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54)
1054화 후폭풍. (3)
난감한 표정이 된 것은 현과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무총리 한치형은 회의실에 다른 장관들을 모아놓고 이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까지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다니 일이 예상보다 커진 감이 있소.”
국무총리 한치형의 발언에 부총리들과 장관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어떻겠소?”
우부총리 성준의 제안에 좌부총리 류순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미 공모전에 응시할 것이라 신청한 이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고 있소.”
“그러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것이지.”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이오? 이 부분은 이미 폐하께서도 지적하셨다는 것을 잊으신 것이오?”
류순의 말이 끝나자마자 법무부 장관이 말을 덧붙였다.
“지원책이 발표가 되자마자 이를 부정하게 타 먹으려는 무엄한 자들이 나오고 있소. 그런데, 국책으로 선정한다? 나랏일을 우습게 보는 이들이 모두 몰려들 것이오.”
“그럼 때를 놓치지 않고 잡아넣으면 될 것 아니오? 가만? 이거 일거양득의 좋은 계획 같은데?”
우부총리 성준의 자문자답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자기가 무슨 황제 폐하 같은 이인 줄 아나? 일거양득을 생각하게!’
* * *
향부터 시작해 뒤를 이은 황제들의 특징이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린다.’였다. 물론, 이는 제국의 정책 수립 기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제와 대신들의 차이는 있었다. 황제가 한 개의 정책으로 최소 두 개의 긍정적인 결과를, 또는 두세 개의 정책을 연계해 몇 배의 결과를 얻어내는 계획을 짠다면, 대신들은 ‘한 개의 정책으로 하나의 결과를,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의 효과를.’ 목적으로 계획을 짜고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향과 완, 현으로 이어지는 황제들의 자질이 우수한 것도 있었지만, 제일 꼭대기에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었다. 반면, 장관들은 자신들이 맡은 부처만 깊게 보게 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국무총리와 좌우부총리의 자질이 중요해진 것이었다. 황제의 바로 밑에서 큰 그림을 보며 조율하는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 * *
순식간에 사나워진 장관들의 눈초리를 받은 성준은 바로 입장을 번복했다.
“하하. 잠시 농을 했소이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지니 말이오.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성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경쟁에서 우리 제국이 뒤처지면 이는 국치(國恥)라 평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오.”
“그게 문제기는 하지. 후우~.”
성준의 말에 긍정한 류순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천정으로 돌렸다. 지금 총리와 장관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을 앞선 제국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공모전의 승자가 다른 나라에서 나온다? 제국인들의 자존심은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제국인들은 조정의 대신들을 무능하다고 비난할 것이 확실했다.
-전임 장관과 총리들이 있을 때, 제국은 언제나 선두에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추태인가! 이는 지금 총리와 대신들이 무능한 탓이다! 이런 내용이 가득한 상소들이 홍수처럼 밀려들 것은 명약관화였다. 아니, 신하들만 욕을 먹으면 그나마 나았다. 자칫 잘못하면 황제를 비판하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
아니,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조금 있으면 황제가 교체되기 때문이었다. 공모전을 발표하면서 마감 시한을 정하지 않은 것은 1~2년 안에 결과가 나오기 힘든 난제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공모전의 결과는 다음 황제의 치세에 나올 것이 확실했다.
거기에 우가 가진 약점이 문제였다.
* * *
제국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향의 특출함은 모두 인정하는 바였다.
-다시 볼 수 없는 천재.
-세상에서 제일가는 현자.
그리고 완과 현은 이런 향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고, 필요하다면 직, 간접적으로 조언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는 그렇지 못했다. 태상황이 된 향이 수강궁에 머물면서 가르침을 줬지만, 그 시간은 완과 현에 비해 너무나도 부족했다. 또한, 향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황제가 된 우 가 향에게 조언을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완, 현, 그리고 우 가운데 향의 그림자가 제일 옅은 이가 우였다. 세종부터 시작해 현까지 겪어온 제국인들에게 이것은 불안요소였다. 이것이 우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었다. 만약, 황제에 오른 우가 실수를 하거나 국정이 어려워진다면 제국인들은 더욱 심하게 비난할 것이었다.
“제대로 못 배워서 그래!”
“선대 황제들은 다 뛰어나셨는데, 어째서 저런……”
“에잉! 쯧쯧쯧….. 텄다, 텄어!”
이런 식의 비난이 쌓이게 된다면 황제의 권위가 실추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제국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 * *
숭준은 ‘국치’라는 말까지 써가며 이런 최악의 경우를 지적한 것이었다. 그리고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이를 알아채고 한숨을 내쉰 것이었다.
“지금도 연구소나 51, 52구역의 다른 부에 비해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소이다. 황태자 전하께서 최선을 다해 위무하신 덕에 아직까지는 불평이 안 나오고 있지만, 여기서 더 지원이 이어졌다가는 분명히 불만이 나올 것이오. 그렇다고, 그냥 넋을 놓고 있다가 다른 나라가 승자가 된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고……”
상황을 정리하던 한치형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흐렸다. 결국, 도돌이표를 그리는 회의 끝에 나온 것은 일종의 미봉책이었다.
