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76)
비앙카 로웰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씻고 나왔는데 전화가 울린다.
세진이랑 같이 저녁 먹기로 해서 세진인 줄 알았는데 교감이다.
―저녁 먹었나?
“아니요. 지금 막 씻고 나왔어요. 저녁은 세진이랑 같이 나가서 먹으려 했는데, 왜 그러세요?”
세진이가 영국에 온 뒤로 계속 호텔 음식만 먹었더니 한식이 그립다고 해서 호텔 주변에 있는 한식당에 같이 가기로 했다.
―콘래드 그 녀석이 자기 집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했는데 자네도 같이 오라더군.
“저도요?”
―지난번에 자네가 자이언트 샌드웜 사체를 판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 세진이도 같이 가도 될 것 같은데, 자네가 한번 물어보겠나?
“네.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안 그래도 비앙카 때문에 로웰가에 한번 방문하려 했다.
지난번에 콘래드에게 명함을 받긴 했지만 친분은 없어 교감이라도 꼬셔야 하나 싶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초대를 할 줄이야.
어쨌든 잘됐다.
―20분 뒤에 로비에서 보지.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옷을 갈아입으며 세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샘, 저 준비 다 했어요. 금방 나갈게요.
“저기, 오늘 식당은 못 갈 것 같아.”
―네? 혹시 오늘 쉬는 날이에요?
“아니, 교감 선생님이랑 방금 통화를 했는데, 콘래드 로웰이 교감 선생님과 선생님을 저녁 식사 초대를 했대.”
―콘래드 로웰이요?
“비앙카 아빠 말이야. 세진이 너도 괜찮으면 같이 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할래?”
―어… 그럼 저도 갈게요.
“그래. 그럼 20분 뒤에 로비에서 보자.”
옷을 다 입고 머리까지 말리고 로비로 내려가다 이어폰을 깜빡해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세계헌터협회에서 WHCU에 참가하는 학생들과 관련자들에게 지급한 이어폰으로 통역 마법이 걸려 있다.
지원하는 언어가 무려 60개가 넘는데 영구적인 건 아니고 30일 정도만 지속된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게는 거의 필수적인 아이템이라 이어폰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다.
세진이가 먼저 기다리고 있어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니 교감도 도착했다.
“내려오면서 통화했는데 호텔로 차를 보냈다네. 일단 나가지.”
입구로 나가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백은발의 남자가 다가온다.
영국 하면 신사인데 딱 그 이미지다.
로웰가의 집사라고 소개하며 우리 이름을 확인하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더니 이내 새하얀 리무진 한 대가 우리 앞에 등장했다.
“타시죠.”
“저 이런 차 처음 봐요.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 선생님도 처음 봐.”
“둘 다 촌티 그만 내고 얼른 타.”
15분 정도 달려 저택에 도착했다.
콘래드의 집은 미국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저택으로 입구를 통과하고도 3분 정도 더 달려 차가 멈췄다.
안에 들어와서 보니 건물도 한두 개가 아니다.
호텔에서 15분밖에 안 걸렸으니 이곳도 런던일 텐데 서울보다 땅값이 비싸다는 런던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저택이라니….
지난번 자이언트 샌드웜을 팔 때도 느꼈지만 진짜 돈이 많은 것 같다.
“오늘 저녁 식사는 저기 보이시는 별채의 연회장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따라오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집사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별채에 도착하자 우리를 발견한 콘래드 로웰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선배님, 어서 오세요.”
“집 너무 넓은 거… 팔은 또 왜 그러냐?”
콘래드 로웰은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 있다.
“아까 대련하다가 금이 살짝 가서요. 뭐, 며칠 있으면 나을 겁니다.”
“어떤 놈이랑 대련했길래 팔에 금이 가냐?”
“누구긴 누구겠어요. 하빕 녀석이죠.”
누가 10성인 콘래드의 팔을 저렇게 만든 건지 의문이었는데 하빕이라니 이해가 간다.
하빕은 콘래드처럼 10성의 일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무투가로 교감 못지않은 대련광이다.
“그 황소 같은 자식? 쯧쯧, 평소에 단련을 게을리해서 그렇지. 네 놈도 퇴물 다 됐구나.”
“퇴물이라니요. 제 팔이 이 정도인데 그 녀석은 멀쩡하겠습니까? 저는 팔에 금이 간 거지만 그 자식은 다리뼈가 부러졌으니 제가 이긴 거죠.”
“선생님, 금 간 것 정도는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 않아요?”
