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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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
[8월 1주 차, 이번 주 1위는… 스틸블루입니다!]숙소로 돌아와 모두가 잠든 시간.
나는 다시 한번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출연한 음악 방송의 클립을 돌려 보았다.
4주 차 활동.
기존에 계획했던 3주보다 일주일을 더 활동했다.
그리고 오늘이 이번 앨범 활동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길어진 활동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모든 멤버들이 기쁨의 눈물을 참기 위해 애써 노력했을 뿐이었다.
3주 연속 1위.
음악 방송이 개편된 이후로, 2주 이상 1위를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요즘.
이건 정말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음원 사이트도 여전히 [Eternal Summer>가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앨범도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기억을 내게 줘
우리의 무더운 날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 줘
Eternal Summer
No Longer Wait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불리는 [Eternal Summer>라니.
언제쯤 익숙해질까?
사실 스틸블루의 [Eternal Summer>는, 백녹하의 [Eternal Summer>와 살짝 달랐다.
가사도 다르고, 멤버들의 음색에 어울리게 살짝 편곡도 했다.
그래서인지, [Eternal Summer> 무대를 볼 때면.
다시 내 세계로 돌아간 이후… 무엇보다도 멤버들의 노래가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큰 무대가 더 크게 느껴지겠지.
백녹하였을 땐, 혼자 그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던가.
하지만 스틸블루로 활동할 땐, 단 한 번도 무대의 허전함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오늘로… 열다섯 번째 1위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앨범은, 다들 알다시피 [Forever Blue>, 즉 에버블루를 위해 만든 앨범이기도 했는데. 다들 눈치 채셨을까요?]서백영의 질문에 팬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서백영의 1위 소감이 이어졌다.
[저희에게 꺼지지 않을 영원한 불씨 같은 계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주아주 나이가 들었을 때에도… 저는 이 여름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에블들에게도 그런 계절을, 그런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스틸블루가 되겠습니다. 그리고….]서백영은 날 보며 말했다.
나는 거의 뭐, 눈물을 참으며 다른 멤버들을 안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앨범 전체를 기획하느라 힘들었을 청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낸 금이, 우리 컨셉을 기획하느라 고생한 주홍이, 이번 앨범을 알린 최고 공신, 컬러 필름을 연출해 준 보라까지. 나는 멤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나는… 나는 내가 스틸블루라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모르겠어. 나랑 영원히 스틸블루 해 줄 거지?]멤버들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운데에서,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왜 지키지 못할 약속 같은 걸 해서.
바보 백녹하.
“웅니.”
“으억!!”
아, 깜짝아.
“웅니. 안 자고 뭐 해요?”
연주홍이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날 보고 있었다.
아휴.
깜짝 놀랐네, 진짜.
“너 왜 기척도 없이 와?!”
“아니… 난 기척 많이 냈는데 청청이 눈치 못 챈 거예요!”
“…그래?”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지금 새벽 3시인데. 왜 안 자고 우리 1위 한 영상 보고 있어요? 그렇게 좋아요?”
“당연히 그렇게 좋지.”
“하긴 저두 그렇게 좋긴 함.”
연주홍은 방금 깨서 퉁퉁 부은 눈으로 웃었다.
아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게 생겼다, 너는.
“그래도 잠은 자야죠, 청청. 내일부터 우리 콘서트 준비해야 되자나용.”
“맞지.”
“저는요.”
연주홍이 눈을 비비적거렸다.
“앨범 초동 3위도 좋고, 3주 1위도 좋고… 뭐 다 좋지만. 콘서트를 하는 게 제일 좋아요, 청청.”
“왜?”
“그냥. 그건 아이돌들의 꿈같은 거잖아요. 뭔가… 콘서트장에 꽉 찬 팬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그렇지.
1위를 할 때의 기분도, 어떤 것에 견줄 수 없는 기쁨이지만.
처음 콘서트장에 들어섰을 때의 기분은 아예 다른 차원의 기쁨이니까.
