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7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73)
여제자와 단둘이
어째 상당히 당황한 표정이다.
“그저께 보강 수업할 때 홍 선생님이랑 김 선생님 오셔서 이야기했잖아.”
“아, 저는 포탈 공략하다 중간에 한 분씩 다녀오신다는 걸로 알았지, 두 분 다 한꺼번에 없으실 줄은….”
김 선생과 홍 선생이 없으면 무공을 더 편하게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단둘이면 세진이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조금 그러면 세진이 너도 집에서 3일 정도 쉬다 오는 건 어때? 아직 고속도로 들어간 것도 아니니까 차 돌리면 돼.”
“아… 아니에요. 전 상관없어요.”
말과 다르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재차 물어봤지만 정말 괜찮다고 해서 그대로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지만 휴게소에 들러 간식도 사 먹고 학교 이야기도 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그렇게 두 시간을 달려 어느덧 펜션 근처 마을에 도착했다.
“와, 완전 시골이네요.”
“그래도 편의점도 있고 식당이랑 마트도 있을 건 다 있어.”
“와 보셨어요?”
당연히 자주 왔다.
사부에게 가져다줄 물건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사서 출발하지만 깜빡했을 땐 여기서 사니까.
“예전에 길드에 있을 때 몇 번 왔지. 최근에 수련회 왔을 때도 여기 지나쳤고.”
“아, 그렇구나.”
“펜션은 10분 정도만 더 가면 있으니까 여기서 장 좀 보자.”
자주 가던 마트에 가면 알아볼 것 같아 다른 마트에 왔다.
카트를 하나 빼서 마트를 둘러보는데 일단 입구에 있는 6개짜리 물부터 세 묶음 담았다.
어차피 김 선생과 홍 선생이 오면 다시 장을 볼 거고 대부분 사 먹기로 했으니 지금은 굳이 많이 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펜션 주변에 식당은 없지만 여기서 나와서 먹으면 되니 아침 식사용으로 라면이나 즉석밥 같은 것만 좀 살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전 다 잘 먹어서 괜찮아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라면만 산다.”
“저는 진짜 음식 안 가려요. 라면도 좋아요.”
“그럼 3일 내내 라면만 먹을 거야?”
“네? 어… 괜찮아요.”
“누가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선생님이 알아서 살게.”
“어? 파스타도 만드시게요?”
“왜, 별로야?”
“그런 게 아니라 파스타 같은 건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뭐가 어려워. 기름에 마늘이랑 베이컨 같은 것 좀 볶다가 면 삶아서 넣고 소스 넣으면 끝인데.”
이 세상에 오고 나선 급식 아니면 거의 사 먹었지만 예전에는 5년 넘게 혼자 살았기에 웬만한 음식들은 다 할 줄 안다.
보통 혼자 살면 많이 시켜 먹거나 나가서 사 먹곤 하지만 가난한 글쟁이에게 배달 음식은 사치였으니까.
“요리도 하시고… 진짜 선생님은 못하는 게 없으시네요.”
“별것도 아닌데 오버는. 그렇게 띄워도 나오는 거 없어.”
“저는 요리 전혀 못하는데….”
“뭐 어때. 대신 세진이는 다른 재능이 있잖아. 돈 많이 벌어서 남이 해 준 밥 먹으면 그만이지. 요리 잘하는 남자를 만나도 되고.”
“선생님 같은….”
“어? 뭐라고 했어?”
“아… 아니에요. 선생님은 다 잘하시잖아요.”
“아직 먹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뭐,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닐 거야.”
이야기를 하며 이것저것 집어넣다 보니 어느새 카트가 꽉 찼다.
조금만 사려 했는데 시골 마트라 그런지 서울처럼 소분되어 있는 게 거의 없어 양이 꽤 된다.
3일간 전부 해 먹어도 남을 것 같은데… 뭐, 부족한 것보단 났겠지.
“대충 다 산 것 같은데, 과자 같은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
“저 과자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서 괜찮아요.”
1학년 애들이었으면 아주 신나서 과자로만 카트 하나를 채우려 들었을 텐데.
