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74)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말을 하다 보니 약간 이상하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 어차피 이곳엔 나와 세진이 둘밖에 없으니 상관없다.
“선생님? 왜 말을 하다가 마세요?”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얼른 먹기나 해.”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세진이가 산삼을 크게 베어 문다.
“으으, 너무 써요.”
“입에 쓴 게 몸에 좋은 법이야. 그냥 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
사부는 마나만 내공으로 바꿔도 비앙카와 충분히 겨뤄 볼 만할 거라 했지만 할 만한 게 아니라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내 목표는 세진이의 우승이니까.
확실한 승리를 위해 무투 대회가 끝나고 세진이에게 먹일 산삼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알아본 곳들이 하나같이 겨울에는 산삼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안 되는 건가 싶었는데 한 곳에서 산삼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채취한 지 조금 되긴 했지만 보관을 잘해서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바로 찾아갔다.
가면서도 사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본 순간 사기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빨간 열매나 잎은 없었지만 몸통에서 강력한 마나가 느껴졌으니까.
한겨울에 어떻게 구한 거냐고 물어보니 이 산삼을 캔 심마니가 지난주에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는데, 유족이 장례를 끝내고 냉장고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세진이가 삼을 다 먹자 바로 내공심법을 운용하라 지시하고 세진이의 등에 손을 가져갔다.
“서, 선생님… 몸이 너무 뜨거워요.”
“원래 그래. 계속 심법 구결만 생각하면서 집중해. 정신을 잃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등에 닿은 손을 통해 내공을 주입해 세진이의 단전으로 보냈다.
심법을 운용하는 것 같긴 한데 세진이가 가진 내공이 워낙 부족해서 그런지 산삼의 기운이 날뛰고 있다.
내공으로 산삼의 기운을 진정시키며 우선 임맥부터 뚫기 시작했다.
“끄아앗! 쌤! 너무 아파요.”
“조금 아플 거라고 했잖아.”
“조… 조금이 아니잖아요!”
사부 말로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는데, 아닌가?
평소에는 힘들다는 말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의젓하던 세진이가 이렇게 투덜댈 정도면 예전 나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내가 뭐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참으라고 말하고 다시 한 번 내공을 임맥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단단한 철옹성 같았던 임맥이지만 산삼의 기운에 내 내공까지 일부 더해서 그런지 열 번도 시도 안 했는데 허물어졌다.
내가 받을 때는 꽤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이번에 구해 온 산삼은 80년 정도로 지난번에 내가 먹었던 것보다 오래된 것도 아닌데.
세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사부가 나이를 먹을수록 혈도에 노폐물이 쌓이고 벽이 두꺼워져서 어릴수록 혈도를 뚫기가 쉽다고 했으니까.
“잘 참았어.”
“서, 선생님… 이제 끝난 거예요?”
다 죽어 가는 목소리다.
“아니. 아직 하나 남았어.”
임맥을 뚫었으니 이젠 독맥을 뚫어야지.
“네? 끄아앗! 선생님! 아까보다 더 아픈 것 같아요.”
“엄살은. 안 죽으니까 심법 운용이나 해.”
한번 부딪쳐 보니 독맥은 임맥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임맥보다 훨씬 두꺼운 느낌이고 아까 임맥을 뚫는 데 산삼의 기운을 꽤 많이 소모했는지 기운이 많이 줄었다.
임맥까지만 할까 하다 한번 시작한 건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 부족한 건 내 내공으로 충당해가며 결국 뚫어 냈다.
정말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인데,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사부에게 데려가서 사부보고 해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참느라 고생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어?”
이제 쉬라고 하고 나도 나가려 했는데, 이 녀석 기절했다.
사부가 기절하면 말짱 꽝이라고 했는데 독맥이 무사히 뚫린 걸 보면 아마 뚫리는 동시에 기절한 모양이다.
내공을 거의 한계까지 써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지만 세진이를 이대로 바닥에 자게 둘 순 없어서 안아 들었다.
보기엔 그리 안 무거워 보였는데 키랑 근육 때문인지 은근히 무게감이 있다.
침대에 눕혀 이불까지 잘 덮어 주고 방을 빠져나왔다.
하여간 참 손이 많이 가는 제자다.