-공모전에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에 예산을 ‘조금’ 더 할당한다.
-이 지원을 부정수급하는 자들을 찾아 엄단한다. 이를 위해 재경부에서 정기적으로 감사한다.
이렇게 마련한 정책을 받아든 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경들이 무엇 때문에 고심했는지 모르는 것은 어니니 허가하오. 단, 나라에서 베푼 호의를 더럽히는 이들은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시오.”
“명을 받드옵니다.”
그리고 공문을 받아든 재경부의 관리들은 책상을 내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럴 줄 알았어! 우리 일만 늘어났잖아!”
분통을 터뜨렸지만, 재경부 관리들은 성실하게 맡은 일을 수행했다.
-이번 공모전의 1등을 다른 나라에서 가져가면 국치다!
이것만큼은 강하게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 * *
나라에서 받은 지원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 관리들은 주기적으로 도전자들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나마 연구소와 51, 52구역은 전담 부서가 있으니 다행이지. 거기까지 나가야했으면 진짜 일에 치여 죽었을 거야.”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관리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의 도전자들을 찾아 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보게, 어떠신가? 좀 좋은 결과가 나왔는가?”
감사를 나온 재경부 관리 장태수는 자신의 담당자에게 안부 아닌 안부를 물었다. 장태수의 물음에 도전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유…..뭔가 될 듯 말 듯한데 계속 실패를 하네유. 설계는 제대로 된 것 같은데…..”
“그래? 설계도 한 번 보세나. 당구풍월(堂狗風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이라 했으니, 혹시 아나?”
“에이……설마유…..”
“줘보게.”
그렇게 해서 설계도를 건네받은 태수는 꼼꼼하게 살피다 문제를 지적했다.
“여기와 여기, 그리고 여기, 적어놓은 숫자들의 합이 틀리 것 같은데?”
“예? 잠시만유.”
손가락을 꼽아가며 숫자들을 암산하던 도전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유, 맞는데……”
“봐 봐.”
태수는 설계도 한쪽에 수치들을 적은 다음에 수식을 그려나온 답을 보여줬다.
“보게. 틀렸지?”
“그게……그래도……”
“이래도 나 재경부 관리야. 재경부~.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재~경부.”
“그래두……”
이에 태수는 셈틀통을 꺼내 수치들을 입력한 다음 그 결과물들을 보여주며 소리쳤다.
“봤지? 그 잘난 암산 말고 셈틀이나 셈틀통부터 구해! 아니다! 숫자 계산할 것이 있으면 나 찾아와! 그게 속 편하겠다! 세상에! 그 엄청난 상금이 걸린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손가락을 꼽아가며 암산을 하고 앉아있다니! 아이고, 복장 터져! 이래서 내 일이 줄지를 않는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장태수는 문제의 도전자와 의기투합해 공모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관직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고, 퇴근하면 도전자의 연구실에 들러 수치들의 계산을 도와주거나 결과들을 정리해 분석하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휴일까지 도전자의 작업실에 출근하게 된 장태수였다.
그리고 장태수의 부인은 하늘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생과부 신세라니…..아이고, 내 팔자야~.”
* * *
한편, 수강궁에서는 향이 난감한 표정이 되어 보고서들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 제국 내부와 외국의 동향을 기록한 보고서를 살피던 향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도 내 죄인가?”
애초에 향이 생각한 계획의 스케일은 이것보다 작은 것이었다.
-예상보다 엄청난 상금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초야에 묻혀있던 은거고수들까지 다 나올 것이다.
-그들까지 나선다면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동력기관 문제도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될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8기통이니, 12기통이니 제트 엔진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원리와 시제품만 나오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개선과 개량을 핑계로 MSG를 듬뿍 치면 된다.
문제는 일이 시작되자마자 외국의 정부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었고, 이는 향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한 향이 ‘자기 죄’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었다. 공모전을 알리는 포고문은 황제인 현의 이름으로 나왔지만, 사람들은 그 뒤에 선 향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태상황이 아니면 이런 거액의 상금을 내걸 이가 없다! 그리고 태상황이 이런 상금을 걸 정도라면 그 몇 배 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응전록에 등재한다는 말은 제국도 아직 답을 못 찾았다는 소리다! 우리가 먼저 답을 찾아내면 제국을 따라잡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는 역시에 길이 남을 영광이다!
이런 연쇄반응이 벌어지면서 일이 커진 것이었다.
보고서를 덮은 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국가의 영광이니, 국치니…..뭐 이렇게 진지해? 앞설 수도 있고, 뒤처질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라는 것을 왜 모르고……”
-처음 발견, 또는 발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요긴하게 써먹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향으로서는 너무 과한 반응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