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43)
743화 세대교체 (1)
제국력14년(1462년)
프랑스의 정권이 바뀌었다.
승리왕(le Victorieux) 샤를 7세가 사망하고, 신중왕(le Prudent) 루이 11세가 왕위에 오른 것이었다.
향이 개입하기 전의 역사와 비교해 몇 달 늦은 왕권교체였다.
샤를 7세와 루이 11세와의 관계는 부자 관계보다 정적의 관계였다.
처음부터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백년 전쟁 후반기에 샤를 7세가 파리를 탈환하면서 프랑스가 유리해지자, 루이 11세는 16세의 나이로 전쟁에 뛰어들어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부자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440년 ‘프라게리의 난’부터였다.
난의 시작은 ‘오를레앙 칙령’ 발표였다.
상비군의 창설과 이를 위한 과세, 귀족들의 사병 보유를 금지하는 칙령에 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반란에 루이 11세는 귀족파로 참가해 부왕에게 반항했다.
하지만, 반란은 진압되었고, 루이 11세는 영지인 도피네의 통치에만 전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종의 유배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쟁 상대국인 잉글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샤를 7게의 명령에 따라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1세의 딸 마거릿과 결혼했다. 하지만, 부부의 관계는 최악이었고, 설상가상으로 1445년 마거릿이 사망해버리면서 부자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후에도 부자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1448년, 루이 11세는 샤를 7세의 최측근인 피에르 드 브레제를 탄핵했다가 실패해 다시 도피네에 처박혀야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루이 11세는 끊임없이 샤를 7세에게 반항하며 독자 행보를 걸었고, 이윽고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1451년 밀라노 공작령 분할에 관한 비밀 협정을 맺고 사보이아 백작 루이 1세의 딸 카를로타와 결혼을 추진한 것이었다.
문제는 당시 루이 11세가 28살이었던 반면에 상대인 카를로타의 나이는 불과 여섯 살이라는 것과 부왕인 샤를 7세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화를 참지 못한 샤를 7세는 1456년 군대를 보내 루이 11세를 체포하려 했고, 루이 11세는 브루고뉴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루이 11세는 선량공 필리프 3세의 보호를 받으며 루이 11세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후, 샤를 7세가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루이 11세는 함정으로 생각하고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샤를 7세의 사망이 확인되자 파리로 돌아와 랭스에서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르고 왕이 된 것이었다.
* * *
대관식을 끝낸 루이 11세는 루아를 강 유역의 앙부아즈성에 머물렀다.
잉글랜드군에게 빼앗겼다가 다시 탈환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프랑스 국왕들에게 파리는 달갑지 않은 장소였다.
특히나, 생애 거의 전부를 파리 바깥에서 보냈던 루이 11세는 이런 거부감이 특히 심했고, 결국은 앙부아즈성에 거처를 잡은 것이었다.
“흐음… 앞으로 어떻게 할까?”
루이 11세는 창밖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왕위에 오른 루이 11세는 바로 선왕인 샤를 7세가 남긴 유산들을 살피게 되었다.
“공교롭군….”
유산을 살피던 루이 11세는 곤혹스런 표정이 되었다.
샤를 7세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용한 것은 상비군인 칙령군이었다.
문제는 이 칙령군으로 인해 발생한 반란에 자신도 엮여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자신이 왕위에 오르자마자 칙령군의 철폐와 복고를 주장하는 귀족들이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복고는 안 될 일이지….”
루이 11세는 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잉글랜드와 휴전을 맺기는 했지만, 전쟁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었다. 그 경우, 저 귀족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잉글랜드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내부에도 아직 강력한 적이 남아있었다.
자신이 몸을 피하고 있었던 브루고뉴국이었다.
아라스 조약 이후, 프랑스 국왕에 대한 봉건 의무에서 벗어난 브루고뉴국은 사실상의 독립국이었다.
이후, 브루고뉴국의 정책 기조는 자국의 독립유지와 세력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프랑스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지금 브루고뉴를 지배하는 선량공 필리프 3세를 이을 샤를은 대놓고 그런 뜻을 표하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루이 11세였다.
“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왕인 내가 확실하게 쥐고 움직일 수 있는 군대와 관료가 필요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세 제도. 즉, 오를레앙의 칙령은 폐지할 수 없어.”
자신과 왕국의 상황을 분석하던 루이 11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결론은 ‘제국화’뿐이야.”
* * *
이 시기, 유럽의 지식인들이나 군주에게 있어서 제국은 ‘이상향’이었다.
-근면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백성들.
-나라의 안녕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정직한 관리들.
-쉼 없이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와 제도.
-직종에 관계없이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존경받는 사회.
-가난하고 천한 백성이라도 억울함이 있으면 바로 황제에게 탄원할 수 있는 언로(言路)
-강력한 권력을 가졌지만, 함부로 남용하지 않으며, 백성들에게서 절대적인 충성을 받는 황제.
붕건제에 익숙한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이상향이었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교수들과 유학생들이 보내오는 서한들은 이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접한 유럽의 군주들과 지식인들은 자국의 재혁을 꿈꿨다.