* * *
눈을 뜨자마자 뭔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혹시라도 불이라도 난 건 아닌가 싶어 다급히 거실에 나왔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고 세진이가 프라이팬과 씨름 중이다.
“서, 선생님, 일어나셨어요?”
“그래. 뭐 태운 거야?”
“그게, 제가 아침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울상인 녀석을 보니 완전히 말아먹은 모양이다.
다가가서 프라이팬을 보니 계란프라이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기름도 안 둘렀는지 팬에 다 눌어붙고 아주 새까맣게 탔다.
“라면도 못 끓인다는 녀석이 무슨 아침을 한다고. 배고프면 선생님 깨우지 그랬어.”
“어제도 그렇고 너무 선생님이 다 하시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고개를 푹 숙이며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화를 못 내겠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밥은 선생님이 할 테니까 앞으론 이러지 마.”
“네. 아, 두세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그래. 아침은 간단히 김치찌개 괜찮지? 점심엔 맛있는 거 해 줄게.”
“김치찌개도 좋아요.”
“그래. 일단 세수부터 하고 올게.”
빠르게 세수를 하고 주방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다.
어제 마트에서 사 온 김치를 꺼내 썰고 고기랑 같이 먹으려고 사 왔던 양파도 반 개 썰어서 냄비에 넣었다.
“돼지고기? 참치?”
“저는 다 좋은데.”
“아침이니까 깔끔하게 참치로 가자.”
식용유를 살짝 뿌려서 기름에 지지다가 물을 붓고 참치 캔을 두 개 따서 한 개 반을 기름을 빼고 넣었다.
쌀뜨물이나 육수로 끓여야 제맛인데 그러기엔 너무 번거로워 아쉬운 대로 다시다라도 조금 넣고 마무리로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 주고 뚜껑을 닫았다.
“프라이 말고 계란말이도 괜찮지?”
개인적으로 프라이보다는 계란말이를 선호한다.
“네!”
대답은 잘한다고 생각하며 냉장고에서 계란을 4개 꺼냈다.
밥그릇에 계란을 까서 잘 풀고 파를 꺼내서 총총 썰어 넣고 아까 반 남겨 뒀던 참치와 소금도 한 꼬집 넣어 계란말이도 만들었다.
김까지 곁들이니 꽤 그럴싸한 아침 밥상이다.
“뚝딱뚝딱하니까 찌개도 금방 만드시고 계란말이도 너무 이쁘게 잘 만드시고… 선생님은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또 오버한다. 아부 안 해도 밥은 선생님이 다 할 테니까 가서 밥이나 데워 와. 전자레인지 정도는 쓸 수 있지?”
“앗, 네.”
찌개를 열어서 간을 보니 좀 더 끓이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지금도 나쁘진 않다.
아까 계란말이 할 때 남겨 둔 파를 집어넣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몸은 좀 어때? 뭔가 달라진 느낌 같은 거 없어?”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랑 대련해도 이길 것 같은… 앗!”
너무 자신 있게 말하는데 어이가 없어 딱밤을 한 대 먹였다.
“딱밤도 못 피하면서 누굴 이긴다고.”
“다시 한 번 때려 보세요. 피해 볼… 악!”
이마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세진이를 보니 예전이 생각난다.
나도 산삼 먹고 사부에게 많이 까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 사부도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밥 다 먹으면 심법 수련 조금 하다 대련 한번 해 보자.”
“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설거지가 끝나길 기다렸다.
“다 했어요. 방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그 전에 일단 좀 앉을래?”
“네? 아, 네.”
“먹었으면 계산을 해야겠지?”
“계산이요? 밥값이요?”
“밥 말고 선생님이 어제 네게 먹인 산삼 값 말이야.”
“아….”
내가 돈을 내라고 할 줄은 몰랐는지 약간 실망한 표정인데 나는 결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많이 비싼가요? 가격 알려 주시면 아버지에게 이야기해 볼게요….”
“선생님 1년 월급 정도 되는데 네가 먹은 거잖아. 너희 아버님 돈은 받지 않을 거야.”
“그럼 제가 나중에 대회에서 상금 받으면….”
“상금 받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 그동안 이자도 붙을 건데, 괜찮아?”
“이자요? 드… 드릴게요.”
