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75)
WHCU (1)
강원도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3주란 시간이 흘렀다.
김 선생과 홍 선생이 합류한 뒤부턴 평일은 포탈 공략을 하고 주말엔 세진이를 가르쳤다.
“뭐 빠뜨린 거 없지?”
“네. 다 챙겼어요.”
WHCU 대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렇게 4개국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올해 WHCU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런던이다.
대회 개최까지는 아직 4일 정도 남았지만 한국과 시차가 있으니 컨디션 관리를 위해 오늘 출국한다.
“잘하고 와.”
“세진이 실력이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지. 긴장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
“아, 응원 감사합니다.”
“강 선생님도 수고하세요.”
“두 분도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김 선생, 홍 선생과 인사를 하고 세진이와 함께 김포 공항으로 출발했다.
“안 졸려? 2시간 조금 넘게 걸리니까 졸리면 조금 자 둬.”
“괜찮아요. 어차피 비행기 타도 거의 12시간은 가야 하는데 그때 자면 되죠.”
“그렇게 오래 걸려?”
“인터넷 검색해 보니까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작년에 갔던 미국보단 낫네요. 그때는 14시간도 넘게 걸렸거든요.”
“비행기 타는 것도 고역이네.”
“그래도 퍼스트 클래스니까 그리 불편하진 않을 거예요.”
“퍼스트 클래스? 네가 예약한 거야?”
“작년이랑 재작년에 갈 때 다 협회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끊어 줬으니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요?”
“선생님은 매번 이코노미만 탔었는데… 덕분에 호강하네.”
이곳에 와서는 제주도 갈 때 말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고 전생에서도 해외라곤 옆에 있는 일본 몇 번 가 본 게 전부라 늘 이코노미만 탔다.
세진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짐을 끌고 공항으로 들어가는데, 바깥에서부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꽤 많다.
무슨 연예인이라도 오는 건가?
“강 선생, 여기야.”
어라? 교감이다.
“우리 딸!”
김대찬도 온 건가?
하긴 교감도 동행하는데 부모인 김대찬이 동행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지.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런지 아주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세진이에게 다가가는데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딸을 도구로 이용하려 했으면서.
옆에는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있는데 세진이랑 많이 닮은 걸 보니 어머니인 것 같다.
“김세진이다!”
교감 선생님과 어머님께 인사를 하려 했는데 누군가의 외침 이후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온다.
이제 보니 연예인이 아니라 세진이 때문에 온 사람들이었나 보다.
교감이 동행한다는 이야기는 김 선생에게 미리 들었지만 인터뷰 같은 걸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김세진 씨, 이쪽 한번 봐 주세요.”
“네?”
“우리 딸 인터뷰하고 싶으시대. 아직 시간 있으니까 괜찮지? 우리 딸 예쁘게 찍어 주세요. 이상하게 찍어서 올리면 고소할 겁니다.”
허어….
다른 사람들을 딸을 정말 아끼는 아버지라고 생각하겠지.
진짜 가식의 끝판왕이다.
“인터뷰하고 와. 선생님은 먼저 수속하고 있을게.”
“아, 네. 저도 금방 갈게요.”
“잠깐만요. 세진 학생 훈련을 담당하시는 강신혁 선생님 아니신가요? 강 선생님도 인터뷰 같이 하시죠.”
“그래. 강 선생도 같이 하지.”
“저는 딱히 할 말 없습니다.”
“무투 대회 끝나고 인터뷰에서 김세진 학생이 우승할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때는 확언하시던데 혹시 생각이 바뀌신 건가요?”
어이가 없다.
김대찬이 좋은 아빠 행세하는 게 꼴 보기 싫어 자리를 뜨려던 건데, 자기들 마음대로 넘겨짚기는.
저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
“잘 알고 계시네요. 지난번에 제가 해야 할 말을 다 해서 할 말이 없다고 한 겁니다.”
“그럼 여전히 여기 김세진 학생이 우승하신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진짜 귀찮다.
“WH토토 아시죠? 저는 베팅하기 전에 세진이에게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동의서라면… 설마 다른 학생에게 베팅하셨다는 소립니까?”
“제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합니까?”
“아니, 조금 전에 동의서를 받으셨다고….”
“다른 학생을 선택하려고 동의서를 받은 게 아니라 베팅 한도 때문에 받은 겁니다.”
“한도요?”
