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3)
불현듯 그런 의문이 머리를 스쳐 갔다.
나는 왜 솜 뭉탱이와 계약을 맺은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착각했을까?
털 뭉치라는 표현이, 대단한 단서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솜 뭉탱이가 계약한 사람이 나만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
사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은 많았다.
솜 뭉탱이의 기묘한 태도.
신인인데도 능력치가 99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것.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저쪽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뭔가 나를 힐끔, 힐끔 보고 있는 게.
한번 떠볼까.
“다흰 씨는 꼭 신인 같지가 않네요. 한번 데뷔해 본 적 있는 사람 같아요.”
“!!!”
다흰이 두 손을 꼬옥 모은 채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서, 선배님도요…! 데, 데뷔 두 달 차라고 하시기엔… 여, 여유부터가… 다른 느낌이세요….”
“…혹시?”
“혹시?!”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다흰의 눈에는 어마어마한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반가움이 들어 있었다.
느낌이 강하게 온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핸드폰을 보여 주죠. 어때요?”
불운한 동지가 하나 더 있다는 느낌이….
“네, 네!”
“하나, 둘,”
“셋…!”
우리는 동시에 조심스럽게 서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런.
서로의 핸드폰을 확인한 우리는 순간 패닉에 빠졌다.
우리의 핸드폰 화면에,
[!돌발 미션!똑같은 문구가 있었던 것이다.
“….”
“….”
이거 아주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
“그러니까. 다흰 씨도 나처럼 다른 세계로 넘어온 거라 이거죠?”
우리의 대화는 VCR 녹화가 끝나고 나서야 진행될 수 있었다.
숙소로 출발하기 전, 나는 매니저에게 양해를 구해 차를 빌려 썼다.
방송국 지하 주차장 안에서 이러고 있으니까 뭔가 엄청난 음모라도 꾸미고 있는 것 같잖아….
비록 차에 타자마자 블랙박스부터 꺼야 했지만.
여기만큼 안전한 곳도 없지.
“네…!”
“그러면… 혹시 ‘백녹하’가 누구인지 알아요?”
혹시 나와 같은 세계에서 온 건가, 싶어서 물었다.
어쩌면 백녹하를 모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내 걱정과 달리, 다흰의 눈에는 당연하다는 듯한 의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네!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런데 그분은 왜…?!”
“!”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너무 반가워서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서.
“나… 내가 백녹하였어요.”
“네?!”
“나는 원래 윤청이 아니라 백녹하였어요. 그런데 그 솜 뭉탱이 놈이 나를 윤청의 몸에 넣은 거예요.”
“네에에에?!!”
다흰은 매우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그, 그러고 보니… 이, 이 세계에는 백녹하 선배님이… 데뷔를…”
“안 했죠. 없어요.”
“어, 어쩐지…. 원래 윤청 선배님은… 지금쯤…”
“망하고 있어야 했죠.”
“!!!”
다흰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좀 심약한 타입인가 본데.
“다흰 씨는 그러니까… 전생에서도 다흰이었고, 지금도 다흰인 거죠?”
“네…! 저는… 저는 제 운명을 바꾸러 온 거였어요…. 아, 아니. 정확히는 저와 제 그룹의 운명을요….”
그랬구나.
다흰은, 자기가 어떻게 넘어온 건지에 대해서 아주 길게 설명했다.
사재기 그룹이라는 낙인이 찍히자마자, 모먼트는 [인라이븐>을 거의 버리다시피 방치했다.
그렇게 대충 계약 기간을 채운 후에는, 재계약도 하지 않았다.
[인라이븐>의 멤버들은 처음 1~2년간만 활동하고, 그 후에는 전혀 활동하지 못했다.아르바이트나 가족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모먼트 측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이돌’의 품위가 떨어진다며 금지한 탓에 더 이상 이어 갈 수 없었다.
[인라이븐>의 멤버들은 차라리 계약 해지라도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먼트는 완강하게 거절했다.자기네 소속사가 투자한 돈을 돌려줄 거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모먼트가 제시한 빚은 인당 7억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빚을 갚을 돈도, 능력도 없었던 멤버들에겐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모먼트가 주는 최소한의 월급으로 간신히 살아가다가 계약 해지가 된 날.
