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바깥에선 우리를 더더욱 사랑해 주고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류보라가 집으로 간 후, 연락이 뚝 끊겼기 때문이었다.
돌아오기로 한 시간이 다가와도 오지 않는 류보라에 걱정이 앞섰다.
혹시 지금도 가족들이 탈퇴를 종용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딸에게 그렇게까지 할 만한 분들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여태껏 들은 게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류보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될까요.”
그 태평한 김금마저 매우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럴 만한 게 10분 내로 와야, 음악 방송 스케줄에 늦지 않는다.
사실 오늘 하루 정도 빠지는 거야 문제될 것도 없었다.
애초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제 음악 방송 스케줄을 강행한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류보라가 힘들다고 하면, 빠르게 동선 변경할 생각으로 미리 네 명이서 동선 연습도 밤새 했다.
그러나 방송국엔 미리 말해야 했다.
아니.
다 차치하고.
우린 그냥 류보라가 연락이 안 돼서 불안했다.
“혹시 집에 감금당한 거 아니에요?”
“…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하고 싶은데 설득력이 있어서 할 말이 없군.”
연주홍과 김금의 대화를 들으며, 나도 한숨을 쉬었다.
류보라의 부모님 성격이야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서백영을 힐끗, 보았다.
서백영도 점점 걱정되는지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누가 한번 전화를-”
그때.
삑삑삑삑삑삑.
누군가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류보라!”
“보라보라…! 보고 싶었보라…!”
“오우. 타이밍 대박적.”
우리 넷은 단박에 달려가서 류보라를 안았다.
류보라는 한숨을 푹 쉬더니 우릴 슬슬 밀어냈다.
“무거워요.”
냉정한 녀석.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힘든 곳은? 마음은?”
“…그 질문 지금 한 천 번째 듣는 거니까 더 물어보면 튈 거예요.”
“조용히 할게.”
깡패 사슴….
넌 사슴이 아니라 고라니일지도 모르겠다.
“…얼른 가요. 나 왔으니까.”
“설마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임?”
“조용히 해.”
우린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그래.
류보라가 왔으니까, 우리도 갈 수 있다.
“감사합니다!”
방송국에선 우리에게 [You’re my word>까지 두 곡을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방송국의 제안을 거절한 뒤 [Paper Dol>만 불렀다.
노래 두 곡을 부른다고 달라질 건 없다.
한 곡이 아니라 한 소절만 불러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을 극히 사려야 했다.
사고당했다고 욕심낸다는 소리 들어서 좋을 게 없다.
특히 류보라에겐 더욱 그렇다.
지금은 관심을 즐길 때가 아니라, 이 관심이 우리의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을 때다.
사리고 또 사려야 한다.
“순서도 평소보다 좀 더 뒤로 빼 주셨네요.”
“저번 주에 1위도 했으니까.”
“솔직히 이번 일 영향도 있을걸요.”
류보라는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똑똑한 애다.
내가 부정해 봤자 기분만 안 좋아질 거다.
“다행이라 생각하자. 부정적인 관심이 아니라, 우릴 격려해 주시는 관심이잖아.”
“…제가 받을 관심이 아니라 멤버들이 받아야 할 관심이죠.”
류보라의 말에 멤버들이 모두 안쓰러운 시선을 내비쳤다.
“…다들 고마웠어요. 너무 늦게 말하는 것 같지만.”
“고마우면 1위 소감은 니가 발표해.”
김금이 실실 웃었다.
류보라가 마이크 잡는 것을 누구보다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저러는 거였다.
이번 주의 화제가 불러온 역주행 성적은 다음 주에나 적용이 되었다.
웬만한 화력은 2주 차에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이번 주는 1위를 모두 할 가능성이 적었다.
그나마 오늘이 다섯 개의 음악 방송 중 우리가 1위를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이었다.
“…그래.”
“오우. 진짜 고마운가 보다.”
오히려 류보라가 순순히 나오자, 김금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니까 왜 본전도 못 건질 말을 해, 인마.
“근데 보라야. 진짜 괜찮아?”
나는 류보라가 너무 순순해 보이고, 또 너무 덤덤한 척하는 것 같아서 도저히 안심이 안 됐다.
다른 멤버들도 안심이 안 되긴 하는데 얘는 더 안심이 안 됐다.
“그만 묻고 1위 소감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나 말해 줘요.”
“너 마음대로 해야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내가 무슨 방송 작가도 아니고.
