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81)
81화.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남은 순위는 1, 5, 6위.
남은 사람은 나, 김려유, 연주홍.
내가 1위여야만 했고, 연주홍이 5위여야만 했다.
그게 내가 오랫동안 준비한 시나리오였다. 최소한 연주홍이 5위 안에 들어오는 것.
그리고 김려유가 6위에 그치는 것.
“장장,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 사람 모두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이 순간만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가장 소중한 10대, 반짝거림의 결실을, 컬러리스트님들께서 색칠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두가 데뷔할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은 1위로, 컬러즈의 차세대 컬러 뮤즈가 됩니다. 또 한 사람은 5위로 마지막 뮤즈가 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6위로, 또 다른 여정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도희영은 큐 카드를 넘긴 후, 카메라를 응시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 함께해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감사드리며, 대망의 1위, 발표하겠습니다.”
도희영은 몸을 돌려 우리 셋을 눈에 담았다.
도희영의 뒤편으로 방청석과 수십 대의 카메라, 얼굴을 불태울 것만 같은 조명이 보였다.
질리도록 보아 왔던 풍경인데.
왜 또 이 순간에 나는 작아지는지 모르겠다.
왜 하필 또 이 순간에 애써 지우려던 누군가의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 세계로 온 순간부터, 엄마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노력했다.
그냥 마음속에 1위라는 단어만 새겼지, 엄마라는 단어는 지우려 했다.
엄마를 살리기 위해 1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 것 같아서.
김려유처럼 타인을 짓밟아서라도 1위를 하려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또 나는 알고 있다.
엄마는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럴 바에는 당신이 그냥 죽기를 선택할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엄마를 그렇게 보내기에는 너무 약한 사람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시 엄마를 잊으려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엄마.
잘 있는 거야?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나 가수 하는 거 되게 싫어했었는데.
지금 나는 엄마를 살리고 싶어서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네.
“[메이크 어 뉴 컬러>. 최종 투표 1위.”
나는 잘 가고 있나, 엄마한테?
“윤청 연습생.”
펑,
폭죽 소리와 함께 꽃가루 비가 내렸다.
“컬러즈의 차세대 걸그룹, [스틸블루>로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 시야를 메우는 색색의 꽃가루, 나를 꽉 안아 주는 다른 연습생들.
정신없는 감각들이 몰려오는 중에,
띠링!
내 모든 집중력을 빼앗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 소원: 소속사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1위로 데뷔해 줘] [성공!] [현재 소원 성취율: 50%] [축하드립니다! [윤청>의 첫 번째 소원을 이뤄 주셨습니다! 다음 소원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다음 소원 공지까지 남은 시간 : 48:00:00] [시스템 업데이트 남은 시간: 48:00:00] [대량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오니,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48시간의 휴가를 즐겨 주세요!]휴가?
장난하나.
휴가가 아니라 새로운 전쟁 준비의 시작이겠지.
잠시 멍했던 감각이, 저 메시지를 보자마자 돌아왔다.
일단, 먼 미래 생각은 잠시 접자.
지금 당장은.
내 눈앞에 있는, 날 위해 끝까지 달려 준 사람들에게 보답할 시간이었다.
나는 도희영이 건네주는 마이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사실은.”
아직도 해치워야 할 미션이 하나 남았다는 부담감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걷어 내고 나니.
보이는 것이 있었다.
“제가 이 자리에 오는 순간을… 저는 사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막연하고, 제게는 너무 과분한, 그런 자리라고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회피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저 불가능한 일로만 보였거든요.”
아마 백녹하의 기억으로만 시작했다면, 당연히 1위를 하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청의 기억까지 함께 가지게 된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두려웠고,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백녹하의 기억이 그런 윤청의 트라우마를 애써 덮어 주고 있었던 것 같았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한 척하고 괜찮은 척을 하며 저 자신도 속였지만, 사실 그렇게 괜찮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무서웠고 상처도 받았었고 모든 게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눈이 부시고 어지러워서 내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누군가가 내 팔과 손을 잡아 주고 있다는 것.
“그래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를 용기가 생겼던 건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윤청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다.
그 애가 응당 받았어야 했을 사랑과 애정들을.
“여러분이 제게 열어 주신 길만큼, 저도 여러분께서 가시는 모든 길목마다 있겠습니다.”
또 백녹하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네가 얼마나 부족하든 간에, 너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을 보라고.
그러니까 잠시 이기적이고 복잡한 감정은 내려놓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하자고.
마음이 아려 왔다.
이제 남은 순위 발표는 5위와 6위였다.
남은 사람은 김려유와 연주홍뿐.
그러나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사람은 연주홍뿐이었다.
“현재, 김려유 연습생은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잠시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추후에 따로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를 해 주셨을 컬러리스트님들께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도희영은 프로다운, 오점 하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컬러즈의 뉴 뮤즈, [스틸블루>의 마지막 멤버만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도희영은 연주홍과 눈을 마주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메이크 어 뉴 컬러>. 오랜 시간 함께 걸어와 주셨습니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그래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빠르게 발표해 드려야겠죠. 컬러리스트님들께서 색칠해 주신 마지막 컬러는….”
도희영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연주홍을 보았다.
연주홍 또한, 무언가를 직감한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직감.
“김려유 연습생입니다.”
아주 나쁜 직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김려유 연습생. 비록 이 자리에는 없지만, 컬러즈의 새로운 색깔이 되어 차세대 드림 컬러로서 함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말로 노력했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위해서.
그러나 내 시나리오 중 하나는 실패해 버렸다.
나는 연주홍을 보았다.
