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53
청풍표국 최강식객 153화
153화. 다시 시작되는 악연(1)
임요성이 다시 한번 놀랐고, 여산홍도 말은 하지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임요성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뭔가 선물을 준대서 기다렸는데, 갑자기 호법을 들먹이다니.
“이건 자네가 아닌 저 호법에게 물어봐야겠군. 여 호법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자넬 보니 과거의 염위평이 생각나는군.”
“그분이 누구신지….”
여산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내 직속 호위대의 대주를 맡고 있지. 세간에는 무림맹 2원의 한 곳인 호법원주라고 볼 수 있고. 그런데 소싯적 나의 무위도 꽤 대단했거든. 아마 수련만 계속했다면 천무삼신이 아니라 천무사신이 되었을 거라 내 자부하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맹주라는 직책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神)이라 불리는 영역에 올랐을 것이란 것이 통설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젊을 적 그의 무위는 대단했다.
모용천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염위평은 젊은 시절부터 내 호법이었네. 그런데 내가 너무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을 하다 보니 염 호법이 고민이 많았지. 사실 그렇네. 너무 뛰어난 주군을 두게 되면 내가 호법인지 들러리인지 알 수가 없지. 자네도 요즘 그런 고민 하고 있지 않나?”
“…….”
여산홍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사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표국에서 딱히 할 일이 없는 정도는 아니다.
표사로 활동해도 되고, 다른 직책을 맡아도 된다.
하지만 그는 임요성의 곁에 있고 싶었다.
살수인 자신을 거둬준 사람.
그래서 그를 위해 충성하고 싶었다.
바로 옆에서.
그런데 요즘 들어 자신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주군 홀로 움직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유사시 자신이 짐이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무림맹주가 직접 자신을 가르쳐주겠다….
“아, 말을 정정해야겠군. 내가 직접 가리키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 염 호법?”
그의 말에 맹주의 옆에서 스르륵 하며 한 신형이 솟아올랐다.
그야말로 최정상급 은신술.
풍귀에 버금갈 정도였다.
“예. 맹주님. 맹주님의 명령이 있으셨으니 제가 잘 가르쳐 보겠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 하지 않았나?”
“주군께선 제게 하실 일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허허. 답답하긴. 아무튼 이 친구의 실력은 강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은 이 친구도 강의 경지 오른 절대고수일세.”
그의 말에 임요성을 제외한 모두가 놀랐다.
심지어 제갈백규조차도.
그도 호법원주의 진정한 실력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친구의 무공이 수도쌍검술일세. 단도 두 개로 펼치는 무공인데, 아미 근접전에서는 그 적수를 찾기 어려울 걸세. 보아하니 자네도 비도술을 쓸 것 같은데, 맞나?”
“예. 그렇습니다.”
“잘됐군. 어차피 비도술이라면 수도쌍검술은 금방 익힐 게야. 어차피 지금 자네도 새로운 무공을 배울 필요도, 형편도 아니지. 그런 점에서 염 호법은 자네의 훌륭한 스승, 아니 교관이 되어줄 걸세.”
여산홍은 살수 출신이었기에 일대일 대결에서 약했다.
모용천은 지금 그 점을 지적하며 그에게 훌륭한 스승을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여산홍에게서 시선을 뗀 모용천이 임요성을 쳐다봤다.
“어차피 자네에게 개인적인 선물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더군. 솔직히 나도 자네랑 싸우는 건 마다하고 싶을 정도네. 그런 면에서 가장 자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지. 그런데 얼핏 지나가며 보았던 자네의 호법이 생각나더군. 그리고 젊은 시절 염 호법이 생각나더군. 그때 자네도 방황 많이 했었지?”
모용천이 씨익 웃으며 묻자 염위평이 같이 미소 지었다.
“맹주님께서 많이 배려를 해주셨죠.”
“하하하. 아무튼 휴가를 달라 해서 주었는데 한 3년이었나? 다시 왔을 때는 사람이 달라져 있더군. 기술은 이미 꽃을 피워 더 올라갈 경지가 없더군. 그래서 가문에 남아있던 영약 하나를 챙겨줬는데 그길로 강의 경지에 올랐지 뭔가.”
“그때 은거 중이셨던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전 없었겠지요.”
강호에 실로 기인이사가 많다는 말을 실감했던 염위평이었다.
비도술의 극의를 깨우치겠다는 신념으로 떠났던 강호행에서 그는 스승을 만난다.
강호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인물.
호법이라는 말에 자신의 무공을 알려주었다.
세상에 드러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철저히 음지의 인물이었고, 자신의 무공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랐던 것이다.
“자, 이만하면 우리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군. 어떤가? 두 사람?”
임요성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전 여 호법이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사실 쌍검술이라면 임요성 본인도 조예가 깊었지만, 수도쌍검술은 일단 권법의 연장선에서 봐야 했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수도쌍검술을 극의까지 연마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수련을 받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로 바쁜 임요성보다는 집중적으로 수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나을 것이다.
“자네 주인은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떤가, 본인의 생각은?”
여산홍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가족들은 걱정하지 말게.]임요성은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그에게 아주 귀중한 기회였다.
강의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가 일대일 교습을 해주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임요성의 전음에 여산홍의 얼굴에 굳은 각오와 의지가 서리기 시작했다.
주군이라면 아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터.
여산홍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임요성의 활약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청풍표국의 위상도 높아져 갔다.
지금도 연일 표사가 되려는 이들로 북적였고, 표사가 안 돼도 좋으니 쟁자수로라도 받아달라는 이들이 넘쳐났다.
지금은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는 상천십좌가 된 그가 불과 얼마 전까지 식객으로 있다가 총사로 올라간 표국이다.
