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71
71
* * *
수원 벽 너머, 수백 마리의 몬스터 무리에 맞서 채 백 명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돌진하고 있다.
벽 안쪽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헤에엑! 미쳤어!”
“저 사람들 뭐야?!! 단체로 자살하려는 거야?”
“오우거도 있는데 저 수로 대체 뭘 하겠다는…….”
그때, 가장 선두에 방패를 든 사내가 몬스터 무리와 충돌했다. 사람들은 그가 금세 짓밟혀 먼지처럼 사라질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쾅쾅쾅콰쾅! 쾅!
몬스터들이 그의 방패에 부딪쳐 날아간다. 정면으로 부딪친 놈들은 하얗게 서리가 지며 몸통이 터져 나간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길이 만들어진다. 그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와도 같았다.
“으아아악!!”
“뭐, 뭐야!! 저게!!”
“세상에…….”
벽 안 사람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며 경악했다.
트롤만 해도 B랭크 헌터는 되어야 일대일로 잡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이다. 저 정도 숫자면 헌터가 적어도 2천 명 이상은 되어야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신으로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을 날려 보내니 눈앞에 펼쳐지는데도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서걱! 스윽!
그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사람들이 간발의 차로 몬스터 무리와 맞붙는다. 그들은 쓸리기는커녕 놈들의 머리를 밟고 그 위로 날아다니는 신기를 보였다.
“헤에엑…….”
본연의 임무를 잊고 총구를 내린 채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들과 같은 헌터들도 지금 반응은 일반인들과 동일했다.
‘급’이 다르다. 오크 한 마리, 트롤 한 마리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으쓱했던 어깨가 지금은 부끄러울 터였다.
단 한 명이 엄청나게 강하면 특출한 랭커가 나타났다며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한 무리가 되면 경악을 넘어서 눈을 의심하게 된다.
신선한 충격에 할 말을 잃고 적막이 감돌 때, 한 사람이 방금 전에 그들이 외친 말을 기억해 내며 중얼거렸다.
“대…… 한길드라고 했던가?”
“저런 실력자들이 모두 한 길드라고?”
“우리도 이제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 그래, 총이라도 한 방 쏴야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벽 아래로 내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여울은 벽 위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진후…….’
그가 홀로 오우거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띈다. 놈의 발에 돌진하여 넘어트리고 검과 방패로 머리를 내려찍어 빠개 버린다. 마지막으로 봤던 진후의 강함을 생각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만큼 몬스터가 강해졌다는 것.
케라브에서의 마지막 시스템 음성의 뜻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마주쳤던 것은 몬스터가 막 생성되었을 때의 레벨, 이곳은 몬스터도 레벨이 올라 강함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여울은 군인과 수원 소속 헌터들이 그곳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는 뒤돌아섰다.
그날, 수원 도시는 몬스터 대규모 습격에서 처음으로 희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 * *
여울은 텐트 집이 있는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지연과 은서는 체육관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한길드가 모였더군.”
그녀도 대한길드의 수뇌부 출신이다. 그녀는 언제 생겼는지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봤어요. 신고식 한번 화통하게 치렀더라고요.”
“가야 하지 않나?”
여울의 물음에 지연은 고개를 내려 은서를 잠시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글쎄요. 조금만 더 쉬고 싶어요. 괜찮죠?”
자신이 쉬겠다는데 왜 허락을 받는 어조인지, 여울은 그 알 수 없는 찝찝함을 털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둘의 대화를 듣던 은서가 조용히 지연의 손을 잡아끌어 팔을 안았다.
다음 날, 수원시 전체가 뒤집어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성, 대한길드
-전원 A랭크 추정 대한길드,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금의환향? 0726 대규모 실종 사건 피해자들, 고랭크 헌터가 되어 귀환
-랭크 기준 대폭 조정, 수직 상승한 랭크의 벽
인터넷에는 대부분이 대한길드와 귀환자들에 관한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대한길드가 물꼬를 트며 케라브에서 귀환한 헌터들이 너도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인들은 그들을 구원자라고 부르며 경외심을 표했고, 기존 헌터들은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그 이면에 질투심이 깔려 있었다.
