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2)
짱그라
헬로밤
2화그는 광덕이다. (2)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병호가 사색이 되어 진호를 닦달하는 것이었다.
“새꺄! 카바를 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화약을 만든다고? 누구 모가지 날릴 일 있냐? 새꺄! 내 모가지만이 아니라 상하전후좌우로 다 날아간단 말이다!”
“아니··· 화약을 구하기가···.”
“문방구만 가도 넘쳐나는 게 폭죽인데 뭔 헛소리야!”
“불순물이···.”
“새꺄! 당장 갈아엎어!”
그렇게 이어진 드잡이질 끝에 진호는 밭을 갈아엎기로 약속을 했다. 떠나기 전, 병호는 다시 한번 진호에게 주의를 주었다.
“모레 와서 확인할 거니까, 확실하게 갈아엎어! 알았어?”
“알았어요!”
진호에게 다시 확약을 받은 병호는 시동을 걸며 투덜거렸다.
“저런 또라이 덕후 새끼···.”
* * *
‘또라이 덕후’
병호와 같은 진호의 친척들은 물론이고 진호의 부모까지 진호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어려서부터 덕후질을 하며 벌인 다양한 사고로 인해 ‘언젠가는 크게 사고 칠 놈’이라고 일가친척 모두의 걱정을 사는 상황이었다.
‘광덕’
SNS나 온라인 취미 카페를 통해 진호를 알게 된 지인들이 붙인 별명이었다.
초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덕질을 하는 진호를 보고 ‘넓을 광(広)’을 썼지만, 이후에 진호가 벌인 다양한 사건 사고를 보며 ‘미칠 광(狂)’으로 바뀌었다.
어려서부터 진호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진호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월등한 집중력과 기억력을 보였다.
“보통 아이가 아닌 것 같아요!”
유치원 선생의 말에 진호의 부모가 가지는 기대치는 점점 높아만 갔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진호의 지능지수를 검사한 진호의 부모는 의사에게서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기억력과 집중력. 이해력 모두 평균 이상입니다. 지능지수도 준천재급이로군요.”
“감사합니다!”
의사의 설명을 들은 진호의 부모는 크게 기뻐하며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낙망으로 바뀌었다.
진호의 그 뛰어난 집중력과 기억력, 이해력, 지능지수가 발휘되는 부분에서 공부가 빠져 있었다.
이제 막 말을 알아듣는 3~4세 때 벌어진 부부싸움에서 흘러나온 부모의 흑역사를 기억해 두고두고 부모의 입을 막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 벌인 자신의 흑역사를 대학생 때까지 기억해 이불킥을 하게 만들었던 기억력과 자신이 좋아하는 미드 시리즈를 논스톱으로 보다가 식사를 걸러 응급실에 실려 가게 만든 집중력도 공부에서는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머리도 좋은 녀석이!”
보습학원은 물론이고, 채찍과 당근을 휘두르며 진호가 공부를 하게 만들던 진호의 부모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진호의 성적은 우수반에 가던 열등반에 가던 언제나 중간이었다.
국어와 역사, 암기과목들은 매우 우수했지만, 중간에 머무른 영어와 아예 바닥에서 노는 수학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 진호 또한 답답했다.
“연상이 안 돼···.”
진호는 자신의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연상?”
“국어랑 역사랑 다른 암기과목에서는 교과서나 문제를 읽으면 마치 영화처럼 장면이 연상 돼. 그러니까 기억도 확실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금방 이해가 가는데, 빌어먹을 수학은 그게 안 돼···.”
결국, 진호는 문과로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해 진호는 더욱 덕질에 매달렸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유명한 로봇 애니메이션에 심취-우주세기 근본주의자에 골수 연방지지파-해 열성적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며 지인들을 사귀었다.
그런 진호의 덕질이 광덕이 된 것은 중학 2학년 때부터였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드라마에 제대로 덕통사고를 당한 진호는 열성적으로 해당 드라마를 구해서 보기 시작했다. 지극히 마니아적인 드라마였기 때문에 ‘어둠의 경로’도 해외로 돌아야 했고, 자막도 없어서 인터넷에서 구한 대본을 번역해 가며 드라마에 중독되었다.
드라마에 빠진 진호를 보며 진호의 부모는 화가 났지만, 그나마 그 와중에 영어 성적이 초고속으로 오른 덕에 진호는 시리즈가 종료될 때까지 무사히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문제의 드라마가 진호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덕후’였던 진호가 ‘행동하는 덕후’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증기기관의 매력에 빠진 진호는 친구들과 함께 와트의 증기기관과 그것에 연결된 발전기의 축소모형을 만들어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했다.