그리고 하남상단의 마수에서 구한 후 분국이 된 가진표국의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자신들도 분국으로 받아달라는 내용의 전서가 빗발쳤다.
최근에는 표국의 영애와 약혼을 한 사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표국의 미래가 탄탄대로라는 수군거림이 저잣거리 최고의 화제였다.
“이미 거기 소국주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서?”
“뭐, 혼인만 안 했지 이미 그 집 사위나 마찬가지라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 하긴 그러니 총사라는 자리를 줬겠지. 내 거기 있는 쟁자수의 마누라가 내 마누라랑 좀 아는 사인데, 아 글쎄 국주패도 그 파천황이 가지고 있다던데?”
“허허. 그럼 뭐 표국을 다 넘긴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내 말이. 요새 국주는 그냥 표국 뒤에 만들어진 원림에서 바둑이나 두면서 소일하고, 소국주는 뭐, 피부관리랑 신부수업 받으러 다닌다던데?”
“그래? 와….”
한 다리 건너면 부풀어 오르는 게 소문이라지만 소문만 놓고 보면 이미 임요성과 두혜련은 혼인한 사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표국이라는 그 자체의 호감도가 상승하면서 지금까지 팔문이나 팔가에 보호세를 주던 이들이 표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봐. 솔직히 말해서 거만한 팔가의 무사대보다는 표국의 보표들이 낫지 않나?”
“하긴 그들은 받은 돈값은 확실히 하잖아. 보표는 정식으로 돈을 통해 맺어진 계약관계라면, 보호세는 마치 자기들이 위에 있는 것처럼 으스대니까. 보기 좀 그랬지.”
“내 말이 그 말일세. 사실 같은 돈을 주면서도 누구는 고객 대접받으면서 이것저것 요청도 할 수 있는데, 팔가놈들은 보호세를 받아 처먹으면서도 어찌나 생식인지.”
사실 표국에서도 보표라고 해서 호위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팔문팔가의 위상에 눌려 기를 못 펴던 표국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고, 팔문팔가에서도 그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앞다투어 보호세를 내리기 시작했고, 평소 하지 않던 순찰까지 강화해서 자신들이 관할하던 영업장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상인들 입장에선 좋은 일이었다.
이런 일의 계기가 된 임요성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팔문팔가의 수장들이 그에 대해선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그들은 이번 무림맹 회의에서 임요성을 직접 봤고, 굳이 그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연일 파천황과 청풍표국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음….”
소주의 안가에서 조상연이 전서를 와락 구겼다.
이제 오황자를 모시고 하남상단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개봉 인근에 하남상단 명의로 구입해 둔 장원에서 오황자가 머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터진 일로 하남상단의 모든 재산이 무림맹에 압류되었다.
장원이야 사실 다시 구하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던 이혼대법의 모든 자료가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주도하던 강북의 천의방주마저 잡혀가 버렸다.
“허허….”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않던 조상연이 얼굴을 구겼다.
“흑표…. 정말 질긴 악연이구나. 황궁에서도 내 앞길을 막아서더니 강호에 와서까지….”
조상연은 그 질긴 악연이 다시 시작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도 없다고?”
조상연이 앞에 서 있는 흑위에게 물었다.
“예. 처음엔 임요성이 묵룡이라는 사실에 흥분하며 동참할 것처럼 하더니, 파천황이라는 별호와 함께 정식으로 상천십좌가 되고, 청풍표국이 강호팔문으로 선정되자 슬금슬금 뒤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임요성이 강호에 나온 시간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세력은 꽤 많았다.
먼저 가주와 소가주를 동시에 잃은 단목세가.
지금 단목세가는 봉문 중이었지만, 내부에서는 치열한 정치싸움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비어 있는 가주 자리를 위한 싸움인 것이다.
비록 봉문은 했지만, 무림팔가의 일원으로서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봉문을 풀고 다시 비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목세가를 밀어주던 양주상단.
부족한 그들의 무력을 맡아주던 단목세가라는 입술이 사라지자 양주상단은 시린 바람을 직격으로 맞아야 했다.
당장 왕만금을 선봉으로 한 휘주상방세력이 야금야금 양주상단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소주제일표국이라 불리던 강소표국은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단목세가의 소주분가는 이미 가산을 정리하여 본가로 들어간 지 오래다.
본가가 봉문한 마당에 분가 혼자 버티기엔 요원한 일이었다.
조상연은 그들을 규합하여 이쪽에서 소수의 고수를 대주어 청풍표국을 아예 지워버리려 했다.
하지만 계속 추가되는 임요성의 소문이 그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고, 지금은 아무도 동참하려는 이가 없었다.
“흥! 바보 같은 녀석들! 그래봐야 흑표가 없다면 떨거지들 뿐인 것을. 개방주를 맡아줄 소수의 고수만 우리 쪽에서 대준다는 데도 거절한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지.”
드물게 분노하는 표정을 짓는 조상연을 보며 흑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별수 있나. 이제 슬슬 흑표도 무림맹 일을 마무리하고 내려올 것 같은데 우리끼리라도 먼저 쳐야지.”
“천룡팔부들만 있으면 고수들은 잡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떨거지들을 정리할 이들도 필요합니다.”
“이번에 마적단 하나가 소주로 왔다고 하지 않았나?”
“예. 저희가 강호십대병기를 빼앗는 와중에 그들이 죽으면서 혼란이 극심해졌고, 그 와중에 마적단에서 이탈한 마적대 하나가 소주 낭인 시장에 의뢰를 넣었다는 정보였지요.”
“게네들을 쓰지.”
“알겠습니다. 그럼 거사 일은 언제로 잡을까요?”
“작은 표국 하나 치는데 거사는 무슨. 오늘 밤으로 하지.”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흑위가 물러가고 조상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