“근데 또… 그래서 가끔은 불안해져요.”
“불안?”
“내가 잘 못하면 어떡하지? 울 웅니들한테 민폐 끼치면 어떡하지.”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해?”
우리 소심한 막내.
어떨 때 보면 가장 단단하고 앙칼진 것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그냥 영락없는 막내 그 자체다.
“이젠 다들 네 실력 칭찬밖에 안 하잖아.”
“그건 언니들이 있으니까… 그냥 나도 같이 칭찬해 주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어디 있어. 네 실력은 네가 일궈 낸 실력이야.”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연주홍은 괄목할 정도의 발전을 이뤘다.
연주홍
노래: 75/100
춤: 80/100
외모: 95/100
끼: 98/100
예능 감각: 91/100
개인 특별 능력:
셀러브리티 (87/100)
팬서비스 (82/100)
? (?/100)
개발 추천 능력치:
셀러브리티
팬 서비스
노래
춤
모든 능력치가 완전히 날개를 단 듯 훨훨 날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이번 컨셉은 네가 거의 다 기획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보라 옆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미장센 넣은 것도 너고.”
앨범 사양에 들어가는 굿즈들도 전부 연주홍이 생각해 낸 것이었다.
팬들의 니즈를 파악해 보겠다며 매일같이 SNS를 붙잡고 낑낑대는 게 안쓰럽고도 기특했었지.
“그거야… 정말 제가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랬어?”
혹여나 연주홍이 뭐라도 한 사람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나는… 언니들이 좋아요.”
연주홍은 하품을 하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애는 앤가 보다.
졸음을 못 참는 걸 보니.
“나는 언니들을 보면 막… 이런 것도 입히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 백영 언니는 키가 크니까… 이런 거 입히면 진짜진짜 멋있을 텐데… 그런 생각도 막 들고. 청 언니는… 눈이 너무 예쁘니까 이렇게 눈을 돋보이게 하면….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아니, 사실 항상 그런 생각만 하는 것 같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거였구나.”
“응. 그냥 다 해 주고 싶어서. 난 언니들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아니까. 다른 사람들도 알게 해 주고 싶었어요.”
이런 기특한 생각을.
잠시간 우울했던 것도 전부 날아가고.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맛에 육아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 컨셉도… 언니들이랑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기획했어요. 나는 고등학교를 안 갔으니까요.”
그랬지.
연주홍은 메뉴컬을 위해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지금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상태일 거고.
꿈을 위한 거라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포기한 건 아닐까, 하는 안쓰러움이 늘 마음속에 짐처럼 남아 있었다.
“근데, 나는 고등학교 안 다닌 게 후회되거나 슬프거나 하진 않아요.”
“왜? 너 고등학교 다녔으면 엄청 인기 많았을걸. 되게 재밌었을 텐데.”
“어차피 엄마 말 들어 보니까 학창 시절 추억은 좋은 친구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때문에 재밌는 거라면서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뭐, 나도 학교를 다녀 본 게 중학교 때까지밖에 없어서….
윤청이나 백녹하나 똑같았다.
둘 다 중학교도 거의 건성으로 다녀서 친구도 없었고.
“그렇지.”
“언니도 학교 안 다녔으면서 왜 아는 척이에요!”
“…그럼 모르는데 아니라 할 순 없잖아.”
“그것두 그렇네?”
연주홍은 히히, 웃었다.
“나는 언니들이라는 친구들이랑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할래요.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 그런 건 우리가 더 많이 느껴 봤는걸.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재밌겠지만, 나도 재밌어요.”
“…힘들진 않았어? 정말 많은 일들이 있긴 했잖아.”
“원래 인생은 힘든 거랬어요. 힘들어서 의미 있는 거라고.”
“누가 그런 말을 해 줬어?”
“웅니가.”
내가 그런 말을 해 줬었나?
기억이 영….
“그니까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청청에게도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 의미 있어요?”
“엄청 많이 있지.”
너무 많아서.