이른바 ‘제국화’라고 불리게 될 개혁 운동이었다.
하지만, ‘제국’을 꿈꾸며 ‘제국화’를 부르짖었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같지 않았다.
-모든 권력을 독점한 채, 전문화된 관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존재.
이것이 국왕들이 꿈꾸는 ‘제국화’였다면, 다른 이들이 꿈꾸는 ‘제국화’의 의미는 또 달랐다.
-종교적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사회.
-합당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정해지는 세금이 없는 사회.
이런 식으로 ‘제국화’를 부르짖는 이들이 꿈꾸는 제국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제각각의 꿈을 꾸면서도 한 가지만은 똑같았다.
-귀족계급의 배제.
국왕들은 권력의 독점을 위해, 다른 계층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확보와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위대한 프랑스 제국의 건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귀족이 도태되어야 해. 하지만, 이 귀족들을 도태 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제국화. 그리고, 제국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돈.”
거기까지 말한 루이 11세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돈이 문제로군. 그래서 제국이 그렇게 교역에 열심인 것인가?”
* * *
도피네와 브루고뉴국에 은신하고 있을 당시, 루이 11세는 조선, 이후에는 제국과 관련된 많은 문서들을 구해 읽었고, 기회만 된다면 제국에 갔다 온 이들을 초빙해 제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제국의 신기한 기물들과 풍경과 같은 흥미 위주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 11세는 다른 의문이 들었다.
“조선은 어떻게 해서 제국이 된 것이지?”
루이 11세는 자신이 품게 된 의문을 학자에게 물었다. 루이 11세의 물음에 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 역시 그것이 궁금합니다. 해서, 연구를 하고 싶지만….”
학자는 슬그머니 말을 흐렸지만, 루이 11세는 바로 알아들었다.
“자금이 필요하면 말 하시오. 내 지원하겠소.”
“감사합니다.”
루이 11세의 지원을 받은 학자는 제국을 오가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제국만이 아니라 필요하면 명과 왜국까지 오가며 샅샅이 긁어모은 자료들을 분석해 나온 것이 바로 ‘경장’이었다.
신분제 혁파, 조세 개혁, 의무 교육 등등의 내용을 본 루이 11세는 학자에게 물었다.
“이것을 왕이 나서서 실행했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제국에는 귀족이 없었나?”
“양반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공했다는 것이오?”
“물론, 반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자는 ‘기유 반란’에 관해 루이 11세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루이 11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무력이 관건이군.’
* * *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루이 11세는 앞으로 자신이 마주칠 상황과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선왕께서 애를 썼지만, 아직도 귀족들의 힘이 강해. 귀족들의 힘을 꺾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으로는 무리야. 아니, 언제 죽을지 모르지.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귀족들을 견제할 세력을 키워야 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삼부회지. 하지만, 신부들은 귀족들과 한통속으로 봐야 해. 그렇다면, 제국의 왕이 했던 것처럼 평민들, 특히, 상인들을 손에 넣어야 해. 그리고, 상인들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역시 제국처럼….”
루이 11세는 삼부회의 평민 세력들을 손에 넣을 정책을 백지에 적었다.
-조세 개혁
-의무 교육
“이게 가장 확실하기는 한데 역시나 필요한 것은 돈이로군… 후우~.”
한숨을 내쉰 루이 11세는 입맛을 다셨다.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혁해야 하고, 돌고 도는군… 후우~.”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도는 문제들을 보며 한숨짓던 루이 11는 한쪽에 놓인 장부들을 들췄다.
“이래서 수에즈에 집착하신 것가?”
샤를 7세가 왜 수에즈에 깊은 관심을 보였는지 이해가 가는 루이 11세였다.
“지금도 수에즈에서 오는 물건들을 전매해서 얻는 이익이 상당하지. 처음 경장을 시작한 제국의 국왕도 전매제도를 이용해서 자금을 확보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도 이를 잘 이용해야지.”
수에즈를 떠올린 루이 11세는 가닥을 잡아갔다.
“수에즈만이 아니야. 포르투갈을 보면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엄청나지. 그렇다면… 수에즈는 물론이고, 바다로 진출해야 해. 가만, 이 부분은 귀족을 이용해 볼까?”
음모와 권모술수를 잘 쓰기에 ‘거미’라는 별명이 붙어있던 루이 11세 답게 귀족들을 이용해 먹을 음모를 꾸미는 루이 11세였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하며 심력을 쏟던 루이 11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산숨을 내쉬었다.
“후우~. 머리가 아프군. 책사가 필요해…”
책사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루이 11세는 손에 들린 금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경장을 처음 실행했던 왕의 책사가 왕의 도팽(Dauphin de Viennois, 왕세자)이었다지? 그런데 그때 나이가 10살 언저리 였다는데… 정말일까?”
향과 관련된 소문들을 떠올린 루이 11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람도 아니지.”
같은 시각, 신지 행국에서는 향이 귀를 후비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또, 누가 내 욕을 하고 있나? 이거야 원… 용의자가 너무 많아서….”
신지 행궁과 52구역은 물론이고, 저 먼 서울까지 지신을 씹을 이들이 적어도 몇백 단위는 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