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72
72
거대한 병원 건물의 외벽이 돌연 움푹 들어가더니 지름 4미터는 돼 보이는 원형의 블랙홀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그 기괴한 것을 게이트라고 불렀다.
게이트 바로 앞에는 한 남자가 그 안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손에 발목이 잡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광경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므로.
더구나 가만히 있다가는 저기서 나오는 괴물들에게 자신마저 위험해질 테니까.
병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 한 소대가 재빨리 다가와 게이트에 총을 겨누었다.
“젠장!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헌터가 지원할 때까지 대기, 이미 늦었다. 저 사람은 운이 안…….”
그때, 발목이 잡혀 있던 남자가 발을 들어 올리자 오크가 딸려 나왔다. 그는 들었던 발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퍼석!
그 한 방에 오크의 머리가 으깨졌다.
“응?”
“어…….”
그 모습을 본 경찰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오크는 발로 밟는다고 해서 죽일 수 있는 벌레 같은 놈이 아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괴력의 오크를 저렇게 간단히 죽이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 남자, 여울은 자신을 향해 소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들을 한 번 보았다가 게이트로 눈을 돌렸다. 게이트는 사람이 들어가는 순간 일시 정지되고, 안에 있는 게이트 키퍼를 죽이면 완전히 닫힌다고 했다.
이곳은 병원의 외벽.
이것을 가만히 놔두면 은서에게 해가 될 수 있었다.
어느새 더 모인 경찰들이 게이트를 향해 총을 겨누며 그에게 소리쳤다.
“위험합니다! 나오십시오!”
여울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 저 사람, 지금 혼자 들어간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준비하고 지원 요청이나 해. 바로 몬스터 튀어나올 테니까.”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죽으면 일시 정지되었던 게이트는 다시 활성화된다. 그러나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게이트는 잠잠했다.
그사이 근처에 있던 헌터 한 파티가 지원을 나왔다. 한 파티로 게이트를 닫는 것은 불가하지만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니 어수선했던 주변 분위기가 안정되었다.
긴장이 풀린 경찰들이 중얼거렸다.
“아, 안 나오는데요?”
“기다려. 고랭크 헌터니까 그렇게 무모했겠지. 그래도 긴장 놓지 말고…….”
그때, 게이트가 울렁거리며 검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경찰들은 동시에 총구를 그곳에 향했고 헌터들은 검을 뽑았다.
“나, 나온다!”
“사격 준비!”
스윽.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들어갈 때의 건조한 눈빛 그대로 자신에게 무기를 겨눈 자들을 슥 훑어보고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그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장내를 벗어나는 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은 입술을 떼지 못했다.
지이이잉.
그 뒤로 게이트가 울렁거리며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저 사람…… 아, 아니, 저 헌터님이 지금 혼자 게이트를 닫은 겁니까?”
“모, 몰라, 이 새끼야! 내가 어떻게 알아. 빨리 보고해!”
그날, 정보부에는 1인이 최초로 게이트를 닫았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 * *
여울은 정처 없이 걸어가며 방금 전 게이트 안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케라브 1층 대와 비슷하게 특수한 재질로 이루어진 동굴이었다. 중간중간에 미스릴이 벽에 박혀 있다는 것이 달랐고, 그 동굴의 끝에는 들어올 때 봤던 것과 비슷한 모양의 블랙홀이 벽에 열려 있었다. 그곳에서 오크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게이트는 다른 세계와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앞에서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놈도 오크였는데 전에 보았던 오크와 비슷한 정도로 강했다. 적어도 5레벨 이상, 49층에서 마주쳤던 라칸과도 비등했다.
마석도 큰 것을 가지고 있었다. 마석은 모든 몬스터에게 있지 않았고 20마리에 한 마리 꼴로 나왔다.
케라브에서 마석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여기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하다.
마석은 에너지원이니, 몬스터가 태어나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몸 안에 품은 마석이 커진다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가설이다.
마석을 캐내는 것은 은근히 귀찮았다. 심장이 아닌 단전 부근에 있고, 그나마도 손톱처럼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모든 몬스터의 몸을 뒤지다가 잘 안 나와서 게이트 키퍼의 것만 챙기고 나왔다.
