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2)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은….
얘기가 좀 길다.
사실 나는 이제부터 일어날 일들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모먼트가 선택한 마케팅 방식은, 의외로 꽤 흔한 것이었다.
인기 아이돌의 인지도에 편승해 보려는, ‘노이즈 마케팅’.
애초에 ‘역바이럴’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나온 거겠는가.
더불어 우리 측 핵심 인물들을 빼앗아서 본인들이 써 보려는 작전들까지.
원래 기업들도 경쟁 기업의 인재를 빼앗으려는 스카우팅 전쟁을 벌인다.
엔터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물론 이렇게까지 치사하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 드문 일이지만.
먼저 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스카우트 경쟁’.
우리 쪽 핵심 인물들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가장 중요한 인력인, 작곡, 작사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팀은 나와 김금이 거의 대부분을 맡고 있었으니까.
그럼 이제 그 외의 분야가 문제였는데.
일단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헤어샵.
사실 같은 샵을 쓰는 건 별로 문제가 안 된다. 아이돌끼리 같은 샵을 쓰는 게 얼마나 흔한 일인데.
다만 스타일리스트 쪽은….
얼마 전에 나는, 스틸블루 전담 스타일리스트에게 운을 떼며 그녀를 살짝 떠보았다.
‘언니. 요즘 주변에서 좋은 제의 많이 들어오시지 않아요?’
‘으, 응?!’
‘언니가 저희 코디 너무 잘해 주시니까. 분명히 인기 많아지셨을 것 같아서요.’
스타일리스트 언니는 처음엔 당황하다가, 이내 솔직히 대답해 주었다.
사실은 모먼트 쪽에서 제안이 왔다고.
그런데 조건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경쟁 아이돌 그룹에게 갑자기 옮겨 가는 건 상도덕이 아닌 것 같아서, 망설였다고 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스타일리스트에게 말했다.
‘이직하셔도 저희는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상도덕이 없는 기업은, 자신의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커요. 윤리가 없는 기업이 자신의 사람에게만 윤리를 지킬 리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 제의에 답변하는 거, 일주일 정도만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세요? 언니 스스로를 위해서요.’
‘어? 어…. 그럴게!’
그리고 일주일 후, 스타일리스트는 은근한 어조로 내게 슬쩍 물어 왔다.
‘청아. 어떻게 알았어?’
스타일리스트는 바로 울분을 토해 냈다.
모먼트 쪽에서 일주일 만에 변심했단다.
원래 제시했던 조건의 절반만 부르면서, 올 거면 오고 말 거면 말라는 식으로.
‘…하하.’
당연히 알았지.
어떻게 된 거냐고?
내가 일부러 컬러즈 쪽에다가 스타일리스트 바꿀 거라는 소문을 냈거든.
그것도, 매우 불성실해서 펑크 잘 내는 스타일리스트로 말이다.
전생에서 그 사람이랑 일하는 내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직도 치가 떨린다.
어쨌든 모먼트 측에서는 그 스타일리스트로 타깃을 바꿨고, 우리의 스타일리스트는 다시 남기로 했다.
그 외의 다른 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성실하거나 나중에 인성 문제를 일으키는 인력들을 모먼트 쪽으로 보내고, 우리는 더 재능 있는 사람들을 데려왔다.
전생에서 내가 직접 같이 일해 본 사람들로.
사실 그동안은 일부러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피해 왔었다.
혹시나 내가 실수할 수도 있고,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서였다.
백녹하로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윤청으로서 다시 마주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제는 정말로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김윤영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앗. 넵. 안녕하십니까. 윤청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만 아직 뭔가 살갑게 대하는 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비즈니스로 예의 있게 대하자.
그나저나.
컬러즈 쪽에다가만 정보를 풀었는데 계속해서 정보가 누출이 된다는 건.
아직도 회사 전반에 구멍이 나 있다는 뜻이겠지.
조만간 홍 사장에게 말을 해 두어야겠다.
매니저 언니
청아
근데 보내준 목록에서
안무가는 빠졌는데?ㅠㅠ
안무 짜주실 분 필요해
아.
미리 얘기한다는 걸 까먹었군.
매니저 언니
그건 제가 구해드릴게요
걱정마세요
좋아. 말이 나왔으니 이제 슬슬….
서백영
노래: 82/100
춤: 94/100
외모: 85/100
끼: 79/100
예능 감각: 67/100
개인특별 능력:
안무 창작 (83/100)
?(?/100)
개발 추천 능력치:
안무 창작
멤버들의 능력치를 개발할 때가 된 것 같다.
일단, 서백영부터.
“언니.”
나는 연습실 바닥에 누워 있는 서백영에게 물을 건넸다.
“응?”
“우리 차기 앨범 안무, 언니가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내가?”
서백영은 정말로 놀란 눈치였다.
“응. 언니 잘 만들잖아요. 메뉴컬 때도 그렇고. 지난 앨범 안무도 언니가 많이 참여했고.”
“아하. 그러면 저번 정도로 참여하면 되는 거야?”
“아뇨. 단독으로 한번 짜 봐요.”
서백영의 동공에 지진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타이틀 안무를 내가 단독으로 짜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하나도 안 위험해요. 언니만큼 우리를 잘 아는 사람도 없는걸.”
“그래도….”
“언니도 해 보고 싶지 않아요?”
나는 서백영의 옆에 앉았다.
왜 우리 멤버들은 이렇게 누워 있는 걸 좋아하지.
어째 매번 누워 있는 멤버들 옆에서 얘기하는 기분인데.
“…어어….”
“이참에 공유 좀 해 줘 봐요. 언니의 욕심이나 야망.”