톡 치면 대사 나오는 사람인 줄 아나.
“제가 어떻게 멘트를 짜요. 그동안은 다 같이 생각해서 짰잖아요. 그럼 김금 너-”
“너 혼자 짜셈.”
“…주홍.”
“뀨?”
연주홍은 목에 칼을 들이대도 안 통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류보라 목에 핏대 서는 것 같은데.
“…백영 언니.”
“오늘은 보라 네 진심을 들려 드려야 팬분들도 안심하실 것 같은데?”
팬이라는 말에 바로 류보라의 입이 다물어진다.
우리 사이에선 거의 류보라를 다루는 치트 키 같은 단어였다.
“만약 내가 1위 소감 발표하는데 실수하면 다들 죽을 줄 알아요.”
다들 ‘네가 실수하는 건데 대체 왜 우리가 죽어?’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월 둘째 주. 이번 주 [음악시간> 1위는-”
카메라가 우리를 잡는 게 느껴졌고.
“스틸블루입니다!”
축포와 함께 꽃가루가 떨어졌다.
우린 약속한 대로 바로 마이크를 류보라에게 건넸다.
류보라의 눈에 잠시 살기가 스친 것 같지만 그건 무시하자.
“엄청난 위기를 영웅처럼 극복해 낸 스틸블루. 그리고 힘든 시기를 이겨 내고 있는 우리, 보라 씨. 1위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MC들도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바로 류보라로 주어를 바꾼다.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
멤버들은 모두 류보라의 어깨만 꼭 잡았다.
사실 류보라가 오기 전부터, 다들 미리 약속한 것이었다.
오늘 1위 소감은, 누구보다 답답하고 무서웠을 보라에게 주자고.
우리 눈치 보느라 누구에게도 속내 하나 못 털었을 류보라니까.
그래도…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는 류보라에게 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적어도 우리 생각은 그랬다.
그리고 류보라도 진짜 싫었으면 아마 모르는 척 나한테 바로 마이크를 넘겼을 거다.
“….”
저렇게 마이크를 잡고 입도 못 뗀 채 관객석만 보고 있지 않겠지.
“보라 씨?”
“…먼저.”
MC의 재촉에 그제야 류보라의 입술이 열린다.
“먼저, 에버블루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다들 많이 놀라고, 또 걱정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모두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신 덕분에 천천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보내 주신 마음, 전부 감사합니다.”
말 못 하겠다더니 잘하네.
멤버들이, 히히, 웃는 게 보였다.
“팬분들께서 주신 이 순간을… 그 마음과 응원을 스틸블루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류보라는 두 손이 새하얘질 정도로 마이크를 꽉 붙잡고 있었다.
쉽게 말도 잇지 못했다.
울거나, 눈물이 고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슬슬 걱정할 때쯤.
“그리고 저는… 멤버들이 제게 준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류보라가 소감을 마무리했다.
[스틸블루, 3주 연속 1위 달성] [명실상부 ‘대세’ 스틸블루, 13관왕] [국민들이 준 ‘역주행’, 4주 차 5관왕 석권] [스틸블루의 역주행은 어디까지? 5주 차까지 노리고 있는 중] [올해의 신인상은 누구에게? 스틸블루VS인라이븐… 지금까진 ‘스틸블루’] [차세대 탑 걸그룹은…? 스틸블루, 13관왕으로 탑에 한 발짝]현재 스틸블루는 미친 듯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활동 2주 차엔 음악 방송 5관왕.
3주 차엔 3관왕.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4주 차에 다시 역주행해서 5관왕을 달성한 것이다.
도합 13관왕.
같은 세대 걸그룹 중에서는 압도적인 성적이었다.
덩달아 컬러즈의 주가도 함께 올라가는 중이었다.
컬러즈에서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올해 안으로 미니 앨범을 추가 발매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언론과 여론은 이제 스틸블루가 개인 활동에 박차를 가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노를 젓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러나.
스틸블루는 모든 개인 활동을 멈췄다.
예능 섭외가 미친 듯이 쏟아졌지만, 사건 이전에 잡혔던 스케줄 외엔 전부 거절했다.