백 명도 되지 않는 인원으로 몬스터 군단을 쓸어버리고는 수원 도시로 고고히 귀환하는 진후에게, 수많은 길드와 기업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거부하고 전국으로 나가는 인터뷰 하나만을 수락했다.
“대한길드 대원들, 이 방송을 보면 나 김진후를 찾아오십시오.”
그의 인터뷰는 매우 짧고 굵었다. 방송이 나간 이후에는 ‘김진후’가 누구인가부터 대한길드에 관한 이야기로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 * *
새하얀 시트와 커튼이 쳐져 있는 병실, 한 사내가 침상에 누워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이야, 김진후 잘나가네. 카리스마 있네, 아주 그냥, 나 김진후를 찾아오십시오, 캬~!”
“우리도 인터뷰 하나 따야 되는 거 아니야?”
사내 옆에 앉아 있는 덩치 큰 사내, 담덕이 대답했다. 두 다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는 사내는 서한이었다. 이곳으로 올 때 둘만 같은 곳에 떨어진 것이다.
“뭐더러? 원팀 찾으러?”
“알아서 찾아오겠지, 걔네 말고 그 여자 찾으러.”
“아…… 그 주보라?”
“응.”
서한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우, 됐어. 수술도 잘됐다고 하잖아. 그 양반이 여기 오면 손대야 할 사람이 한둘이냐? 평생 여기서 남의 아픔 끌어안다가 늙어 죽게 할 수 없지.”
“그래도 그 다리로 어디 옛날 움직임이나 나오겠어?”
서한은 담덕에게 수건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야, 내가 이래 봬도 너보다 빨라, 이놈아!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나가서 돈이나 벌어 와.”
“아, 수술까지 시켜 줬더니…… 안 그래도 나갈 거요, 여기서 3개월 동안 못 움직인 댔지?”
“왜, 드디어 가족 찾으러 가게?”
담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주며 대답했다.
“가족은 무슨…… 이거 비싼 거요. 벽 밖으로 나가면 연락 잘 안 된대.”
서한은 상체를 들어 그가 준 휴대전화를 대충 살펴보고는 다시 누웠다.
“연락 안 한다. 아무 때나 와서 귀찮게 하지 말고 3개월 동안 쭈욱 나가 있어라.”
“안 그래도 그럴 거요. 몸조리 잘하슈…… 대장.”
담덕은 그 말을 끝으로 병실을 나섰다.
* * *
여울은 수술비를 대출받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재앙 전 서울보다도 더 인구가 많다고 하는데 길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훨씬 적었다. 큰 거리임에도 당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백 명 이하였다.
드문드문 총을 든 군인들 세 명씩 순찰을 다니고 있고, 은행이나 백화점, 학교, 마트, 공공 기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열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삼엄한 경비에도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했다.
“헌터가 있어야지, 총잡이들이 아무리 많아 봤자…….”
“그치, 그 괴물들한테 총알이 뭐 얼마나 통한다고.”
수원 도시 전체를 벽으로 둘러쌌지만 언제 어디서 게이트가 생길지 모르니 그 불안감에 거리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은행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경찰들이 소지품 검사를 했다. 무기가 나오면 압수했다가 볼일을 끝내고 나갈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무기가 합법화되고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여울은 베아를 맡기고 은행 창구로 갔다. 은행원이 있는 곳은 마치 교도소 면회 장소처럼 방탄유리로 막혀 있고 구멍만 송송 뚫려 있다. 아래 부분에만 뚫려 있어 사각형의 바구니만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석을 팔거나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업무 보러 오셨죠?”
“대출 받으려고 왔습니다.”
은행원은 얼굴을 가까이하여 여울을 살짝 훑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주민증 보여 주시고요. 이거 작성해 주세요. 요즘은 심사 통과하기 힘든 건 알고 계시죠?”
