녀석은 못 본 건지 앞으로 갔지만 나는 더는 녀석을 뒤쫓지 않고 포탈로 뛰어들었다.
순간 어지러움이 찾아와 깜짝 놀랐다.
서늘하던 설악산과는 달리 푹푹 찌는 무더운 공기.
전혀 다른 이색적인 환경.
어지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그대로 앞으로 내달렸다.
원작의 억지력이란 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김도현도 곧 이곳에 올 테니까.
원작에서 봤던 그대로 정면으로 쭉 내달리니 정말 동굴이 하나 보인다.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들어가니 역시 이곳이 맞았다.
동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중국어.
방학 때 이 상황을 대비해서 중국어를 공부한 탓에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원래 김도현이 얻을 내공심법이란 걸.
대부분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모르는 글자도 몇 개 있어 플래시를 터트리며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촬영했다.
이제 김도현이 오기 전에 이곳을 나가기만 하면….
잠깐, 내가 이대로 그냥 나가면 김도현도 나와 똑같은 내공심법을 얻는다.
잠깐 고민하다 염동 마법을 사용해 중간에 살짝 희미한 글자 부분을 더 안 보이게 훼손시켰다.
물론 원래부터 이건 녀석이 얻는 기연이었고 녀석 대신에 세상을 구하고 영웅이 될 생각 같은 건 없으니 이러면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 목적은 오로지 서은서.
씻을 수 없는 치욕감과 망신을 준 녀석에게 복수하는 것.
내 계획은 도현이 녀석이 얻는 기연을 나도 얻어 이번 무투 대회에서 서은서를 박살 내는 거였다.
작년에 무투 대회는 물론이고 WHCU까지 우승했던 기대주가 1학년 망나니에게 패배하면 그만한 망신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에 도현이가 대회에서 나보다 먼저 서은서를 만난다면?
원작에서 기연을 얻은 도현이는 무투 대회에서 손쉽게 우승한다.
그렇게 되면 내 복수의 기회는 허무하게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내가 서은서를 만나기 전에 도현이를 먼저 만난다면?
내공심법을 얻으면 먹으려고 산삼까지 비서실에 미리 알아보라고 하긴 했지만 김도현은 이 세상의 주인공.
아무리 똑같은 심법을 익히고 산삼까지 먹는다고 하지만 내가 그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지난번에 녀석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보충 수업 대련에서 선배들을 전부 꺾었다고 했다.
도현이 그 녀석이, 학생회 멤버 대다수와 작년 우승자 서은서가 있는 에이스 3학년 선배들과는 실습 때문에 겨루지 못해서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도현이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서은서에게 복수를 끝마치고 나서 다시 제대로 된 심법을 알려 주면 되겠지.
무투 대회가 끝나지 않더라도 서은서를 만나 목적을 달성하면 바로 알려 줄 생각이다.
내 목적은 무투 대회 우승이 아니니까.
물론 대진운이 따르지 않아 서은서를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동굴을 막 빠져나왔는데 맙소사, 도현이가 이곳으로 오는 게 보여 빠르게 동굴 옆 수풀에 숨었다.
녀석도 동굴에 들어가는 걸 보고 이동할까 했지만 혹시 들킬지도 몰라 숨죽이고 기다렸다.
10분 정도 지나자 녀석도 내공심법을 확인했는지 동굴을 빠져나왔다.
녀석이 저 멀리 사라지는 걸 보고 수풀에서 나왔다.
들키지 않게 천천히 나가려는데… 어라?
포탈 입구 쪽 구석에 웬 반짝이는 게 보여 다가갔는데 초코바 껍질이다.
아까 올 때는 못 봤던 것 같은데, 도현이 녀석이 먹은 건가?
뭐, 상관없겠지. 나도 바로 포탈을 빠져나왔다.
* * *
두 녀석을 포탈로 유도한 뒤 나는 다시 낙오 대열 쪽으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 때문에 근처 나무 그늘에 다들 모여 대피하고 있어서 소변을 보고 온 척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 퍼뜨린 내공을 통해 도현이가 다시 포탈 밖으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살짝 헤매긴 했지만 금세 길을 찾아 우리 쪽으로 오는 게 느껴진다.
이지성도 막 포탈을 빠져나왔고.
둘 다 기연은 잘 얻었겠지?
어젯밤 루시엘과 사부에게도 자기 전에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 뒀다.
혹시나 둘이 엉뚱한 곳으로 가려 하면 동굴 쪽으로 유도 좀 해 달라고.
