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18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18)
“서은서 진짜 부럽다, 완전히 꽁승이네.”
“그러게. 1학년이면 쓸 수 있는 마법도 몇 개 없을 텐데.”
“상대가 지성이었지? 완전 불쌍하네.”
“다들 너무 그러지마. 아직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똥인지 된장인지는 안 찍어 먹어 봐도 아는 법이잖아.”
“진수 넌 진짜 비유를 해도 더럽게….”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우리 은서가 몇 분 만에 끝내는지 내기할래?”
“몇 분은 무슨. 30초나 버티면 다행이지.”
“에이, 그래도 같이 학생회 하는 후밴데 1분 정도는 봐주겠지. 공격 한 번 못 하고 떨어지면 얼마나 부끄럽겠어.”
너무 나를 추켜세우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나도 내가 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하니까.
”어? 은서야, 이제 네 차례 아니야?“
“잘하고 와.”
“적당히 힘 좀 빼 줘. 그래도 같은 학생회고 후배잖아.”
저번에 MT 때도 그러더니, 진수 녀석은 이지성 그 자식이랑 좀 친한 느낌이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라 봐주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후배니까 선공 정도는 양보할까?
다른 애들 말처럼 공격 한 번 못 해 보고 떨어지면 너무 망신일 테니까.
“다녀올게.”
애들에게 인사를 하고 경기장에 올라왔다.
“둘 다 가운데로.”
심판의 지시에 따라 가운데로 오니 이지성이 나를 보고 썩소를 짓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룰 설명을 할게.”
“저기, 기본적인 룰은 학교에서 다들 들었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요? 저기 선배도 작년 우승자니 룰은 알 텐데.”
“뭐?”
“빨리하죠.”
아니, 이 녀석이?
물론 나도 룰은 다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심판에게 버릇없이 구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은서 학생이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럼 요약해서 중지 신호만큼만은 꼭 지키도록. 내가 중지했는데 계속 움직이거나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면 무조건 실격이니까 유의하고.”
“네.”
“알았으니까. 빨리 시작이나 하죠.”
이지성의 태도에 심판을 맡은 2학교 선생님이 얼굴을 찌푸리신다.
이런 녀석이 우리 1학교 학생이고 후배라는 게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럼 모두 위치로.”
중앙에서 시작 포인트로 돌아왔다.
삐익―!
시작을 알리는 호각과 동시에 쇄도했다.
공격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주려고 했는데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났으니까.
팅―!
팔 하나 정도 날려 버리고 빠르게 끝낼 생각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우윳빛 배리어가 생겨나 공격을 튕겨 냈다.
“속도가 빨라도 그런 형편 없는 위력의 검으론 어림없죠.”
기분 나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겨우 공격 한 번 막았다고 기고만장하긴.
1학년 수준의 배리어라면 일반 공격으로도 깨질 텐데 보기보다 마나가 많은 모양이다.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올려 검에 흘려보내자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소드 오러다.”
“저렇게 빨리 만들다니.”
배리어와 팔을 한 번에 베어 버리겠다고 생각하며 휘둘렀다.
팅―!
소드 오러를 튕겨 낸다고?
그래도 어느 정도 타격은 줬을 거라 생각했지만 배리어에는 작은 실금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이번엔 배리어만 집중적으로 노리고 재차 검을 휘둘렀지만 결과는 같다.
“아까 말했잖아요. 그런 형편 없는 위력의 검으론 어림없다고.”
혹시 일반적인 배리어가 아니라 다른 고등급 마법인가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평소에 보고 자주 상대했던 배리어다.
당황하던 찰나 녀석의 머리 위에 화염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
당연히 배리어가 사라졌을 거라 생각하고 다시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놀랍게도 배리어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블 캐스팅을 사용한다고?
1학년 주제에 무슨 터무니 없는 실력인지.
작년 대회를 통해 많은 마법사들을 상대했지만 더블 캐스팅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이내 완성된 파이어 볼이 내게 날아왔지만 검으로 받아쳐 갈라 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파이어 볼이었지만 뭔가 조금 더 묵직하고 상당히 강한 반발이 느껴졌다.
검에 소드 오러를 두르지 않았다면 무조건 손상이 있었을 정도다.
“또 갑니다.”
