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54)
754화 중2병 황제 (7)
향금의 말에 금순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럼 금순의 표정에 향금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태황태후께서는 예전 서울에 큰불이 났을 때, 만삭의 몸으로 화재 진압을 지휘하셨사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기유년에 있었던 범궐 사태에서는 태황태후만이 아니라 황태후께서도 직접 장총을 잡으시고 역도들을 제압하셨사옵니다. 때문에, 황실의 여인들은 모두 총술을 배우는 것이 전통이 되었사옵니다.”
“아, 예에….”
금순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향금은 이런 훈련이 필요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지아비인 군주를 가장 가까이서,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는 이들은 그들의 비(妃)뿐이옵니다. 때문에, 지아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총술을 배우셔야 하옵니다. 특히나, 향주의 배필이 되실 분이 남경에 도착하면 고립무원의 상황이 될 것이옵니다. 그런 상황에서 향주께서는 끝까지 그분을 지키셔야 함을 잊지 마시옵소서.”
“예. 유념하겠습니다.”
금순의 대답에 향금은 살짝 인상을 구겼다.
“향주께서는 외명부에 속하시나, 품계로는 소관보다 위이시옵니다. 호명과 화법을 속히 익히셔야 할 것이옵니다.”
“알겠스, 아니, 알겠네.”
* * *
이렇게 해서 금순의 본격적인 궁중 생활이 시작되었다.
예법과 화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금순이 졸업한 중학당 수준보다 고급의 학문까지 배워야 했다. 물론, 깊은 수준은 아니었고,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지만.
“남경에 가면 명 조정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고관대작들의 내자들과 같이 할 때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때, 얕보이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배우셔야 하옵니다.”
“예, 예….”
“예라 하셨사옵니까?”
“아, 아닐세. 잘 알았네.”
향금의 엄한 눈초리 속에 금순은 혹독하게 수업을 받아야 했다.
향금은 수업에 허덕이는 금순을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시간이 충분치가 않사옵니다. 본래라면 적어도 수 년을 소모 할 것들을 단 몇 달로 따라잡아야 합니다. 그러니, 힘이 드시더라도, 조금 더 힘을 내주십시오.”
“알겠네….”
그렇게 힘든 수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면 금순은 이불에 쓰러져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학원에 들어가는 수업이 더 쉽겠다.”
하지만, 금순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업은 총술 수업이었다.
* * *
금순에게 총술과 궁술을 가르치는 이들은 태황태후와 황후였다.
궁술을 몰라도 총술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자세 교정 과정이 반드시 들어갔는데, 황실 여인들의 몸을 외간 남자들이 함부로 만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궁이 나서야 했다. 하지만, 황실에서 총술에 제일 정통한 이들은 향의 정비인 황태후와 후궁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태황태후와 황후를 훈련시켰다.
하지만, 그녀들이 향과 함께 신지에 가 있는 지금, 태황태후와 황후가 금순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태황태후와 황후는 금순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그나마 궁술은 쓸만 하니 넘어가도록 하고, 총술에 전력하도록 하지요.”
태황태후인 소헌황후의 결정에 황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금순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심할 때마다 활터에서 활을 쐈던 것이 도움이 되었네….’
하지만, 이어진 총술 수련에서 태황태후와 황후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탕!
“엄마야!”
자신이 쏜 단총의 총성과 반동에 놀란 금순이 총을 놓치며 바닥에 주저앉았기 때문이었다.
“저걸 어찌할꼬… 쯧!”
가볍게 혀를 찬 태황태후는 향금을 바라봤다.
“예법과 화법은 어느 정도나 익혔나?”
“거의 다 익히셨고, 지금은 경학과 시문을 주로 익히고 계시옵니다.”
“당분간은 총술 수련 위주로 진행할 걸세.”
“예….”
이후, 금순은 피 나고, 알이 배고, 이가 갈리는 수련을 받아야 했다.
금순이 그런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주견심도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가장 난제라고 생각했던 금순과의 결혼은 주견심 자신의 고집과 제국의 지원으로 쉽게 해결이 되었다.
“비록 향주라는 것이 좀 아쉽지만, 평민보다는 나으니 받아들여야지요.”
귀비 주씨는 금순과의 혼사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위한 핑계를 만들었다. 금순이가 평민이었어도 결혼하겠다고 나섰던 주견심을 생각하면 훨씬 나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제국이 제시한 또 다른 혜택도 혼사를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적당한 규모의 호위 병력을 붙여주겠다.
아들 주견심이 황제가 되면서, 귀비 주씨는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귀비 주씨는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현실도 확실히 자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위 병력을 붙여주겠다는 제국의 제안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제안이었다.
결국, 귀비 주씨는 아들 주견심의 고집을 이유로 못 이기는 척하며 혼사를 승낙했다.
어쨌거나 가장 웃어른인 귀비 주씨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관리실의 관리들과 환관 왕충은 혼사를 치르기에 좋은 길일이 언제인지 달력을 뒤져가며 골랐다.
* * *
결혼이라는 큰 고비를 넘긴 주견심은 예전에 관리실에 요청했던 명 조정의 조직도와 관련 보고서를 놓고 잠룡회 동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참으로 고풍스럽지 않은가?”
