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ed oil tycoon RAW novel - Chapter 114
114 새로운 시대로(1)
달칵───!
오늘 업무가 시작되자 현장 반장은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넓은 부지의 공장에 펼쳐진 폭 넓은 금속 벨트가 진동했다.
보다 정확히는 진동하면서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3번 라인 가동했습니다.”
그리고 공장은 아주 컸기에 그런 라인이 한두 줄 스케일이 아니었으며 각각 라인에는 노동자들이 붙어있었다.
“오늘 태선 사장님이 오신댔으으니 모두 열심히 하죠. 사고 안 나도록 특히 주의하시고요.”
그리고 며칠 사이 100명도 넘게 불어난 직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힘차게 소리치는 이는 웨스팅하우스였다.
다만 100여 명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공장의 규모를 제대로 돌리려면 앞으로 이 몇 배는 더 고용해야 한다.
‘태선 사장님은 역시 대단해. 미리 부품을 준비한 뒤 나사를 조이거나 조립하는 공정 따위는 따로 하는 공정이라니.’
하물며 커다란 벨트를 만들어서는 그 위에 차체를 얹는다는 발생에는 듣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이걸 컨베이어 벨트라고 부르셨었지. 시작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진행되는 걸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로 효율을 극대화했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노력과 기술이 깃들여져 있었다.
그렇기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 그 첫 바퀴에 웨스팅하우스는 무조건 라인을 따라 걸어가면서 눈에 담았다.
‘그래, 시작은 프레임이지.’
금속공장에서 짜놓은 차체 프레임을 크레인 갈고리가 벨트에 얹는다.
물론 벨트에 차체 프레임을 제대로 고정하기 위해서 밑에서 잡는 사람과 위에서 갈고리를 조작하는 노동자의 호흡이 중요했다.
“거기 엔진 얹은 다음에는 나사를 단단히 조여주세요.”
그다음에 엔진을 얻는 공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참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골격만 갖추어진 상태에서 심장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자동차를 발명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이거니와.
‘모양은 달라졌지만 태선 사장님과 나를 처음 연결해준 게 바로 엔진이었지.’
아울러 꼭 이 모델T가 아니더라도 태선은 시간이 날 때면 강조하곤 했다.
엔진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하며 모델T에 맞게 만든 4기통 가솔린 엔진은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고.
그래서인지 웨스팅하우스는 엔진에 각별한 애정을 느꼈다.
끼리릭───!
그러다 여기저기서 나사를 조이는 소리의 합주에 웨스팅하우스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타이어 붙일 때는 스프링과 균형에 신경 써주세요.”
타이어를 붙이고 나사를 단단하게 조이거나.
“쿠션은 특히 단단하게 조여주세요. 이게 사소한 것 같아도 승차감이 어떻게 보면 쿠션과 직결되거든요.”
쿠션을 얹고 나사를 단단히 조이거나.
“아, 그리고 거기 핸들과 전조등은 섬세하게······.”
그렇게 이것저것 부품을 올려놓고 얹고 나사를 조여가며 고정하다 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오, 오늘도 첫 번째 차량 완성이네. 이건 매일 봐도 감동이라는 말이지.’
마지막 공정에는 컨베이어 벨트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크레인 갈고리가 있었다.
아래서 잡아주는 노동자와 위에서 조작하는 노동자가 호흡을 맞춘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차체에 검정색 겉면에 입혀졌다.
끼리리릭───!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스패너를 들고 달려들어 나사를 조여주면 마침내 첫 번째 출고차의 완성이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얹힌 채로 그대로 이동해서 옆쪽에 있는 널따란 차고지로 옮겨져 거기서 정렬되었다.
무려 100여 대에 달했다.
“장관이야. 처음에는 한 대 만드는 것조차 고생했는데 이런 공정이 갖추고 노동자를 고용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방 100대씩이나 만들었잖아.”
하물며 노동자들이 숙련공도 아니고 간단한 교육만 했을 따름이었다.
만약 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 숙련되면 생산량은 지금보다 몇 배는 늘 터.
“그런데 나야 뿌듯하고 좋긴 한데···막상 생각해보면 이게 물량이 감당되기는 하려나. 며칠 지날 때마다 이렇게 자동차가 쌓여갈 텐데.”
지금 회사에서 재무나 계산 쪽으로 기둥 역할을 하는 건 잭 바이든이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지금 공장에서 하루에 100대 넘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을 거랬다.
“그나마 지금은 널널하게 가동해서 30대도 안 되게 뽑고 있다지만 것도 며칠이면···으음.”
3일이면 100대이고 한 달 지나면 1,000대였다.
그 정도면 공장 옆에 붙은 창고로는 감당이 안 되고 바깥의 부지로 빼야 한다.
1,000대나 되는 차가 질서정연하게 서 있으면 장관이긴 하겠으나 생각해보면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었다.
“뭐 태선 사장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겠지만···에라이, 모르겠다. 생산과 개량! 사장님이 맡긴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러고 보면 이곳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 라인만 돌리는 건 아니었다.
