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28)
1028화 알자스-로렌. (6)
합스부르크의 사자에게 답을 주고 보낸 다음 날, 제국은 바로 이탈리아로 사자를 보냈다. 피렌체에 도착한 제국 사자를 통해 상황을 전달받은 이탈리아 주재 제국 대사는 사자와 함께 이탈리아 통일 정부를 방문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바로 통일 의회의 의원들을 소집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제국은 합스부르크에 돌격차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돼!”
제국 대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의사당 안은 의원들이 지르는 노호성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땅땅땅!
“정숙! 정숙! 정숙하시오!”
의사봉을 두들겨 의원들의 소란을 가라앉힌 의장은 제국 대사에게 한마디 했다.
“제국은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오? 우리 이탈리아와 합스부르크의 관계를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오.”
의장의 질문에 제국 대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국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때문에 말입니다. 요즘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의 역학구도를 아시지 않습니까?”
“흐음……”
제국 대사의 대답에 의장과 의원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가 로렌 지방의 주교령을 차지하면서 유럽 본토의 역학 구도가 복잡해졌다. 그동안 이어진 전쟁, 특히, 이탈리아의 통일 전쟁의 결과로 유럽은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 하지만, 로렌 지방의 주교령을 프랑스가 손에 넣으면서 프랑스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게 되었다.
-지금 당장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프랑스가 로렌의 주교령들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후가 문제다. 모든 유럽은 프랑스의 눈치만 살펴야 할 거다.
이것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의 예상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고, 다른 나라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근심으로 밤을 지새웠다.
“제국이 프랑스에 전선을 팔고, 합스부르크에 돌격차를 파는 것은 전쟁을 원해서가 아닙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함입니다.”
대사의 말에 의장이 나서서 문제를 지적했다.
“제국의 뜻은 잘 알겠소. 하지만, 우리 이탈리아와 합스부르크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사 관계를 고려하면 심히 유감스러운 결정이오.”
의장의 말에 제국 대사는 바로 대답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균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국이 프랑스에 해응급 전선을 팔았을 때를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대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장과 의원들의 표정이 변했다. 상업 귀족들이 대부분이었던 덕에 대사가 말한 의미를 바로 알아챈 것이었다.
“흐음…..그러니까, 제국은 우리 이탈리아에도 돌격차를 팔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제국은 합스부르크와 이탈리아 모두를 상대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설마요. 제국은 언제나 이탈리와의 관계를 중시합니다. 때문에, 합스부르크의 경우와 달리, 우대 정책을 취할 것입니다. 동맹이니까 말입니다.”
“동맹이라….그러면, 가격 할인을 해주겠다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다른 것, 예를 들어 기술 지원 같은 것도 있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것 전부는 안 되는 것이오?”
“그것은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를 시작으로 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피 튀기는 흥정이 시작되었다.
* * *
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흥정은 치열했다. 대부분이 도시의 상업 귀족들인 이탈리아의 의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노력했고, 제국은 ‘적정선’은 고집했다. 그리고 주도권은 제국에게 있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이탈리아가 판을 엎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부하 관리의 걱정에 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합스부르크에 돌격차가 들어가는 한,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어.”
“하지만, 이탈리아의 요구 가운데 제국이 수락한 것이 거의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균형’을 주장한 것이 아닌가? 이탈리아가 원하는 수준만큼 기술지원을 해주면 균형이 뒤집어질 수 있어. 그러니 우리 제국은 응할 수 없지.”
‘물론, 돌격차를 뜯어 본 다음에 역설계를 시도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 하지만, 합스부르크도 그렇게 할 것이고, 그다음에 벌어지는 경쟁까지 제국이 책임질 필요는 없지.’
그런 속내를 중얼거리며 대사는 말을 이었다.
“제국은 어디까지나 생색을 내면서 적당히 넘겨주는 것으로 끝내야 해.”
결국, 제국과 이탈리아의 협상은 제국의 의도대로 끝맺었다.
-합스부르크 적용 판매가 대비 30% 할인.
-유지, 보수에 관한 기술 이전.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많이 부족한 계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돌격차의 도움을 받았던 피렌체, 돌격차에게 매운맛을 봤던 밀라노는 당연히 돌격차를 원했다. 합스부르크라면 이를 박박 가는 베네치아는 매우 강력하게 돌격차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탈리아 경제의 핵심을 차지한 ‘북이탈리아 동맹’의 강력한 요구에 이탈리아 정부는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제국은 원하는 결과를 좀 더 쉽게 손에 넣은 것이었다.
“이로써 재경부도 좋아하겠군. 도로 용광로에 녹이는 것보다는 이익이니까.”
* * *
한편, 서울에서는 무기 판매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설전의 시작은 한 무더기의 상소가 올라오면서였다.
“무기 판매에 관한 상소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황제 폐하와 조정에서 천한 장사를,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 병기를 판다고 욕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것인가? 세월이 그렇게 지났는데도 고지식한 이들은 줄지를 않는군.”
도승지의 말에 좌부승지가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 내용도 있지만, 그게 아닌 내용이 더 많습니다.”