여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주민증 대신 헌터증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은행원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 어, A랭크…… A랭크 헌터셨군요. 아이고, 빨리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거기, 성함하고 금액만 적어 주세요.”
그의 말대로 적고 서류를 건네자 그가 날듯이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러고는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와 헌터증을 돌려주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헌터증 통장에 대출 금액 입금해 드렸고요. 거기 앞에 기계에 비밀번호하고 지문 등록만 해 주시면 됩니다.”
“끝난 겁니까?”
“아, 네네, 현금으로 드릴까요?”
헌터증으로 카드처럼 사용이 가능한 듯하다. 여울은 헌터증을 뒤집어 앞뒷면을 한번 훑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살펴 가십시오!”
은행원은 여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대출을 받은 여울은 은서를 데리고 바로 그때 그 병원을 찾아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수술도 선금을 받지 않으면 수술팀을 빼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아직 못한 것이었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동안 여울은 은서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두 발목을 거의 잘라 내는 수술이다. 아직 15살의 나이에 많이 두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무섭다고, 수술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한 번도 꺼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불편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은서를 이렇게 만든 것들…… 자신이 직접 처리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아…… 빠.”
은서가 손에 힘을 쥐며 여울을 불렀다.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새어 나온 것이다. 침대를 같이 옮기는 간호사들은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로 여울을 바라보고 있다.
“미안, 미안해, 우리 딸.”
“걱정하지 마, 나 수술 잘 받고 올게요. 기다리고 있어.”
“응, 여기 그대로 있을게, 얼른 다녀와.”
“알겠어, 아빠 안뇽.”
은서는 두려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마지막까지 손을 발랄하게 흔들었다.
수술은 6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하반신만 마취를 한 은서는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미소를 지어 주며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마취가 되었다고 해도 혼자 그 긴 시간 감당해야 할 두려움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수술은 잘되어서 3개월간 입원하면서 관리만 잘하면 걸어 다니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한다.
여울은 은서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 이걸 세 번 누르면 아빠한테 응급 신호가 가. 근데 밖으로 나가면 잘 연락이 되지 않을 거야. 나가기 전에 아빠가 은서한테 꼭 얘기할게.”
“응, 걱정 마. 아빠도 알잖아, 나 지금 다리 못 써도…….”
은서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여기 있는 사람 다 죽일 수 있어.”
“응?”
여울은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돌려 은서와 눈을 마주했다. 은서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그냥 그만큼 강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순간 솜털이 오소소 섰지만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하게 안정이 되기도 한다. 은서표 안심법이 통한 듯하다.
여울은 병실을 둘러보고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은서야, 아빠가 있는 이상 은서는 일반 학생이야. 평범하게, 전처럼 친구들하고 학교 다니면서 지낼 거야. 그런 생각도, 행동도 하면 안 돼요. 알겠지?”
“알겠어…….”
은서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은 은서와 인사를 건네고는 병원 밖으로 나왔다. 대출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한 달 뒤부터 시작이고, 이제 은서와 함께 살아갈 집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은서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케라브에서 그런 충격적인 일을 겪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다 보니 정상적인 15살 여학생의 정신 상태가 아닐 거라고는 조심스레 예측했었다.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신만의 욕심일지 모른다.
지금 그 의외의 말을 들으며 순간 떠오르는 한 가지는 ‘살인 충동만 자제시키자’였다. 간접적이라고는 해도 자신의 손짓, 명령에 의해 인간형의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는 살인 중독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앞으로 깊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턱!
무언가가 발목을 강하게 잡았다. 여울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굵고 단단해 보이는 초록색 손이 보였다.
“꺄아아악!”
“게, 게이트다!”
“몬스터다!!”
“게이트가 열렸다!!”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발을 잡아끌려는데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반대로 딸려 나온 오크와 여울의 눈이 마주쳤다.
“크룩?”
잘됐다. 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