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52
152
152. 나가 여왕 레시아
여울은 지스타드 왕국 본대가 있는 곳으로 귀환하여 레시아 왕국의 상황을 알렸다. 왕의 대리자 칼로스는 바로 진격을 명하여 몬스터들이 만반의 준비를 취하고 있는 성까지 쉬지 않고 진군했다.
그곳에 다다랐을 때, 칼로스는 검을 들어 몬스터들에게 뻗으며 크게 외쳤다.
“지스타드군이여! 돌격하라!!”
“돌격하라!”
“돌격하라!”
지스타드군은 레시아 몬스터군이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성벽을 향해 돌격했다. 몬스터들은 죽창과 화살, 바위들을 비처럼 쏘며 지스타드군을 견제했고, 그들은 방패를 앞세우며 멈추지 않고 앞으로 향했다.
채쟁! 챙!
여울은 선두에 서서 성벽에 도달했을 때 검은기사들을 소환하여 화살과 죽창을 날리는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에 지스타드군은 피해가 늘어나며 승리의 사기가 점점 꺾이기 시작했다.
“너, 너무 많아!”
“협공한 거 맞나? 이쪽으로 다 몰려 있는 거 아니야?!”
“크하악!”
지스타드군은 자신들보다 두세 배는 많은 몬스터들을 보며 절망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레시아군의 안쪽에서 바위를 날리던 투석기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
“모두 죽여 버려!”
“우와아!!”
그 함성 소리와 함께 성벽 위에서 화살과 죽창을 날리던 몬스터들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그 순간으로 충분했다. 지스타드군과 여울은 빠르게 다가가 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여울은 성벽 위로 올라서서 안쪽을 살폈다. 노예 복장의 인간들이 각자 검을 하나씩 들고는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다. 크레멘드가 말했던 해방군들이다. 그 중앙에는 크레멘드가 갈퀴 나가 한 마리와 싸우고 있었다.
“너…… 너 이 노옴!!”
푸욱!
그는 갈퀴 나가의 심장에 검을 깊게 찔러 넣으며 중얼거렸다.
“애초에 비린내 나는 것들에게 충성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힘을 잃고 축 처지는 갈퀴 나가의 머리를 잘라 높이 추켜들고 외쳤다.
“이 크레멘드가! 브리트라의 목을 베었다!!”
“와아아아!!”
브리트라는 크레멘드가 섬기던 갈퀴 나가이자, 이 레리프릴성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해방을 외치는 변절자 마인들로 인해 성 내부가 혼란스러워지고, 외부의 지스타드군이 그것에 힘입어 더욱 거칠게 밀고 들어왔으며, 여울도 검은기사들과 함께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레리프릴성은 반나절 만에 인간들에게 함락당했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과 인간들의 시체가 주변에 널브러졌다.
칼로스는 부상자들만 잠시 돌본 후에 바로 진격을 명했다. 협공은 각개격파를 당하면 끝이다. 잠시라도 공격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여울이 함께하는 지스타드군은 레시아 왕국 심장부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레리프릴성 안쪽은 아직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라, 레시아의 몬스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뚫리기 시작했다.
지스타드군은 여울이 머물던 콜로세움이 있는 거대한 성까지 진입했다. 그곳은 레시아 왕국의 수도로 불리는 켈피온성이었다. 켈피온성은 내성도 외성만큼이나 거대하고, 들어가는 입구도 세 곳이나 되었다.
여울과 지스타드 병사들은 북서쪽 문으로 진입했는데 그 길목에서 갑자기 병사들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푸욱!
“크으아악!!”
“크흡!”
두 명의 병사가 4미터는 될 법한 긴 창에 꿰여 하늘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 창의 주인은 크기만 5미터 이상으로 보이는 갈퀴 나가였다. 그녀의 몸은 푸르른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키하악!”
“크르르…… 이곳은, 아무도 지나가지 못한다.”
그 뒤로 비슷한 외형의 갈퀴 나가 두 마리가 더 나타났다. 그들의 네 개의 손에는 모두 가시와 같은 긴 창을 들고 있었다. 그 외형이 케라브 50층 보스인 나가 여왕과 매우 흡사했다.
칼로스는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여왕의 친위대…….”
