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차명 계좌라는 말에, 박 이사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너 참 가지가지 했더라. 그 계좌로 사재기도 하고, 탈세도 하고, 횡령도 하고. 알차게 잘~해 먹었더만.
“야, 야. 너. 너… 어? 지금 뭘 건드리는 건지 알기나 해?”
-웅.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고 시작했을 것 같아?
핸드폰 너머의 웃음소리가 해맑기 그지없었다.
-야, 내가 니 덕분에 정치계 진출하고 싶은 검사님들 만나느라 아주 등골이 휘어지는 줄 알았어.
“거, 검사?”
박 이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들려왔다.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이런 큰 건은… 여의도 입문 프리 패스니깐. 연예계의 어여쁘고 큰 비리. 놓칠 사람 얼마 없거든.
여의도!
현실감 없는 단어들의 향연에, 오히려 현실감이 돌아왔다.
예로부터 연예계는 정치계의 밥이었다.
사업 규모에 비해 받는 관심은 또 얼마나 크던가.
만만한 연예계 털어서 국회 한번 입성하려는 눈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박 이사도 그걸 잘 알았기에, 틈틈이 검은돈을 먹여 온 건데….
빈틈이 있었던 것이다.
핸드폰 너머의 여유로운 목소리에, 박 이사는 최대한 빠르게 평정심을 붙잡았다.
“너, 인마. 이게 고작 우리 엔터 하나 엮인 일인 줄 알아? 어? 이거, 이게 그렇게 작은 일인 줄 아냐고!”
-아니~? TMM까지 싹 엮인 거 누가 몰라.
“그럼 뭔 배짱으로-!”
-근데 그 높으신 분들이 왜 니들 끝까지 책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
설마.
설마.
-내가 왜 TMM까지 건드려? 그냥 니들부터 조져 놓으면 되는 일 아녀~?
박 이사의 오랜 연예계 짬밥이 말하고 있었다.
이거 X 됐다.
-너 혹시 들어는 봤냐? 꼬리 자르기라고?
“야, 야…. 너 원하는 게 뭐야? 어? 뭐냐고? 일단 대화로 이걸-”
-내가 방금 TMM 측 노옾은 분까지 다 만나구 오느라 좀 늦었엉.
아휴, 하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분한테 아유, 저는 TMM? 힘들게 거까진 안 갑니다. 말씀 드려 놨어. 어차피 그쪽 입장 들어 보니까, 네가 단독으로 진행한 거더만.
“야!!!!”
-왜 이래. 내가 또 지는 싸움은 안 하는 거 알잖어.
예쁘고 낭랑한 목소리가.
박 이사에겐 거의 저승사자의 목소리로 들려오고 있었다.
“진짜 백주하 이 미친…!”
-씁. 아직 내 얘기 안 끝났다. 아무튼 내가 그래서 말했지. 저는 예로부터… 딱 한 놈만 조지는 스타일이라서요.
알고는 있었지만… 이거 완전히 미친 여자 아닌가.
박 이사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지도 못했다.
-그 한 놈만 제게 주시면! 여러분까진 안 건드리겠습니다! 했더니 말이야.
“….”
-그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
“뭐, 뭐를?”
박 이사는 대답을 예상하면서도,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유! 얼른 그 놈을 잡아 가십쇼! 라고!
백주하.
그녀가 어떤 사람이던가?
그녀의 앞에 붙는 수식어는 많고 많았다.
3대 엔터 중 하나인 올시즌 대표의 차녀.
백전백승의 신화.
혹은.
구제불능 또라이.
“해결했다.”
어머니가 무려 3대 엔터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백주하는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독립했다.
사람이라면 무릇 자기 능력 하나 정도는 스스로 입증할 줄 알아야 한다며.
중소 소속사를 시작으로 매니지먼트 일을 배워 왔다.
그렇게 연예계 밑바닥부터 들어가 키워 온 연예인들이 벌써 네 명째.
스틸블루는 마지막 타자였다.
그녀가 키우기로 결정한.
“…벌써요?”
일을 맡긴 지 세 달 만에, 백주하는 바로 일을 해결하고 왔다.
“응. 박 이사 놈 기는 다 죽여 놨으니까, 요구 사항만 생각해 놔.”
…전부터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혹시 TMM 쪽 반발은 없었나요?”
“없었지. 거긴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으니까.”
백주하는 날 보다가, 씩 웃었다.
“어차피 TMM 정도 되면 이런 잔챙이 짓까진 다 알지 못해. 박 이사를 잘라 내는 대신, 다음 잔챙이는 좀 온건한 잔챙이로 넣어 주기로 했어.”
“우리를 건드리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나요?”
“당연. 그건 내가 확실하게 보장해 줄게. 만약 그쪽에서 건드리려 하면-”
백주하는 자기 핸드폰을 톡톡, 건드렸다.
