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오늘은 컬러즈 창사 이래 최초로, 소속 아이돌 그룹 단체 예능을 촬영하는 날이다.
최고참 아이돌, 그레이쉬부터 아직 신인 티 나는 스틸블루까지.
오랜만에 오 PD가 내놓은 야심찬 기획에, 컬러즈의 팬들은 불안함을 품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걸 아는 컬러즈 돌들이야… 그저 피곤할 뿐이었지만….
“어어이. 윤청~? 오랜만~?”
저 말투는 진짜 어디 학원에서 배워 오는 걸까?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아, 예. PD님. 잘 지내셨죠.”
억지로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오 PD의 뒤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청 씨. 오랜만이에요!”
“강 작가님!”
이쪽은 정말 반가운 사람이었다.
강 작가는 촬영 준비로 정신없는 오 PD를 흘긋 보더니.
내 옆으로 살짝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하하. 오늘 오 PD님 기획이라 해서 많이 걱정했죠?”
“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잘 단속할게요.”
이렇게 믿음직할 수가.
“감사합니다. 강 작가님만 믿고 촬영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컬러즈 단체 예능까지야 뭐, 그래. 괜찮았다.
프로그램에 오 PD가 묻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걱정부터 되긴 했지만….
거기에 강 작가가 붙는다면?
괜찮지.
나는 안심한 채로,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오늘 다들 컨셉 아시죠?”
“예능 욕심 내지 않는다….”
“한 번만 더 말하면 1억 번째 되겠어요, 청청.”
나는 미리 멤버들에게 말해 두었다.
웃기려 할수록 웃기지 않다.
그냥 열심히 해라.
죽어라 열심히 해라….
게임 예습도 하지 마라.
신인은 뭘 몰라야 재밌지, 뭘 알면 노잼이다.
“특히 금김.”
“청청 진심 제게 신뢰가 없네요.”
“넌 너무 웃겨. 웃기지 마. 너의 본질은 아이돌임을 잊지 마…!”
“….”
“보라 너도…. 방송 중에 화내면 안 되는 거 알지?”
“….”
어째 말하면 말할수록 멤버들의 눈총이 따가워지는 것 같다.
여기까지만 하자.
“후배님!”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이 능글능글한 목소리.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다.
“네, 선배님.”
“오늘 활약 기대할게요.”
“아뇨. 예능은 우리 한재이 선배님 따라갈 분이 없죠. 선배님께 한 수 배우고 가는 데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하하. 저번부터 생각한 거지만, 우리 후배님 전혀 21살 같지가 않네요.”
“선배님도 23살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짬바가 보입니다만.”
이 자식….
저번부터 생각한 거지만.
정말 의심스러운 놈 아닌가?
저 얼굴에 깔린 철판의 두께를 보면, 3년 차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단 말이야.
저거 최소 13년 차는 되어야 나오는 짬바인데.
나는 솜 뭉탱이에게 다른 계약자가 있다는 걸 알아낸 후로, 계속 번애쉬를 의심했다.
신인이 만들어 냈다고 하기엔 믿을 수 없는 곡 퀄리티.
심지어 속도도 빠르고.
멤버들 모두 짠 듯이 사생활 이슈에 매우 예민하고.
한재이 놈의 지휘 아래 딱딱 성공 가도만 걷는 게 범상치가 않단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억에 비해 번애쉬의 커리어가 상당히 높았다.
물론 이전에도 번애쉬는 비교할 그룹이 많지 않은 명실상부 1군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심지어 단하는 자잘한 논란에 휩싸여 평판이 매우 안 좋았었다.
연예계에 적응을 못 해서 예능만 나갔다 하면 인성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걸 아예 예능 캐릭터로 잡아서 오히려 더 잘나가고 있단 말이지.
여러모로 수상한 놈이다.
그리고 저쪽도 왠지 모르겠지만 날 수상하게 보는 게 느껴진다.
“….”
“….”
우리는 서로를 계속 노려보다가, 뒤로 물러섰다.
여긴 보는 눈이 많으니까.
“오늘 촬영 화이팅입니다~?”