친위대 갈퀴 나가들로 인해 병사들이 가차 없이 밀려났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병사들의 어깨를 밟으며 친위대를 향해 나아갔다. 검은기사들은 소환 시간이 다 되어 어둠의 세계로 역소환된 상태이기에 혼자서 저들을 처리해야 한다.
후웅! 훙!
여울은 검기 두 개를 연속으로 날리며 친위대들을 압박했다. 그의 뒤를 따라 칼라스와 레벨이 높은 기사들도 힘을 보탰다.
친위대 갈퀴 나가들은 이곳 북서쪽 관문에만 30여 마리 정도가 있었다. 관문이 세 개인 것을 생각하면 100여 마리는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른 관문의 친위대들이 이곳에 손을 보태지 않는 것을 보면 그곳도 빼낼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것. 세브렐 왕국이 이곳까지 도달한 것인가?
친위대들이 막아선 길목 끝에는 거대한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높이가 15미터는 되어 보이는 문이다. 여울은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쩌정!!
그 순간, 문이 강하게 열리며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여울은 그 빛의 에너지를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날아갔다. 그는 하늘 높이 떠오른 채 그 빛에 휩싸여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높고 거대한 문을 꽉 채우는 크기,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여섯 개의 팔에는 하나하나가 신검이라고 불릴 만한 서슬 퍼런 검들이 쥐여 있었다.
‘나가 여왕 레시아…….’
의심할 여지 없이, 저 존재가 나가 여왕 레시아가 분명했다. 그녀 외에도 저런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번 대전쟁은 패배로 끝이 날 것이다.
그녀는 빼곡하게 모여 있는 지스타드군을 보며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러자 그녀의 입과 눈에서 시리도록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퍼벙! 펑펑펑! 펑!
“끼야아악!”
“커헉!”
그 빛에 닿는 자들마다 뒤로 날아가거나 그 자리에서 몸이 터져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 강력한 한 방에 병사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모, 못 이겨, 저건 신이야.”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잘못된 선택이었어.”
파앙!
가공할 속도로 날아가던 여울은 벽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 몸을 뒤집어 그곳을 박차고 다시 레시아에게 튀어 나갔다. 베헤모스의 충격파와 비슷한 속성의 힘이다. 땅을 내려찍는 행동과는 달리, 입과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물리적인 힘을 보이는 것을 보면 뒤쪽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레시아의 검 하나가 여울을 향해 내려쳐진다. 그는 디카르를 뻗어 그녀의 검을 미끄러트리며 두 개의 손가락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옆구리에 길게 검을 그었다. 그의 검신은 검은화염으로 감싸여 있었다.
촤아아악!
레시아의 파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여울의 옷을 적셨다. 다시 뒤돌아서 등을 공격하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두 손이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
후웅!
두 손에 들린 검이 가공할 속도로 여울을 향해 날아들었다.
서걱!
몸을 비틀었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에 여울의 허벅지부터 어깨까지 길게 검흔이 생겼다. 검에 마비 독이라도 묻었는지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독 내성은 8레벨이 최고라는 것이 떠올랐을 때, 그녀의 꼬리가 몸을 덮쳤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에 몸 내부가 강하게 흔들렸다. 순간 의식이 끊기며 몸이 줄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저 멀리 날아갔다.
콰직! 콰광! 쾅쾅!
여울의 몸이 내성의 견고한 기둥 네 개를 관통하고 벽에 강하게 박혔다. 몸이 터져 나가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의 온몸은 이미 피투성이에, 눈은 뜨지 못하고 있었다.
“크흐, 흐으으…….”
그의 입에서 들리는 작은 신음 소리에 레시아는 용감하게 덤벼드는 지스타드 병사들을 귀찮다는 듯이 손쉽게 두 동강을 내며 육중한 몸을 옮겼다.
“다크네스…… 다크네스…… 네놈이 바로 예언의 밤의 왕이구나.”
그녀의 말에 여울은 간신히 의식을 차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네가…… 게이트를 여는 자인가…….”
콰직!
그 말에 레시아는 한 손을 들어 여울의 목을 틀어쥐었다. 그 손이 워낙 거대하여 온몸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녀의 손톱은 벽 안에 깊숙이 박혔다.
“네놈 따위가 감히 그분의 계획을 막는다고? 힘의 격차를 보여 주지.”
콰드드득!