녀석의 말과 동시에 배리어 주변에 수많은 화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되도록 피하려고 했지만 이번엔 수가 많아 모두 피할 순 없어 일부는 쳐 냈다.
쾅― 쾅―!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히 다른 마법들에 비해 묵직하고 강한 반발력.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사람들 중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 마법을 쓰는 건 딱 1명.
세진 선배뿐이었다.
작년 대회를 준비하며 겪었던 대련에서 세진 선배가 마법도 조금 섞어 쓰겠다고 하며 간간이 날렸던 파이어 볼과 느낌이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세진 선배가 이런 녀석을 가르칠 리가 없는데.
“벌써 지치신 건가요? 좀 실망인데.”
“네 멋대로 지껄이지 마.”
다시 한 번 녀석의 배리어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결과는 같다.
이 정도로 휘둘렀는데 실금 하나 생기지 않다니, 도대체 뭐지?
지금 경기장을 감싸고 있는 A 랭크 마법사들이 만든 배리어라고 해도 충분히 타격을 입혔을 정도인데, 이 녀석이 A랭크 헌터보다 훨씬 마나가 많다고?
“소용없다니까요? 그런 허접한 검으로는.”
말과 동시에 또다시 마법이 날아와 약간 거리를 두고 물러서 피했다.
모두가, 거기다 선생님도 지켜보고 있는데 마음이 점점 초조해진다.
* * *
“이지성 저 녀석, 생각보다 잘 버티네.”
“그러게. 검기를 벌써 몇 번이나 받아 낸 거야?”
“저 자식 마나가 그렇게 많았어?”
예상치 못한 이지성의 선전에 다들 놀란 것 같다.
나 역시 조금 놀랐다.
저 자식 도대체 몇 년짜리 산삼을 처먹은 거야?
아무래도 저번에 뉴스에 나왔던 산삼을 녀석이 산 건가?
틀림없다.
내공으로 발현하는 마법이 마나로 구현한 마법에 비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저런 식으로 검기를 계속 방어해 낼 수는 없다.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데 100년 된 산삼 한두 뿌리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처음에 둘이 붙게 됐을 때는 모든 게 글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승기는 이지성 쪽으로 기울었다.
“저런 식으로 방어만 하는 건 좀 야비하지 않아?”
“뭐가 야비해요? 배리어도 엄연히 마법인데. 공격도 하고 있잖아요.”
“파이어 볼 같은 짤짤이 마법뿐이잖아. 저런 식이면 승부가 엄청 길어질 것 같은데.”
“그래. 저건 실력이 아니라 그냥 마나양으로 버티는 거잖아.”
옆에 있던 민희와 차민우가 언쟁을 벌인다.
이지성 저 자식이 머리를 잘 썼다.
확실히 산삼으로 내공을 늘렸다고 해도 실력적인 차이는 좁힐 수 없으니까.
애초에 마법반 학생과 검술반 학생의 체력, 동체 시력, 반응속도 이런 건 전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배리어로 공격을 전부 차단해 버릴 수만 있다면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막아 내는 쪽이 훨씬 많은 내공을 소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저렇게 싸울 수 없겠지만 저 둘의 내공 차이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은서의 실력이 동년배에 비해 뛰어나고 대단한 건 맞지만 내공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은서에겐 세진이처럼 산삼을 먹인 것도 아니니까….
대련을 시작한 지 거의 20분이 지났다.
은서는 여전히 간간이 날아오는 마법을 잘 피하고 요격하며 계속 배리어를 향해 검기가 실린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솔직히 처음에 비해 속도가 느려졌다.
검기의 색깔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고.
반면 이지성의 배리어는 여전히 견고하다.
파이어 볼뿐이지만 마법도 여전히 펑펑 쓰고 있고.
결국, 30분이 조금 넘어서 은서가 쓰러졌다.
마법에 피격당한 건 아니고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그대로 스르륵 쓰러졌다.
“중지! 경기 중지! 승리자 제1헌터학교 1학년 마법반 이지성.”
“은서야!”
경기장 인근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은 물론 은수와 다른 친구들까지 달려나간다.
나 역시 바로 은서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상태를 보니 무리하게 마나를 몰아 써서 마나 탈진 현상이 찾아온 것 같다.
나 역시 걱정은 되지만 조금 쉬면 곧 괜찮아질 거다.