증기압을 견뎌야 하는 내압 실린더 부분과 몇 개의 구동용 부품들을 빼고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로 만든 축소 모형은 알코올램프로 보일러를 가열하자 LED조명등을 밝힐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었고, 우수상을 받았다.
“진호야, 고맙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용돈에 좀 보태 써라.”
“문과가 상을 받아서 뭐해! 차라리 그 정성으로 수학 공식을 외어봐! 여보! 이 자식 용돈 주지 마! 또 이상한 거나 만들게 뻔하니까!”
수상경력이 입시에 큰 도움이 되는 이과생인 친구들의 부모에게서는 감사의 말과 용돈을, 자신의 부모에게서 질책을 받은 진호였다. 하지만 다음 해에는 실제로 증기압을 이용해 움직이는 증기기관차의 축소모형을 만들면서 부모가 뒷골을 잡게 만들었다.
그런저런 상황 속에서 진호는 입시를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수시가 아닌 정시라는 최악의 관문을 통과해 SKY 바로 아래 등급의 ‘인(in)서울’ 대학 행정학과에 합격했다.
진호의 합격이 확인된 날, 진호의 부모는 일가친척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였다.
“이제 대학에 들어갔으니 쓸데없는 일 벌이지 말고 공부나 해!”
“행정학과라고? 열심히 해서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아무 생각 말고 공부나 해! 네 부모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잘 알잖아!”
잔치에 모인 진호의 친척들은 하나같이 협박과 충고가 뒤섞인 말을 진호에게 해 댔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진호의 ‘행동하는 덕질’은 끊이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진호는 여름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을 가지고 ‘인력 수상 비행기’를 만들어 한강하구에서 비행에 성공했다.
“떴다!”
“떴네?”
안전문제로 현장에 동석했던 경찰들과 119 구급대원들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나는 진호의 인력비행기를 바라봤다.
진호의 비행은 공중파를 탈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재능이 넘치는 대학생 발명가’ 등의 제목으로 TV뉴스의 한 꼭지를 차지했지만, 진호의 부모는 머리를 싸매고 앓아누워야 했다.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친척과 지인들이 말하는 ‘제1차 광덕의 난’이었다.
TV뉴스에 나온 효과일까? 진호는 학교에 소문난 기인(奇人)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뒤로도 진호의 기행은 계속 이어졌다. 고증은 저 멀리 집어던진 사극드라마를 보다가 제대로 된 삼국시대 가죽 찰갑을 만들어 본답시고 가죽들을 가지고 씨름을 한 적도 있었고, 조선환도의 제조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전통 도검 장인의 작업장에서 숙식을 하며 방학을 보낸 적도 있었다. 학기 중에는 십자군 시절의 영화에 감명을 받아 서양의 풀 플레이트 갑옷을 만든다고 주말마다 공방에서 망치질을 해댔고.
“저 새끼를 어떻게 하나···.”
진호의 기행을 막아보기 위해 진호의 부모는 성인이 된 자식을 두들겨 패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행을 이어가는 자식의 모습을 보며 진호의 부모는 속이 썩어 들어갔다.
“아예 공부라도 못했으면···.”
방학 때가 아닌 학기 도중-주말 빼고-에는 열심히 학업에 매달렸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진호의 부모는 더욱 자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진호가 이런저런 사고를 칠 때마다 진호의 부모는 진호의 고등학교 시절 진로상담을 하던 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려야만 했다.
“진호는 머리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학문적인 것은 아니에요. 쉽게 말하자면 발명가가 적성에 맞는 아이지요.”
“발명가라… 요즘 세상에서는 생활자체가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 아쉬워요. 만약 진호가 18세기나 19세기 유럽에서 태어났다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발명가가 되었을 겁니다.”
* * *
대학 3학년에 올라갈 무렵, 진호는 초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미국의 지인에게서 온 1통의 메일 때문이었다.
유명한 해적영화에 나왔던 범선을 전통 방법대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었다. 1/4 사이즈로 축소해 만드는 것이지만 모든 것을 실제 고증에 맞춰서 만든다는 내용에 진호의 눈이 돌아갔다.
진호는 곧장 휴학계를 내고는 미국으로 날아갔다.
‘제2차 광덕의 난’이었다.
진호의 미국행에 진호의 모친은 다시 한번 머리를 싸매고 자리보전을 해버렸고, 부친은 노성을 터뜨렸다.
“이놈 새끼! 호적에서 파버릴겨!”
진호의 미국 체류는 처음 예상보다 길어졌다. 그렇게 된 원인은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던 아랍의 부자 덕후 때문이었다.
완성된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던 아랍의 부호는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 제의를 했다.
“마침 크루징 요트가 한 척 필요했는데, 실물 사이즈로 만드는 것은 어때? 내가 건조 자금도 지원해주고, 월급도 줄게. 딜(Deal)?”
