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80)
80화.
투표 집계는 끝났고, 연습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또 저마다 다른 희망과 기대로.
단 한 명, 김려유를 제외하고.
엥 김려유 어디감
와 진짜 런했나봐
역대급 런이넼ㅋㅋㅋㅋㅋ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으면… 자기 뽑아준 팬들한테 미안해서라도 마지막엔 나와야하는 거 아니냐
무대 망친 것도 모자라 아예 방송 분위기를 망치네ㅋㅋㅋ 애들이 데뷔해도 웃을 수가 있겠음..?
도희영은 일부러 김려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려유라는 연습생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처럼.
마치 방송 전체가 김려유라는 존재를 지우려는 것처럼.
그건, 홍 사장의 부탁이기도 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일단 남은 연습생들은 최대한 피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 표명이기도 했다.
“먼저. 하위, 11위부터 8위까지 발표하겠습니다.”
하위권 순위 발표를 빨리 끝내 버리자는 아이디어는, 오 PD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차피 하위권 연습생은 뻔하니까.
상위권에 집중하자.
그래서 먼저 발표된 하위권 순위는 이랬다.
11위. 신유현
10위. 방수인
9위. 박하은
“그리고….”
도희영이 잠시 말끝을 흐렸다.
전광판에는 연주홍의 얼굴과 이경아의 얼굴이 2분할로 같이 잡혔다.
바로 직전의 순위 발표식에서는 연주홍이 8위였기 때문이었다.
연주홍도 그 사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아니길 간절히 바라지만.
8위면, 어떡하지.
“8위. 이경아 연습생.”
아.
연주홍은 눈을 질끈 감았고, 이경아는 미소 지었다.
“비록, 이번에는 함께하게 되지 못했지만. 이경아 연습생은 어떤 그룹에서든 메인 보컬이라는 막중하고도 어려운 자리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 냈습니다. 저는, 이경아 연습생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기나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단단해진 모습으로 더 나아가 주세요. 이경아 연습생, 나와서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인사해 주세요.”
도희영의 따뜻한 말에도, 이경아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가시지 못했다.
이미 엠텐과 컬러즈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었다.
그녀를 뽑아 준 팬들에게.
“[메이크 어 뉴 컬러>를 하면서 사실, 저는 정말 많은 벽에 부딪혔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의 벽. 그리고 저 자신의 한계의 벽. 또 노력의 벽. 또 세상의 벽에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있었다.
연습생들은 모두 이경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제가 이 여정을 겪으면서 느꼈던 게 있습니다. 단 한 분이라도 저를 지지해 주시고 제 가시밭길에 함께해 주신다면, 제가 정말로…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요. 부족했던 저였지만, 지금까지 저를 색칠해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제 온 마음을 다해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데뷔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될 동생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경아는 뒤를 돌아보며 연습생들을 향해 외쳤다.
“비록 같은 무대에 서진 못하겠지만! 무대 아래에선 다 똑같은 동료들이니까. 서로 응원하고 또 보자! 그땐 존댓말 그만 쓰고, 그냥 말 까!”
이경아다운 호쾌한 마지막 인사였다.
연습생들의 어깨에 있었던 무거운 짐.
그 짐을 덜어 주는 말이었다.
무엇보다 이 말에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건….
“언니으허엏헝….”
연주홍이었다.
8위가 아니라는 안도감.
그러나 안도감을 느꼈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
“그만 울어. 세상 안 망했어.”
연주홍은 대답도 못 하고 그저 이경아를 껴안은 채 엉엉 울었다.
이경아는 그런 연주홍을 토닥여 주고, 8위 자리에 가서 섰다.
오히려, 조금은 속 시원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다음은… 3위, 4위 연습생을 발표하겠습니다. 해당 연습생들은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입니다. 컬러즈의 차세대 뉴 컬러로, 새로운 무지개가 되어 활동하게 될 예정입니다.”
일부러 데뷔할 가능성 반, 데뷔하지 못할 가능성 반인, 5, 6, 7위권이 유력한 연습생은 잠시 뒤로 미뤄 두었다.
그 세 명이 시청자들을 가장 궁금하게 만들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먼저, 4위 연습생.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연습생은 [메이크 어 뉴 컬러>의 첫 화부터, 뛰어난 비주얼과 안정적인 실력으로 컬러리스트님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또, 언제나 다른 연습생들과 온화하게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연습생은….”
류보라네.
류보라여.
걍 이쯤되면 도희영이 스포때리고 있는거 아님?
“류보라 연습생. 축하드립니다. 컬러즈의 차세대 뉴 컬러로, 여정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와서, 소감 말씀해 주세요.”
류보라는 덤덤한 얼굴로 나와 사람들의 앞에 섰다.