아직 자동차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서 생산과 함께 연구라거나 그 외의 공정이 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승 신청 한 사람들 올 시간도 슬슬 됐지.”
그중 하나는 태선이 미리 마련해둔 채널.
예컨대 신문사라거나 혹은 알음알음 인맥으로 이어진 저명 인사들의 경우에 직접 의사를 전해오거나 하여 시승할 수 있게 해두었다.
그리고 그랜트 장군이 매일 같이 타고 다니는지라 자동차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다.
“하기야 나라도 그러겠다. 그랜트 장군님이 타고 다니면······. 그때 정말 좋았지.”
아직 판매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모델T는 벌써 인기가 높았다.
이를 두고 태선은 지금 시승하는 사람들이 그랜트 장군이 그러했듯 다른 사람들에게 파급 효과를 줄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랜트 장군에게 그러했듯 다른 시승자들을 안내하는 것도 웨스팅하우스에게 맡겨진 임무 중 한 가지였다.
“웨스팅하우스 공장장님, 시승한다는 분이 오셨습니다.”
그때 공장 사무실의 경리로 취직시킨 직원 하나가 다가와서 말했다.
공장장···이라는 말에 웨스팅하우스는 약간 우쭐했는지 입꼬리가 올라갔으나 겨우 표정 관리를 하고는 말했다.
“예, 바로 가죠.”
그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태선의 것을 따라하고 있었다.
·
·
·
“오, 너무 좋군요! 그랜트 장군님은 아예 자기 자동차가 있으시다던데···나도 어떻게 하나 안 됩니까?”
“하하, 그건 사장님의 허락이 있으셔야 하는 부분이라 제 독단으로 어쩔 수 없네요.”
시승하고 나서 극찬과 함께 아쉬운 말을 하는 말쑥한 양복 차림 신사는 주미영국대사 라이온스 경이었다.
“이걸 영국으로 가져갈 수 있으면 정말로 좋을 터인데.”
“아, 그러고 보니 태선 킴 사장님이 왕세자 전하께 보일러 놔드린 건 아시죠?”
“오, 그러고 보니 그렇군. 그렇다고 해도···자동차를 시승만 해보고 가려니 아쉬운데 팔지는 않습니까?”
못내 아쉬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대화가 다시 원을 그리고 만다.
“판매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입니다. 명단을 작성해뒀다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웨스팅하우스 대신 대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태선 사장님!”
샬롯과 함께 서 있는 태선을 누구보다 먼저 웨스팅하우스가 반겼고.
“오, 킴 사장님! 하하, 안 보이더니 계셨군요. 것보다 방금 하신 말씀은 사실이겠지요? 곧 판매한다는 거 말씀입니다.”
아울러 리처드 비커튼 페멜 라이온스 경 역시 그 못지않게 반가워했다.
“예, 물론입니다. 라이온스 백작님께는 제가 직접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 말 절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난 이 자동차에 반해버렸다는 말입니다, 하하!”
자동차를 몰며 느낀 흥분과 전율 그리고 아드레날린의 여운이 남아있는 걸까.
라이온스 경은 침착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이였다.
적어도 태선이 알기로 그런 사람이었거늘.
‘자동차에는 진심이네. 아니, 오히려 다른 야외 활동이나 운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아무려면 어떠랴. 라이온스 경은 빅토리아 여왕이 가장 신뢰하는 외교관 중의 한 명이며 정치적인 힘도 있었다.
더불어 주변 인물의 면면도 상당했다.
지금은 장교이겠으나 훗날 대영제국의 해군참모총장 겸 해군 제독이 되는 맥레넌 라이온스가 그의 사촌이었다.
그 외에도 줄줄이 군대에도 친척이 있고 런던 경시청의 부청장도 친척.
‘이미 영국에 한 차례 다녀오면서 앨버트 왕세자님이나 샬롯을 통해서 여왕님과도 연줄을 다져뒀지만 이렇게 선을 더 만들어놔서 나쁠 건 없지.’
“킴 사장이 올 줄 알았으면 약속을 비워두는 건데······.”
“다음에 제가 식사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 약속이 있으시면 가보시지요.”
“그 약속 잊지 마시오. 하하, 그럼 가보겠으니 꼭 다시 연락주시오. 킴 사장 연락 기다리고 있으리다.”
라이온스를 배웅하고 나서야 태선은 웨스팅하우스와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잘하고 있었구나. 공장장 자리도 맡고 직원도 100명이나 거느리니 많이 달라졌는걸.”
“에이, 그러지 마세요. 긴장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실감도 안 난다고요.”
웨스팅하우스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목소리라거나 표정이나 태도에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하긴 이 시대에 지금 웨스팅하우스보다 자동차 전문가는 없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어.’
튼튼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랄지.
아울러 그렇기에 웨스팅하우스로서도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니라 나름 사업적인 식견도 생기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태선 사장님, 지금 차고지에 자동차가 계속 쌓이는데 이대로 계속 생산해도 되는 게 맞나요?”