길드에 가입하여 그곳에서 해결을 보는 방법도 있으나, 길드에 들면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수수료도 많이 떼어 가는 것으로 안다. 우선 혼자 돌아다니며 고민을 해 봐야겠다.
그때, 지나가는 길에 대문짝만 한 간판이 보였다.
마치 오래전 부동산 중개소처럼 작은 가게였다. 안에는 여인 한 명, 사내 두 명이 앉아 있다.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울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채굴 전문 드릴입니다.”
여인은 자연스레 자리를 안내하고는 마실 것을 갖다줬다. 그사이 사내가 다가와 물었다.
“어서 오십시오, 헌터님. 저는 채굴 업체 드릴의 한문입니다.”
한문이라고 소개한 사내는 먼저 명함을 건네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소속된 길드는 어디이십니까?”
“길드는 없습니다.”
“아, 그러면 팀을 꾸리고 계신 겁니까?”
“아닙니다.”
사내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혼자이십니까?”
“네.”
“혹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한문은 여울이 채굴 이외의 일로 왔다고 생각하여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되물었다. 여울은 더 이상의 물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헌터증을 보여 주며 대답했다.
“일대일로 채굴꾼을 계약하러 왔습니다.”
“아, 죄송하지만 일대일 계약은 채굴꾼 안전상…… 헤엑.”
한문은 A랭크 헌터증을 보고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A랭크는 전 세계 인구의 0.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헌터라는 축복받은 직업 중에서도 1퍼센트 안에 드는 최상위 헌터였다.
헌터 관련 업종에서 평생 종사해도 한 명 볼까 말까 한 사람을 지금 마주한 것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A랭크 헌터님을 몰라뵀습니다! 이거 죄송합니다. A랭크 헌터님이 길드가 없으실 줄이야…….”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여인도 같이 허리를 숙이고, 뒤에 있던 사내도 일부러 걸어와서 인사를 건넸다. 그 격한 반응에 거부감이 든 여울은 살짝 인상을 쓰고는 입을 열었다.
“계약은 가능합니까?”
아직 채굴 사업이 전문적으로 자리 잡지 않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에 영업 일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마주했던 한문은 여울의 스타일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런 사람들은 격식과 아부를 싫어했다.
그는 뒤로 보이지 않게 손짓을 해서 직원들을 앉히고는 자신도 자리에 앉으며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이래 봬도 우리 업체에 등록한 채굴꾼들이 많습니다. 힘이 좋은 일반인부터 F~D랭크 헌터까지도…….”
한문은 간결하게 필요한 말들만 딱 정리해서 말해 주었다. 축복받은 자라고 불리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헌터로 직업을 전환하지 않고 이렇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와 근접전으로 싸울 용기가 없거나, 금전적으로 다른 일이 더 돈이 되는 경우인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인은 사냥 후에 처분한 마석의 3퍼센트, 헌터는 10~15퍼센트, 같은 D랭크인데 딱 한 명만 20퍼센트를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을 잘해서 몸값이 높다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 길드들은 일반인을 쓴다고 한다.
여울은 짧은 고민 후에 그에게 대답했다.
“그 헌터로 계약하겠습니다. 20퍼센트.”
“역시 A랭크 헌터님은 통이 크네요. 그 친구가 지금은 계약 중이기에 3일 후부터 가능하고요, 계약금 300은 미리 주셔야 합니다.”
여울은 바로 그 자리에서 헌터증으로 계약금을 결제하고는 한 달간 계약을 맺었다. 일을 하는 걸 봐서 더 연장을 할 생각이다.
채굴꾼 계약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3일, 그사이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앞으로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계획해야 한다.
게이트, 헌터, 길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단어를 나열하고 나니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 * *
똑똑.
문 너머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여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때 보았던 여직원과 이진태가 보였다. 그는 여울을 발견하고는 벌떡 얼어서더니 다가와서 두 손으로 손을 잡았다.