“콘래드 씨처럼 마나가 많은 S 랭크 헌터들은 치료 마법이 잘 듣지 않아.”
창을 쓰든, 검을 쓰든, 주먹을 쓰든 같은 마나를 사용하지만 마법사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마나를 사용한다.
이 두 개의 마나는 서로를 배척해서 동시에 쌓을 수 없다.
따라서 마나가 많은 S 랭크 헌터들을 치료하기 위해선 최소 동등하거나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 S 랭크 마법사가 필요하다.
번외로 내공은 마나를 정제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검사가 오른팔 다쳤으면 진 거지. 밥 먹고 대련이나 한 번 할까 했더니 못 하겠네.”
“저 왼손잡이인 거 그새 잊으셨어요? 그리고 선배랑은 대련 안 해요. 신혁 씨도 오랜만이네.”
“기억하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딸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는데 당연히 기억해야지. 오, 같이 오신 숙녀분은 한국 대표 아닌가? 이름이 김….”
“김세진이에요.”
“아, 그랬지. 내가 워낙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거든. 오늘 경기 잘 봤네. 실력이 대단하던데.”
“감사합니다.”
“네 딸이야 말로 만만치 않던데. 마법도 모자라서 검까지 쓰고.”
“우리 비앙카야 워낙 천재니까요. 가시죠. 우리 가족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콘래드의 안내로 그의 가족들을 소개받았다.
영국 헌터 협회에서 고위급 간부로 일하는 아내와 원작에서 이지성과 싸우고 친해지는 라이언. 그리고 세진이와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비앙카.
아내분은 미인이긴 한데 뭔가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표정이 별로 안 좋다.
우리 때문에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콘래드를 흘겨보는 게 남편이 팔을 다치고 돌아와서 속상해서 그런 것 같다.
라이언은 한국 나이로 치면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됐지만 키는 거의 나와 비슷하다.
물론 얼굴은 아직 앳된 티가 물씬 풍기지만.
마지막으로 비앙카는 콘래드가 소개할 때부터 계속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혹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어 자리에 앉으며 휴대폰으로 확인했지만 딱히 이상한 건 없는데….
아! 혹시 그건가?
잘생긴 얼굴은 동서양 상관없이 먹힌다더니, 강신혁의 외모가 영국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었나 보다.
하여간 너무 잘생겨도 문제라니까.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세간에서 영국 요리가 맛없다는 소리가 있지만 가장 먼저 나온 빵부터 샐러드와 메인인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와인까지 전부 훌륭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이곳이 훨씬 나은 것 같다.
하긴 이 정도 저택에 사는 사람이니 요리사도 유명한 사람으로 따로 고용했겠지.
식사하면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었다.
내가 질문을 한 건 아니고 교감도 비앙카가 마법사면서 검을 쓴다는 게 신기했는지 어떻게 한 거냐며 비앙카에게 질문을 했다.
인터뷰 때처럼 대답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기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있던 콘래드가 딸 자랑을 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술술 이야기를 풀었다.
비앙카의 연구에는 내가 팔았던 자이언트 샌드웜의 사체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희귀한 트리플 헤드 오우거의 심장, 리치의 라이프 베슬 같은 S 랭크 헌터라도 구하기 힘든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다른 재료들은 한참 전에 다 모았는데 그나마 덜 희귀한 자이언트 샌드웜 사체만 못 구한 상황이었다나.
내가 A 랭크 승급 시험을 보고 자이언트 샌드웜을 잡아서 콘래드에게 팔지 않았다면 비앙카의 연구는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몬스터 사체는 따로 가공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마법으로 처리를 하고 보관을 잘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효과가 떨어지니까.
비앙카가 가출해서 직접 자이언트 샌드웜 사체를 구하긴 하지만 그때는 이미 구해 뒀던 재료들이 효과가 떨어져 실패했기에 원작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전부 내 행동으로 인한 나비효과였다.
혹시 비앙카가 나처럼 내공을 익힌 건 아닌지, 혹은 작가가 외전에 쓰려고 일부러 원작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히든 캐릭터일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다소 김빠지는 결과지만 뭐, 다행이다.
궁금증도 해결됐으니 음식에만 집중했다.
“음식은 괜찮았나?”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콘래드가 내게 말을 건다.
“저희가 묵고 있는 호텔보다 훨씬 맛있네요.”
“그래? 주방장이 들으면 좋아하겠어. 식사가 끝나면 소화도 시킬 겸 대련 한번 어떤가?”
“대련이요? 하지만 팔이….”
