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70)
1070화 포석(布石) (5)
우가 여기서 수단으로 삼은 것은 시험의 두 번째 과정이었다. 5급에서 4급으로 올라가는 시험은 두 번을 치러야 했다. 하나는 이틀에 걸쳐서 보는 개인 시험이었다. 응시자의 유학 지식과 업무에 관한 지식을 살피는 시험이었다.
“두 번째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지.”
시험에 응시한 지원자들은 대부분 학문적 소양과 업무 소양을 인정받은 이들이었다. 아니, 그런 이들만이 응시를 권유받았다. 진짜 거름망은 우가 노리는 두 번째 시험이었다. 이름하여 ‘한 달의 지옥’이라 불리는 시험이었다.
-응시자는 내부를 가린 상자에서 한 개의 공을 고른다.
-공을 고른 응시자는 같은 색의 공을 가진 응시자들과 한 반을 꾸린다. 이렇게 해서 6부와 심사원, 심판원까지 각 1명씩 모인 반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반을 꾸린 이들에게 시험 과제가 내려진다. 내려지는 과제는 제국을 운영하는 정책의 초안과 이를 위한 법적 기준과 법령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협동력과 조율 능력, 지도력 등이 채점된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지는 답안의 완성도 역시 중요한 채점 기준이 된다.
-반마다 채점관이 3명씩 배정되며, 이들이 각자 제출한 평가서를 기초로 당락이 결정된다.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 1달, 채점에 보름 소요.
‘다시 이름만 들어도 토가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힘든 시험이었다. 그리고 이 시험을 치렀던 이들은 대부분 이런 말들을 했다.
“저 시험을 치르면 ‘공산분균론(共産分均論)’이 왜 헛소리인지 알 수 있지.”
평가 기준에 ‘지도력’이 포함된 만큼 서로 우두머리가 되기 위한 기싸움과 뿔싸움이 대단했다. 과제로 내려오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제국 전체의 운영과 관련되는, 바꿔 말하자면, 6부와 심사원, 심판원 전부가 엮이는 과제들이었다.
즉, ‘나만 편한 그런 꿀 같은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과제였다. 거기에, 서로 조율을 거쳤어도 ‘나만 더 많이 떠맡은 느낌’은 피할 수 없었고, 이를 놓고 다툼도 자주 일어났다. 그리고 채점관은 이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평가했다. 이런 시험이었기에 우는 이를 ‘최적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었다.
* * *
“이런 배경이 있기에 이번 시험 과제로 ‘총력전’을 배정할 것입니다.”
“흐음……”
우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현은 우에게 물었다.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이번 시험을 택한 것이냐?”
“아닙니다. ‘총력전’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닙니다. 장차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책입니다. 지금 시험에 응시하는 자들은 그 ‘장차’의 때에 조정을 움직이는 이들일 겁니다. 지금부터 미리 알고 궁리하는 이들이라면 진짜 일이 벌어졌을 때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답변이다.”
우의 대답에 만족한 현은 기획안에 도장을 찍으며 말을 이었다.
“기왕 하는 김에 총리와 대신들에게도 제대로 설명하도록 하거라.”
“……예.”
다음 날, 우는 총리들과 대신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우의 설명을 들은 한치형과 대신들은 가능성과 득실을 셈해 보았다. 잠시 셈을 해보던 한치형이 나서서 현에게 아뢰었다.
“황태자께서 참으로 좋은 방법을 생각하셨사옵니다. 이대로 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한치형에 이어 성준이 말을 붙였다.
“지금 명, 일본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앞에서 일한다면, 이번 시험에 통과하는 이들은 뒤에서 그들을 받치는 일의 적임자가 될 것이옵니다. 앞에 나선 이들이 진취적으로 움직이고 뒤에 있는 이들이 이를 든든히 받쳐준다면 제국은 걱정 없을 것이옵니다.”
“황태자께서 국사를 행하심에 이렇게 좋은 방법을 생각하심이 참으로 기쁘옵니다. 황태자께서 이리도 현명하시니 제국의 앞날이 밝사옵니다.”
“하하하! 그리 좋게 봐주니 황제이기 이전에 아비로써 참으로 기분이 좋소. 하지만, 아직 황태자의 경륜이 얕으니 경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주기 바라오.”
“명을 받드옵니다!”
현은 뿌듯한 표정으로 우를 바라봤다.
‘자식! 계속 불안하게 만들더니 이제 제대로 하는구나!’
대신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고, 황제도 허락하면서 우의 방법이 선택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응시를 한 지원자들은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이번에 나올 2차 과제가 태상황에게서 나온 것이라던데……”
“하아~. 이번 응시는 포기할까? 경력에서 동기에게 밀리더라도 말이야…..”
“그것도 쉽지가 않아. 시작은 태상황이셨지만, 실행은 황태자께서 하신단 말이야. 잘못하면 황태자게 찍힐 수가 있어.”
“그렇게 되면 출세는 꽝이지…….”
“이를 어찌해야 하나.”
밤잠을 설쳐 고민하던 응시자들이었지만, 결국은 응시를 선택했다.
“응시해서 떨어지면 ‘불운’이지만, 포기하면 ‘무능’으로 찍힐 거야.”
“답은 정해져 있었어.”