“그게 아닌 내용?”
“제국군이 사용하는 무기를 팔아 제국군이 위험해지니 이를 금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응?”
조보를 통해 제국이 유럽 열강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해응급과 같은 강력한 병기를 판다는 소식이 제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러자 이를 반대하는 상소문들이 밀려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 제국이 타국에 파는 병기들은 그 강력함이 비할 것이 없는 것들이다.
-이 병기들의 위력을 보면 우리 제국군에게도 위협적일 수 있는 것이 많다.
-문제는 나라 사이의 관계가 언제까지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제국의 병기를 사간 국가가 제국을 적대하게 된다면 제국군이 위험해진다.
-결론: 제국군이 사용하는 무기들의 타국 판매를 금해야 한다. 단돈 몇 푼에 눈이 멀어 타국에 무기를 팔아넘기는 놈들은 당장 기록원에 처넣어야 한다!
“허어……”
승정원을 통해 올라온 상소문들을 확인한 현과 대신들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한명회의 평가에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 문제요. 흐음….그나저나 ‘단돈 몇 푼에 눈이 멀어 무기를 타국에 파는 놈들은 당장 기록원에 처넣어라!’라….. 짐부터 기록원에 들어가야 하나?”
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명회를 시작으로 대신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즉시 이 작자들을 추포(追捕)해 오라 하겠사옵니다!”
“이 자들을 심문해 불측한 마음이 있는지 따져 보겠사옵니다!”
대신들의 말에 현은 손을 내저었다.
“됐소. 이들은 그저 생각이 다른 것뿐이니 죄를 물을 필요는 없소. 물론, 재가를 한 것은 짐이라는 것을 이들도 모르지는 않겠지만…..”
뭔가 앞뒤가 미묘하게 다른 현의 말에 대신들은 모두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어쩌라고!’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대신들이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현이 입을 열었다.
“제국군의 무기가 제국군을 상대로도 치명적인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요. 짐 또한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이미 제국군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만든 마라가 한둘이 아니오. 그런 이들에게 위협을 받는 이웃 국가들을 위해 제국군의 병기를 내어 주는 것은 순리라 할 수 있소.”
여기까지 말한 현은 잠시 목을 축이고는 말을 이었다.
“도승지는 들으라.”
“예, 폐하.”
“스스로 내어준 검에 찔릴 것을 근심해 검을 내어주지 못한다면, 어찌 제국이라 자신할 수 있겠는가? 제국군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짐은 믿고 있다. 그러하니, 제국의 백성들도 짐과 제국군을 믿으라. 이는 짐의 진심이니 도승지는 이를 조보에 실어 제국 전역에 알리도록.”
“명을 받드옵니다.”
도승지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한명회가 나서서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께서 이리도 제국군을 신뢰하시니 제국군의 장졸은 매우 기뻐할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의 신뢰에 답하기 위해 장졸은 최선을 다할 것이옵니다.”
한명회의 뒤를 이어 장항선과 국방부 장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다.
‘당분간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바쁘겠군.’
그리고 나중에 소문을 통해, 아니면, 조보를 통해 현의 발언을 접한 제국군은 계급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표정이 되어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나!”
“폐하께서 저렇게 말씀하셨으니, 거기에 보답한다고 죽어라 돌릴 텐데! 당분간은 곡소리가 나겠구나!”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그따위 상소를 올린 거야!”
* * *
제국군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을 때, 현은 향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 같아서는 속내를 있는 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습니다.”
현의 말에 향은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랬다가는 우리 꿍꿍이가 전부 들켜버리니까?”
“그렇습니다. 속은 시원하지만, 쓸데없는 변수가 늘어나는 것은 더 안 좋은 일이니 말입니다.”
해응급을 시작으로 제국이 팔아넘기는 무기들은 2선으로 밀려나는 무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위험하기는 하지만 제국에게는 이를 제압할 수단이 있다는 소리였다. 오히려, 향과 현이 더욱 신경 쓰는 것은 ‘변수’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었다.
-제국이 넘겨준 무기를 받는 순간부터 저들은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복제를 시도할 것이다.
-복제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이것은 전부 그들에게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들 만의 것을 만들 것이다.
-이들이 쌓은 경험의 대부분은 제국이 이미 지나간 길이다. 따라서 그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더라도 제국은 좀 더 쉽게 대응책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제국이 모든 것을 감추면 저들은 처음부터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국도 행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길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의외의 갈이 출현한다면 제국은 대응책을 찾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때문에, 적당히 흘린다.
이런 현과 향의 결심에 대신들도 동의했고, 유럽의 정세 변화에 따라 적당한 미끼들을 흘린 것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돌격차를 넘긴 것을 알면 프랑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의 말에 향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가 넘기지 않았어도 그들은 비슷한 물건을 만들었을 거요. 이미 이탈리아에서 쓴맛을 봤으니 말이오. 자기가 본 쓴맛을 다른 놈들도 맛보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소?”
“그렇기는 하지요. 그나저나…..프랑스가 로렌 지방에서 하는 일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익숙하지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