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85
85
그 거대한 성벽을 뒤덮은 몬스터 무리를 본 헌터들은 입을 쩌억 벌리면서 진저리를 쳤다.
“헤에엑…….”
“이런 미친…….”
“야, 저건 안 돼, 튀자.”
그때, 장내를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한!! 전진하라!!”
“전진하라!!”
그 소리와 함께 검은 코트 모양의 방어복을 입은 대한길드의 대원들이 겁을 상실한 듯이 달려 나갔다. 그들이 나섰지만 바로 뒤따르는 자들은 몇 명 없었다.
“쟤네는 어차피 날아다니는 애들이니까…….”
“죽지 않을 자신이 있는…….”
모두들 주춤하는 순간 뒤에서 귀청을 찢을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한! 돌격!”
“돌격!!”
“돌격!!”
그와 동시에 새하얀 무리가 우르르 달려 나갔다. 대한길드는 20명이기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200명이 넘는 신한길드의 대원들이 돌격하니 그 사이에 자신이 껴도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헌터들이었다.
사기가 급상승한 다른 길드들은 그들을 따라서 달려 나갔다. 점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욱 줄어들자…….
“에, 에잇! 가 보자!”
“가자아!!”
서인교는 여울의 등을 살짝 두 번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도 가자고, 개인 헌터 욕먹기 전에.”
“예.”
인교는 앞으로 나서며 돌연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자 무언가가 쑤우욱 빠져나왔다. 전에 봤던, 허리춤에 달린 검이 아니었다. 검신의 길이가 2미터는 될 법한 길쭉한 태도인데 검날은 붉고 뒷부분은 검은 특이한 태도였다.
그는 두 손으로 태도를 잡고 달려 나갔다. 가볍게 뛰는 듯이 보이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덩치와는 다르게 민첩특성인 듯하다.
스겅! 서걱!
그는 태도를 추켜올려 몬스터의 허리부터 어깨까지 사선으로 썰어 버렸다. 그 경로에는 심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움직임이 매우 간결하고 정확하다.
5레벨로 보았던 것을 정정한다. 그 이상의 레벨이다. 제대로 판단이 불가한 자, 케라브에서 본 적이 없는데…….
“저, 저 아저씨…….”
아직도 몇 명의 헌터들이 몬스터 무리에게 뛰어들지 못하고 남아 있다. 그중에는 지산길드의 그때 그 길드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인교의 움직임을 보고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여울은 칼론의 주머니에서 갈락의 대검 손잡이를 꺼내어 바닥에 내리쳤다.
쿠웅!!
크기에 비하여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길이 3미터에, 폭이 50센티는 되는 괴물 같은 대검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지산길드 길드원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울은 그를 힐끗 보고는 그것을 한 손으로 들어 사선으로 뻗은 채 달려 나갔다.
진후는 몬스터들의 머리를 밟으며 깊숙이 들어가더니 돌연 높이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하늘로 추켜올린 방패를 아래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쩌저어엉!!
타격점을 중심으로 새하얀 냉기가 넓게 퍼져 나갔다. 반경 10미터 안에 있는 몬스터들은 그대로 하얗게 얼어붙었다. 그러고는 몇 초 되지 않아 우두두 부서지기 시작했다.
진후에게서 더 강렬해진 냉기가 느껴졌다.
여울은 대검을 들고 수원 헌터들이 싸우고 있는 곳의 반대로 달려 나가 대검을 휘둘렀다. 갈락의 대검으로 직접 몬스터를 잡는 것은 처음이다.
후웅! 후우웅!
대검의 휘두름에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다. 한 번에 서너 마리씩 부서지며, 막아도 으깨지고 날아가니 방어가 의미 없는 대검이었다.
지연과 보라, 둥둥이 있는 신한길드는 흩어지지 않고 열을 맞춰 체계적으로 집단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동안 백병전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나며 안정적으로 몬스터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30분, 초반 기세는 좋았으나 그 수가 너무 많고 심장이 찔리지 않은 몬스터들은 다시 일어나기 때문에, 지친 연합군에는 점점 사상자가 늘어났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서운 경감은 고개를 저었다.