“그래? 그럼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먹을래?”
“이 날씨에요?”
“아이스크림 먹는데 계절은 따지는 거 아니야.”
아이스크림까지 2개 사서 계산대에 왔다.
“총각, 봉투 필요해?”
“네. 20L 두 장 정도면 될 것 같네요.”
“못 보던 얼굴인데, 놀러 왔어?”
“하하…. 뭐, 비슷합니다.”
“부부는 아닌 것 같고… 커플? 아가씨랑 총각 둘 다 선남선녀네. 나중에 애 낳으면 배우 시켜도 되겠어.”
이 아줌마가 지금 큰일 날 소리를 한다.
“어휴, 아니에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남매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썸인가 뭔가 하는 그거야? 하여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도 참 어렵게 한다니까. 나 때는 그냥 서로 눈 맞고 마음 맞으면 바로 사귀었는데.”
“아니, 그게… 됐습니다. 그냥 계산이나 해 주세요.”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니 더 말을 걸지 않고 계산을 해 준다.
살짝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긴 한데 지난여름 사건 때문에 고생했던 전적이 있어서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해명한답시고 학생과 선생이라고 하면 괜히 또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걸 또다시 설명하기도 귀찮으니까.
다음번에는 원래 가던 마트로 가야겠다.
“참, 별 오해를 다 하네. 다음에는 다른 마트로 가자.”
“그… 그러게요. 저도 들게요. 하나 주세요.”
“됐어. 차 바로 앞에 있는데.”
장 본 것들을 차에 싣고 10분쯤 더 달려 펜션에 도착했다.
주변에 여러 채가 있는데 사람이 없는지 주차장에 차는 우리 차뿐이다.
관리 사무소라고 써진 곳에 가 봐도 아무도 없어 전화를 해 보니 읍내에 있다고 해서 차에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사장님이 도착했다.
“어이구, 미안합니다. 많이 기다렸어요?”
머리는 좀 벗겨지셨지만 인상이 참 좋아 보인다.
“아닙니다. 얼마 안 기다렸어요.”
“성수기 같으면 나도 펜션에 있는데, 비수기에는 손님이 없어서 보통 읍내에 있는 집에 있거든요. 그런데 예약은 4명으로 했는데 어째 사람이 둘밖에….”
“2명은 3일 뒤에 올 거예요.”
“그래요? 혹시 사람 더 오면 추가 요금 받아야 하는데 비수기에 장기 고객이시니 안 받을게요.”
“사람이 더 오진 않을 것 같은데, 어쨌든 감사합니다.”
간단히 설명을 듣고 키를 받아 펜션 안으로 들어왔다.
2층으로 되어 있는 구조인데 방도 무려 4개에 침대도 다 있고 화장실도 2개나 있고 거실도 널찍하다.
청소도 잘 되어 있고 꽤 괜찮은 것 같다.
“어때? 아까 사장님이 사람도 없다고 했으니까 조용해서 무공 수련하기 좋겠네.”
“네? 아, 네.”
“2층에도 방 있고 1층에도 있는데 편한 데 써.”
“저는 그럼 2층 쓸게요.”
“그래. 일단 짐 정리부터 하고 있어. 밥부터 먹자.”
올 때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 먹긴 했지만 말 그대로 간식이었지 식사를 한 건 아니라 살짝 출출하다.
“빨리하고 저도 도와드릴게요.”
“천천히 해. 선생님도 짐 정리하고 할 거니까.”
* * *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심법 수련을 중단했다.
수련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심법 수련을 하고 나면 몸도 가벼워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아까 저녁 먹기 전에 한 대련만 봐도 선생님의 공격을 거의 대부분 막아 내고 피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기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무투 대회 보강 때 수준에 맞췄다고 하셨으니 심법을 배우기 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강해졌다.
선생님이 처음에 알려 주셨을 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다시 심법 수련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인기척이 없는 걸 보니 선생님은 아직도 안 오신 건가?
아까 저녁을 먹으면서 다녀올 곳이 있다며 늦을 수도 있으니 심법 수련 좀 하다가 먼저 자라고 하시곤 자리를 비우셨다.