“막상 팔아도 생산량을 판매량이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도 되나보다?”
“아뇨, 태선 사장님이 안배하셨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손을 휘휘 내젓는 모습을 보자 샬롯이 옅게 웃더니 놀리듯 말했다.
“어머나, 웨스팅하우스는 태선의 사업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나봐요.”
“아니에요, 샬롯 누나.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그 공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뭐 그런 게 걱정이라는 거죠.”
어느새 한여름이라 그런지 웨스팅하우스는 해명하며 땀까지 삐질삐질 흘렸다.
지금 컨베이어 벨트 돌리는 건 그야말로 테스트 수준이란 걸 알면 녀석은 어찌 생각할까.
‘하지만······.’
어떤 면에서 녀석의 지적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니긴 했다.
‘성공이야 하겠지만···어떻게 전략을 짜고 시장 여건을 갖추느냐에 따라서 더 쉽고 빠르게 성공하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지.’
그리고 기실 오늘 찾아온 이유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일단 사무실로 가자. 조셉과 잭도 와서 지금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하기에 앞서 의논할 게 있어서 왔는데 너무 기다리게 하면 곤란하겠지.”
같이 사무실로 가면서 웨스팅하우스가 흠칫 놀랐다.
“말하자면 회의겠구나.”
“회의······.”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하는 회의다.”
녀석은 평소답지 않게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왜 저런 반응인지 그 이유가 짐작은 갔다.
‘나나 조셉이나 샬롯은 전부 간부이자 임원급인데 웨스팅하우스도 원년 멤버이긴 해도.’
정식으로 간부급의 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었다.
“너랑 같이 의논한다니 얼떨떨하느냐?”
“어···네. 제가 태선 사장님과 샬롯 누나와 조셉 아저씨와 잭 아저씨와 대등하게 회의라니···믿기지가 않아요.”
“그럴 자격이 있다. 자동차에 있어서는 이제 누구보다 네가 전문가다. 심지어 기술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잘 알 거고.”
웨스팅하우스는 당황했으나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큰 방향을 알려주고 틀을 잡아주는 부분에 있어서 태선의 지도는 매우 중요하긴 했다.
다만 방금 태선의 말대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의 전문가였다.
더구나 자신이 존경하고 정신적으로 지주인 태선이 어깨를 짚으며 보증해주지 않겠는가.
“자동차 생산량은 걱정하지 마라. 공장을 넓히고 공정을 더 효율화해서 14초마다 한 대씩 찍어내도 다 팔린다.”
“예? 14초마다 한 대를 찍어내도 팔려요? 그러면 1분에 4대라고 치면 한 시간에 240대 나오고 하루에···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냐는 듯 웨스팅하우스가 쳐다봤다가 태선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입을 닫았다.
결코 농담을 하는 표정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태선이 이처럼 진지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고는 했다.
‘20초에 한 대씩 찍어도 팔린다니···심지어 자동차가 팔리는 만큼 연료로 들어가는 석유도 팔린다는 건데?’
그러면 돈이 도대체 얼마나 벌린다는 건가.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주행 거리를 대략 잡아놓고 석유를 얼마나 쓰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는 사이 사무실에 다다랐다.
“계산하고 있지?”
“···네.”
“아직 안 해도 된다. 변수에 대한 수치나 통계도 정확하게 없지않느냐.”
“그렇기도 하고 숫자가 어마무시해서 감도 안 잡혀요.”
태선은 피식 웃었다.
“그걸 계산하고 더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조셉과 잭과 같이 온 거다.”
“거기까지 다 생각하고 계셨었군요!”
“그래, 그러니 다른 일을 하느라 힘을 빼지 말거라. 계산은 잭의 영역이 아니니. 네가 미리 해버리면 잭이 서운해할 거다.”
태선은 피식 웃고는 사무실 문앞에 잠시 섰다.
“아무튼 자료와 함께 자동차 사업과 수반할 다른 사업이나 정부 정책이나 법에 관한 아이디어도 가져왔다. 거기서 너는 기술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부분을 자문하고 의견을 내주면 된다. 알아들었지?”
“네! 후우, 조금 긴장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달칵──!
이내 문을 열고 들어가며 태선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긴장할 게 뭐 있냐. 말이야 회의라지만 나나 샬롯도 그렇고 조셉이나 잭이나 서로 잘 알고 친한 사이잖냐.”
그리고 방금 전에 태선이 말한대로 공장 사무실에는 조셉과 잭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선이 제안한 신호등이 적용되면 오히려 사고가 많이 늘어나지 않겠나?”
“자동차의 브레이크 성능에 따라······.”
먼저 의논하고 있었는지 테이블에 여러 자료를 늘어놓고 논의하던 중.
“오, 이제 왔군. 이야, 웨스 공장장 태가 나는구나.”
“마침 잘 왔네. 안 그래도 자동차의 기술적인 면에 대해 확실하게 상정하지 못하니 결괏값이 미덥지 못해. 웨스,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그 둘은 웨스팅하우스를 보자마자 어서 앉으라는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