“딱 3분 안에 모먼트 놈들 코를 깨부술 증거가 여기 다 있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백주하가 확신할 땐, 믿어도 된다.
어지간한 걸로는 확신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감사합니다.”
“뭘 고마워해. 월급 받은 값 하고 있는 것뿐이야.”
백주하는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댔다.
“모먼트 쪽 윗대가리도 싹 다 물갈이했고, 박 이사는 감방 보낼 거야. 회사 내 횡령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라이븐 컴백도 미루기로 했어. 둘 다 제살 깎아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언제로 미룬다던가요?”
“한 10월.”
“!”
그렇게나 많이?
“확실히 저희랑 부딪히긴 싫다는 뜻이군요.”
백주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꼭 우리 때문만은 아니고. 좀 쉬어 가면서 팀을 재정비하고 싶대. 탄탄하고 좋은 퀄리티의 앨범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짜는….”
“너희에게 빚을 갚으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인라이븐이나, 모먼트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그쪽에서 컴백했어도 우리가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어때? 거의 무적의 신인상 후보가 된 기분은?”
“방심할 순 없죠. 언제 어디서 대형 신인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그렇다 한들 너희를 이길 순 없어.”
백주하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맛에 아이돌 매니저 하는구나, 싶네. 아, 그리고 인라이븐 친구들은.”
백주하는 싱긋, 웃었다.
“회사가 변했으니까 한 번만 더 믿어 보기로 했다더라.”
“이제 사재기도 안 할 테니까요.”
“그렇지.”
그쪽은 어느 정도 소원 성취를 했구나.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건….”
“너네가 1위 하는 것밖에 없어. 아티스트는 그것만 생각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몫이기도 했고.
핸드폰을 켜서, 스틸블루의 오튜브 채널을 백주하에게 보여 주었다.
“저희, 반응 좋아요.”
“알아. 나도 모니터링 다 하고 있어.”
“앨범 예판 추이도 좋고요.”
“초동 커리어 하이 찍겠던데.”
“그건 당연한 거고… 그 이상을 목표로 해야죠.”
백주하가 씨익 웃었다.
“뮤직비디오, 좋더라.”
나도 마주보고 웃었다.
“저도 저희 뮤직비디오 좋아해요.”
이제야.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한편.
프리즘 홈마는 뮤직비디오의 첫 시청을 앞두고 있었다.
현생을 사느라 아주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딸깍.
재생을 누르자.
눈 내리는 우윳빛 하늘 아래 한 사람이 보였다.
볼에 내려앉는 작은 눈 결정.
이윽고 결정이 녹아내리자, 윤청의 계절이 변해 갔다.
너는 나의 초여름이야
길었던 나른함에
내리쬐는 열기가 될 거야
그렇게 윤청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윤청의 앞에 문이 나타났고.
매번 돌아가는 시침
매번 돌아가는 계절
반복되는 일상에
눈부시게 빛나는 건 Only
맞은편에서 문을 열어 손을 뻗은 건 서백영이었다.
서백영은 겨울의 경계선에 있는 윤청을 문 안으로 잡아끌었다.
윤청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발을 내딛자 한적한 교실이 나타났다.
윤청은 어느새 책상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교환 일기가 놓여 있었다.
윤청이 교환 일기를 연 순간.
네 멤버가 모두 윤청을 둘러싸고 앉았다.
끝나지 않는 여름을 내게 줘
우리의 푸른 계절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줘
Eternal Summer Eternal Wait
모두가 함께 후렴구를 부르고.
윤청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매번 반복되는 겨울
매번 반복되는 상처
그럼에도 우리는
눈부시게 나아가야 해 Always
다음은 류보라의 브릿지가 이어졌다.
그 순간, 모든 멤버들이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었다.
네가 내게 빛을 보여 줬으니까
네가 나를 초록빛 물들였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이어지는 파트의 주인공은 연주홍이었다.
연주홍은 윤청을 잡아끌어 학교 안을 달리다가,
김금이 보이자 김금에게 윤청을 슥 밀어 넣었다.
우리 길었던 포화 속
쉬어 가는 여름
얼어 있던 눈 끝 속
풀어지는 마음
이파리 사이로 비치는 햇살
뭉게구름 바닐라 아이스크림
네가 보여 준 마음이 딱 그래
그렇게 화면이 전환되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가득한 학교가 보이며.
김금의 랩 파트가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화면이 블랙아웃되고.
서서히 빛이 퍼져 나갔다.
나는 너의 열사병이야
훅 데인 마음에
잊지 못할 무더위가 될 거야
그 빛의 끝엔 윤청이 있었다.
이번엔 반대로.
윤청이 네 개의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이 서서히 열리자, 겨울에 머물러 있는 네 멤버가 보이고.
끝나지 않는 기억을 내게 줘
우리의 무더운 날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 줘
Eternal Summer
No Longer Wait
윤청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그녀가 멤버들을 여름으로 되돌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