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54)
1154화 뒷감당은 누구 몫? 네 몫 (6)
황조롱이와 신천옹 편대의 공습으로 에스파냐군의 포대가 침묵에 잠기자, 제국육군의 화포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슬슬 방포를 준비하는 제국 육군의 화포 대부분은 소구경의 화포 또는 중, 대구경의 완구-21세기의 박격포의 모습과 거의 유사한-들이었다.
장사정 대구경 화포들의 대부분은 암반을 파고들어 앉거나, 아니면 철근 회죽으로 두껍게 만든 방호진지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겨냥한 채 배치되어 있었기에, 반대쪽 사면으로 포신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물론, 제국 육군도 방향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운 중구경의 화포들을 내륙과 해안의 중간 지점에 배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에 참여한 에스파냐와 프랑스군의 포대들은 아슬아슬하게 사정거리 바깥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제국 육군에게 깨지면서 피로 쓴 경험 덕분이었다. 에스파냐군과 프랑스군 대포들의 사정거리를 생각하면 공략할 능선의 첫 능선까지만 포격이 가능한 위치였다.
“그렇지만, 포대의 생존이 더욱 중요하다. 첫 능선의 공략이 성공 하면 병사들의 뒤를 따라 대포들도 옮기면 돼.”
“능선을 따라 대포들을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괜히 저 빌어먹을 놈들의 대포사정거리 안에 들어가서 아까운 대포들을 날릴까?”
“……”
“아무리 대포가 많아도 포격전으로는 우리가 불리해. 계속해서 혼전을 유도해 저놈들이 쏘고 싶어도 못 쏘게 만들어야 해.”
이런 알바 후작의 결심에 따라 배치된 에스파냐-프랑스 연합 포병대는 압도적인 물량의 포격을 통해 정면에 자리한 제국 육군 포대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집중 포격과 연속 포격으로 인해 오래지 않아 포신이 과열되면서 포격을 중지하게 되었고, 황조롱이와 신천옹의 공습으로 긴 침묵에 잠기게 된 것이었다.
* * *
침묵에 잠긴 아군 포병대에 알바 후작은 몸이 달아 채근을 시작했다.
“포격이 멈추면 안 돼!”
“부상자와 사상자를 치워!”
“이상이 없는 대포들은 다시 포격에 들어가라! 포격이 멈추면 공세에 나선 아군들이 죽어 나간다!”
알바 후작의 채근에 에스파냐 병사들과 프랑스 병사들은 죽거나 다친이들을 뒤로 치우고, 멀쩡해 보이는 대포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아직도 멀었나!”
“거의 다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국 육군 포병대가 한 발 더 빨랐다.
쾅! 콰쾅!
“제국놈들의 포격이다!”
“피하라!”
제국 육군의 화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불을 뿜은 것은 병식 중(中) 완구였다.
3치(약 9cm)의 구경을 가진, 21세기로 치면 81mm 박격포와 유사한 성능을 가진 완구였다.
프랑스-에스파냐 포병대의 포격이 멈추자, 중완구를 담당한 포병들은 완구 진지와 이어진 유개 참호에서 나와 완구의 상태를 살피며 방포를 준비했다.
완구의 상태를 살핀 포병들은 자신이 속한 포대의 지휘관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종 12문의 완구 가운데, 9문을 즉시 쓸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즉시 저놈들의 대가리를 깨버려!”
“예, 나리!”
잠시 후, 포격에도 살아남은 중완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 * *
중완구 포격은 제국 포병대의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중완구에 이어 5치(약 15cm)의 구경을 가진 대완구도 포격을 시작했다.
쾅 쾅! 콰쾅!
계속해서 이어지는 포격에 완구 진지 한쪽에 만들어 놓은 화탄 보관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격진천뢰 가져와! 얼른!”
“예!”
완구의 사격을 지휘하는 진무의 외침에 병사들이 부지런히 교통호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완구 진지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뒤쪽에 자리한 화탄 창고에 도착한 병사들은 2인 1조로 비격진천뢰가 들은 나무 상자들을 들어 나르기 시작했다.