“보고가 잘못됐어. 이 새끼들…… 이건 3만 마리가 아니야, 최소…… 5만 이상이다.”
후퇴해야 할까? 성벽 위에서 필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중국 헌터들과 군인들이 눈에 밟힌다. 과연 가능성이 있는 작전인가? 경감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했다.
믿고 왔던 S랭크 진후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쓰며 랭크에 맞는 무위를 보여 주고 있으나 수가 너무 많고 하나하나 강력하다. 그 날고 긴다는 대한길드 대원들도 애를 먹고 있다.
나머지 연합군들도 처음 기세가 모두 꺾였다. 신한길드마저도 진형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때, 저 멀리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돌격!!”
“돌겨어어억!!”
다른 쪽에서 수백 명의 헌터들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말인 것을 보면 대구나 천안연합군으로 추측된다. 반대편에서도 지원을 오는 헌터들이 보였다. 중국에서도 타성에서 지원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숫자.
콰아아아아앙!!
그때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지축이 울렸다. 경감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지름 50미터의 공간에 100여 마리에 가까운 몬스터가 묵사발이 나 있었다. 일반 폭탄으로는 저런 화력을 낼 수 없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 한국 헌터로 보이는 누군가가 우뚝 서 있다. 거대한 대검을 한 손으로 들고 있다. 저런 대검을 든 자는 자신의 연합군에서는 본 적이 없다. 경감을 그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쩌면……!”
* * *
서걱! 서걱!
붉은 눈을 빛내는 몬스터들이 끝없이 깔려 있는 곳, 한 청년이 가공할 속도로 날아다니며 놈들의 목을 날리고 있다.
그는 갑자기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고 당황하여 전력을 다하고는 쿨타임이 다 된 수언이었다. 그는 나가의 검들을 거두고는 크릴의 뿔을 뽑아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신경질적으로 날리고 있었다.
“개, 개싯끼! 더럽게 많아! 대, 대체 한국은 어디야!!”
길치 수언은 처음 연변에 떨어져서 반대로 이동하다 보니 더욱 한국과 멀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낯선 자들을 꺼리는데 말도 통하지 않으니, 수언은 사람들을 멀리하며 먹을 것만 훔쳐 먹으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낯익은 언어가 들려왔다.
“돌격!!”
“돌겨어어억!”
수언은 귀를 쫑끗했다. 한국어가 분명하다. 지구에 와서 처음 들은 한국어다. 그는 바로 방향을 틀어 그곳으로 가 보았다. 몬스터들과 싸우는 수백 명의 헌터들이 보인다. 수언은 위기에 빠진 한 사내를 구해 주며 그에게 물었다.
“하, 한 싯팔! 아, 죄송합니다. 한국인입니까?”
그 사내는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언을 보고는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때, 여인의 당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엇, 너는?”
고개를 돌려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여인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가슴이 두드러지는 여인이다.
“그때 그…… 30층에서 여울이랑 있던 애 맞지?”
여울을 언급하자 수언은 흥분하며 물었다.
“여, 여울 아젓씨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퍼억!
그녀는 다가오는 오크 한 마리의 심장을 정확히 꿰며 말했다.
“아, 나도 그건 몰라. 일단 이것 좀 도와줄래?”
“에, 에…….”
그녀를 돕다 보면 한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돕기 위해 등 위에 검을 다시 뽑아 들려는 찰나,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그 소리에 수언의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졌다.
이 소리를, 이 울림을 절대 잊을 수 없다. 수천 번도 더 느꼈던 그 익숙함. 수언은 즉시 그 소리의 진원지로 날아갔다.
저 멀리 무식하리만치 거대한 대검을 가볍게 들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케라브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던 사람, 바로 여울이다. 수언은 그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휘이잉!