뭐, 이따 저녁에 가서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비는 이미 그쳤지만 인원 파악 도중에 도현이와 지성이가 사라진 걸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처음엔 도현이가, 5분 뒤엔 이지성이 돌아왔다.
“이 녀석들, 화장실 갈 거면 말하고 가야지. 그리고 국립공원은 아무 데서나 볼일 보면 안 되는 거 몰라?”
“죄송합니다.”
“오줌 싸러 갔다가.”
둘 다 백 선생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은 걸 보니 내공심법은 잘 수습한 모양이다.
“민찬성, 너 언제 온 거야?”
“나? 소변 보고 바로 올라가려는데 비가 오길래 나무 밑에 있다가 조난당할 것 같아서 빗줄기 약해질 때 뛰었지.”
“소변은 무슨. 오줌 싸는데 뭘 그렇게 멀리 가?”
“아니, 그게….”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와서 찾으러 간 거였다고. 솔직히 말해, 너 똥 쌌지?”
“어? 민찬성 똥 쌌어? 야,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국립공원에 똥을 싸면 어떡하냐?”
옆에 있던 이지성까지 합세해 놀리는데, 진짜 기가 차고 코가 찬다.
기껏 고생해 가며 기연을 떠먹여 줬더니 사람을 똥쟁이로 몰아가?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을 봤나.
“뭐야 찬성이 똥 싼 거였어?”
“으, 냄새.”
옆에 있던 다른 애들까지 듣고 놀리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빗소리 때문에 안 들린 것 같은데. 나도 걱정 많이 했어. 와 보니까 너희들이 없어서.”
“힘주느라 못 들은 거겠지.”
이지성 저 자식이 진짜 죽으려고.
“이지성, 너도 늦게 왔잖아. 너도 똥 싼 거 아니야?”
나 혼자만 똥쟁이가 될 순 없지.
물귀신 작전이다.
“내가 너냐?”
“찬성이 말도 일리 있는 것 같은데?”
“소변치고 지성이 너도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어?”
“그래, 난 너 없어지는 것도 못 봤는데.”
애들이 내 의견에 동조하며 몰아가기 시작하자 이지성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거든.”
“아니긴. 잠깐만, 이지성 너 가방도 안 들고 있잖아.”
저 녀석 분명 아까 힘들다고 가방을 선생님에게 맡겼다.
“그… 그게 뭐?”
“뒤처리는 어떻게 했어? 휴지도 없었을 텐데. 설마 너 나뭇잎으로….”
말과 동시에 코를 쥐고 손을 내젓는 시늉을 하니 도현이를 포함해 이지성 주변에 있던 애들이 모두 거리를 둔다.
“아니라고!”
결국 소리를 치지만 누구도 녀석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꼴 좋다.
그러게 누가 사람을 똥쟁이로 몰아가래?.
* * *
장기자랑까지 끝마치고 모두 잠자리에 든 시각.
같은 2층 침대를 쓰는 맞은편 학생의 수혈을 점하고 순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포탈에 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늘도 사부고 루시엘이고 안 보인다.
낮에 왔던 애들은 한 번만 올 거라고 말했는데.
애초에 루시엘이나 사부 수준이면 그 애들이 아니라 나라는 걸 알 텐데, 혹시 낮에 뭔가 잘못된 건가?
빠르게 호숫가에 가 보니 사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캠핑카에서 예능을 보고 있다.
이 양반이 진짜.
“왔냐?”
“루시엘은요?”
“밖에 없든?”
“안 보이던데요.”
“그래? 아까까진 밖에 있더니 너 오니까 숨은 모양이구나.”
“숨어요? 왜요? 설마 오늘 낮에 무슨 일 있었어요?”
“있었지. 시엘이랑 같이 지켜봤는데 그 처음에 들어온 놈이 아주 몹쓸 놈이더구나.”
“네? 알아서 나갈 테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루시엘이야 나중에 2학년 때 어차피 만날 운명이니 크게 상관은 없긴 하지만 사부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사부의 실력은 잘 알지만 혹시라도 마주쳤다간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최악의 경우엔 천존이 인연을 늘렸다며 사부를 선계로 데려가 버릴지도 모르고….
“안 그래도 위험할 뻔한 순간이 있었지.”
“네?”
“나는 분명히 나중에 먹으라고 말렸는데 루시엘 고 녀석이 내 말 안 듣고 걔들 지켜보며 초코바 먹다가 껍질을 떨어뜨렸거든.”
