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37)
청와대
해가 바뀌고도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내일은 드디어 세계 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당 장소는 서울. 대부분은 이미 도착했다고 들었다.
미국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나를 보고 싶다고 요청하는 나라가 꽤 많았다.
내일 이야기하면 되는 걸 오늘 굳이 만나 리플레이 하고 싶지 않아 공정성을 빌미로 거절했다.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
내일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나라는 총 80개국. 얼핏 보면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국제법상으로는 245개국이라 1/3도 채 안 된다.
물론 그중엔 속령이나 엄청 규모가 작은 국가도 있고 실질적으로 같은 나라인 곳도 있지만 UN 기준으로도 195개국이니 절반도 참가하지 않은 거다.
안타스를 궤멸시킴으로 어느 정도 증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실망했다.
대부분의 자유 진영 국가, 초강대국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대부분 참석했다.
예외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 두 나라가 불참하긴 했지만 그 두 국가는 지금 탄핵설까지 돌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대부분의 불참 국가는 규모가 영세한 소국들과 공산 진영 국가들이다.
북한이야 처음 제안을 했을 때부터 일관되게 나를 모욕하며 거부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모두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단순히 불참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권력의 중심에 서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안타스의 보스들을 넘겨줄 땐 간과 쓸개라도 빼 줄 것처럼 굴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릴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하여간 공산당 아니랄까 봐.
“선생님?”
“어?”
“무슨 생각 하세요? 도착했으니까 신분증 주세요.”
생각을 멈추고 차창 밖을 보니 검문소가 보인다.
“신분증도 필요해?”
“안 가져오셨어요? 선생님은 굳이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데.”
“아니, 가져오긴 했어.”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세진이에게 건넸다.
조금 더 가서 검문소 앞에 차를 멈춰 세우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차 쪽으로 다가온다.
차창을 내려 간단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계속 이동했다.
중간중간 경찰들과 총을 든 군인도 보인다
역시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나와 세진이가 탄 차는 3분 정도 더 전진하다 커다란 건물 앞에 멈춰섰다.
TV로는 몇 번 봤었는데 실제로 이곳에 오게 될 줄이야.
푸른 기와가 인상적인 이곳은 청와대 본관이다.
차에서 내리자 양복을 입은 사람들 가운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비서실장 한영복입니다.”
이 사람이 비서실장이구나.
“대통령님께서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세진이와 함께 비서실장의 뒤를 따라 본관에 들어왔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전통적인 모습이었지만 내부는 상당히 현대적이다.
TV 속에서 봤던 이미지 그대로다.
“접견실은 2층입니다.”
“네.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계단을 지나 집무실에 도착했다.
비서실장이 노크를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강신혁입니다.”
“아레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 김세진입니다.”
“내 두 분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쪽 소파로 가시지요. 자네는 이만 나가 보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데 상당한 환대다.
하긴 저번에 안타스도 궤멸시켜 준 데다 미국 대통령과 면담도 거절하고 이곳에 온 거니 이 정도는 해야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자 직원이 차를 세 잔 가져왔다.
“일본 총리가 저번에 방문했을 때 선물로 준 차인데 향이 무척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향이 참 좋네요.”
세진이가 한 입 마시고 이야기해서 나도 마셨지만 떫기만 하다.
솔직히 차보다는 커피, 커피보다는 탄산이지만 이곳에 와서 음료 투정이나 할 순 없으니까.
“내일 회담 준비로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준비야 뭐, 제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드릴 말씀도 좀 있고, 무엇보다 일단은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나름 대접을 해 주는 것 같아 나도 립 서비스를 좀 해 줬다.
김철환 대통령. 나는 이 사람과 인연이 있고 꽤 좋아한다.
정치를 잘한다거나 신념 같은 것 때문은 아니고 이 양반이 대통령이 된다는 걸 기억해 대선 테마주에 투자해 돈을 두둑하게 벌었으니까.
중간에 마음고생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결과는 참 좋았지.
물론 이 양반은 전혀 모르는 일이겠지만.
그 일이 벌써 2년… 아니, 햇수로는 3년 전이라니. 시간 한번 참 빠르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걱정을 조금 던 느낌이네요.”
“걱정이요?”
“이번 회담에 불참한 국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강신혁 헌터가 권력의 중심에 서려 한다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님, 그건 말도 안 되는….”
“세진아.”
발끈해서 나서려는 세진이를 만류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긴 하지만 일단 대통령의 말이니 계속 들어 볼 생각이다.
“계속 말씀하시죠.”
“강신혁 헌터님이 이번에 안타스를 궤멸시키며 보여 주신 능력들, 솔직히 세계 어느 헌터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가히 사기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우리나라까지 나를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나선 것은 오로지 미래에 닥칠 위기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이고 권력에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혹,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씀을 아십니까? 강신혁 헌터님께서 관심이 없으셔도 강신혁 헌터님이 보여 주신 능력, 주변의 관심이 강신혁 헌터님을 가만두지 않을 텐데….”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게, 지금도 국제 언론사나 국내 언론사나 할 것 없이 내가 세계헌터협회 회장이 될 거라느니 하는 추측성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나는 전혀 관심 없지만.
“평안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입니다. 제가 지금은 여기저기 일을 많이 벌이긴 했지만 원래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성격입니다. 이번 회담이 잘 마무리되고 대비가 끝난다면 본업으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그럼 관심도 자연히 줄어들 테니까.