여울은 가공할 속도로 날아오는 존재를 느끼고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젓씨!!”
콰아아앙!!
수언은 두 손발을 앞으로 펼치며 그에게 바로 안겼다. 여울은 그 중력을 그대로 받느라고 뒤로 네 걸음이나 물러났다. 끈적한 몬스터들의 피가 밟혔다. 여울은 수언을 내려놓고는 머리 위에 두터운 손을 툭 얹혔다.
“수언이구나.”
수언은 고개를 숙이고는 울먹거리다가 다시 콱 안겼다.
“으헤에엥! 내, 내가 얼마나 한국 가려고 했는데…… 다 중국 사람들…… 흐어엉!”
여울은 한 손으로 그의 등을 토닥이며 다른 손으로는 대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그때, 여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연합군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후퇴!! 후퇴하라!!”
“후퇴하라!!”
“후퇴하라!”
사람들이 미친 듯이 복명복창을 하며 뒤로 빠지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성벽을 넘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던 그 수많은 몬스터들이 갑자기 뒤돌아서 연합군에게 경로를 틀고 있었다.
좀비 몬스터들은 그 높이에서 바로 떨어지며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부러져도 다시 일어나 연합군에게 덤벼들었다. 뒤에서 몰려오는 놈들도 모두 연합군에게 방향을 틀었다.
이 적은 수로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헌터들이 몬스터들보다 훨씬 더 강해서가 아니다.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그 뒤를 치는 기습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두 마리만 몰려도 대한길드 대원들 외에는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
“꺄아아악!”
“으허억!”
좀비 몬스터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연합군을 덮쳤다.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지고 놈들에게 둘러싸여 사지가 찢겨 나갔다.
지연은 최대한 길드원들을 챙기며 뒤로 한 템포 늦게 빠지고 있다. 지연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검푸른 암살트롤이 그녀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 넣었다. 뒤늦게 서슬 퍼런 단검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피할 타이밍이 늦은 때였다.
챙!
트롤의 검이 위로 튕겨 나가며 지연의 몸이 확 당겨졌다. 뒤돌아서니 보라가 보인다. 한참 전에 빠진 것으로 아는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때.
끼야아아아악!!
사람이 낼 수 없는 초고음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주변 헌터들은 물론, 지연과 보라마저도 몸이 경직되었다.
몬스터 군단이 덮쳐 오니 1초라도 눈을 떼면 위험한 상황.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검은 머리칼의 마녀가 지척에서 손을 뻗는다. 그녀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보라의 하얀 볼에 닿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이 눈앞에 파란 눈을 반짝이는 마녀의 몸이 옆으로 늘어졌다.
퍼어어억!!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멈췄던 시간이 풀리고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마녀의 몸이 거대한 대검에 치여 옆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 거대한 대검을 들고 공중에 떠 있는 여울이 보였다.
그는 두 여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서 가라.”
그 말만 남기고는 몬스터들을 넘어서 마녀를 쫓아 날아갔다. 그의 뒤로 네 개의 검과 함께 수언이 지나갔다.
보라는 지연을 보채며 바로 빠졌다. 뒤에는 한 대 남은 장갑차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화물 트럭처럼 뒷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려 있다. 몇 명의 헌터들이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쳐 내며 소리쳤다.
“빨리빨리!!”
“달려!!”
보라와 지연은 달려가서 차 위에 간신히 올랐다. 지연은 타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아직!!”
그때 보라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니, 언니, 저 둘은 탈 생각이 없어요. 둘은 그냥 레벨업하러 온 거예요.”
“그…….”
지연은 보라의 단호한 얼굴을 가만히 봤다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츠펑성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둘에게 이곳은 그저 좋은 사냥터일 뿐이다.
지칠 줄 모르는 몬스터들이 바짝 달라붙는다. 헌터들은 차량 뒤쪽에 진열된 마력총을 쏘면서 놈들을 떨어트렸다. 장갑차의 속도가 점점 붙자 놈들이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