“내 야망?”
“응. 언니의 꿈. 비전.”
서백영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나는 우리가 잘되는 게 내 비전이지. 신인상도 받고 대상도 받고. 재계약도 다 같이 해서 30년 정도 꾸준히 아이돌 생활하는 게 내 꿈인데?”
“….”
님, 스틸블루에 진심인 건 알고 있었지만….
“아니. 그런 당연한 얘기 말고. 언니 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은 없어요? 솔로 활동이라거나 뭐 그런 거.”
“소소소소소소솔…로로로로?!”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건데.
“왜요. 할 수도 있지. 그룹 저버리고 하라는 게 아니라 그룹 활동이랑 같이 병행하면서 하면 되잖아요.”
서백영은 보기 드문 올라운더 멤버다.
춤, 노래, 끼.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데 왜 솔로 활동을 못 하겠나.
…물론 그룹 활동이 많이 안정된 후에 해야 하긴 하겠지만.
원래 아이돌 멤버들 중, 메인 댄서나 메인 보컬 포지션은 솔로 활동 진출에 많이들 도전하는 편이니까.
“사실 난 솔로 활동에는 크게 욕심이 없어. 이렇게 말하면 살짝 한심해 보일까?”
“한심하진 않죠. 절대로. 근데 이유가 궁금하긴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솔로 활동에 욕심을 보이니까.”
서백영은 굉장히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데뷔하기 전에는 솔로 활동도 꿈꿨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너희와 같이 활동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어.”
“…어떻게요?”
서백영은 눈을 떼구르르, 굴렸다.
“나는… 나는 너희가 정말 좋아. 그래서 너희랑 그냥 계속 같이 무대에 서고 싶어.”
또다.
“혼자인 게 무서운 건 아닌데, 너희가 없는 건 좀 무섭네.”
이 사람은 또 완전하게 직설적이고 올곧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으음~! 그래도 춤을 더 추고 싶긴 하니까. 뭔가 댄스 관련된 개인 활동은 더 해도 좋을 것 같아.”
그게 또 나를 한 번 더 이해시켜 주고 있었다.
“그런 예능 나오면 섭외 좀 힘써 달라고 매니저 언니한테 부탁해 볼까? 하하.”
이 사람의 마음과.
이 사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그래도 청아. 네 제안은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네 말대로 우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니까. 내가 안무를 짜 볼게.”
“…정말요?”
“응. 해 보지, 뭐. 도와줄 거지?”
“다들 엄청 의욕적으로 도와줄걸요.”
“그럴 것 같긴 해.”
“근데 너무 어렵게 짜면 나 탈주할 거예요.”
“금이가 잡아 와서 굴릴걸.”
“….”
서백영은 그렇게 말하고 내게 다시 물병을 건넸다.
“봐 봐. 혼자보단 여럿이 낫잖아.”
그렇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렇게 안무가 섭외 완료.
***
오늘은 [디어 마이 디바> VCR 녹화가 있는 날.
준결승 진출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따는 녹화였다.
당연히 나와 다흰 모두가 출연했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다흰 씨.”
…이렇게 또 같은 대기실을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나는 의자에 앉아서 [디어 마이 디바>에 대한 여론을 확인 중이었다.
다음 무대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겸.
그런데 그때,
“선배님… 이거 별건 아니지만…! 받아 주세요…!”
음, 되게 깍듯한 사람이구나. 대형 소속이라 더 호되게 교육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공손한 말투와 함께 다흰이 내게 뭔가를 건넸다.
뭐지? 상자 같은 건데?
나는 무심코 그것을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엇.”
“그… 번애쉬의 단하 선배님과 재이 선배님께 여쭤보니까 배도라지즙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주, 준비해 봤습니다…!”
“….”
이 양반들 어디서 자꾸 내 개인 정보를 팔고 다니는 거야.
그리고 내가 고작 배도라지즙에 흔들릴 사람으로 보였다면!
“감사합니다.”
정확히 보긴 했다.
나는 일단 받아 들었다.
그리고 상자에서 배도라지즙 두 개를 꺼내 하나는 다흰에게 건넸다.
“이런 건 제가 해 드려야 하는데. 잘 먹겠습니다. 다흰 씨도 드세요.”
“네네!”
다흰은 빠르게 배도라지즙을 받아 들곤, 원샷을 해 버렸다.
….
이 사람….
“마, 맛있네요!”
“…목 안 아프세요…?”
“네, 네! 쿠, 쿠쿨럭….”
어마어마하게 긴장하고 있다….
대체 왜 내 앞에서 긴장하는 건데.
고작 데뷔 두 달 차이로 왜 그렇게 대대대대선배님으로 대하는 건데.
“아무튼…. 저희 멤버들이랑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이걸 왜 줬을까.
저번의 일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인가.
나는 배도라지즙을 소중히 챙겨 두었다.
“저, 저 선배님…!”
“넵.”
그때.
띠링!
띠링!
메시지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하나는 내 핸드폰에서, 하나는 다흰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일단 내 핸드폰은, 솜 뭉탱이 전용 핸드폰이었다.
뭐지.
오랜만에 알림이 온 거라, 확인해야겠다 싶어서 슬쩍 꺼냈다.
[!돌발 미션! [디어 마이 디바>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하세요!보상: 500포인트
실패 시: 1,000포인트 차감
※미안~! 요즘 불경기라 포인트를 좀 벌어야겠어요~!※]
“이 미친 솜 뭉탱이가….”
“나쁜 털 뭉치….”
어?
뭔가 익숙한 말이 들린 것 같은데…?
나쁜 털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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