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우리는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3주간의 음악 방송 스케줄 이후에도 일주일을 더 활동해야 했다.
1위 후보에 올랐는데, 감히 신인 주제에 출연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로 활동을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
여기서 더 활동을 이어 가면 오히려 역효과일 테니까.
“와. 드디어 도착.”
이곳은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
“진심 비행기 안에서 죽을 뻔했어요. 왜 이렇게 먼 거임.”
“그래도 완전 좋아요. 하와이잖아요!”
“그러게. 신기하다.”
왜 이 먼 타국까지 왔냐고?
우리는 멤버들의 본격적인 개인 활동 전,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그리고 논의 끝에 일단 하와이로 무작정 떠나왔다.
한국에서는 휴가를 즐기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숙소 안에만 있는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나는 멤버들을 가둬 두고 싶지 않았다.
어린 애들이다.
햇빛도 좀 보고 커야 할 거 아냐.
다행히 홍 사장도 내 결정에 적극 찬성했다. 이참에 푹 쉬고 오라며 용돈까지 쥐어 줄 정도였으니까.
우리는 스태프도 최소한으로 꾸려서 오려 했다.
…하지만 홍 사장이 기어코 스타일리스트를 붙여 주었다.
휴가 중이라도 너무 꼬질꼬질하게 다녀서는 안 된다나.
아이돌은 하와이가 아니라 지옥에서도 아이돌이어야 한다는 게 홍 사장의 신념이었다.
솔직히 얄밉긴 했지만 수긍은 했다.
“우리 여기선 제발 일 얘기 하지 맙시다. 비행기에서 하도 일 얘기만 했더니 퍼스트 클래스도 제대로 못 즐겼다구요.”
김금이 질린 얼굴로 말했다.
“미안.”
“그러니까 이제 놉.”
“오케이.”
우리는 짐을 들고 곧바로 호텔로 직행했다.
사비를 들여 예약한 곳인데, 부디 멤버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우와!”
…마음에 드는 게 분명하다.
서백영은 비행기를 타 보는 게 처음이라고 했나.
연주홍이나 김금은 뭐 말할 것도 없었고.
그 류보라마저도 입꼬리를 씰룩이고 있었다.
“열흘간은 모든 걸 잊고 푹 쉬자.”
“절대 일 안 하고 그냥 쉬기만 하기! 약속!”
“청청. 빨리 약속 안 해요?”
멤버들이 날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흥.
“…딱 하루만 브이로그 좀 찍자.”
“님 대체 뭐가 문제임.”
“팬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는데….”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 내내 찍자는 거였습니다. 하루 가지고 대체 뭘 할 수 있죠?”
태세 전환이 아주 보기 좋구나.
그렇게 우리는 합의를 마쳤다.
딱 하루만 일하고, 나머지는 늘어지게 잠이나 자면서 바다나 보고 놀자고.
“근데 나 궁금한 거 있어요.”
“응?”
나는 서백영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언니랑 금이랑 주홍이랑, 셋이서 속닥거린 거. 그거 뭐였어요?”
“아, 그거.”
서백영이 머쓱한 얼굴로 웃었다.
“만약 누가 보라를 진짜로 공격하면, 바로 정신 차리자고. 경호원분들이 막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뭐 그러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을 막을 테니까 나머지 두 사람은 보라를 보호하라는… 나름의 작전 회의였어. 솔직히 진짜 써먹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벌어졌지 뭐야.”
“…!”
“그래도 명색이 언니인데, 내가 막아야지.”
“그런 걸 왜 날 빼고 논해요.”
“청이 너한테 말했으면 내 말을 들었을까? 넌 그냥 대신 칼 맞을 애야. 그것보단 차라리 조금이라도 훈련받은 내가 막아 내는 게 낫지.”
차마 부정은 못 하겠다.
진짜로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류보라를 대신해 칼을 맞았을 것 같기도 하거든.
“주홍이랑 금이도 처음엔 위험하다면서 말렸었는데, 내가 태권도 하는 거 보여 주니까 납득하더라고. 어쨌든 보라를 보호하는 데에는 그게 가장 효율적이니까.”
생각보다도 훨씬 냉철한 부분이 있다.
날 그 계획에 껴 주지 않은 건 은근 섭섭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저 고마웠다.
“고마워요.”
“네가 뭘 고마워해. 우리 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
서백영은 내 어깨를 두들기고, 매니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나도 그런 서백영의 뒤를 따랐다.
“매니저 언니도 좀 쉬세요.”
