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오늘은 스틸블루의 지방 행사가 있는 날.
5인 완전체로 지방 행사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팬들 모두 설레는 발걸음으로 행사장에 모여 있었다.
“하 오늘 애들 케이앱 라이브 보니까 텐션 완전 퍼펙트하더라고요.”
“그니까요. 저 생활비 다 털어서 일단 KTX부터 끊음. 당분간 라면만 먹습니다….”
“[Eternal Summer> 여름 야외 공연? 이건 못 참죠.”
블덕과 프리즘 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컬 때부터 윤청 최애로 동고동락한 두 사람.
어느새 두 사람은 덕친을 넘어서서 거의 동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 활동곡이 워낙에 청량한 곡이라, 다들 야외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어! 애들 나와요!”
7시간을 대기한 끝에.
드디어 스틸블루가 나왔다.
‘미친.’
두 사람은 스틸블루가 나타나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오늘 설마… 대망의… 하복을… 제가 실물로 보네요….”
“하…. 저는 두 번째인데도 왜 제 눈이 믿기질 않을까요.”
하필 또 오늘 착장은 흰 셔츠에 남색 주름 스커트.
일반적인 하복을 연상시키는 착장이었다.
“오늘도 멤버들 타이 다 다르네요.”
“은혜로움 맥스….”
연주홍은 큰 리본, 서백영은 헐렁한 넥타이, 김금은 아무것도 없이, 류보라는 작은 리본, 윤청은 꽉 맨 넥타이.
멤버들의 개성을 그대로 반영한 착장이었다.
김금과 서백영은 동복 셔츠 긴팔을 걷어 올렸고, 다른 멤버들은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보라 오늘 머리띠 대박 졸귀예요….”
“아니, 쭈홍 양 갈래…! 미쳤습니까, 휴먼? 붙임 머리는 언제 했대요?”
“백영 자기… 백영 자기… 스니커즈를 신어도 눈에 뛰는 당신의 피지컬은 정말….”
“금이는 손목 아대까지 하고 왔어요…! 배구부 회장님 고증 무엇?”
“명찰까지 풀 착장…!”
“하…. 저도 명찰 차고 왔잖아요.”
이번 앨범 사양에 포함된 명찰은, 레트로 유행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프리즘 홈마의 최애 구성품이기도 했다.
“아니 잠만. 잠만. 청이가 뭐 쓰는데요, 지금?”
“뭐… 뭐를 쓰죠…?”
“미친 윤청 알 없는 안경 쓰고 있어요.”
“뿔테 안경 실화입니까? 학생회장 모먼트 미쳤나요…????”
뿔테 안경 윤청이라니.
물론 그동안 케이앱 라이브나 자컨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던 모습이지만….
무대 위에서의 안경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착장에, 프리즘 홈마는 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이건 무조건 찍어야 한다.
오랜 찍덕의 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오늘 윤블 레전드 직찍 나온다…!
“카메라 준비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낮 2시.
가장 덥고, 또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시간.
멤버들은 태양 아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윤청이 한두 소절 MR 없이 불러 보더니.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도입부 대형대로 섰다.
멤버들 모두 고개를 숙이고, 뒷짐을 지는 순간.
너는 나의 초여름이야
길었던 나른함에
내리쬐는 열기가 될 거야
노래가 시작되었다.
매번 돌아가는 시침
매번 돌아가는 계절
반복되는 일상에
눈부시게 빛나는 건 Only
서백영의 손끝이 시계 침처럼 돌아가는 순간.
멤버들도 원을 그리며 한 발짝, 한 발짝, 돌아갔다.
시침이 다 돌아가자 서백영이 손을 거두고, 멤버들도 퍼졌던 원을 작게 좁혔다.
그리고 꽃이 피듯, 다섯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끝나지 않는 여름을 내게 줘
우리의 푸른 계절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줘
Eternal Summer Eternal Wait
이어서, 후렴구.
멤버들이 움직일 때마다 펄럭이는 흰 셔츠 자락.
손을 가슴에 모았다가, 약속을 기원하듯 내민다.
후렴구를 한 번 더 반복한 후,
매번 반복되는 겨울
매번 반복되는 상처
이어 마이크가 고정이 잘 안 되는 듯, 마이크를 한 손으로 붙잡고.
류보라의 파트가 이어졌다.
팬들을 보며, 진심 어린 얼굴로 말하는 듯한 표정.
바람이 불고.
그럼에도 우리는
눈부시게 나아가야 해 Always
살짝 머리카락이 휘날리자.
류보라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Always, 라고 고음을 지르는 순간 류보라의 눈꼬리가 묘하게 접혀 들었다.
네가 내게 빛을 보여 줬으니까
네가 나를 초록빛 물들였으니까
절묘하게 구름이 지나가고, 햇살이 쏟아지는 그때.
연주홍을 센터로, 멤버들이 일렬로 섰다.
연주홍이 손가락으로 볼을 콕, 찍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정말 난 잘못이 없다는 듯.
그러자 멤버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다시 번지고.
이어지는 건 김금의 랩 파트.
팬들 사이에선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많이 꼽히는 파트였다.
이유는, 김금이 꽁꽁 얼어 있는 네 명의 멤버들을 한 명씩 깨우는 안무 때문이었다.
우리 길었던 포화 속
쉬어 가는 여름
처음엔 윤청을 손끝으로 톡 치며 씩 웃고,
얼어 있던 눈 끝 속
풀어지는 마음
장난스럽게 류보라를 흘겨보고 팔짱을 끼고선,
이파리 사이로 비치는 햇살
서백영의 앞에선 눈부시다는 듯, 눈을 살짝 찌푸리면서 어깨를 기댔으며,
뭉게구름 바닐라 아이스크림
연주홍의 볼을 살짝 잡아 주고,
네가 보여 준 마음이 딱 그래
팬들을 향해 씩 미소 지었다.