이유를 말씀하지 않으셔서 그냥 알겠다고 대답했는데 이렇게 늦으실 줄 알았으면 어디 가시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물을 마시고 바람을 좀 쐴까 해서 나왔는데 너무 깜깜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안 들어오시는 건 아니겠지?
차 소리 같은 것도 들리지 않아 다시 펜션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서 조용하고 펜션도 넓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펜션 사장님도 읍내에서 생활하신다고 하셨고 다른 손님도 없어 살짝 으스스하다.
사실 아까 3일 동안은 선생님과 나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살짝 부담스러웠다.
매일같이 보던 선생님이지만 학교가 아닌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펜션에서 단둘이 지낼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으니까.
어머니도 그렇고 친구들도 항상 하는 말이 남자는 다 늑대라고 했다.
선생님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약간은 걱정이 됐었다.
선생님도 내가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걸 느끼셨는지 불편할 것 같으면 3일 정도 쉬고 오라고 하셨지만 대회까진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아서 괜찮다고 말했다.
방학식부터 시작하면 안 되겠냐고 먼저 요청드린 것도 나였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걱정이었다.
같은 펜션이지만 같은 방에서 지내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은 단둘이라는 걸 전혀 신경 안 쓰시는지 평소 모습 그대로셨으니까.
선생님은 순수하게 나를 학생으로 생각하시는데 나 혼자만 너무 유난을 떨었던 것 같아 죄송하고 부끄럽다.
이게 전부 아버지가 선생님이 내게 관심이 있다고 했던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아주 약간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건 있다고 생각했다.
전부터 계속 내게 신경을 써 주셨고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다는 무공도 나에게는 가르쳐 주시고 있으니까.
하지만 완전히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아까 펜션 오기 들렀던 마트에서 계산해 주던 아줌마가 선생님과 나를 연인 사이로 착각했을 때 선생님의 표정은 정말 안 좋았다.
아줌마가 오지랖을 부린 거긴 하지만, 적당히 대꾸하고 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선생님은 인상까지 쓰시며 말을 자르셨다.
나오자마자 다음부터는 다른 데로 가자며 완전 질색하셨는데… 내가 그렇게 별론가?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 건 당연하지만 약간 서운… 잠깐. 혹시 나 선생님을 좋아하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하지만 선생님은 워낙 인기가 많으시니까 나 같은 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 선생님은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자상함에 요리 실력까지 갖춘 완벽한 분이시니까.
선생님이 가르치는 다른 학생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보강 수업 때 도움을 주셨던 홍 선생님이나 김 선생님도 선생님에게 호감이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도 그동안 검과 학업에만 매진해 왔어도 못났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고 며칠만 지나면 성인인데….
띠딕―.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 아직 안 잤어?”
“내공 심법 수련했어요.”
“지금까지? 너무 무리 안 해도 되는데.”
“무리 아니에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어? 뭐, 그냥…. 일단 선생님은 좀 씻어야겠다.”
“아, 네.”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셔서 별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눈치라 나도 2층으로 올라왔다.
다시 내공심법 수련을 좀 할까 하다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은 지 한 20분은 된 것 같은데 잠이 안 온다.
똑똑―.
“세진아, 자니? 안 자면 선생님 잠깐 들어가도 될까?”
선생님?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네. 들어오세요.”
* * *
“서, 선생님…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그렇게 큰 걸 어떻게….”
“크면 좋은 거지. 처음엔 아플 거야. 그래도 시간 좀 지나면 적응되니까 조금만 참아.”
“어… 얼마나 아픈데요?”
“글쎄. 뭐, 고통은 잠깐이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얼마나 아플진 솔직히 나도 알 수 없다.
세진이가 너무 불안한 표정이라서 다시 한번 달래며 세진이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엇, 선생님,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무슨 마음의 준비야. 괜찮다니까.”
“정말 생으로….”
“당연히 생이지.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선생님 못 믿어? 아무 문제 없을 거고 문제 생겨도 선생님이 다 책임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