“들어!”
“흡!”
비격진천뢰의 보급을 맡은 병사들은 이를 악문 채 상자를 들고 자신들의 진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헉! 헉!”
“씨발…. 더럽게 무겁네!”
“힘들어 죽겠는데 입도 열지 마! 힘 빠져!”
비격진천뢰가 담긴 상자는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중완구잖아! 대완구 쪽 애들은 우리가 한번 올 때, 대여섯 번은 더 와야 해!”
대완구에 들어가는 비격진천뢰는 병사들에게 있어 애증의 대상이었다.
증완구용 비격진천뢰의 무게는 약 9근(5.4kg)이었고, 10발이 들은 상자까지 합치면 보통 100근(약 60kg)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완구용 비격진천뢰는 한 발의 무게가 50근(약 15kg)이었다, 3발들이 상자의 무게까지 합치면 중완구와 비슷한 100근 정도의 무게였지만, 문제는 중완구가 한 번에 10발을 옮길 때, 대완구는 3발 밖에 못 옮긴다는 점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중완구를 담당하는 병사들이 한번을 오갈 때, 대완구를 담당한 병사들은 적어도 3번을 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대완구를 운용하는 병사들은 대완구용 비격진천뢰를 들어 나를 때마다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위력 하나는 발군이었기에 애증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여담으로, 병사들은 모르는 진실이 하나 숨어 있었다. 처음 대완구의 구경은 4치에서 4치반(약 13.5cm)로 제안되었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높으신 분들에 의해 바로 거부되었다.
“거… 4치면 4치고, 5치면 5치지. 4치 반이 뭔가? 딱 끊게!”
“기왕이면 4자는 좀 피하세.”
항상 죽음을 벗 삼아 생활해서인지 군에는 여러 가지 금기, 또는 징크스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퍼진 것이 ‘4’를 피하는 것이었다.
‘4’의 발음이 죽을 사(死)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금기 때문에 병사들의 고생문이 더욱 활짝 열리게 된 것이었다.
* * *
비격진천뢰를 나르는 병사들이 고생해야 했지만, 발사된 비격진 천뢰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보통의 화포에 들어가는 화탄보타 껍질을 얇게 만든 만큼 더 많은 화약이 채워졌다. 껍질 또한 단순히 얇게 만든 것만이 아니었다. 안에 채워진 화약이 폭발하면 외피가 더욱 잘게 쪼개지기 쉽도록 껍질 안쪽에 자잘한 실금이 파여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자그마한 쇠구슬들이 발라져 있었다.
덕분에 목표지점에 떨어진 비격진천뢰가 폭발할 때마다 강력한 후폭풍과 파편, 쇠구슬들이 사방을 휩쓸었다.
쾅 콰쾅!
“아악!”
“엎드려!”
제국의 첫 번째 방어선 돌파를 시도하던 에스파냐 병사들은 비격진천뢰가 터질 때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거나 아예 땅에 머리를 파묻은 채 바짝 엎드려 포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후방에 자리한 포병 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막, 포격을 재개하려던 포병들은 모래로 쌓은 방호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성모 마리아’와 여러 성자, 성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가호를 빌었다.
그런 모습에 알바 후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라! 일어나서 대포를 쏴라!”
“적의 포격이 거셉니다!”
“그래서 뭐! 꼬리를 말고 도망이라도 치자는 거냐! 대포에는 대포다! 남자답게 일어서라! 일어서서 적의 대포들을 잠재워라!”
“하지만…..”
“에이!”
분을 참지 못한 알바 후작은 제일 가까이에 있는 대포 진지로 달려가 병사들을 걷어찼다.
“포탄을 장전해 장전하라고!”
후작의 고함과 발길질에 병사들은 대포에 화약과 포탄을 장전했다.
“조준은 된 것인가!”
“예, 예!”
포반장의 대답에 알바 후작은 방아끈을 냅다 당겼다.
쾅
“재장전! 빨리!”
