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03
청풍표국 최강식객 103화
103화. 강소제일세(1)
중원이 발칵 뒤집혔다
단목세가의 가주와 소가주가 될 단목룡이 동시에 죽고, 단목세가주의 호위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에 무림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장본인은 바로 묵천회의 수장 묵룡!
소주 하오문을 접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백도 무림의 거인이자 상천십좌인 단목인을 죽였다는 사실에 강호는 충격에 휩싸였다.
게다가 단목인이 일대일 결투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개방주의 증언과 이들이 묵천회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무림맹 총군사 제갈백규의 발표에 모든 것이 사실로 뒷받침되었다.
마침 신성대연 참석차 소주에 머물렀던 이 둘의 발 빠른 대처에 의심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생사결을 통한 상천십좌가 사망한 사건에 중원 무림계가 술렁였다.
강호 무림은 예로부터 문답무용(問答無用)! 오직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그간 평화가 이어져 옴에 따라 생사결의 숫자가 현저히 줄긴 했으나, 습격이나 암살이 아니라 정당한 결투로 인한 결과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단지 그리되면 상대측 문파나 가문에서 줄기차게 도전이 이어졌고, 그 도전을 피할 명분은 없었다.
한마디로 생사결의 결과는 오롯이 승자의 몫이었고, 한 단체와 통째로 척지는 것도 불사해야 했다.
하지만 무림맹 총군사 제갈백규와 강호인 전체의 존경을 받는 개방주 노준경의 발표에 단목세가 역시 별다른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과거의 묵은 원한 때문에 묵천회를 먼저 친 것은 단목세가주였고, 흑사회주와 하오문 강소성 지부장까지 동원했다는 묵천회의 발표에 단목세가를 동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소문의 확산에는 개방도들의 도움과 기존 천도들, 그리고 기영란 쪽에 붙은 환희궁의 기녀들의 입소문이 컸다.
이 소문으로 묵천을 떠나있던 이들의 재가입 문의가 암암리에 쇄도했고, 기영란의 언니인 기영선 쪽에 서 있던 환희궁도들의 이탈도 가속화되었다.
강호는 어디까지나 힘이 지배하는 세상. 힘이 있는 이에게 붙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리고 이 일로 묵천회는 개방, 하오문과 더불어 강호 최대의 정보조직 중 하나로 급부상하게 되었고, 묵룡 역시 최소 우내십존급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비로소 묵천군이 잠적했을 시점의 묵천회에 다다른 것이다.
“그 말 들었나?”
“과거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유성처럼 사라져 버린 묵천군의 제자인 묵룡이 단목세가주를 죽인 것 말인가?”
“음…. 알고 있었구먼.”
“이 사람아. 지금 전 중원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쳇.”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킨 사내가 물었다.
“그럼 그 사실은? 요즘 떠도는 혈강마검에 대한 조사단의 인솔 책임자로 임 공자가 뽑혔다는 거 말일세.”
“음? 그런 일이 있었나?”
“후후. 따끈따끈한 정보지. 거지 패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걸 훔쳐 들었거든.”
“거지 패?”
“이 사람. 이번 신성대연에 용두방주가 온 것을 모르는가? 지금 소주 일대에 거지새끼들이 쫙 깔렸네.”
“호오. 벌써 맹주 직속 산하단체에 중용되다니. 대단하군.”
“그뿐만이 아닐세. 이번 신성대연에서 유일하게 임 공자 측과 투자계약을 체결한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소주제일상단인 태호상단이네.”
“허어, 태호상단이라면….”
“양주상단과 치열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이지. 그리고 양주상단은 단목세가와는 불가분의 관계고.”
“호오, 묵룡이 단목세가주를 죽여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킨 것이 임 공자와 임대인에겐 오히려 호재가 되었군.”
“임 공자 쪽에서야 묵천 때문에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고, 단목세가 쪽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은 셈이지.”
그들의 대화와 같은 일들이 소주를 뒤덮었고, 중원 전체로 퍼져나갔다.
* * *
사아악! 파바방!
쉬익! 슈아아악!
임요성이 거처하는 전각의 전용 연무장.
영롱한 묵빛의 도강이 공간을 가르더니, 어느새 맨손이 된 그의 주먹과 발에 맺힌 강기가 산천을 울릴 것처럼 펼쳐졌다.
이번에 화경의 경지에 오른 임요성은 깨달음을 수습할 필요를 느꼈고, 벌써 수 시진 째 연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후우우.”
호흡을 고른 임요성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사부님. 이 정도면 될까요?’
어디선가 아직 멀었다는 스승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잠시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던 임요성이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집무실에 처박혀 있던 임요성이 청림회의의 구성원들을 불렀다.
“공자님. 저희 왔습니다.”
일검을 비롯한 청림회의의 구성원들이 들어섰다.
“연무 중이신 것 같더니 어느새 집무실이셨군요. 밖에서 계속 기다리다 물러났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말씀을 하시지요.”
“아닙니다. 뭔가 중요한 순간인 것 같아 방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성취는 좀 있으셨습니까?”
임요성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덕분에 제가 배웠던 무공을 집대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다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현재의 무공도 굉장한데 도대체 어떤 무공을 또 창안했다는 말인가.
“하하. 그리 놀라실 건 없습니다. 새로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의 무공들의 장단점을 적절히 보완한 것뿐이니까요.”
그러면서 4개의 책자를 내밀었다.
“이름을 단뢰(斷雷)라고 지어보았습니다.”
책자에는 각각 단뢰심법, 단뢰도법, 단뢰검법, 그리고 단뢰투법이라 적혀있었다.
“허어. 벼락을 잘라내는 무공이라….”