주견심의 냉소적인 평가에 동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잡아도 당나라 시절부터 내려온 체제일세. 이러니 저 모양이지….”
주견심은 이를 박박 갈며 쓴소리를 뱉었다.
명의 행정조직, 특히, 중앙행정조직의 기원은 당의 3성6부제였다.
시대와 나라가 바뀌면서 조금씩 더하고 더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 체제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명도 초기에는 이 체제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주원장의 집권 시기 승상이었던 호유용이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름하여 ‘호유용의 옥’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주원장은 승상이라는 관직을 없애버렸고, 황제와 6부가 바로 연결되는 직할 체제로 바뀌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야. 황제가 모든 일을 다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모임의 머리 역할을 맡은 석준은 걸개에 걸린 괘도를 지시봉으로 탁탁 치며 문제를 지적했다.
-다시 말하지만, 황제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명은 환관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환관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권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경향이 계속 이어지면 그 악명 높은 십상시(十常侍)가 다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환관 조직들을 정리해야만 해.”
“동감일세. 그러자면 동창부터 해체해야겠군.”
주견심의 말에 필수가 말을 받았다.
“문제는 저 환관들이 이미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지. 자네가 직접 나서면 오히려 불리해져. 적당한 칼이 있어야 해.”
필수의 지적에 석준이 말을 받았다.
“금의위를 이용하는 것을 권하겠네. 원래, 동창이 하는 일 대부분이 금의위가 할 일이니까.”
“금의위라….”
석준의 말에 턱을 쓰다듬던 주견심은 인상을 살짝 구기면서 석준에게 물었다.
“그렇게 해서 동창을 해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금의위가 너무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주견심의 지적에 필수가 석준을 대신해 제했다.
“동창이 가졌던 부분을 우리 잠룡회가 가지는 것이 어떨까?”
“잠룡회가 동창이 가졌던 부분을 가진다?”
주견심이 호기심을 보이자 필수는 좀 더 자세하게 말했다.
“우리 잠룡회의 역할은 자네의 친위세력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우리는 소수야. 기반도 약하고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친위세력이 되어봤자, 아무런 힘도 못 쓸 뿐이야. 하지만, 동창이 가졌던 부분을 손에 쥐면 자네가 휘두를 힘이 강해지지 않겠나?”
필수의 말에 주견심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문제는 동창이 가졌던 부분을 어떻게 우리가 차지하느냐 아닌가?”
“동창을 해체한다는 것이 동창에 속한 환관들을 모두 없앤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대가리인 태감과 그 밑의 몇 만 없애 버리고 그 밑의 환관들을 손에 넣으면 되는 것이지.”
“흐음… 괜찮기는 한데, 어떻게 없애느냐가 문제겠군.”
주견심의 말에 필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의 일이라면 목숨 거는 왕 씨가 있지 않은가?”
필수의 지적에 주견심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하!”
동창을 손에 넣을 칼로 왕충이 정해지자, 그다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거지로 위장한 채 정자 밑에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밀위의 조장은 눈을 빛냈다.
‘대충 잠룡회 회원들의 역할이 정해져 가는군.’
잠룡회 회원들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다고 인정받는 석준은 상황을 분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에 유능했다.
그리고, 은연중에 잠룡회의 우두머리로 대접받는 필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에 유능했다.
그리고 다른 동무들은 필수나 석준이 놓치는 부분을 찾아 내거나열성적으로 성공을 위해 움직였다.
밀위의 조장은 저들이 남경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동창에게서 빼앗은 힘을 이용해 석준이 분석하면 필수는 방법을 만든다. 그리고, 주견심이 실행을 결정하면 다른 동무들이 움직여 일을 성사시킨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상상해 본 밀위 조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잘하면 최강의 조합이 되겠지만, 잘못하면 분열의 씨앗이 되겠군.’
동창 문제의 대안을 찾아낸 주견심과 동무들은 다시 행정 조직 문제로 돌아갔다.
“바꾸기는 바꿔야 하는데….”
명의 행정조직이 문제라는 것은 모두 동의했지만, 문제는 답이었다.
최적의 답을 찾아 내놓기에는 그들의 학식이나 경륜 모두가 부족했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나온 결과는 제국의 행정조직을 가져다 변주하는 것이었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일세.”
석준의 말에 필수가 말을 더했다.
“문제는 이런 개혁을 진행할 명분일세.”
필수의 지적에 주견심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좋은 명분이 있지.”
“그래? 그게 무엇인가?”
“지난 두 번의 전쟁에서 매번 패한 죄.”
“….”
주견심의 말에 필수와 석준, 다른 동무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리고, 필수가 그런 동무들의 심정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설마, 자네도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건가?”
필수의 표정이 사나워진 것을 본 주견심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설마! 나도 부귀영화 좋아한다네! 그리고 가정의 평화도 중요하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숨어있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지금 명의 사정은 결코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바짝 조여야 하는데, 이는 사양하고 싶다.
-또한, 황비가 제국인인데 제국과 전쟁한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기도 싫다.
이런 주견심의 속뜻을 안 잠룡회의 동무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