“얘들아. 근데… 섭외 연락이 너무 많이 오는데. 어쩌지.”
“다 거절하기로 했잖아요. 매체 출연은.”
여기로 오기 전에도, 오고 난 후에도 섭외는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미리 컬러즈에게 선을 그어 두었다.
누가 와도 절대로 미디어 노출은 안 할 거라고.
CNM이 와도 안 된다고 말이다.
알고는 있었다.
의외로 미국 쪽의 섭외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은 작은 라디오 정도였지만, 그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당분간 미국 진출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멤버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도 알지, 아는데….”
매니저가 매우 난감한 얼굴로 우리 눈치를 보았다.
“[필립 쇼>에서 연락이 왔는데….”
“필립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안-”
“우, 우리 가면 안 돼요?”
“?!”
뭐야.
우리는 모두 연주홍을 쳐다보았다.
쉬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도 강력했던 사람이 연주홍과 김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가자고?
“저… 필립 짱팬인데….”
아 덕질은 인정이지.
프리즘 홈마는 본인이 영어 네이티브가 아님에 분통을 터트렸다.
자막이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지금 해외 반응은 온갖 밈과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 등극으로 뜨거운 상황인데.
그걸 나만 못 즐겨…!
나도 실시간으로 즐기고 싶어…!
프리즘 홈마는 땅을 치며 분노했다.
어릴 때 영어 공부 좀 할걸…!
뒤늦은 후회였다.
그러고.
방송이 끝난 뒤 3시간 후쯤.
오튜브에 바로 번역 영상이 올라왔다.
프리즘 홈마는 번개 같은 속도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필립: 오늘 세 번째 게스트는 아주 먼 나라에서 온 소녀들이야.] [필립: 아마 너네도 봤을 거야. 요즘 오튜브에서 안 본 사람이 없을걸.] [필립: 솔직히 말하면 난 아침 먹다가 뉴스에서 먼저 보긴 했어.] [필립: 소개할게. 한국에서 온 스틸블루야.]능글맞은 표정의 필립이 여유롭게 소개를 시작했다.
그러자, 카메라가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스틸블루를 잡았다.
다들 너무 꾸미지 않은, 적당히 편해 보이면서도 멋스러운 착장이었다.
[필립: 안녕, 다들 여기까지 먼 걸음 해 줘서 고마워.] [청: 아냐. 마침 우리도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거든.]‘청이 영어 왜 이렇게 잘해…?’
프리즘 홈마는 윤청의 입에서 유창하게 나오는 영어에, 깜짝 놀랐다.
영어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윤청은 누가 봐도 여유롭고 유창해 보였다.
[필립: 아, 진짜? 하와이에서?] [청: 응. 휴가 중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올까 말까 하다가…. 멤버들이 필립의 팬이라 구경하러 온 거야.] [필립: 올까 말까 고민했다고?!]필립은 자존심 상한 얼굴로 책상에 엎어졌다.
[청: 알다시피 휴가를 즐기는 중이었잖아. 원래 휴가 땐 핸드폰 끄고 쉬는 게 룰이라고.] [필립: 아, 맞지. 너넨 휴가를 즐길 자격이 있으니까. 그렇지?] [백영: 당연하지!]휴가를 즐기고 있었다는 말에, 프리즘 홈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필립 쇼> 출연 소식 이후부터 어그로들이 떠드는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스케줄은 다 거절하더니, 그게 미국 스케줄에 가기 위해서 거절한 거였냐고.
자존심도 없냐는 어그로였다.
하지만.
지금 스틸블루는 미국에서 휴가를 즐기다, 어쩌다 나온 것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여기 나온 건 그저 우연일 뿐. 우리는 휴가 중이었다고.
[필립: 이거 정말 어려운 섭외였다는 걸 밝힐게. 우리도 얘네 섭외하느라 전화 한 100통은 한 것 같아.] [청: 원래 히어로들이 위급하다는 전화에는 바로 달려오지만, 방송에 나오는 건 살짝 꺼리잖아. 이해해 줘.]필립의 장난 반, 진심 반 멘트에 윤청도 유머로 받아쳤다.
그러자 필립도, 청중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프리즘 홈마는 그저 이 시간이 너무 신기했다.
그건 프리즘 홈마만이 아니긴 했다.