정말 너무너무 많아서.
이곳에 남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성으로도, 감성으로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도.
이곳을 떠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청청.”
“응.”
“언젠간 우리 떠날 생각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철렁,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왜 그런 말을 해?”
“그냥. 우리 이번 컬러 필름 만들면서 다들 똑같이 생각했을 거예요.”
“왜?”
“청청은 뭔가… 항상 우리를 떠나려는 사람 같아.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거 아는데. 언니만큼 우리한테 진심인 사람 없는 거… 정말로 아는데. 뭔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난 힘들면 언니한테 달려와서 찡찡대는데…. 청청은 이렇게 맨날 새벽에 혼자 나와서 우리 나오는 영상만 보잖아요. 혼자. 맨날.”
요 몇 달간 쭉 그러긴 했었지.
“다들 알고 있었어?”
“응.”
“왜 모르는 척했어.”
“이상하잖아요. 기껏 혼자 나와서 한다는 게 우리 무대 영상, 우리 컨셉 필름, 뮤직비디오 이런 거만 돌려 보는 거니까…. 그래서 그냥 다들 모르는 척했어요.”
그랬구나.
나는 연주홍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들 얼마나 의아하고…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리더가 이상하게 구니까.
“미안해. 이젠 안 그럴게.”
“에이. 이걸 보는 게 청청에겐 위로라는 뜻 아니에요?”
“맞지.”
그랬나.
나도 모르게, 이게 위로가 되어 그러고 있었던 건가?
모니터링이라는 명목하에,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던 건가.
나는 하하, 웃었다.
“그럼 계속 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청청이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으니까.”
“너도 내게 많은 위안이 돼.”
“근데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연주홍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우리랑 계약 기간 다 채우고 재계약도 하고 그러고 가야 돼요, 청청. 알죠?”
“그래. 알지.”
“우리 나중에 호호 할머니 돼서 디너쇼도 해야죠. 에블들이랑.”
“그래야지.”
“약속한 거예요.”
“응, 약속.”
“웅…. 약속….”
그제야 연주홍은 내 어깨에 기대 잠들었고.
나는 일어서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멤버들의 영상을 보았다.
그 약속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워서.
그래서 다신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특별 능력:
셀러브리티 (87/100)
팬 서비스 (82/100)
(New!) 비주얼 디렉팅 (71/100)
[당신의 멤버가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습니다.] [새롭게 발견한 재능을 키워 주는 건 어떨까요?]내 마음을 더 쓰라리게 하는 알림 창까지, 무겁게 발끝을 붙잡았다.
“나한테 개인적인 부탁이 있다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백주하와 달리고 있었다.
아침 조깅을 하며.
나는 백주하에게 아주 어려운 부탁을 하려 했다.
“네. 개인적인 부탁이라… 들어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내가 왜 안 들어줘? 당연히 들어주지. 이상한 것만 아니면.”
“좀 이상하긴 한데요.”
내 말에, 백주하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렸다.
“설마 너, 내게 비도덕적인 일을 시키려는…?”
“…그런 건 아니고요.”
이 사람 쓸데없는 방향으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다니까.
“사람 한 명에 대해서 알아봐 주시면 좋겠어요.”
“사람?”
에엥.
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니랑 이름이 비슷해요. 백녹하…라고.”
“….”
백주하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나이는 저랑… 동갑이고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살아 있었다면 아마… 연예계에 도전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확실하진 않지만. 00동에 살았을 수도 있어요.”
나는 내 세계에 있었던 21살 백녹하의 정보를 전부 읊었다.
이 세계의 백녹하도 같은 인생을 살았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 다 부정확한 정보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래. 알아봐 줄게.”
“감사합니다.”
“그런데 청아.”
“네.”
백주하는 긴장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하는 거니?”
왜냐고.
왜냐고….
“그건….”
나는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냥요. 한때 친했던 친구라. 보고 싶어서요.”
이 세계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을 수 있는 실마리를 얻어 보고 싶어서요.
나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