“본업으로 복귀라 함은… 헌터협회 이사로…?”
”헌터협회 이사는 명예직이고 제 진짜 직업은 따로 있지요.”
“따로라면… 어엇? 잠깐. 그럼 제1헌터학교 교원으로 돌아가신다는 말입니까?”
“굳이 1학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1학교가 아니라면 혹시 외국으로… 스카우트 제의 같은 걸 받으신 겁니까?”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
흐음, 원래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원래 내일 회담에서 발표할 이야기들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나라 대통령님이시니 미리 좀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선 제가 경고했던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일단 포탈을 감시할 시스템과 국민들을 대피시킬 대피소 같은 곳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직접 생각했던 건지 참모들이 미리 이야기해 준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식견은 있는 것 같다.
물론 100점짜리 답은 아니고 한 60점 정도?
“포탈 감시 시스템은 기존의 레이더 시스템을 활용하고 시스템이 없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조금 미비한 국가들에겐 선진국에서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대다수의 선진국들과 어느 정도 사는 국가들은 포탈 감지 레이더 시스템을 갖춰 두고 있지만 약소국들과 가난한 나라들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포탈 감지 레이더 시스템을 떠나서 아프리카 같은 국가들 중엔 인터넷마저 보급되지 않은 나라도 있을 테니까.
그런 인프라 구축이나 운용 노하우, 가능하다면 비용까지 선진국들에서 지원하게 할 생각이다.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 대한민국도 힘을 보탤 수 있겠군요.”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든든하네요. 다음은 말씀하셨던 대피소 건설과 피난 훈련입니다.”
“피난 훈련이요?”
“국가들마다 대피소 건설을 추진하고 건설로 끝이 아니라 실제로 피난하는 훈련을 해야죠.”
“그런 피난 훈련을 하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자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 1년에 한 번,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현재 시행하는 민방위 훈련과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로 인해 미래가 뒤틀렸다고 해도 원래 사건이 벌어지는 건 한참 뒤니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흐음, 그 정도라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네요. 저기, 그런데 아까 본업으로 복귀하신다는 건….”
“앞서 말한 대피소나 감지 시스템은 예방일 뿐 해결책이 아니죠. 포탈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려면 헌터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저번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능을 가진 위협적이고 강력한 수준의 몬스터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 능력 있는 헌터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겠죠.”
“헌터가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수를 늘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비록 제가 헌터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듣기론 헌터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대통령의 말처럼 헌터로 재능을 타고나는 사람들의 수는 일정하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헌터 자체가 국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인데 대한민국에 헌터학교는 7개뿐이다.
헌터로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7개 학교를 채울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강원도 쪽에 헌터학교를 하나 더 짓는다는 뉴스가 나오긴 했지만 이건 강원도 쪽만 헌터학교가 없다고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 거고 정원도 다른 학교에 비해 적게 모집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헌터의 재능을 가진 사람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겐 방법이 있지.
“제가 헌터학교에 들어가기 전 중국에 잠깐 파견을 간 적이 있습니다.”
“네?”
대통령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고 내게 되묻지만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때 포탈에서 기연을 하나 얻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건 그 기연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한 기여를 했지요.”
“그… 그런 게 있습니까? 신기하군요.”
“혹시 마법사와 일반적인 헌터들의 차이를 아십니까?”
“사용하는 마나가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제가 익힌 기연을 배운다면 그런 구분이 사라지죠. 저나 여기 세진 헌터가 지금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처럼요.”
“오, 두 분의 능력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기존의 헌터들이 기연을 익히면 마나의 제한을 벗어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헌터의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죠. 저는 제 기연을 이번 세계 정상회담에서 공개하고 인재들을 모아 가르칠 생각입니다.”
물론 나와 세진이가 익힌 천선문의 내공심법이 아니라 은서가 익혔던 무당파의 기본 심법이다.
속도가 느려도 안정성만큼은 최고니까.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솔직히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헌터들의 수준을 상향시키고 그 수를 늘리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강원도 쪽에 8학교가 거의 다 지어졌다고 하던데… 괜찮다면 그곳에서 기연을 교육할 수 있을까요?”
“강신혁 헌터님이 맡아 주신다면야 저희로선 당연히 대찬성입니다.”
생각보다 너무 흔쾌히 대답을 하는데 의외다.
아직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그런가?
“일반적인 헌터학교와는 조금 다르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교가 아니라 오로지 기연만 배우는 곳으로 한두 달 정도 코스로요.”
“커리큘럼은 강신혁 헌터님께 전적으로 일임하겠습니다.”
“아직 제대로 설명도 안 했는데….”
“강신혁 헌터님을 믿습니다. 거기다 헌터님의 설명대로라면 대한민국의 헌터들이 많아지고 수준이 올라가는 거니 대한민국 자체가 강해지는 거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협력해야죠.”
역시 오해하고 있네.
“제 아카데미에 입교하는 학생들은 한국인만 받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받을 생각입니다.”
마왕 강림에 따른 위기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니까.
살짝 언짢은 표정이기에 한국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협력해 주니 한국인을 조금 더 많이 받겠다고 하자 그나마 표정이 풀어진다.
누가 한국 대통령 아니랄까 봐.
뭐, 일단 나도 한국인이니까.
일단 아카데미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이제 진짜 본론을 시작해야겠다.
“대통령님,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