“선배님께서도 오늘 힘내십시오.”
예전 같았으면, 한재이가 회귀자이든 뭐든 간에 별로 신경도 안 썼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솜 뭉탱이에 대한 실마리 하나조차도 간절했다.
어떻게든 이 계약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
“너 왜 자꾸 괜한 사람을 건드려.”
윤청이 자리를 뜨자.
단하는 바로 한재이의 뒷목을 잡고 질질 끌었다.
“왜 위험을 자초하지?”
“위험이 아니라니까. 내 직감 틀린 거 본 적 있어?”
한재이는 단하의 손을 툭, 쳐 냈다.
“윤청은 확실하게 백녹하야.”
“그건 이미 다 합의 본 거잖아. 윤청이 백녹하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기로.”
“하지만…”
한재이는 윤청의 뒷모습을 흘깃, 보았다.
“‘그’ 백녹하라고, 김단하. 니가 거의 뭐, 짝사랑만 10년 한 백녹하.”
“짝사랑 아니라고, 미친놈아.”
단하는 울컥하며 한재이를 밀었다.
“그래그래. 말 한 번 안 섞어 본 짝사랑이니까, 차라리 동경인 거 알지. 근데. 그 백녹하잖아.”
연예인들의 연예인.
전의 세계에서도 번애쉬는 제법 잘나가는 아이돌이었지만.
백녹하는 그보다 한 수 위였다.
애초에 단하가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백녹하를 꼽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내 직감인데, 저쪽도 백퍼 눈치 깠어.”
“그런데도 딱히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우리랑 엮이기 싫은 거겠지.”
“아니면 그냥 아직 떠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
“포기하라고 했지, 한재이.”
한재이의 눈에는 탐욕이 득시글득시글했다.
벌써 햇수로만 15년째 함께하고 있다.
저 눈의 의미를 단하가 모를 리 없었다.
“야, 백녹하가 알고 있을 정보와 노래들을 생각해 봐. 너 같으면 탐이 안 나냐? 업계 탑 오브 탑을 찍은 사람이라고.”
“안 나. 우린 그 정보, 그 노래 없이도 충분히 떴으니까.”
“더 뜰 수도-”
“과유불급. 두 번째 세계에서도 충분히 깨달았잖아. 과한 욕심은, 화만 부른다는 것.”
“….”
한재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알고 있다.
전생에서도 너무 욕심을 냈다가 미끄러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번애쉬는 첫 번째 세계에서도 탑을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멤버들이 동시에 ‘그것’과 계약하기로 한 건.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더.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
단순히 한 세대에서 탑을 찍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한국에서 탑을 찍는 게 아니라.
전무후무한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그 욕망에.
한재이는 멤버들을 설득해서 두 번째 세계로 넘어왔지만.
장렬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첫 번째 세계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숙함에서 나온 실수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이돌은 단순히 실력이 좋다고, 열심히 한다고,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뜨는 게 아니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구나.
그러나 한재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하면….
어떨까.
그 마음으로 ‘그것’에게 빌고 또 빌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준다면.
미련을 버리겠다고.
“벌써 세 번째 세계야. 넌 지겹지도 않냐.”
한재이는 단하를 보며 씩 웃었다.
“단 한순간도 지겨운 적 없었어.”
오히려 지금 이 순간도.
더, 더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은데.
어떻게 지겨울 수가 있겠는가.
홍 덕후는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다.
오늘은 바로바로 컬러즈의 첫 단체 예능 특집, [컬러링>의 본방송 날이기 때문이었다.
‘오 PD놈…. 이번에도 악마의 편집 하면 엠텐 쳐들어간다.’
아주 그냥 다 부술 거야.
