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50)
팬들도 에블 스블 교환일기에 일기 쓸 수 있음
각 날짜별 게시판에 일기 쓰기 가능
가끔 스블 애들이 댓글도 달아줌
(캡쳐 사진)
한 에블이 자기 대학 다 떨어져서 강제 재수인데 너무 슬프다고 하니까 김금이 자기 올해 수능운 다 줄테니까 가져가라 함
(tmi: 김금도 올해 수능봐야하는 19살)
감동이긴 한데 금아 너 대학 안가니?ㅠㅠ
└김금이 자기랑 류보라는 스틸블루 대학부터 졸업해야할 것 같다 함ㅋㅋㅋㅠㅠ
스블 다섯 명 다 퍼블 효녀들이었는데
이렇게 자컨까지 대 효녀들이네 효녀들이야…ㅠㅠ
└진심 애들 쉬는 시간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숨쉬듯이 소통 중..
이번 앨범 다이어리 컨텐츠가 진짜 좋은 게 뭐냐면
사실 개인 스케 많아서 걱정한 팬들 많았잖아
갠팬 너무 많아지는 거 아니냐고
근데 이번 컨텐츠 보고 느낌
애들 관계성 대파티다… 올팬이 승리하는 세계관…
ㄹㅇ 애들의 관계성 잘 드러나서 좋아
일기 매일매일이 5인 컨텐인 게 제일 좋음 애들 찐친인게 느껴져서ㅋㅋㅋㅋ
이번 앨범의 컨셉은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틸블루가 꾸준히 본인들의 하루를 팬들과 공유해 준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일기들이 멤버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5인 모두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
소속사나 방송국이 찍어 준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서툴지만 스틸블루 본인들이 직접 찍은 ‘진짜 일상’이라는 점.
비록 화면이 흔들리고 음질도 안 좋을 때가 많았지만 날것의 감성 그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이 훨씬 많았다.
단순히 앨범을 위해 일회용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질 스틸블루만의 새로운 컨텐츠로 남았다는 게 팬들에겐 큰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다들 근데 다이어리 떡밥 보느라 이번 앨범 컨셉을 잊고 있어
이번 앨범 제목이 Paper dol임
뭔가 느낌이 종이 인형+아이돌 합쳐진 컨셉인 것 같은데(그래서 다이어리 앨범인듯)
진심 궁금해 미치는중
사실 나도 컨포 뜨면 컨셉 쳐돌이 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음
그래서 컨셉 포토 언제 뜬다고?
컬러즈 당장 스블 컨포 내나.
오늘 6시에 뜹니다 선생님
***
이번 앨범은 우리 모두에게 고민이 많았던 앨범이었다.
데뷔 앨범이 성공적이었기에, 더더욱 고민이 컸던 앨범이었다.
그러나 더 큰 성과가 고민이었던 건 아니었다.
다들 데뷔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신인이지만, 그 짧은 시기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근데 뭔가 우리 그간 겪은 일 생각해 보면 거의 데뷔 10년 차 느낌 아니에요?”
연주홍의 말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체감도 그랬다.
난 진짜 10년 차인데 요 몇 달 간 겪은 일들이 훨씬 많은 기분이야.
“그만큼 우리가 화제라는 거니까. 좋은 거라고 생각하자.”
“백영 언니는 진짜 어떻게 항상 사람이 한결같을 수가 있는 거예요?!”
연주홍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는 눈을 하며 서백영을 보았다.
나도 동의해….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가.
서백영은 다른 사람들보다 유달리 단단한 구석이 있었다.
연습생 기간이 긴 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데.
뭐가 그렇게 서백영을 단단하게 만든 건지.
언젠가는 들을 기회가 있겠지.
“그래도 이번 일은 다 같이 열심히 맞서 싸워서, 억울한 걸 풀어냈잖아.”
서백영은 연주홍의 머리를 묶어 주며 말했다.
“사실 세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으니까. 억울한 일은 그저 억울한 일로 남을 때가 있지. 그에 비하면… 우리는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해.”
그 말도 맞다.
우리는 점점 느끼고 있었다.
우리를 가로막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우리를 둘러싼 틀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나야 뭐, 지난 10년간 질리도록 느껴 본 감정이라 익숙해진 상태였는데.
멤버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컨셉 회의를 할 때 다들 담고 싶었던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걸 보면.
나는 멤버들에게 꼭 넣고 싶은 메시지 한 가지씩만 정해 보자고 했다.
다들 처음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데요?!”
“이걸 한 가지씩만 말하려면 앨범을 숨 쉴 때마다 내야….”
연주홍과 김금이 특히나 할 말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사실 쟤네는 숙소에서도 입을 쉬는 일이 거의 없긴 하다.
“우리 몸 하나씩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총 다섯 개인데 할 만하지 않나요.”
믿었던 류보라 너마저.
나는 서백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백영은 하하, 하고 난감하게 웃으며 내 시선을 피했다.
사실 본인도 할 말이 많긴 많았던 모양이다.
다들 정말 어지간히도 하고 싶은 게 많았나 보군.
“우리 앞으로 앨범 많이 낼 거니까…. 한 번에 하나씩만 해 보자. 그것도 사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 청이 말이 사실 옳지.”
“하지만….”
“마음 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 이번에 못 한 말은 다음번에 하면 되니까.”
결국 서백영이 내 편을 들어 주고 나서야, 상황은 정리되기 시작했다.