콘서트의 세트 리스트를 짜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낸 앨범 수록곡만 치면 열네 곡 정도였지만.
메뉴컬 때 불렀던 노래들, 평소 서바이벌에 나가서 불렀던 노래들까지 합치면 그 두 배 정도의 규모였기 때문이었다.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유닛… 어떻게 짜죠…?”
“….”
이거였다.
“일단 유닛곡이나 솔로곡은 많이 넣지 않는 게 좋아요.”
첫 번째 콘서트이니만큼, 단체 무대 위주로 가야 했다.
“하지만.”
그때, 김금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청청의 솔로곡은 하늘이 무너져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찬성합니다!”
“…찬성.”
“삼진 찬성으로 통과되었습니다.”
김금, 연주홍, 류보라가 연달아 말하고, 서백영이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
여기 리더 나 아니었어?
“안 된다니까요.”
“기각합니다.”
“아니, 이럴 거면 나 리더 왜 시켰어!”
“당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지 않는 건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에 기각임.”
대체 뭔 소리야.
나는 김금의 볼을 마구 문질렀다.
쬐깐한 게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솔직히… [낙화>는 불러야죠, 청청.”
“…일단 유닛 얘기부터 하죠. 유닛 무대는 두 개 정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흐음. 각자 함께 해 보고 싶은 유닛 조합 있어?”
서백영이 멤버들에게 물어보았다.
다들 서로를 노려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노려볼 것까진 없는데 말이지.
“솔직히 제 조합은 잘 모르겠고, 보고 싶은 조합은 있어요!”
그때, 연주홍이 손을 들었다.
오호.
“일단 동갑즈 라인이요!”
“대박 찬성합니다.”
“좋은 생각인데?”
“….”
“….”
두 동갑들만 빼고 우리는 실실 웃었다.
팬덤 내에서도 둘의 조합은 인기 있는 편이니까.
찬성이지.
“어때? 둘이 한번 무대 만들어 볼 수 있겠어?”
“두 사람은 같이 만든 노래도 많으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쿵, 하면 서백영은 짝, 했다.
남 몰아갈 때는 이렇게 호흡이 잘 맞다.
“왜 자꾸 우리를 엮어요. 그때 라디오에서도 환장할 노릇이었는데.”
“니만 그런 줄 아냐?”
또 또 싸운다.
나는 투닥거리기 직전의 두 사람을 발로 밀었다.
“일단 오케이. 무대 하나는 픽스되었고.”
“아니, 누구 맘대로-”
“리더 맘대로.”
“….”
리더라는 말에, 두 사람은 억지로 조용해졌다.
“나는… 주홍이랑 내가 한번 같이 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오호.”
“헉. 저랑 언니랑요?! 전 완전 좋아요.”
서백영이 의외의 조합을 제시해 왔다.
연주홍은 설마 서백영이 자길 고를 줄은 몰랐는지, 행복한 얼굴이었다.
“뭔 조합이죠?”
“소형견과 대형견 조합?”
“….”
차마 반박을… 못 하겠다….
“농담이고, 우리 두 사람은 퍼포먼스 라인이니까.”
맞는 말이다.
연주홍은 멤버들 중 끼가 가장 돋보이고, 서백영은 메인 댄서니까.
게다가 맏언니와 막내의 조합은 언제나 인기 있는 조합이니까.
…잘만 하면 괜찮은 무대가 나오겠는데.
“오케이. 추진해 보시죠.”
“그러고 청이 솔로 하나 들어가면 되겠다.”
“밸런스 대충 맞겠네요.”
결국 이렇게 유닛 무대가 세 개로 늘어나는군.
나만 같이 하는 멤버가 없는 건 좀 슬프지만….
이 정도라면 팬분들도 양해해 주시지 않을까.
“그러면요, 저희 콘서트. 11월에 하는 거죠?”
“그렇지.”
“재밌겠다. 데뷔 1주년 기념이네요!”
“으아. 세 달 동안 준비 진짜 빡세겠다.”
“사실상 콘서트 준비만 하다 끝날 느낌….”
그렇네.
연주홍의 말에, 데뷔 1주년이 성큼 다가온 게 실감이 났다.
11월….
나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지만.
멤버들에게는 설렘의 달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팬 미팅 준비도 알차게 해야죠, 청청.”
“그렇지, 그렇지….”
나는 애써 웃었다.
바쁘게 보내다 보면, 이런 잡생각도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이런 우울한 생각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아.
백주하는 손에 쥔 서류 뭉치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연예계에 몸담기로 한 이후, 별별 일을 다 해 봤다.
별별 인간 군상도 다 봤다.
하지만 이렇게 의아한 일은 처음 해 봤다.
그동안 그녀가 맡아 온 일들은, 적어도 ‘이유’ 하나만은 명확히 보였다.
하지만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일 자체는 별것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여자애 하나 알아봐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연예계 지망생이었던 것으로 보임 (3er ent 소속 연습생)
실력이나 평판은 좋았음
특히나, 성격이 매우 좋아 주변 연습생들에게 인기 있었다는 평.
대체 이 아이의 신상을 왜 알아봐 달라고 한 걸까?
무슨 이유가 있을까 싶어, 특별히 윤청과의 관계도 파헤쳐 봤다.
혹시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겪었던 건 아닌지.
하지만 백녹하라는 아이는… 그럴 수가 없는 아이였다.
윤청이 허튼 이유로 일을 시킬 타입은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지.
뭔가 찜찜했다.
하지만 뭐, 여기엔 나와 있지 않은 접점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때.
“왔니?”
차 안으로 윤청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