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18)
1118화 점점 커지는 불씨 (6)
총리와 대신들을 통해 사안을 들은 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과연, 쉬운 문제가 아니기는 하오. 흐음…..”
재경부의 기획안과 국방부의 반론문을 꼼꼼하게 읽어 본 우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둘 다 합당하니, 이게 더욱 골치가 아프구려.”
우의 말처럼 재경부와 국방부 둘 다 확실한 근거로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고 있었다. 재경부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제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제는 슬슬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대외 시장 확대를 이유로 들고 있었다.
반대 인 국방부의 입장 또한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한 번에 대량의 물자와 사람을 빠르게 옮길 수 있는 도구가 철로였다. 거기에 명과 제국은 철로의 규격까지 동일했다. 이렇기에 명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철로를 통해 제국 깊숙이 밀고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 반대의 이유였다.
“흐음…. 국방부 장관. 그렇다면 명과의 국경 부근에 추가로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그렇게도 문제가 많은 것이오?”
“폐하. 군대가 새로운 곳에 영구 주둔하는 것은 많은 재물이 들어가는 일이옵니다. 당장 병사들이 기거할 건물을 건설해야 하옵고, 훈련할 훈련장을 만들어야 하옵니다. 군관들과 장수들이 가족들과 함께 기거할 마을을 건설해야 하옵고, 이들이 장을 볼 수 있는 전매소도 건설해야 하옵니다.”
“딸린 일이 많구려.”
“이것이 끝이 아니옵니다. 부대가 움직일 때 사용할 도로와 마을에 거주하는 이들이 대처(大處)로 나가기 위한 도로도 새로이 깔아야 하옵니다. 또한,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이용할 군의원도 지어야 하옵니다. 여기까지가 최소한으로 필요한 일이옵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도 많은 재물과 시간, 공력이 들어간다는 것이옵니다.”
국방부 장관의 설명에 듣고 있던 재경부 장관이 한방 먹였다.
“허어〜. 국방부가 재물이 많이 든다고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 참의로 의외올시다?”
“국방부는 누구 덕분에 허투루 돈을 쓴 적이 없소이다!”
재경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다시 맞붙으려는 분위기를 보이자, 우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국방부는 방어와 예산의 문제로 반대한다는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지금도 병력에 여유가 적사온데, 저렇게 병력을 추가로 움직이게 된다면 여유가 사라지게 되옵니다.”
국방부 장관의 말에 재경부 장관이 바로 반론을 펼쳤다.
“전란이 벌어지면 예비군으로 분류된 장정들을 바로 징집하게 되어 있지 않소? 내가 알기에 사흘 안에 최소 20만의 군사가 새로 배치된다고 알고 있소만?”
“생각한 대로 아무 탈 없이 돌아갔을 경우에나 사흘이오. 그리고 사홀 안에 20만을 모았다고 쳐도 문제요. 그 장졸들을 다시 군인으로 만드는데 최소 보름은 더 필요하오. 그리고 그 보름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기도 싫소이다!”
“제국군은 천하무적이라 하지 않았소? 그런데, 명을 상대해서는 왜 이리 겁을 내는 것이오?”
재경부 장관의 질문에 국방부 장관은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명이니까.”
“허!”
재경부 장관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계속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국방부 장관만큼이나 명을 잘 아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재경부 장관이었기 때문이었다.
* * *
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 인구였다.
제국이 인구 1억을 넘은 것은 근래의 일이었다. 북방의 오지와 신지의 원주민들을 끊임없이 제국으로 귀부시키고,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다산을 장려하면서 이뤄 낸 결과였다. 하지만, 명은 3억을 돌파하고 있었다.
제국이 본지와 북지, 신지를 비롯한 광대한 영역 전체에서 1억을 넘겼던 반면에, 명은 중원 한곳에서만 3억을 돌파한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명의 인구 급증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제국이었다. 제국이 나서서 동북아 지역의 질서를 안정시키면서 명은 순조롭게 인구를 늘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늘어난 인구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제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 *
“흐음…..”
국방부 장관과 재경부 장관의 실랑이를 보고 있던 우는 재경부 장관에게 물었다.
“제국 역시 제국과 서방을 연결하는 철로를 공사하고 있지 않은가?”
우의 물음에 재경부 장관은 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예. 5년 전에 모스크바 대공국과 조약을 체결해 철로를 건설하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명과 연결하는 일은 없어도 되지 않은가?”
우의 물음에 재경부 장관은 바로 대답했다.
“제국에서 모스크바 대공국으로 향하는 철로는 지금 명이 건설하려는 철로보다 북쪽이옵니다. 이 철로를 통해 모스크바 대공국을 거쳐 유럽의 열강과 교통하는 것이 목적 이옵니다. 하지만, 명이 건설하는 것은 흑해와 카스피해 부근의 나라들과 연결되옵니다. 제국의 철로에서 그쪽으로 향하는 철로를 건설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옵니다.”
한쪽에 걸린 지도를 보며 재경부 장관의 설명을 생각하던 우는 의문을 표했다.
“응? 제국이 직접 나서도 될 것 같은데?”
“시간이 문제이옵니다. 그렇게 해서 연결이 끝났을 때면 명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흐음… 양쪽이 다 합당하니 이거 참…..”
이리저리 고민해도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어려운 사안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결론을 내려야 함은 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황제였으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요. 시간을 들여 좀 더 숙고한 다음 결론을 내리겠소.”