* * *
장래 제국의 후방을 책임질 이들을 찾아낼 시험으로 운종가가 들썩이고 있을 때도, 명과 일본과의 협업을 진행하는 관리들은 맡은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지금 명, 일본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장차 제국의 전방을 책임질 것이고, 이번 시험에 통과한 이들이 제국의 후방을 책임질 것이다.”
성준이 현에게 아뢴 말이 전해지면서 이들 관리들은 자부심과 부담감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성준 대감의 말에 황제 폐하가 아무 말도 안 하셨다는 것은, 황제 폐하께[서도 우리가 하는 일의 중함을 인정하셨다는 말이다!”
“만약, 이번 일의 성사 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출세는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다!”
기회이자 위기라는 것을 다시 절감한 제국 관리들은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자신들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명과 일본의 관리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자! 자! 오늘도 날이 밝았소! 일합시다. 일!”
“오스만과 페르시아에서 소식이 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소이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바로바로 받아치지! 일합시다, 일!”
제국 관리들의 발진에 명과 일본의 관리들은 울상이 되어 버렸다.
“이 인간들, 보약을 잘못 먹었나……”
“지금도 힘에 부치는 상황인데……”
같이 협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제국 관리들이 일하는 속도를 따라잡기에 급급하던 명과 일본의 관리들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더욱 속도를 올려 버리니 명과 일본의 관리들이 곡소리를 내게 된 것이었다.
“좀 쉬었다. 합시다!”
“이러다 죽겠소!”
명과 일본 관리들의 하소연에 제국 관리들은 인상을 구겼다.
“허어! 신하의 본분이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힘들다고 나랏일을 게을리 한다? 이 무슨 추태요!”
“힘들면 사직상소 올리시고 새 사람 보내달라고 하시게. 그러면 편하오.”
“사직소 내시게. 그러면 편해질 수 있소. 아주 쭈욱~! 편하게 쉴 수 있지.”
제국 관리들의 반응에 명과 일본의 관리들은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그들 역시 이번 일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고비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을 잘 넘기면 승승장구지만, 잘못하면 한직으로만 돌다 인생 끝난다!”
“관리로 출사표를 던졌으면 입신양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들 역시 보약과 흑두차를 옆에 쌓아놓고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 * *
페르시아 내부에 관한 일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제국과 명, 일본의 관리들은 오스만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금의 술탄인 바예지드 2세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이는 셋. 코르쿠드, 아흐메트, 쉴레이만, 혹은 셀림으로 불리는 이, 이렇게 셋이요.”
“셋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이는 누구요?”
“코르쿠드와 쉴레이만 모두 한 번씩 군사적인 실패를 맛봤소. 이를 생각하면 아흐메트가 가장 유력하지. 하지만, 같은 이유로 아흐메트가 가장 불리하오.”
“응?’
제국 관리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던 명과 일본의 관리들은 곧 그 뜻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가장 유력한 위치를 차지했으니 요구할 지분 또한 많겠군.”
“다른 둘은 자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유럽 열강에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론은 모두 고만고만하다는 것인가?”
명과 일본 관리들의 분석에 제국 관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또 다른 조건도 하나 추가해야 하오. 예니체리.”
“아…….”
“그들을 잊었군.”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 부대이자, 술탄의 근위대가 예니체리였다. 제국이 되기 이전, 오스만의 군대는 오스만을 구성하는 부족에서 보낸 전사들이 모인 집합체에 불과했다.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화가 불가능했고, 전력 역시 경기병이 대부분인 상황이었다.
이런 전력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비군으로 탄생한 것이 예니체리였다. 그리고 예니체리는 훌륭하게 자기 몫을 해내었다. 해서, 당금의 예니체리는 술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과 동시에 술탄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제국 관리는 예니체리 항목에 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다음 술탄이 되려는 자는 이 예니체리의 지지를 확보하거나, 제압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성공시키는 자가 될 것이오.”
“지금 예니체리는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지 알려진 것이 있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흘러나오는 소문에 위하면 쉴레이만을 지지하는 것 같소.”
“흐음……”
“흐음…. 그렇다면 유럽 열강의 선택은…..”
설명을 들은 명과 일본의 관리들은 유럽 열강이 선택할 후보가 누구일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지금 가진 전력만으로 따지면 아흐메트가 가장 강력하다. 때문에, 아흐메트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낮을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코르쿠드와 쉴레이만. 둘 다 군사적으로 큰 손해를 본 상황이기에 많은 것을 양보할 것이 확실하다.
-여기서 예니체리란 변수가 발생. 그렇다면 쉴레이만도 선택에서 멀어진다.
-코르쿠드가 가장 좋은 상대기는 하지만, 이러면 유럽 열강이 곤란해진다. 유럽 열강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역으로 코르쿠드가 갑의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피할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까지 따져보던 명과 일본의 관리들은 모두 같은 단어를 내뱉었다.
“숙청.”
“숙청이 답이 되겠군.”
명과 일본 관리들의 말에 제국 관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시아에서는 키질바시, 오스만에서는 예니체리가 숙청의 대상이 될 것이오.”
확신에 가까운 말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명국 관리 하나가 동료들에게 반론을 제기했다.
“예니체리는 술탄의 권력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패인데, 과연 숙청하겠소?”
“왕 대인, 충분히 숙청 가능하오. 아무리 강력한 패라 하더라도 내 것이 아니면 없애버리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잊었소?”
“동감이오. 특히나, 술탄이 눈치 보게 만드는 존재라면 기회가 있을 때 치워버리는 것이 최선이지. 토사구팽을 잊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