“딜!”
아랍 부호의 제의에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동의를 했다.
100% 풍력에 의지한 범선이 아니라 엔진을 설치한 기범선(機帆船)으로 개조를 하고, 현대식 편의장치들을 설치하느라 상당한 개조가 되었지만, 선체의 구조 대부분과 외형이 예전 대항해시대의 범선 그대로인 물건이 여러 나라에서 모인 덕후들의 손에 의해 다시 탄생했다.
건조가 끝나고 진수식과 시험항해까지 무사히 끝난 다음, 해당 범선의 설계도 사본을 챙겨든 진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진호를 맞이한 진호의 부모는 짧게 한마디 했다.
“군대 가라. 준비 다 해놨다.”
“예.”
살기가 풀풀 날리는 부모의 명령에 진호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군대를 다녀온 다음, 진호는 얌전히 학창 생활을 이어 갔다.
성실히 학업을 수행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한 진호는 졸업 후 1년 만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을 했다.
중앙정부 소속 공무원-그것도 재경부-이 되는 것이 결정된 날, 진호의 부모는 다시 한번 일가친척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였다.
“수고하셨어요!”
“드디어 한시름 돌렸구먼! 고생했어!”
친척들은 진호가 아니라 진호의 부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진호로 인해 겪었던 마음고생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곡절을 겪으며 진호는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진호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진호의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정작 진호에게 문제가 생겨버렸다.
“갑갑해···.”
매일같이 이어지는 업무에 치이면서 진호는 정신적 목마름에 시달렸다. 그런 갈증을 해결하고자 쉬는 날이 되면 프라모델을 만든다거나 온라임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자전거 동호회 등의 활동을 하는 등 열심히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정신적 목마름은 점점 더 강도가 심해졌고 마침내 우울증 진단까지 받아 약을 먹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진호의 부모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감사합니다.”
부모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진호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백수가 된 진호는 곧장 명장이 운영하는 대장간에 취직을 했다.
대장간에서 숙식을 해가며 일을 배운 지 3년이 지났을 때, 명장은 진호를 불렀다.
“이제 너의 가게를 열어라. 나한테서 배울 것은 다 배웠다. 이제부터 너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뿐이고, 그것은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거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렇게 해서 진호는 양산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4년 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과 약간의 지원을 바탕으로 빈집과 거기에 딸린 밭을 산 진호는 대장간을 차리게 된 것이었다.
* * *
병호를 배웅하고 돌아선 진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투덜거렸다.
“문방구에서 파는 폭죽은 불순물이 심해서 총열에 녹이 슬어 버리는데···.”
시중에서 파는 폭죽에는 다양한 불꽃의 색을 내기 위해서, 그리고 화약의 폭발력을 죽이기 위해서 다양한 불순물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순물들이 총열을 심각하게 부식을 시키기 때문에 시험사격을 한 다음 총열을 반드시 꼼꼼하게 청소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갈아엎으라니 갈아엎어야 하는데··· 내일 황 영감님네 가서 트랙터를 빌려야겠군.”
내일 해야 할 일을 정한 진호는 창고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창고에 들어선 진호는 창고의 선반을 뒤적거렸다.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에 만들었던 증기기관 작품들을 한쪽으로 치운 진호는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이게 들켰으면 지금쯤 유치장에 들어가 있었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진호는 뚜껑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상자 안에는 완충재에 푹 파묻힌 2개의 작은 유리병이 자리하고 있었다. 새끼손가락 크기의 유리병 안에 담긴 황갈색의 액체를 보며 진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내가 왜 만들었는지···.”
유리병 안에 담긴 것은 니트로 글리세린이었다.
유리병을 잠시 살피던 진호는 상자의 뚜껑을 닫고 다시 선반 깊숙이 밀어 넣었다.
우르릉!
진호가 막 창고에서 나오던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응? 어디서 공사하나?”
작은 흔들림에 고개를 갸웃하던 진호는 갑자기 흔들림이 커지자 비명을 질렀다.
“그럴 리 없잖아! 지진이다!”
지진이라고 판단을 한 진호는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채 다섯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진호는 몸을 돌려 창고로 다시 뛰어야만 했다.
“그 빌어먹을 것이 터지면 보험금도 못 받는다!”
우르릉!
점점 크게 흔들리는 땅으로 인해 비틀거리면서도 진호는 창고로 뛰어 들어가 상자를 챙겨 밖으로 뛰어나왔다.
달칵!
상자를 연 진호는 유리병 2개를 꺼내 냅다 밭을 향해 집어 던졌다.
콰쾅!
“됐···.”
밭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안심하던 바로 그 순간, 땅이 갈라지며 진호를 삼켰다.
끝
ⓒ 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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