다흰은 정말 펑펑 울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눈앞에 펑, 하고 한 움큼의 털 뭉치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너도 뭔가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나와 계약할 생각이 있어?
라며.
“…‘너도’라고 하는 걸 보면….”
“제가 선배님 다음으로 계약한 사람이었나 봐요.”
그래서 솜 뭉탱이가 그렇게 바쁘다고 했던 건가.
뭔가 조금씩 짜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다흰 씨는 계약 조건이 뭐였어요?”
“네?!”
“뭘 받기로 하고, 돌아왔냐는 말이에요.”
다흰은 의아한 눈으로 날 보았다.
“저는… 저는 보상 같은 건 없었어요….”
“…뭐라고요?”
보상도 없이 계약했다고?
신인상을 타면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나와는 너무 다르지 않나.
“솜 뭉탱이가 조건 같은 건 안 걸었어요? 신인상을 타라거나, 뭐 그런 거.”
“아! 그건 있었어요. 돌아가면… 무조건 너의 그룹을 되살려야 한다고. 저에게는 3년 만에 ‘대상’을 타라고 했어요.”
“….”
나와 약간은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조건이다.
뭔가 느낌이… 일부러 나와 조건을 다르게 한 것 같았다.
둘 다 미션을 성공하게 해 주려고.
하지만…. 보상이 없다면….
“그 조건을 달성하면, 다흰 씨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계속 이 세계에… 머물게 해 준다고 했어요.”
“!”
완전한 충격이었다.
이 세계에 머문다는 조건도… 있구나.
“다흰 씨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요?”
다흰은 정말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 아뇨. 저는…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이 세계가 좋아요.”
아.
나는 그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돌아가면 행복했던 백녹하라는 삶이 기다리고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생에서는 꼭… 계속 아이돌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 이 세계에 머물고 싶어요….”
다흰은 돌아가면… 불행했던 다흰의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그러다가 내 팔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서, 선배님…!”
“네?”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이런.
뭔가 또 강한 직감이 왔다.
“저, 정말 그 사재기라는 오명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으헝. 터, 털 뭉치는 맨날 저한테… ‘넌 왜 혼자서 해결 못 하지…? 다른 애는 혼자 알아서 뚝딱뚝딱 잘하던데.’ 그런 말만 하면서 안 도와주고… 으허어어어어엉.”
내가 먹여 살려야 할 소동물이 하나 더 생겼음을.
***
나는 눈물을 멈추지 않는 다흰에게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이고 나서야 달랠 수 있었다.
체리 맛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먹힌다는 것을 기억해 둬야겠군.
…하아.
뭔가 솜 뭉탱이 자식이 예전에 했던 의미심장한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너라면 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야, 백녹하.
뒤진다, 솜뭉치.
그 말이 설마, 네가 돌봐야 할 애를 나한테 줄 테니까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이었냐.
다흰은 두 번째 기회를 얻긴 했지만, 어떻게 대형 기획사인 모먼트를 이길 수 있을지 도저히 방법이 안 보였다고 했다.
전생에서도 못 한 일을, 이번 생에 갑자기 잘하게 되는 게 말이 되냐며.
자긴 정말 방법이 안 보인다고….
사실 저게 정상적인 반응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다흰을 위해서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위해서였다.
모먼트가 저렇게 대놓고 사재기를 하거나, 사기 행각들을 벌이면, 결국 그 피해는 가요계에 오고.
이어서 스틸블루에게까지 온다.
신인상을 모먼트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건 막아야지.
다흰과 내 목표가… 어쩌다 보니 일치하는 부분도 있으니.
협력하면서 같이 모먼트를 무찌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애가 좀 불쌍하기도 하고.
백녹하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거에서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서, 서, 선배님이 백녹…하 선배님이셨다니…. 어쩐지 정말… 엄청나시더라고요…. 선배님께서 발표하신 노래들이 익숙하다 했거든요…. 그래서였구나….’
거의 나를 신처럼 대하는 건 좀 그랬지만.