[오 PD: 자자. 이 정도면 자기소개도 다 끝났겠다. 바로 첫 번째 게임 갈게요~]자막: 오늘도 가차 없는 오 PD…
[오 PD: 첫 번째는 컬러즈 노래 맞추기입니다~] [오 PD: 본인 그룹 노래를 제외한 다른 그룹들의 노래가 5초씩 나올 거예요. 그럼 이제 그걸 듣고 5초 이내로 맞추면 됩니다.]자막: 설마 가족의 노래를 모른다고 하시진 않겠죠? ^^
자막: 아연실색하는 컬깅이들…
자막: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예요~
자막: 그래도 어려워…
[오 PD: 먼저 우리의 최고참. 그레이쉬부터 가시죠. 네 분이시니까, 네 문제 연속으로 맞추시면 통과입니다.] [희영: 아악…] [솔: 이걸 어떻게 맞춰요. 저흰 저희 노래도 다 기억 못 하는데!!]자막: 그 말은 진실이었다…
자막: 제작진은 최고참 우대로…
자막: 그레이쉬 데뷔 앨범의 수록곡도 슬쩍 끼워 넣었지만…
자막: 1승 3패…
자막: 그나마 맞춘 노래도 스틸블루 노래…
자막: 후배 사랑은 인정^^
[오 PD: 다음은 우리 올컬러즈. 평소 후배 사랑을 그렇게 자랑하셨다고요.] [데이: 어떤 놈이 그러고 다녔냐.] [자료 화면> [데이: 아이, 후배 사랑 하면 올컬러즈, 올컬러즈 하면 후배 사랑이죠.]자막: 너요, 너…
자막: 후배 사랑 올컬러즈 3승 3패…
자막: 심지어 후배들 노래만 다 틀림
[오 PD: 다음은 화이트노이즈! 컬러즈 내에서도 노잼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윤: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자막: 진짜 노잼이어서 편집
자막: 화이트노이즈 5승 2패
자막: 그래도 가족 사랑은 화이트노이즈 1등
그 외에도 번애쉬는 6승 1패를 기록했다.
자막: 단하 너… 밥 먹고 진짜 노래만 듣니?
자막: 만만치 않은 우리 3년 차들…
자막: 독.기.가.득.
[오 PD: 이제 우리 신입들. 긴장하셔야죠.] [강 작가: 봐주지 마요. 봐주지 마요.] [오 PD: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여기 최고참 그레이쉬는 13년 차. 그리고 우리 신입 중에서도 최고 막내, 연주홍 씨는… 나이가 몇 살이라고요?] [주홍: 저 18살이요!] [오 PD: 진행시켜.] [스틸블루: ?!] [오 PD: 자, 우리 스틸블루는 그레이쉬 특집으로~ 갈게요~]자막: 동공 지진…!
자막: 스틸블루는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홍 덕후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화면을 응시했다.
아니.
우리 주홍이가 5살 때 나온 노래를 어떻게 아냐.
그렇다고 해서 다른 멤버들도 딱히 유리한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6, 8, 9살.
오 PD 성격에 분명 데뷔 초 노래들을 잔뜩 넣어서 어그로를 끌 게 분명한데.
그러나.
딱 3분 뒤.
홍 덕후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금: 금!]자막: 벌…벌써?
자막: 1초 들려줬는데…?
[금: Kiss Kiss Kiss!] [오 PD: …김금, 정답!] [주홍: 쭈홍!]자막: ??
자막: 우리 진짜 1초 들려줬는데?!
[주홍: 돌아선~ 너를~ 용서 못 해~ 정답! 돌아선 너!] [오 PD: …….] [오 PD: 정답.] [오 PD: 이건 수록곡인데 대체 어떻게 맞춘…?] [주홍: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예요!] [주홍: 웅니들의 노래는 모르면 안 되죠!]자막: 그레이쉬 일동, 입틀막
자막: ~스튜디오에 퍼지는 감동의 물결~
[희영: 당장 우리 주홍이 앞으로 빌딩 준비시켜.] [솔: 얼른 혼인 신고서 준비시켜.] [소린: 다들 체통 지켜야지. 요즘 시대는 연애부터 시작하는 거 몰라? 우리 주홍이 앞으로 통장 준비시켜.]자막: 그렇게 스틸블루는.
자막: 5승을 거두며 선배들의 마음도 훔쳤다….
자막: 복수의 칼날을 가는 오 PD…!
자막: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