은서가 배운 소천기공의 안정성은 우리 선천문의 심법보다 효율은 떨어지는 대신 훨씬 안정적이니까.
바로 마법사들도 달려와 상태를 살피고 있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와 달리 모든 게 잘 풀렸다.
하지만 기분은 절대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더럽다.
경기 내내 이지성은 은서에게 도발을 했다.
그리 큰 목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겠지만 나는 아니다.
물론 결투 도중에 트래시 토크를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나 역시도 결투 도중에 트래시 토크를 한 적이 많으니까. 하지만 저 녀석은….
은서가 의식을 되찾았다.
“서은서 학생,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다시 고개를 푹 숙여 버린다.
그리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나 버렸다.
“저한테 개발린 게 어지간히도 쪽팔렸나 보죠.”
언제 왔는지 이지성이 옆에서 키득거리며 빈정댄다.
“야, 너 무슨 말을 그딴 식으로 해?”
옆에 있던 민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뭐,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작년 대회 우승자라 한껏 거들먹거리다 공격 한 번 성공 못 시키고 예선 1차전 광탈. 하긴, 저였어도 도망갔을 듯.”
이 자식이 진짜 돌았나?
“이 자식이!”
내가 나서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은수가 참지 못하고 그대로 멱살을 잡았다.
“너 진짜 말 그딴 식으로 하지 마. 우리 은서가 뭘 거들먹거렸다는 거야? 우리 은서는 그런 적 단 한 번도 없다고!”
“켁,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좋은 말 할 때 이거 놓으시죠.”
“말 그딴 식으로 한 거 당장 사과해. 제대로 된 결투도 아니고 야비하게… 억!”
이지성의 배리어가 생겨나며 은수가 튕겨 나간다.
“제가 왜요? 그리고 비겁? 마법사가 마법을 쓴 게 비겁한 건가요?”
“이 자식이!”
“은수야, 하지 마.”
“거기, 뭐 하는 거야?”
완전히 개판 5분 전이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애들도 말리고 선생까지 다가와 상황은 금방 정리됐다.
상황은 정리됐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은수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내가 나섰을 거다.
분명 나는 이지성을 응원하기는 했지만 녀석이 이런 식으로 은서를 조롱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놈은 주변의 평판을 무척 신경 쓰니까.
하지만 지금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원래 인성이 별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행동이나 나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도 주인공인데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은수를 비롯해 선배들이 노려보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1학년 학생들에게 자랑을 하며 거들먹거리고 있다.
…주먹이 떨린다.
당장 달려가 입을 닥치게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저 자식보다 은서를 먼저 챙기는 게 맞는 것 같다.
강당 밖으로 나와 은서를 찾기 위해 절대영역을 펼쳤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무당파의 심법을 익혔기에 금방 찾아 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운을 따라와 보니 주차장이다.
우리가 2학교에 올 때 타고 왔던 버스 안에서 은서의 기척이 느껴졌지만 나는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은서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당연히 실망할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될 거라곤 정말….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다시 생각하니 전부 핑계고 나는 등신이다.
루시엘 녀석이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루시엘에게 내가 전부 감당할 테니까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잘도 해 놓고 원작이 비틀리는 게 무서워서 루시엘 만큼이나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은서에게 말도 안 되는 상처를 입혔다.
내가 생각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내가 은서에게 장삼봉에게 배운 비급들을 가르쳤다면 승부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아니 하다못해 세진이에게 했던 것처럼 산삼 정도만 구해다 먹였어도….
이미 비틀린 이야기. 조금 더 비틀리는 게 무슨 대수라고….
비록 은서에게 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 감당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해 놓고 행동은 완전히 반대로….
버스를 향해 걸었다.
은서를 볼 면목이 없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자책과 후회만 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버스 안에 들어서자 느껴지던 기척대로 기사는 없고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은서가 보인다.
내가 들어오니 다급하게 눈가를 훔치며 멀쩡한 척을 하려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다.
“서… 선생님.”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대로 다가가 은서를 껴안았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지만 그로 인해 다음부턴 주의해야겠다는 교훈 정도는 얻을 수 있다.
나는 이젠 두 번 다시 물을 쏟지 않을 생각이다.
애초에 내가 이 세상에 처음에 와서 생각하고 다짐했던 삶은 이딴 게 아니었다.
원작? 엿이나 처먹어라.
원작이고 나발이고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