너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기는데 더 하면 진짜 미움을 살 것 같으니 장난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농담이야. 꼭 돈으로 갚을 필요는 없잖아.”
“네? 돈이 아니면… 설마?”
세진이 녀석, 갑자기 가슴을 팔로 감싸면서 뒷걸음질을 친다.
아이고… 이 녀석이 진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선생님, 저는… 악!”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이리 와서 여기에 서명이나 해.”
말을 하며 품속에서 곱게 접은 서류를 꺼냈다.
“차… 차용증인가요?”
“농담이라니까. 무슨 차용증이야. WHCU 승부 예측 동의서야.”
웬만한 스포츠 경기에는 흔히 토토라고 부르는, 승부를 예측해 맞추면 배당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다.
해외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고 WHCU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헌터협회도 승부 예측 제도를 운영한다.
일명 WH토토.
일각에서는 애들을 싸움시키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건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배당금을 지급하고 남은 수익 대부분을 개발도상국 지원이나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의 구호 활동 등 인도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서 모든 나라가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합법이라도 규칙이 꽤 까다로운데, 일단 성인만 베팅에 참가할 수 있으며 복수 베팅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출전하는 학생의 교육자나 가족, 친인척 같은 관계자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학생에게만 베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자라도 출전하는 학생에게 승부 예측 동의서를 받으면 다른 학생들에게 베팅할 수 있다.
“이거 받아서 제출하면 다른 학생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거네요. 그럼 선생님도 비앙카에 베팅하시려고요?”
“뭐래. 거기 아래서 3번째 줄 안 보여?”
WH토토의 베팅 가능 금액은 1인당 1,000달러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단 출전하는 학생은 성인이 아니더라도 베팅할 수 있고 액수도 제한이 없다.
더군다나 우승 상금까지 자동으로 베팅이 된다.
원래 상금도 300만 달러로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급될 때는 배당을 더해서 지급이 된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비앙카는 1학년 때도 우승해서 이번에는 배당이 적어 2배도 안 됐지만 1학년에 우승을 했을 때 배당은 20.3배로 역대 상금 신기록을 세웠다.
6,090만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700억이 넘는다.
원작의 주인공인 이지성이 1학년을 마치고 WHCU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서 이 기록을 깨는데, 그 자식은 상금뿐만 아니라 본인도 돈을 끌어모아 베팅을 해서 거의 2억 달러에 가까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다.
“비앙카에 거시려는 게 아니라 베팅 액수 제한 때문에 그러신 거예요?”
“정답. 세진이 널 두고 왜 비앙카에게 걸어? 선생님은 세계헌터협회에 기부할 생각 없어.”
출전하는 학생에게만 베팅할 수 있는 관련자들도 학생에게 동의서를 받으면 액수 제한 없이 베팅할 수 있다.
“얼마나 거시려고요?”
“당연히 전 재산이지. 대출도 한도까지 박박 긁어서 몽땅 베팅할 거야.”
“대… 대출까지 받으시겠다고요?”
원작 주인공도 그동안 모아 둔 용돈은 물론 친형을 만나 자기가 갚지 못하면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는 빌딩 같은 부동산과 미래에 물려받을 주식까지 전부 넘기겠다고 각서까지 써 가며 돈을 당겨 베팅했다.
물론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재벌 3세인 주인공만큼 돈을 끌어모을 순 없다.
그래도 저번에 자이언트샌드웜 사체 팔고 5억이나 챙겼고 주식도 많이 올라서 전부 팔고 대출까지 받으면 30억 정도는 너끈히 마련할 수 있다.
아니지, 이번에 A 등급 포탈 사냥하며 벌어들이는 수익도 있으니 잘하면 50억까지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WH토토는 대회 시작 2주 전부터 베팅이 시작되고 일주일 전에 마감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배당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걸 들어 보면 이번 대회도 비앙카의 우승이 유력해서 비앙카의 배당은 거의 원금 수준이고 다른 학생들의 배당은 기본적으로 10배 이상이다.
더군다나 세진이는 작년에 1차전에서 탈락했으니 배당이 더 높을 거고.
50억의 10배면 500억, 만약 20배라면 1,000억이다.
“말했잖아. 선생님은 우리 세진이 믿는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출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만약에 잘못되면 세진이가 선생님 먹여 살려 주겠지.”
“여…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