연주홍은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상태였다.
연습생들은 전부 연주홍에게 달려가, 연주홍을 꼭 안아 주었다.
***
아니 시발 여기서 끊냐고
그놈의 1분만 엠텐 혹시 1분충이야?
와
이게 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시간만에 대역전극… 드라마도 이렇게 만들면 개연성없다고 욕먹어요
윤청 1위 실화야?
실시간 업데이트 중 ㅅㅍㅈㅇ) 메뉴컬 최종 데뷔조
5위: 김려유
4위: 류보라
3위: 서백영
2위: 김금
1위: 윤청
데뷔 ㅊㅋㅊㅋ!!
엥 연주홍은??? 어케댓어?
└6위ㅠ 데뷔권 못들엇음
└└?김려유는 데뷔하고?
진짜 코미디다 김려유는 데뷔하고 연주홍은 데뷔못하네
려프들 진짜 애지간히들 이악물고 투표햇나봄?
└걔네 투표 이벤트에 물질 공세 오졋엇음ㅋㅋㅋㅋ
윤청 진짜 드라마같은게
1화부터 꽉찬 오각형 비주얼 메보로 대박침
방송 내내 온갖 인성 구설수 다 휩싸이다가
갑자기 김려유 왕따 가해자로 지목되어서 나락가는 줄 알았는데
응 아니었음
사실은 김려유 정치질의 피해자
근데 그게 막방에 밝혀지고
1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은 제작진의 큰그림이었던 거 아니냐
빅-픽챠..
윤블 수상소감 진짜 마음애려
누가 봐도 마음고생 존나한게 보여… 진짜… 그래도 잘 버텨준 게 너무 고맙다 ㅠㅠ
하 근데 같은 연생들 언급 안해줘서 넘 섭섭햇음
└아직도 이런 하급 어그로 새끼가 있네..
└└연생 언급 안 한 게 꼬우면 니가 1위해서 언급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럼 김려유랑 윤청 같은 그룹으로 데뷔하는거?
ㅗㅜㅑ
어사 오지겟달
내가 다 어색해
아니 근데 스틸블루 다 완벽한데 김려유가 진짜 에바다
김려유 하나만 빠지면 완벽한데..
그 자리에 연주홍 넣으면 안댐?
근데 데뷔할까 걔가?
└마지막 순발식에도 안나왓는데.. 나엿으면 빤스런했음
└└빤스런할 정도의 양심이 있었으면 진작햇을듯 꾸역꾸역 고굽척하고 데뷔할 것 같은데
그나저나 나만 애들 그룹명 듣고 웃음?
너무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그룹명 발표ㅋㅋㅋ
스틸블루 맞았네
맞네마네 오지게 싸우더만ㅉㅉ
아니 애초에 초반에 기사로 다 그룹명 스틸블루 될 거라 그랬다고ㅋㅋㅋ
└첨엔 그랫는데 김모경이 확정 아니라 그랫음
└└근데 결국 스틸블루 된잔아ㅡㅡ
└└└왜 나한테 지랄이야 김모경한테 따져
그럼 센터 누구야?
윤청이 1위니까 윤청이 센터인가?
에이.. 센터는 솔직히 류보라지ㅋㅋㅋ확신의 센터상이잔아
윤청도 센터상 같은데
솔직히 뭔가 끼나 비주얼만 보면 김려유인데… 이미지 나락가서 그건 힘들듯
└진짜 김려유 안티인거 작작 티내 어그로인거 다 티나 김려유 팬들도 김려유 센터상이라고 생각 안해
뭔가 근데 애들 5명 다 다른 그룹 갔으면 확신의 센터들이었음 모아놓으니까 경쟁률 박터지네
└이거마따
근데 아직 뭐 무대 남은 거 있어?
왜 방종 안하고 또 돌아와??
ㄴㄴ 오늘 무대 3개라 그랫는데?
그러게 아직 머 남앗나?
그렇게 아직 끝나지 않은 방송에 모두가 궁금해하는 와중.
무대 아래에선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곤한 결과가 나왔네요.”
홍 사장이 미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방금 5위를 한 연습생.
그리고 그 연습생을 어떻게든 5위까지 올려놓은 임원.
분명 기특해야 할 조합인데….
기특은 무슨,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조합이었다.
“김 이사.”
“네.”
“김 이사 생각은 어때요?”
***
“엠텐과 컬러즈의 합작. 글로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메이크 어 뉴 컬러>. 마지막 순위 발표식과 최종 데뷔조 발표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인사를…”
도희영이 미소 지으며 마무리하려는 그 순간.
제작진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도희영의 귓가에 귓속말을 하며, 새로운 큐 카드를 건넸다.
도희영은 매우 당황스러운 얼굴로, ‘정말로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결국 실제 상황임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컬러리스트님들. 잠시 채널 고정 부탁드리겠습니다.”
도희영은 언제 당황했었냐는 듯,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김려유 연습생이 미처 하지 못한 5위 소감을 지금 말씀드리겠다고 합니다.”
띠용
띠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너무재밋다
갑분김려유
방청석도 웅성거렸다.
무엇보다 가장 눈빛이 흔들리는 건, 아직 무대 위에 있는 열 명의 연습생들이었다.
그러나 연습생들이 당황하든 말든, 김려유는 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김려유 연습생. 최종 순위 5위를 기록하면서, 데뷔조에 들었습니다. 팬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하은이 자신의 마이크를 김려유에게 건넸다.
김려유는 박하은의 얼굴도 보지 않고 마이크를 대충 휙 뺏었다.
“안녕하세요. 김려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