아니 나 필립쇼 보고 있는데
윤청 ㅈㄴ게 여유롭닼ㅋㅋㅋㅋ
약간 내가 휴가중이지만 너네가 하도 졸라서 잠깐 나와줬어
이런 바이브네ㅋㅋㅋㅋㅋㅋ
난 이런 게 더 좋앜ㅋㅋㅋㅋㅋ 필립쇼 나온 게 막 영광이라는 듯 하는 건 좀 싫었어ㅠㅠ 다들 한국에선 탑인데ㅠㅠ
└2222
신인인데도 진짜 여유 개쩌는 게 ㄹㅇ 킬링포인트임ㅋㅋ 치이는 중
윤청은 류보라를 힐끗, 보았다.
그러자 류보라가 싱긋 미소 지었다.
[보라: 사실 나는 한국에서 아기 공주 마마로 불려.] [필립: ?!] [딜런: 필립. 뭘 또 믿고 앉아 있어. 이 친구는 어렸을 때 배우였어. 그때 맡은 역할이 한국의 공주였던 거라고.]류보라의 농담에 [필립 쇼>의 감초, 딜런이 필립을 놀렸다.
필립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필립: 오케이. 알겠어. 공주님. 그런데 그게 이 사건이랑 뭔 상관이야?] [보라: 원래 공주에게는 항상 공주를 위협하는 빌런이 있잖아.] [필립: 아. 맞지, 맞지.] [딜런: 얘네들 필립 너보다 더 웃기는 애들인데.] [필립: 사실 나도 그 생각 중이긴 했어.]‘보라도 말 되게 잘한다.’
쇼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하고 유쾌했다.
윤청만큼 유창한 건 아니었지만.
류보라도 나름 되게 잘하고 있었다.
대단히 어려운 어휘를 쓰는 게 아니라, 쉬운 어휘를 쓰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말해서 더 그랬다.
[보라: 이번 빌런도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날 계속 협박해 오던 빌런이었거든.] [필립: 헉.] [보라: 한동안 잠깐 사라졌다가, 내가 가수로 데뷔하니까 다시 나타나서 날 협박했어. 그러다… 네가 봤듯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나한테 칼을 휘두른 거야.]뉴스에서도 이미 다 보도가 된 이야기였지만.
류보라의 입으로 듣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좀 쉬어서 그런가.
류보라의 표정이 전보다 훨씬 밝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필립: 자, 그때의 영상은 다 같이 볼게.]화면이 전환되고.
그 당시 현장 무대 영상이 재생됐다.
스틸블루와 필립은 작은 화면으로 나타나, 리액션 정도만 보이고 있었다.
[보라: 저렇게 위험한 순간에…. 쨘.] [백영: 내가 나타난 거야.]백영이 씩 미소 지으며 손을 들었다.
멤버들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가렸지만, 서백영은 매우 당당했다.
필립은 드디어 등장한 밈의 주인공에 박수를 쳐 주었다.
[필립: 나 너 발차기 영상만 100번 봤어.] [백영: 이해해. 나도 100번 봤어. 나 그땐 좀 멋있었어.] [딜런: 얘네 진짜 다 이상해.]서백영은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닌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더듬더듬 말했지만.
당당한 태도가 팬들에겐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
[필립: 그럼 너네는 공주와 히어로들이네?] [백영: 아냐. 우린 다 공주고 다 히어로야.] [필립: (?)] [백영: 안 돼? 영화 속 공주들도 다 그렇잖아. 공주 겸 히어로.] [필립: 이거 이상하게 말이 되네….]그렇게 스틸블루와 필립이 몇 가지 농담을 더 주고받은 뒤.
스틸블루의 무대 시간이 찾아왔다.
스틸블루는 [파란>, 그리고 [Paper Dol>을 1절씩 불렀다.
짧은 무대가 이어진 끝에, 인터뷰가 재개되었다.
[필립: 그런데 너네 가사가 그렇게 재밌다며? 소개 좀 해 줘.] [청: 응. 우리 노래들은 항상 우리와 팬들을 위해 맞서 싸우겠다는 노래거든.] [주홍: 이 상황이랑 딱 맞지 않아?] [필립: 그러네. 약간 예언 같은 느낌이구나.]스틸블루 멤버들은 매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를 위해, 팬들을 위해 싸울 거야.] [청: 언제든지 강해질 수 있는 히어로들인 거지.] [필립: 또 히어로로 핫해지면 그때 다시 불러도 돼?] [청: 시간 나면 올게. 아까도 말했지만 히어로들은 원래 응급 상황에만 나타나잖아.] [필립: 그냥 딜런한테 나 한 대 치라고 하는 게 빠르겠다.]그렇게 끝까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쇼가 끝나고.
아니 스블 이번 쇼 입덕짤이네
ㅈㄴ귀여운데
한국에서의 반응도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