“아이고, 헌터님! 들었습니다! A랭크 헌터님이시면서 왜 지금까지 숨겨 오셨습니까? 제가 그때 테스트가 다 끝날 때까지 같이 있지 못했던 것이 한이 됐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이 사람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대체할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를 찾아갔을 것이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여기 앉으시고,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건 뭐든 다 말해 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길드는…….”
전문적인 정보를 방출할 때의 이진태는 평소와는 다르게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정말로 물어보는 대로, 부연 설명까지 붙여서 정보를 공유해 줬다.
현재 한국에서 살아남은 대도시는 수원, 천안, 대구, 이 세 도시였다.
수원 정부 소속 헌터는 3,000명.
그중에 B랭크는 100명 내외, A랭크는 3명으로 모두 공무원이었는데 각성하여 특진한 자들이었다.
그나마도 급여를 따라 공무원을 그만두고 길드로 이동하여 실력 있는 헌터들은 대부분 길드 소속이다. 수원시에 주둔해 있는 길드는 대략 27개, 측정된 헌터는 1만을 조금 넘어갔다.
“A랭크는 좋은 특성을 가진 3레벨이나…….”
원래 B랭크는 신체 조건 좋은 2레벨에서 3레벨 헌터고, A랭크는 민첩, 혹은 근력 특성을 지닌 3레벨이나 일반 4레벨로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며칠 만에 전국에서 2,000명이 넘는 헌터들이 등록했다.
그들은 대부분 B랭크 이상이어서 랭크 기준이 대폭 바뀌었다. 이제 상위 1퍼센트를 지칭하는 A랭크는 5레벨 대라고 한다.
“게이트는 평균 이틀에 한 번…….”
게이트는 전국적으로 집계하면 평균 이틀에 하나씩 열린다. 수원 같은 경우 정부 소속 헌터들은 각지에 흩어져 있어 고랭크를 모이게 할 수 없어 초반 진압만 하면서 버티는 역할을 한다.
게이트에 진입하여 직접 닫는 것은 가장 먼저 도착한 대형 길드가 닫는다.
“예전에 서울역에 열려서 닫기에 실패한 게이트는 B등급으로…….”
벽 밖의 몬스터들은 어디에서 거주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자주 발견된다. 초반에는 서울역 게이트를 기점으로 생기는 모든 게이트를 닫지 못하여 추정 몬스터만 수십만이었다.
서울역 게이트의 게이트 키퍼는 검은 털을 지닌 고릴라의 외형에, 두 주먹에서 용암이 흐른다고 한다.
‘화염 고릴라…….’
길드는 솔로로 몬스터 사냥이 불가하다는 현재 상황의 특성 때문에 모일 뿐, 마석을 모으며 돈을 벌기에는 솔로가 훨씬 이득이다.
몬스터는 바깥에서 찾아보면 많을 것이고, 전국에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게이트를 찾아다니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하여 여울은 벽 밖으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3일이 지나 ‘드릴’을 찾아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견고해 보이는 배낭을 메고 있는 짧은 머리의 사내가 눈이 띄었다.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팔뚝이나 체형을 보니 운동량이 상당해 보였다.
이런 자가 왜 헌터가 되지 않고 채굴꾼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엇, 오셨습니까! 20퍼센트 채굴꾼이 이 친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세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양쪽으로 축 처진 눈을 보니 이해가 되지 않던 마음이 조금 풀어진다.
“바로 가죠.”
“네, 알겠습니다, 헌터님!”
세진이라고 소개한 사내는 전에 사람을 만나는 일을 했는지 너무 말이 많거나 적지도 않고 딱 적당함을 유지하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했다.
벽 밖으로 이동하던 중,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중얼거렸다.
“아, 일대일로 채굴을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떨리네요.”
“저도 처음입니다.”
“아고, 말 놓으십시오…… 네?”
탕, 타앙! 탕탕!
그때, 정면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금 더 가 보니 전에 병원에서 본 것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란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아직 대형 길드는 도착하지 않았는지 게이트 안에서는 몬스터들이 쉴 새 없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한 번 들어가면 돈은 되지만 찾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게이트가 눈앞에 떡하니 열렸다. 여울은 고개를 반쯤 돌려 그에게 말했다.
“갑시다. 저 안으로.”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