그러나, 묘한 벅차오름이 얼굴에 만연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해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역 배우부터 시작한 제가, 이렇게 무대에 올라온 것이 기적같이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연기로, 대사로 다가갔다면 이제는 노래로, 무대로 다가겠습니다. 이러한 기적을 안겨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과, 다른 연습생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변치 않는 보라가 되겠습니다.”
깔끔한 소감에, 모두들 딱히 토 달지 않았다.
모두가 류보라는 데뷔하겠지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3위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해당 연습생은 뛰어난 춤 실력과 흔들림 없는 보컬로 컬러리스트님들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연습생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까지 받아 온 이 연습생은.”
어… 윤청인가?
윤청인가??
ㄴㄴ 춤실력이 먼저 나왓자나
“서백영 연습생. 축하드립니다.”
아.
계속해서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던 서백영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주저앉았다.
“아….”
앞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서백영은 일어나질 못했다.
너무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사실 연습생 시절 내내 모두가, 너만은 데뷔할 거라고 얘기했었다.
네가 데뷔하지 않으면 대체 누가 데뷔하겠냐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나서는.
흔들렸다.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데뷔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실력 위에 매력.
그 말을 들으며 심사 위원들에게서 상처받았다.
나는 혹시 매력이 없나, 정말로 나는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없나 의심하던 순간에-
“서백영 연습생. 앞으로 나와서, 소감 발표해 주세요.”
보답을 받았다.
아 백영이 운다ㅠㅠㅠㅠ 진짜 절대 안우는 앤데ㅠㅠㅠㅠㅠㅠㅠㅠ
서빽 울지마ㅠㅠㅠㅠㅠㅠㅠ
당연히 데뷔할 줄 알았는데 나는ㅠㅠ 세상 사람들 다 아는 거 서빽만 몰라..
“사실….”
서백영은 숨을 간신히 고르며 말했다.
“저는 정말로. 제가… 이 자리에 서는 순간을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간절히 생각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저 자신을… 되게 의심하고… 그런 순간에도. 그런 순간에도 저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너무… 저는 정말로 저도 못 할 것 같았어요. 그 순간에도 저를 믿어 주신 분들을,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초심 절대 잃지 않는 서백영이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는 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늘 매끄럽게 이야기하던 서백영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벅찬 마음이 그대로 담긴 소감이었다.
서백영이 아래로 내려가고.
도희영의 목소리가 또다시 이어졌다.
“2위, 7위 연습생 발표하겠습니다.”
한 명은 데뷔하고, 한 명은 데뷔하지 못한다.
“먼저, 7위 연습생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연습생을 보면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순위의 변동이 가장 컸던 연습생 중 하나기도 했는데요. 이 연습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당차고 밝은 모습으로 무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이번에 함께 길을 걷게 되진 못했지만, 앞으로도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보게 될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연습생입니다.”
어… 이거 약간 주홍플래그아냐..?ㅠㅠ
└아닐수도잇어 순위 변동 큰 애들이 원투가 아님
아 미친 주선이다
순위변동은 이백타 이주선이지 시박
더러운 세상아 우리 주선이 절대지켜
주홍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밝은건..
아 멘탈 털려 어케
“이주선 연습생.”
아 미친 주선아…………………..
주선아ㅠㅠㅠㅠㅠㅠ
팀 이판사판의 첫 번째 탈락 연습생이었다.
그랬기에, 모두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팀 이판사판의 연습생들은 모두 이주선에게 달려갔다.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넨 건 아니었다.
그저 꼭 안아 주었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제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항상 뭔가… 당연한 마음으로 사랑을 받아 왔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하지만 팬분들께 받는 사랑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사랑이었습니다. 감히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그런 과분한 사랑이었어요.”
이주선은 울지 않았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해 주신 컬러리스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또, 제가 이런 사랑을 받게 도와준, 이런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해 준… 다른 연습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는 건 이주선이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이었다.
이주선이 떨어져서 슬픈 게 아니었다.
이주선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너무나도 깊게 공감되어서.
사랑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이라는 것을, 오늘의 무대로 다시금 느껴서.
또 그래서 이 무대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였다.
“2위 연습생,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2위 연습생은.”
와 근데 되게 속전속결로 발표를ㅋㅋ
와 벌써 2위?
이걸 이렇게..
“김금. 김금 연습생입니다.”
역시 2위는 김금…
어차피 2위는 김금…
김금도 본인이 2위할 줄 알았을듯
이쯤되면 그냥 2위붙박이 김금 말고 이름을 은은으로 바꿔
“컬러리스트 여러분!”
김금은 정말로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드악!”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합니다! 저 금김! 절대로! 우리 컬러리스트님들과! 평생 함께! 무조건 사랑하겠습니다! 저를 무려 2위라는…! 엄청난 순위를 맛보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짧지만 간결한 소감 뒤에도, 기나긴 소감이 이어지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도희영의 사인에, 김금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제, 1, 5, 6위 발표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1위, 발표하겠습니다.”
도희영이 처음으로 큐 카드를 들고, 굳은 얼굴로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