잘 돌봐 줘 보자.
나는 다흰에게 일단 모먼트가 새로 섭외해 오는 모든 사람을 쳐 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내가 펑크 모음집을 거기다 넘겨 버린 셈이니까, 어떻게든 그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부터 해 보라고.
다흰은 그걸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나는 그것 정돈 혼자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모든 것을 떠먹여 줄 순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협력’의 위치지, 같은 그룹은 아니니까.
각자 할 일은 해야지.
아무튼, 다흰도 나처럼 회귀를 한 거라면, 그 엄청난 능력치도 이해가 된다.
스케줄이 거의 없으니 연습만 주야장천 한 7년 차 한 서린 메인 보컬.
…능력치 99가 아닌 게 오히려 이상한 걸지도….
“웅니.”
으악.
목이 쭈뼛 서는 호칭에, 나는 뒤를 휙 돌아보았다.
“왜.”
연주홍이었다.
“왜 멍 때려요?! 언니라고 부르면 정신 못 차리구, 웅니라고 불러야 정신을 차리는 건… 나더러 앞으로도 계속 웅니라고 불러 달라는 암시인가?!”
“아님.”
나는 몸서리를 치며 연주홍을 밀어냈다.
깜짝 놀랐네.
“인라이븐 분들 1위 하셨네.”
우리는 지금 다 같이 모여서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다.
차기 앨범 구상도 할 겸, 요즘 아이돌 세상이 돌아가는 양상도 확인할 겸.
“아무래도 라이벌 구도 잡힌 것 같죠?”
김금이 내게 물어 왔다.
“…언론은 그런 걸 원할 거야. 잘나가는 신인 걸그룹 둘. 그것도 새로운 세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두 그룹이고.”
“게다가 둘 다 대형 엔터 소속이니까요.”
류보라가 내 말을 보충하며 동의했다.
“우리는 인라이븐과 ‘다른’ 노선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해.”
현재 인라이븐은, 예능에 미친 듯이 출연하며 친숙한 아이돌 이미지를 밀고 나가고 있다.
“인라이븐은 모먼트가 어마어마한 푸쉬를 해 줘서 그런가, 안 나오는 방송이 없네요.”
“그 덕분에 인지도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예능도 잘하고, 친숙한 아이돌.
거의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수준이라,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저런 전략으로 가선 안 된다.
인라이븐은 인라이븐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가야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죠? 방송에 안 나오면서, 인지도는 높아지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멤버들은 모두 머리를 쥐어 싸매기 시작했다.
가능하냐고?
“방송 말고도 나갈 수 있는 매체는 많아.”
“?!”
“잡지 같은 지면 매체도 있지.”
이를테면, 광고는 어떨까.
나는 연주홍을 보았다.
“주홍아. 너… 명품에도 관심 있어?”
“네에에에?!”
연주홍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와 제 옷을 번갈아 보았다.
….
이놈.
숙소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 ‘루이비넬’인 건 또 뭐냐.
그랬다.
내가 지금 생각 중인 쪽은.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
지금쯤이면 각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고 있을 때다.
왜 하필 명품 브랜드를 떠올린 거냐고?
지금의 스틸블루는 컨셉 확보에서 한 단계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었다.
스틸블루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그렇다면, 그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브랜딩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를 이미지와 컨셉을 탄탄하게 구축해서 대중들에게 각인시켜야 하니까.
하지만.
이미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살짝 빌려 와서, 덧댄다면 어떨까.
그것도 이미 검증된 브랜드들이라면?
우리가 대표하는 브랜드가, 반대로 우리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전히 덧씌울 필요는 없다.
우리를 구축하는 수많은 이미지 중 하나가 되도록, 적절하게 조절하면 된다.
내 생각에 현재 각 브랜드들이 찾고 있는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연주홍과 류보라.
그중에서도 특히 연주홍은.
연주홍
노래: 70/100
춤: 71/100
외모: 94/100
끼: 97/100
예능 감각: 90/100
개인 특별 능력:
셀러브리티 (90/100)
팬서비스(86/100)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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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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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능력이 무려 ‘셀러브리티’인 녀석이다.
이번엔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