“저는 세진이의 우승에 전 재산을 베팅했습니다. 대출도 한도까지 꽉꽉 채워서요.”
* * *
퍼스트 클래스.
단순히 넓은 자리에서 편하게 가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 신세계다.
시작부터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었고 앉자마자 견과류에 웰컴 드링크라며 샴페인까지 준다.
식사 메뉴와 곁들이는 술도 다양하고 마음대로 시킬 수 있고 라면까지 끓여 달라고 하면 끓여 준다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퍼스트, 퍼스트 하나 싶다.
“뭐 더 필요한 거 없으신가요?”
“아, 괜찮습니다.”
이코노미를 탈 때도 특별히 승부원분들이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은 없었지만 여기 승무원분들은 진짜 뭘 해달라고 요구해도 다 해 줄 것처럼 너무 친절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들이나 먹는다고 오히려 너무 과하게 친절해서 살짝 불편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단순히 퍼스트 승객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잘생기셨어요. 시간 되시면 010-8xxx-2xxx 연락 한번 주세요.] [010-5xxx-6xxx 연락 주세요. 도착한 날이랑 다음 날까지는 런던도 괜찮아요.]스튜어디스분들이 가져다준 과자 뒤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으니까.
두 분 다 미인이시던데… 런던에서는 일정도 있고 세진이도 봐줘야 하니 바로 연락은 못 할 것 같지만 일단 쪽지는 지갑에 넣었다.
이부자리를 펴 주겠다고 해서 화장실이나 잠깐 갔다가 나오는데 교감과 마주쳤다.
“오, 강 선생! 마침 잘 만났네. 바로 잘 건가?”
“네?”
“뒤쪽으로 가면 바가 있다던데 자기 전에 한잔 어때?”
비행기에 바가 있다고?
딱히 술 생각은 없지만 직장 상사의 제안이기도 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교감 선생님을 따라갔다.
비즈니스석을 지나쳐 가니 정말 바가 있는데, 솔직히 바라고 하기에는 약간 협소하지만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인 걸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앉을 수 있게 소파도 있고 승무원분이 직접 칵테일도 만들어 주셔서 다시 한 번 돈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강 선생, 아까 그 말 사실이야?”
“네?”
“전 재산 다 베팅했다며.”
“사실이죠. 주식도 싹 다 팔고 대출도 당길 수 있는 대로 다 당겨서 전부 털어 넣었어요. 교감 선생님은 다른 학생에게 베팅하셨어요?”
“어… 뭐, 나도 세진이에게 베팅은 했지….”
베팅은?
“대답이 애매한 걸 보니 세진이에게 전부 한 건 아니신 것 같은데… 너무하시네요.”
“아니, 뭐… 어차피 나야 자네처럼 동의서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세진이에게 500달러 했어.”
“겨우 500달러요?”
“겨우라니. 자네 말대로 세진이가 우승하면 몇천 달러는 될 테니 어쨌든 이득이지 않나?”
“이득이 아니죠. 세진이 우승 배당이 20.4배니까 정확히 10,200달러 손해 보신 겁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비앙카가 1.03배라는 역대 최저 배당률을 기록해서 잘하면 세진이는 25배까지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단 낮았다.
내가 지난 인터뷰에서 세진이가 우승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서 그런가?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세진이가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는 만큼 세진이에게 무지성 애국 베팅 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자네는 얼마나 걸었는데?”
“비밀입니다.”
“치사하게. 좀 알려 주면 어디가 덧나나?”
“뭐, 앞으로 돈 걱정 같은 건 안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되겠죠.”
“콘래드 녀석 딸내미 만만치 않은데… 자네 그러다 알거지 될 수도 있어.”
이 양반이 아주 악담을 퍼붓네.
“진짜 너무하시네요. 다른 학교 학생도 아니고 우리 학교 학생인 세진이가 대표로 나가는데 세진이 응원하셔야죠.”
“나야 물론 세진이를 응원하네만….”
“응원하신다는 분께서 왜 절반만 베팅하셨어요? 다 해 봤자 천 달러인데.”
“그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비앙카가 승리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지 않나? 자네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지난번, 지지난번 대회 모두 참관한 나로서는 솔직히 세진이가 힘들 것 같은데.”
“교감 선생님, 지난 여름방학 전에 저랑 결투하셨을 때 기억나십니까?”
“누굴 치매 노인으로 아나? 얼마나 지났다고… 당연히 기억하지.”