다들 방으로 돌아가서 심사숙고의 시간을 거친 후.
또, 그렇게 나온 의견들을 서로 지지고 볶고 얘기한 후.
우리의 두 번째 결론이 나왔다.
‘이번 앨범은 오로지 팬들을 위한 앨범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성공이나 인기를 위한 앨범이 아니라.
우리가 받은 상처나 우리를 가로막은 벽이 아니라.
팬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마음과, 팬들이 느꼈을 상처와 벽을 담자.
우리를 위해 싸우느라 지쳤을 팬들이 하루를 토로할 곳을 만들어 주자.
이 앨범의 주체는, 스틸블루가 아니라 에버블루가 되게 하자.
***
한편.
어느 자취방.
김 대리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뭘 기다리고 있었냐고?
띠링!
★
Stillblue(스틸블루)
1st Single Album
[Paper Dol> Concept Photo #kimguem#스틸블루 #StillBlue #Paper_Dol
#페이퍼돌 #스틸블루_페이퍼돌 #1stSingleAlbum
20xx. 3. 5. Fri 6PM (KST)
바로.
이것.
김금의 컨셉 포토.
이번 앨범 첫 번째 컨셉 포토는 김금이라는 말에 그녀가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런데.
뭔가 범상치 않았다.
‘컨셉 포토가 무려 네 장…?’
이번 앨범 컨셉이 페이퍼 돌이 아니라 효녀라는 게 진짜인 건가.
세상 어떤 아이돌이 컨셉 포토를 인당 네 장씩이나 넣어요.
이래도 되는 건가, 미친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김 대리는 첫 번째 사진을 눌렀다.
그리고 사진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컨셉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진짜 페이퍼 돌 도안 같다.’
먼저, 모든 사진의 배경이 통일되어 있었다.
하늘색 체크무늬, 다이어리 속지 같은 배경.
페이퍼 돌 도안을 상징하는 게 느껴지는, 김금과 소품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
특히나 김금의 주변에 스티커처럼 붙여져 있는 의상과 소품들은 모두 접을 수 있는 흰색 날개 같은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각 도안마다 의상 컨셉은 모두 달랐다.
먼저, 첫 번째 사진의 김금은 하이틴 영화에 나올 법한 프레피 룩을 입고 있었다.
느슨하게 단추를 채운 흰색 크롭 셔츠, 검은색 트위드 자켓에, 진주 체인이 달려 있는 반바지.
딱 봐도 모범생은 아니겠다 싶은 코디였다.
김금을 둘러싼 의상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어딘지 다들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다음 사진은 걸스 펑크 룩의 김금이 있었다.
초커 목걸이와 행성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 한 장, 빨간색 체크 스커트.
바로 옆에는 십자가 모양의 피어싱도 있었다.
주변 소품들도 화려하게 꾸며진 기타, 마이크 같은 것들이 붙여져 있었다.
이번에는 타투도 붙일 수 있는 페이퍼 도안이었는지, 타투 도안도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대 위에서 랩이 아닌 락 공연을 할 것 같은 느낌.
딱 Y2K 스타일이었다.
각 사진마다 김금의 헤어스타일도 모두 달랐다.
첫 번째 사진에서 김금은 앞머리를 핀으로 넘긴 갈색 웨이브 장발이었다.
어딘지 장난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김금은 정말로 인형 같았다.
딱딱하게 유지된 정자세, 주변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는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짧은 앞머리에, 귀밑까지 층을 낸 검은 단발머리였다.
아까와는 달리, 무심한 눈으로 무표정하게 옆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인형 같은 느낌이 났다.
‘다른 컨셉에 다른 표정인데 이렇게 찰떡같이 인형 같을 수가 있냐.’
김 대리는 지금 오열 직전이었다.
나머지 사진들도 모두 다른 컨셉으로 만들어진 페이퍼 돌 도안이었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한복 컨셉, 그리고 진짜 사복 같은 편한 의상 모음집 컨셉까지도.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띠링!
한 번 더 울리는 알람에 김 대리는 의아해하며 알림을 확인했다.
‘잠깐. 영상까지 있다고?’
멤버별 티저 영상까지?
김 대리는 황급히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아까 보았던 네 장의 사진들이 영상에 차례대로 나타났다.
네 장의 김금 페이퍼 돌 도안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오려졌다.
그 손은 페이퍼 돌 김금에게 의상을 이것저것 입혀 보더니, 최종적으로 펑크 룩을 골라 입혔다.
그리고 펑크 룩의 김금을 다이어리에 붙였다.
‘에블 스블 교환일기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바로 그 표지.
의문의 손은 다이어리를 펼치고선 페이퍼 돌 김금을 3월 페이지에 붙였다.
그러자 김금이 3월의 수요일 칸 전체를 차지하게 되었다.
손은 만족스럽다는 듯, 김금의 옆에 ‘스틸블루 컴백! 금김 얼른 와’라고 썼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덮었다.
영상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화면이 블랙아웃되었다.
‘끝났나?’
그렇게 영상이 끝나는 줄 알았으나….
딸깍.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더니.
다이어리가 들썩이면서 똑딱이 버튼이 덜커덕거렸다.
그리고 다이어리가 다시 펼쳐졌다.
그 안에는…
-안녕.
씩 웃으며,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있는 ‘진짜’ 김금이 다이어리 위에 서 있었다.
-나 왔어.
오른손을 들어, 뺨 옆에 가져다 대고 장난스럽게 까딱이는 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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