그녀는 벽돌과 함께 여울의 몸을 강하게 쥐었다. 손안에서 바로 터트려 버릴 심산이었다.
“끄아아아악!!”
여울은 온몸을 조이며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성대가 찢어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여울의 얼굴에는 검은 핏줄이 울긋불긋 튀어나와 있었다. 레시아는 고통스러워 하는 여울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놈은 그분의 그림자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이 손바닥 안에서…….”
푸슉!
그때, 여울을 압박하던 그녀의 네 손가락에 혈선이 그어졌다. 그러고는 바닥에 힘없이 흘러내렸다.
“음?”
비현실적인 모습에 레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린 손가락 끝의 단면을 보았다. 그곳에는 파란 피가 울컥울컥 솟아나고 있었다.
“죽여야 할 때는 빠르게 죽여야 한다. 나처럼.”
여울은 낫 모양의 디카르를 다시금 검의 형태로 변환시켰다. 그의 온몸에는 검은 핏줄이 울긋불긋 솟아나 있었다. 전투에서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다크네스 버서커다.
그는 등 뒤에 있는 벽을 박차고는 그녀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가 디카르를 길게 휘둘렀다. 그녀는 여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을 쩌억 벌렸다.
“끼야아아아아!!”
인간이 낼 수 없는 고성과 함께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얼굴과의 거리는 5미터 남짓, 이 거리에서 저 에너지 빛을 맞으면 자신이라고 해도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 발사했던 속도를 떠올려 보면 저것이 뿜어져 나오기 전에 목을 벨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울은 몸을 보호하지 않고 디카르를 그대로 뻗었다.
그때.
푸북! 푹! 서걱!
레시아의 턱에 새하얀 대검이 꽂히며 입이 틀어막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옆구리에 긴 창이 쑤셔 박혔다. 여울의 검이 그녀의 목을 반쯤 베고 지나간 것은 거의 같은 순간이었다.
“카하…….”
검과 창의 주인은 방금 도착한 지프센 왕국의 바스크와 뮤탈 공작이었다.
가공할 속도로 짓쳐 오는 그들의 협공을 받은 레시아는 거짓말처럼 그 모습 그대로 멈춰 섰다. 뿜어 나오려던 푸른빛은 다시금 사그라지고 그녀의 눈은 점점 감겼다.
“끼야악!!”
그때 다시금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며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는 여섯 개의 팔을 사방으로 뻗으며 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바스크와 뮤탈 공작은 무기를 다시 뽑을 생각도 못 하고 그녀의 검을 피하며 뒤로 빠졌다.
훙훙! 후웅! 훙!
그녀는 눈이 돌아간 채로 검을 마구 휘두르며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 마구잡이라고는 해도 그 힘과 속도가 엄청났기에 거의 폭격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여울은 동체시력을 집중하여 그 검막을 바라보다가 디카르를 던졌다. 동시에 그는 바닥을 박차고 그녀에게 날아갔다.
푸욱!
디카르가 그녀의 검막 사이로 교묘하게 들어가 목 뒤에 박혔다. 아주 잠시 움찔한 그 순간, 그녀의 목 뒤에 다다른 여울이 디카르를 갈락의 대검처럼 거대하게 만들어 강하게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그녀, 나가 여왕 레시아의 목이 여울의 대검에 의해 완전히 잘려 나갔다. 잘린 단면에서는 선명한 파란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혼비백산이었던 병사들도 그 순간만은 시간이 멈춘 듯이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레시아를 신처럼 모시던 갈퀴 나가 친위대와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쿠우우우웅!!
그녀의 거대한 몸이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레시아의 축 처진 몸과 손에 힘이 풀려 검을 놓친 것을 보면 죽은 것이 확실했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레시아의 시체를 바라보며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때, 바스크의 뒤를 바짝 쫓아온 리디가 검을 추켜올리며 소리쳤다.
“와아!! 나가 여왕 레시아가 죽었다아!!”
“레시아가 죽었다!”
“레시아가 죽었다아아!!”
그 외침은 일파만파 퍼져 켈피온성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여울은 그녀의 잘린 머리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분이라……. 너희들 뒤에는 누가 있는 것이지? 예언은 또 뭔가……?’
얻은 것은 있다. 레시아는 ‘그’라는 자의 계획을 막는 자로, 예언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래가 있다는 것. 이제는 이곳의 게이트를 부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