“그래서 설마 마주친 건가요?”
“아니. 껍질은 발견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나가던데?”
어휴, 내가 못 살아.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셨어야죠.”
한순간에 10년은 늙은 기분이다.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내가 위험할 ‘뻔’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못은 네 사매가 했는데 왜 나한테 그러는 것이냐?”
“네, 네. 루시엘은 그래서 숨은 거군요.”
“그랬겠지. 네가 이렇게 혼낼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와 절대영역을 펼쳤다.
사실 내공만 퍼트려도 상관없지만 절대영역 쪽이 훨씬 빠를 테니까.
바로 앞에 있는 호수 아래에서 녀석의 기운이 느껴져 전음을 보냈다.
―지금 바로 나오면 화도 안 내고 혼내지도 않을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보라가 솟구치며 루시엘이 튀어 오른다.
“우리 신혁이 진짜 화 안 낼 거지?”
녀석답지 않게 애교 섞인 목소리에 실실 눈웃음까지 친다.
“그래. 화 안 내. 혼내지도 않을 거고. 대신 초코바 일주일 압수.”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내가 화 안 내고 혼 안 낸다고 했지, 초코바 압수 안 하겠다고 하진 않았는데?”
아주 매섭게 노려본다.
“흥! 상관없어. 어차피 세진이에게 사 달라고 하면 그만이야.”
“세진이에게도 사다 주지 말라고 할 건데?”
“진짜 그러기야? 오늘 것도 아직 안 줬잖아.”
커다란 눈을 글썽이며 불쌍한 척을 하는데, 마음이 약해지…긴 개뿔.
이런 연기에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오늘은 정말 그냥은 못 넘어간다.
“그럼 오늘 거 포함해서 일주일은… 엇?”
갑자기 날개를 펼쳐 나를 끌어안았다.
“시에리는 징짜 뚁땅해. 시에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오― 신혀기가 하지 말란 대로 마주치지도 아났는데에― 시에리는 초코바 없으면 너무너무 뚁땅해….”
빨개진 얼굴로 혀짧은 소리로 말을 하는데… 하아, 이건 못 당하겠다.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제발 그만해. 알았으니까, 다음엔 얄짤없어.”
“아라떠. 시에리는 신혀기가 젤루 조아!”
처음에는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더니, 잘 먹혀서 신났는지 계속한다.
“귀여운 척 그만하라고!”
“시에리는 기여운 척하는 게 아니라아 원래 기여운 건… 악!”
온몸에 닭살이 올라올 것 같아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사부에게로 도망쳤다.
아무리 녀석이라도 사부 앞에선 저런 말투는 안 하겠지.
“시엘이한테 많이 뭐라 했냐?”
“그냥 알아듣게 좋게 이야기했어요. 그보다 애들 내공심법은 잘 배워 갔어요? 지켜보셨다면서요.”
“둘 다 휴대폰으로 찍어 가긴 했는데… 거, 처음 온 놈이 아주 몹쓸 놈이더구나.”
처음이라면 이지성인데.
“그 녀석이 뭘 어쨌는데요?”
“네 말대로 여기에 와 본 것처럼 동굴로 바로 들어가서 휴대폰으로 심법을 촬영하더구나.”
“그래서요?”
“다 찍고 나가는가 싶더니 내가 적어 둔 심법을 훼손시켰다.”
사부는 상당히 심각한 얼굴로 말했지만 나는 솔직히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이지성은 원작에서도 그랬으니까.
“뒤에 다른 아이가 올 것도 알고 있던 눈치던데 다른 아이가 못 보게 하려고 그런 얄팍한 수를 쓰다니. 네 녀석도 참 사람 보는 눈이 없구나.”
“하하…. 뭐, 나중에 왔던 아이에겐 제가 다시 수정해 주면 되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처음에 왔던 그 자식 인성이 상당히 별로인 것 같은데, 그런 녀석에게 무공을….”
역시 사부네.
“걔가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닌데. 제가 잘 교육하겠습니다.”
사부를 달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원작 그대로 진행이 되긴 했지만 사실 난 이번엔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최근까지 도현이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 줬고, 솔직히 나조차도 그냥 넘기긴 했지만 녀석은 도현이와 친해지기 위해 집안을 어렵게 만든 전적도 있으니까.
도현이에게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놈이 이기적이라는 건 알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사부 앞에서는 변호를 했지만 나 역시 조금은 꺼림칙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