멤버들은 기존의 개인 활동 스케줄이 모두 끝나자마자 바로 방송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스틸블루 엄청 나올줄알았는데 생각보다 안나오네
옛날에 녹화해둔 방송 빼곤 하나도 안 나옴;
새로 녹화를 안하기로 했나봐
쉬는 건가
그런가봄 아쉽다ㅠㅠㅠ
애들 놀랐을테니까 쉬는게 맞긴해
그래도 2주 뒤부턴 복귀할듯 서빽이랑 금김 고정 예능 2주 후부터 녹화 시작임
└고작 쉴 수 있는 시간이 2주밖에 없다니ㅠㅠ 컬발롬들아 윤블 아픈 거 보고 느낀 게 없냐
솔직히 나는 스둥이들 쉬는 게 좋은 게 뭐냐면
지금 갠활 ㅈㄴ게 돌려봐라
비극적인 사건 악용해서 어그로 끈다고 욕만 먹었을걸
ㄹㅇ 멀리 보는 것 같아서 좋음
특히 류보라나 서백영 나왔으면 진짜 욕 ㅈㄴ게 먹엇을것같음…
진짜 솔직히? 애들 이걸로 방송에서 썰풀고 이러잖아? 이 사건 자체가 주작아니냔 소리까지 나옴
└ㄹㅇㅋㅋㅋㅋ 컬발롬들 노이즈마케팅 아니냐는 날조까지 돌아다녔을걸
이참에 차라리 걍 좀 쉬는 게 나음
만약 멤들 스케 굴렸으면
컬러즈랑 홍사장 사이코패스 썰밖에 더 도냐
만약 멤버들 웃는 모습 잡히면 쟤네 괜찮아보이는데 뭐냐고 다 구라 아니냐는 개소리 나왔을거임
설마 그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뭐라 말을 못하겠군요 더한 전적들이 있어서
악플러들이 논리 있는거 봄? 어그로 끄는 게 장땡인 놈들임
팬들은 아쉬움 반, 안심 반의 감정이었다.
스틸블루를 생각보다 자주 못 보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멤버들이 쉰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란 반응이 앞섰다.
그렇게 시원섭섭해하던 차.
모두의 예상을 깨는 소식이 들려왔다.
??스블 오늘 미쿡 예능에 나온다는데
??갑..갑자기?
필립 쇼에 나오네???
????? 거기 유명한데 아님?
└맞음
종종 케돌들도 나온 곳이긴함
└그거야 미국진출한 돌들이고 스블은 미국 진출 기미도 없었잔애
원래 스블 요즘 해외반응 오고 있긴했는데ㅋㅋㅋㅋㅋㅋ너무 갑자기라 놀랍긴 하다
혹시 이번 사건 영상때매 그런 거 아닐까??? 그거 미국에서도 뉴스에 나왔거든 해외토픽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ㅁㅈ 오튜브에서도 밈으로 돌아다니긴 함ㅋㅋㅋㅠ
필립 오늘 짹짹이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빌런 때려잡은 히어로들을 소개할 거야] [내가 그 유명한 한국의 발차기를 맞는 거 보고 싶은 사람은 오늘 방송 봐야 할걸 :)]약간 케팝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나쁜놈 때려잡은 소녀들 느낌으로 나오넼ㅋㅋㅋㅋㅋㅠㅠㅠ
해외에서도 이번 일로 소소하게 플탔어서 그런가봐
아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스블ㅋㅋㅋㅋ k-돌로 나오는게 아니라 영웅으로 나오는게 개웃기네
아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아이돌이라니까요ㅠㅠ 영화 히어로 아니라고ㅠㅠㅠ
물론 내마음의 히어로긴함
겸사겸사 무대도 하긴 할거래 근데 걔네도 그거 보는 게 목적은 아니고 걍 스둥이들 신기해서 부른듯ㅋㅋㅋㅠㅠㅠㅠㅠ
ㅇ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 프로그램 신기한 일반인들 많이 불러
뉴스 타고 막 화제되는 일반인들 잘 불러서 인터뷰함
1시간 내내 나오는 거 아니고 한 15분~20분 떠들다 끝남ㅋㅋ
스블 출연도 비슷한 느낌일 것 같음ㅜ
혹시나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인가 싶어서 걱정했던 팬들도 바로 긴장을 풀었다.
그냥 일회성으로 화제가 되어 나오는 게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예능 진출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오히려 신나는 팬들이 많았다.
일반 대중들도 출연 그 자체가 웃기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돌로서의 미국 진출은 실패할 경우, 조롱을 받지만.
그냥 한국의 용감한 소녀들로 가볍게 예능에 나오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순간.
시작한다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둥이들 나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 미국 땅 텔레비전에 스틸블루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