“예, 폐하.”
“만약 추가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재경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에게 사람을 보내겠소. 대비해 주시오.”
“….예, 폐하.”
* * *
회의를 파한 우는 한참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수강궁을 찾았다. 향과 완을 마주한 우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국방부와 재경부가 제출한 문서를 내밀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재경부와 국방부 모두 합당한 의견입니다. 때문에, 무엇을 취하고 버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의 말에 향은 우의 표정을 살피고는 물었다.
“황제의 표정을 보니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소? 이미 결심이 선 것 같은데?”
향의 지적에 우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대답했다.
“어느 정도 결심은 섰습니다.”
“표정을 보니 재경부의 안을 받아들일 것 같소만?”
“그렇습니다. 지금 명이 가려고 하는 지역은 아직 제국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입니다. 그들에게 제국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국방의 문제를 그냥 넘기기 힘듭니다.”
“흐음…. 지도를 봅시다.”
세 사람은 지도를 걸어놓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봅시다. 명에서 우리 제국으로 올 수 있는 육로는 크게 셋이라고 볼 수 있지 않소? 아! 군사용으로 말이오.”
향의 물음에 완이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산해관을 출발해 해안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몽고 지역으로 들어가 우회해 대흥안령 산맥과 소흥안령 산맥 사이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대흥안령 산맥과 그 초입에 자리한 산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만약, 철로 없이 명이 우리 제국을 침입하려 한다면 어디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오?”
이어진 향의 질문에 우가 바로 대답했다.
“태상황께서 말씀하신 길 가운데 가장 마지막 길입니다. 해안을 따라 움직이는 길은 우리 제국 해군에게 걸려 도륙이 날 것이고, 몽고로 우회하는 길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몽고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흥안령 산맥의 산길이 가장 유력합니다. 산길이라 하지만, 예전부터 중원과 요동을 오가는 이들이 많아서 잘 닦인 길들이 많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군사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오. 해서, 이 산길을 막을 대책만 잘 세운다면 방비 걱정은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오.”
향의 말에 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 방비가 문제지요.”
* * *
‘제1차 조, 명 전쟁’을 통해 산해관의 코앞까지 영토를 확장한 제국이었다. 이후 ‘제2차 조, 명 전쟁’이라는 이명이 붙은 ‘황해해전’을 통해 명이 동쪽으로는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지만, 제국은 언제나 명의 침공이 걱정이었다.
때문에, 철로를 연결하지 않은 것이었고, 대흥안령 산맥 내부의 주요 군사 요충지에 튼튼한 요새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 또한 강력한 화포를 가지게 되면서 다시 걱정이 커진 제국이었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요새라고 해도 강력한 화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이미 증명한 제국이었으니까.
그나마, 경태제의 뒤를 이은 성화제가 친(親)제국주의자였고, 그 뒤를 이은 홍치제 또한 마찬가지라는 점은 다행 중의 다행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지…..”
때문에, 재경부의 기획안에 반대하는 국방부였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향의 말에 완과 우는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며 향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비탈면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철근회죽으로 만든 커다란 장애물을 얹는 것이오.”
향이 완과 우에게 제안한 것은 낙석형 장애물을 이용한 대전차 방호벽이었다. 향의 설명과 그림을 보던 완과 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과연! 그렇습니다! 잘만 이용한다면 백만 대군도 발을 묶어둘 수 있겠습니다!”
“이 낙석 벽 근처에 화차를 매복시킨다면 적들은 꼼짝도 못 할 것입니다! 국방부와 제국군이 참으로 좋아할 것입니다!”
우의 말에 향이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국방부보다 재경부가 더욱 좋아할 것 같은데?”
“예?”
“보시오. 이 낙석벽에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가 있겠소?”
“아!”
향의 말에 우는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향의 말처럼 이런 낙석벽 주변에 군대를 상시 배치할 필요는 없었다. 필요할 때 화차와 소형 완구, 그리고 폭파용 폭약을 휴대 한 기병대를 보내면 그만이었다. 재경부와 국방부의 속을 긁어대던 예산 문제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이라면 충분히 답이 될 것입니다!”
* * *
다음 날, 우는 대신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결심과 향이 내놓은 낙석벽에 관해 설명했다.
“…..따라서 이 낙석벽을 잘만 이용한다면 충분한 대책이 될 것 같소. 국방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의 질문에 이리저리 셈을 해보던 국방부 장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훌륭한 방책이라 여겨지옵니다. 설치한 이후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며, 적의 발을 묶는 목표에도 최적이옵니다. 또한, 산길만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철로 위에 지붕 형태로 씌울 수도 있을 것 같사옵니다.”
“지붕 형태로? 흐음……”
국방부 장관의 아이디어를 잠시 상상해 보던 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군. 흐음…. 재경부 장관은 어떠한가?”
“소신 역시 참으로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하옵니다. 무엇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최고의 방책 이옵니다.”
국방부 장관이 찬성하게 되면서 재경부의 기획안은 우의 재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협상을 위해 사신들이 명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신들은 낭패한 얼굴로 돌아와 우에게 보고했다.
“명의 대신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사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
“저들은 우리 제국이 명을 침공하려고 이런다고 여기고 있사옵니다.”
“응? 자기들이 쳐들어오면 쳐들어왔지, 우리가 왜 쳐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