“기억하고 계시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이해가 빠르시겠어요.”
“무슨 이해?”
“그때의 저와 지금의 세진이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에이, 거짓말하지 말게.”
“제가 언제 교감 선생님께 거짓말을 한 적 있었나요?”
* * *
WHCU 대회는 5일간 치러지며 참가 국가는 매년 약간 달라지지만 보통 64강이다.
첫날인 어제 개회식과 함께 조 추첨이 진행됐다.
런던에 오는 비행기에서 교감도 그렇고 다들 세진이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차라리 초반에 비앙카를 만나서 꺾어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세진이는 2번을 뽑았다.
그리고 비앙카가 뽑은 번호는 64번.
WHCU는 1번과 2번이 붙고 그 승자가 3번과 4번의 승자와 맞붙는 식이라 비앙카는 결승에서 만날 것 같다.
김대찬은 어려운 상대를 피했다며 좋아했다.
한국 언론들도 첫 경기라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인 비앙카를 피했으니 대진 운이 좋다며 야단이다.
난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세진아.”
“네?”
세진이의 첫 상대는 우크라이나의 특이하게 생긴 창을 쓰는 창술사다.
“첫 경기니 임팩트 좀 주자. 봐주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끝내 버려.”
“네! 금방 돌아올게요.”
세진이가 결투장에 올라가고 얼마 되지 않아 상대도 올라왔다.
심판이 목례로 인사를 시키고 호각을 불었다.
10초나 지났을까?
경기가 끝났다.
호각 소리와 동시에 빠르게 상대에게 쇄도한 세진이가 그대로 창을 날려 버렸으니까.
정말 허무한 승부였지만 32강도 64강과 별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쉬웠다.
32강의 상대는 이탈리아의 마법사.
작년 비앙카의 전략을 따라 하려는 건지 시작부터 메모라이즈로 빠르게 속박 마법을 사용했지만 세진이는 기합을 질러 마법을 깨부수고 쇄도해 마법사의 목에 칼을 겨눴다.
마법 계열 학생들에게는 기존 20m보다 30m 더 긴 50m 거리가 주어지지만 내공을 운용하면 100m도 6초로 가볍게 끊는 세진이에겐 몇 초 더 지연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64강 11초, 32강 18초. 이런 결과라면 세진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을 테니 더는 세진이가 무시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된 학생은 작년 우승자인 비앙카였다.
물론 단순히 작년 우승자라 주목을 받은 건 아니다.
마법사라 알려진 비앙카가 검을 들고 나왔고 브라질의 무투가와 폴란드의 검사를 차례로 꺾으며 승리했다.
두 경기 모두 세진이보다 늦게 승부가 결정됐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비앙카는 두 경기 모두 단 한 번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경기도 경기였지만 경기 후 인터뷰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마법으로 우승은 이미 두 번 했잖아요? 이번에는 검으로 한번 우승해 보려고요.”
“그럼 이번 WHCU 대회에서는 아예 마법을 안 쓸 생각인가요?”
“글쎄요. 그래도 우리 영국을 대표해서 참가한 거니까 위급하면 쓰겠지만… 절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학생이 있을까요?”
실로 오만한 발언이지만 2회 연속 우승자이니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내가 놀란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니다.
“검사와 마법사의 마나는 성질이 전혀 다르고 색깔조차 다른데 어떻게 검을 사용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제가 하던 연구 덕분이죠. 사실 이번 대회는 안 나오고 연구 재료를 구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제 생일에 아버지가 구해 주셨거든요.”
“콘래드 부의장님이요?”
“네. 덕분에 이론을 다 완성해서 제가 직접 증명해 보려고 나온 거예요. 대회가 끝나면 정리해서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니까 기대해 주세요.”
원작에서도 원래 주인공인 김도현은 검사라 내공심법을 익혀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건 원래 마법사였던 빙의한 주인공 이지성 혼자다.
물론 원작과 달리 이번에는 내가 자이언트샌드웜의 사체를 팔아서 비앙카의 연구가 완성된 거긴 하지만, 내가 팔지 않고 원작대로 진행됐어도 비앙카는 가출해서 직접 자이언트샌드웜의 사체를 구한다.
원작에서도 비앙카가 마법과 검을 동시에 쓸 수 있다면 원작에서 언급이 되지 않을 리 없고 비중 또한 그렇게 적을 리가 없으니까.
뭔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