알바 후작의 명령에 포반장과 포병들은 뒤로 밀린 대포를 제자리로 돌리고 차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포탄이 떨어지는데도 꼿꼿하게 서서 대포를 직접 쏘는 알바 후작의 모습을 본 에스파냐와 프랑스 포병들은 밀려드는 공포 를 억지로 억누른 채 방호벽 뒤에서 일어나 자신들의 대포에 달라붙었다.
쾅! 콰쾅! 쾅
그렇게 다시 포격이 재개되고, 자신들의 귀를 울리는 우렁찬 포성에 자신감을 되찾은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포병들은 제국의 포격을 견디며 포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알바 후작은 흡족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야 군인이고, 용사다! 물러서지 마라! 공포를 이겨내라! 적이 한 방을 쏘면 우리도 한 방을 쏜다! 아니! 두 방을 쏜다! 그게 사내다!”
만약, 이 자리에 제국군 고위층이 있었다면 ‘자네, 제국군에 들어 오지 않겠나?’라는 제의를 할 정도로 용맹한 모습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는 알바 후작이 었다.
* * *
제국 포병과 에스파냐-프랑스 포병들이 치열하게 포격전을 이어 가는 동안 제국의 첫 번째 방어선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수한 총탄들이 양쪽을 교차해 날아다니는 아래에서 에스파냐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철조망들을 끊어냈다.
“끊었다!”
“전진한다!”
“전진! 전진!”
마침내, 첫 번째 철조망 지대에 구멍을 낸 에스파냐 병사들은 포복으로 전진을 이어갔다.
“고개 들지 마! 무조건 기어라!”
“최대한 전진하라! 그래야 다른 놈들이 들어올 수 있다!”
“멈추면 개죽음이다!”
지휘관들과 고참 병사들의 독려 속에 에스파냐 병사들은 바짝 엎드린 채 앞으로 기어갔다. 군복의 팔꿈치와 무릎은 이미 구멍이 나버렸고, 흙과 돌멩이에 쓸 린 살갗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 아픔을 느낄 수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기어갈 뿐이었다. 죽어라 땅을 기어 올라간 에스파냐군의 선두는 곧 구릉의 음영 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지대를 넘어가면 다시 제국군의 표적이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그래도 총탄을 피하며 한숨 돌릴 수 있는 절묘한 위치였다.
“여기에 참호를 판다!”
여기까지 살아남아 같이 온 지휘관의 명령에 에스파냐 병사들은 등에 메고 있던 작은 삽을 풀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핑! 피잉!
“이크!”
“억!”
음영지대에 숨은 병사들의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에스파냐 병사들은 기겁해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불운한 이들은 비명만을 남기고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간발의 차이로 불운을 피한 병사들은 그렇게 쓰러진 불운한 이들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돌려 더욱 필사적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편, 음영지대에 몸을 숨긴 지휘관은 주변의 상황을 살피고는 옆에 있던 병사들을 손짓해 부른 다음 명령을 내렸다.
“본부에 전달. ‘첫 번째 방어선 돌파. 교두보 구축 중. 피해 심각.’”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움직여. 한놈이라도 살아서 본부에 알려야 한다는 점 잊지 마.”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본부로 향했다.
올라왔던 길과 반대로 기어 내려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는 지휘관의 얼굴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한놈이라도 도착해야 하는데…. 때를 못 맞춰 여기에 엉켜버리면 표적 밖에 안 되는데…..”
자신들과 자신 앞에서 쓰러져 나간 이들이 만든 구멍을 통해 지금도 다음 제대의 에스파냐 병들이 돌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돌파에 성공한 이들은 당연히 이곳으로 몰릴 것이고, 필요 이상으로 모여 있으면 바로 표적이 될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 병사들을 보낸 것이었다.
상황을 들은 본부에서 조율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휘관이 고심하고 있을 때, 죽으라고 땅을 파던 에스파냐 병사 한 명이 손에 들린 삽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 잘 파진다 했더니…..”
손에 들린 작은 삽의 자루 연결부에는 제국의 그 유명한 꽃문양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