“아까도 말했지만 왼손잡이라 괜찮네. 지난번에 내가 일정이 있어서 못 하지 않았나. 오늘은 시간 많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한 명의 검사로서 세계 최강의 검사라는 콘래드와 붙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래도 부상을 입은 상태로는 싸우고 싶지 않다.
“아, 제가 검을 따로 챙겨 오질 않았는데….”
솔직히 검이야 뭘 쓰든 상관없지만 거절하려 적당히 핑계를 댔다.
“자네 검이 아니면 곤란한가? 그렇지 않다면 검은 우리 집에도 많네.”
“당신! 그 팔로 대련은 무슨 대련이에요?”
“그게,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약속을 해서….”
“부상이 있으신 상태로 대련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내분도 걱정하시고.”
나를 너무 무시하는 느낌이라 참교육을 시켜 줄까 하다 아내분 표정이 상당히 살벌해서 생각을 바꿨다.
“나는 진짜 괜찮은데.”
“당신 진짜 그럴 거예요?”
“아니, 약속도 했고 정말 가볍게 할 거니까….”
“아까도 가볍게 한다면서 뼈에 금이 갔잖아요.”
“아… 알았어.”
10성의 일원이자 영국 최강의 검사도 아내에게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럼 아버지 대신에 제가 대련하는 건 어떨까요?”
응?
가만히 있던 비앙카가 갑자기 나선다.
다들 당황한 표정인데 나도 마찬가지다.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더니… 잠깐, 이거 내 관심을 끌어 보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하하. 진짜, 이놈의 인기.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아니, 오히려 좋다.
결승전에 세진이와 맞붙게 될 비앙카를 분석할 좋은 기회니까.
“저는 상관없지만, 비앙카 양은 내일 경기가 있는데 괜찮겠어요?”
“가볍게 대련 한 번 한다고 해서 내일 경기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 같은데요.”
지 아빠인 콘래드와 붙어도 내가 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하는데, 정말 당돌하다.
하긴 세계적인 유망주라 그동안 칭찬만 들었을 테니 자신감이 넘치겠지.
세진이를 위한 분석도 분석이지만 비앙카에게 알려 줘야겠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는 걸.
* * *
아까 낮에 갔던 WHCU 대회 경기장보단 약간 작지만 한국에 있는 헌터 협회 결투장이나 우리 학교 결투장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시설이 집에 있다니 진짜 돈이 많긴 많은가 보다.
콘래드와 그의 아내도 반대하지 않아 대련이 성사됐고 식사를 마치고 콘래드를 따라 별채 지하에 있는 결투장에 왔다.
“신혁 씨는 검사니 우리 비앙카는 보조 마법과 검만 쓰도록 하겠네.”
“다른 마법을 다 써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러다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정말 괜찮겠나?”
허어, 이거 좀 선을 세게 넘는다.
비앙카가 세계적으로 기대받는 유망주라고 하지만 아직 예비 헌터에 불과한데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야, 이 콘가 놈아, 뭐가 어쩌고 어째?”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긴, 지금 네놈이 우리 강 선생 무시했잖아!”
“무시한 게 아니라….”
“무시한 게 아니면 뭔데? 네 딸이 또래들 사이에선 괜찮은 편일지 몰라도 어디까지나 애들 사이에서지. 깝치지 말고 전력으로 하라고 해.”
한마디 하려 했는데 교감이 먼저 선수를 쳤다.
“선배님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니… 이거 내가 큰 실례를 했군. 미안하네. 그럼 우리 비앙카는 검과 마법 둘 다 사용하는 거로 하지.”
“괜찮습니다. 저기, 그럼 조건 하나만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조건?”
“제가 가르치는 세진이 또래와 대련을 하는 거니 패널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패널티? 이보게, 자네 우리 딸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무시는 그쪽이 먼저 하지 않았나?
콘래드뿐만 아니라 비앙카를 포함한 로웰 일가 모두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데 도발이 제대로 먹혀든 것 같다.
“저기요. 그쪽 A 랭크 헌터라고 알고 있는데, 저도 2월에 A 랭크 헌터 심사 볼 거거든요. 객기 부리지 마시죠.”
“아직은 아니지 않나요? 무시인지 객기인지는 대련을 하면 알 테니… 으음, 그래. 비앙카 양이 제게 유효한 공격을 한 번이라도 하면 제가 진 거로 하죠.”
예전에 교감과 결투할 때 교감이 걸었던 조건이라 그런지 교감이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본다.
물론 나는 교감처럼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다.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야 좋네. 그렇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