“예. 스승님께서 탈혼검법을 보완하는 데 쓰신 뇌정류를 바탕으로 탈혼검의 장점과 제가 따로 배운 천강수라는 백타술을 접목해 만든 겁니다. 단뢰심법의 토대 위에서 세 무공을 익힐 수 있도록 했지요. 각자 성정에 맞게 쓰시면 될 겁니다.”
잠깐 읽어보려고 펼친 일검이 책 속으로 빨려들 듯 집중하자 옆에서 구용식이 툭 쳤다.
“거참. 나중에 따로 보시우.”
구용식의 핀잔에 퍼뜩 정신을 차린 일검이 입맛을 다셨다.
“흠흠. 보기만 해도 대단한 무공입니다. 공자님. 그런데 이걸 기탄없이 수하들에게 모두 배포해도 될런지요?”
“예,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무공이란 게 자질과 노력, 그리고 내공의 여하에 따라 천양지차로 나타나니 굳이 술(術) 자체에 차이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임요성의 말에 다들 내심 놀랐다.
보통 가문의 무공은 직계와 주력 무사들, 일반 무사들 등이 익히는 내용이 달랐다.
이래저래 이유는 많지만 결국은 무공에 대해 차별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임요성은 그런 강호의 문화에 젖어있지 않기에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던 것이다.
그에게 무공이란 강해지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한 사람이 인정받는 것. 그게 임요성이 생각하는 강호다.
“알겠습니다. 다들 무척 좋아하겠군요.”
무공에 대한 잠깐의 설명이 이어진 후 곧바로 청림회의에 들어갔다.
“하하하하….”
“그래서….”
회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단목룡이 죽고, 임요성이 그 자리에 들어감으로써 진천구성이라는 이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임요성은 곧바로 백도 무림의 최고 기린아로 떠올랐다.
그런데 그 임요성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묵룡이라는 자였다.
소문에 의하면 나이는 마흔 전후의 남자다운 인상의 소유자이며, 아직 정확히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화경의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흑도인들이 오히려 열광했다.
그간 백도에 눌려 지하세계에서만 암약하던 그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구세주가 나왔다며 들떴다.
“하하하, 그래서 주군께선 앞으로 어떡하실 겁니까?”
이검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뭘 말입니까?”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언젠가는 묵룡과 무림일성 사이에서 택일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검의 말을 구용식이 받았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어차피 이리된 거 백도와 흑도를 동시에 장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린 환희궁이 있지 않습니까.”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리되면 무림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지요. 백도와 흑도를 모두 아우르는.”
여산홍의 말에 일검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무림맹주와 흑도대종사가 동시에….”
“그만합시다. 어디까지 가실 생각입니까?”
임요성의 핀잔에 다들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는 방증이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구용식이 나섰다.
“청풍표국에 대한 세인들의 눈높이도 충족할 겸 세가를 하나 발족하는 것이 어떨까요?”
구용식의 분석에 다들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요성은 고개를 저었다.
“전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군요. 표국으로는 안되는 겁니까? 그 천하제일가라는 게?”
임요성의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강호인. 강호는 무조건 무(武)가 중심이었고, 종국에는 문파나 세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유구한 강호의 역사에 표국이 이름을 드날리지 않은 것도 아니다.
천룡표국, 용마표국, 만리표국 등 쟁쟁한 표국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른 적은 없다.
고지식한 강호의 명숙들 중에는 표국은 돈을 받고 무공을 파는 이들로 여기며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낭인들보다 조금 더 대우가 좋을 뿐이었다.
하지만 듣고만 있던 나윤천이 오랜만에 의견을 개진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게 더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명문 무가의 자재였던 그는 하오문에 의탁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백과 흑이니 정과 사니, 그런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힘이 생기면 명분은 만들면 되는 것.
“현재 묵천이나 하오문, 그리고 환희궁까지 끌어안으려는 지금, 오히려 문파를 만들어 스스로 족쇄를 다느니, 보다 운신의 폭이 넓은 표국으로 있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견 타당한 그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쉽게 들통이 나진 않겠지만, 혹여 임요성이 묵천과 환희궁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꽤 곤란해진다.
묵천은 흑도는 아니라도 지하세계의 정보조직이었고, 환희궁은 과거 변황대전의 주역이기도 했던 흑도 새외 3궁의 하나였다.
물론 백 년이나 흘렀기에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적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만약 문파를 만들어 제대로 백도 무림계에 편입되면 시끄러워질 것은 뻔했다.
그나마 명분보다는 돈을 좇는 표국으로 남는 것이 나중에 있을 분란을 최소화할 수가 있었다.
임요성도 그렇게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그럼 그 부분은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구용식이 답했고, 일검이 넌지시 말을 던졌다.
“사실 이 의견은 두 국주님의 의견이었는데, 안 받아들여질 거란 걸 예상하시더군요. 그래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국주님께서요?”
“예, 아무래도 이번 일로 주군에 대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표국에 대한 강호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마당에 계속 식객의 형태로 있는 건 보기가 안 좋다고 하시며 총사의 자리를 제의하셨습니다.”
총사(摠師)라는 직책은 무림계에서 흔한 편은 아니었다. 보통 중소 무가에서 드문드문 발견된다.
사실 가주가 모든 것을 관장하는 무가에서 가문의 대소사에 대한 권한이 막대한 총사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들이 있다면 소가주를 지정해 권한을 위임하면 되기 때문이다.
굳이 있다면 간혹 가주가 힘이 없는 경우, 또는 딸 가진 가주가 힘 있는 사위에 대한 권한을 키워주기 위해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두진호가 의도하는 바는 후자의 경우고, 이를 짐작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임요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결정에 두혜련과의 관계도 결정되는 것이란 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의 입에 향했다. 그리고….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렇게 임요성은 두진호의 청을 받아들였고, 청풍표국의 총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